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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8

     

    -쿠구궁–!!

     

    잘린 문의 파편이 내는 요란한 소리에, 루크는 인상을 찌푸렸다.

    덕분에 귀가 다 얼얼해질 정도다.

     

    루크가 리브를 향해서 약간 불만스러운 시선을 쏘아보내자, 혼난 강아지마냥 축 늘어진 채 고개를 숙이는 리브의 모습에 루크는 차마 더 이상 그 아이를 탓할 수가 없었다.

     

    하기사, 문을 베라고 하여 베어낸 것이 뭐가 잘못이겠는가.

    이는 사실 예전보다 훨씬 더 예민해진 청각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가 봉변을 당한 자신의 잘못이다.

    뭉뚝한 나뭇가지마저 날카롭게 벼려내는 소드마스터의 검기는, 현대식 제철공법으로 만들어진 전투용 나이프와 만나 말도 안되는 절삭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노획한 저 나이프, 아무래도 생각보다 더 좋은 걸 취한 것 같다.

      

     

    “후우…….”

     

    다음에는 귀를 막든, 아니면 좀 더 멀리 떨어지든 하여 대비를 해야겠다.

     

    그렇게 문을 열고 들어간 곳은, 수많은 선반이 빼곡하게 들어선 공간이었다.

    선반에는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플라스크와 시약병, 밀폐 보관함이 빈 틈 없이 놓여져 보관되고 있었다.

     

    “흠, 이건……..”

    “……?”

     

    펼쳐진 광경에 어리둥절하며 먼저 걸어나가기 시작하는 리브.

    루크도 그 뒤를 따라 선반에 다가가 내용물을 살피기 시작했다.

    플라스크는 대부분 투명한데다 라벨로 어떤 것인지 친절히 설명과 주석도 쓰여져있었기 때문에 내용물을 알아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트롤의 혀, 바실리스크의 눈, 코볼트의 송곳니…….’

     

    플라스크의 내용물들은 하나같이 몬스터의 신체부위, 또는 장기로 채워져 있었다.

    몇몇 플라스크에는 머리나 손이 그대로 들어가 있기도 했고, 또 몇몇 플라스크에는 작은 동물이나 몬스터, 곤충들이 온전한 모습으로 들어가 있기도 했다.

    현대의 방식으로 방부처리도 되어 있는 듯 보인다.

    그 탓인지 하나같이 방금 넣어두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생동감이 넘쳤으며, 실제로 몇몇 플라스크는 그 속에서 정말로 살아있는 것 마냥 불규칙적으로 꿈틀거리는 내용물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두운 창고 안에 보관된 움직이는 장기와 신체부위들, 그것은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욕지기가 나올 장소일지 몰라도, 루크에겐 아니었다. 

    ‘보존상태도 좋고, 종류도 다양하군. 살짝 욕심이 날 정도야.’

     

    마법사인 루크의 눈에 이것들은 징그럽거나 끔찍한 것이 아니라 굉장한 자원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이렇게 질 좋은 자원을 가지고 흑마법사들은 대체 무엇을 하려고 했을까?

    루크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만약 내가 흑마법사라면…….’

    아무래도 재료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용도는 호문클루스의 제작이었다.

     

    호문클루스, 연금술을 이용해 만들어지는 인위적인 생명체.

    이 정도의 재료를 이용해 연금술을 행하면, 분명 질 좋은 호문클루스가 나올 터.

    비록 재료가 순수하지 않아 키메라는 만들 수 없을 것 같지만.

     

    하지만, 그 가설에는 문제가 있다.

     

    ‘만약 호문클루스가 맞다고 치면, 이들은 호문클루스로 대체 뭘 하려고?’

     

    생명의 특성을 요소화한 것을 융합시켜 온전한 새 생명으로 태어나기에 성장하고 발전하는 키메라와는 달리, 호문클루스는 각 생물의 모습 자체를 기워 만들기에 성장도 없고, 발전도 없으며, 수명도 짧다.

     

    그렇기에 툭 까놓고 말해서, 호문클루스는 기껏해야 골렘보다 못한 부산물에 불과할 뿐이다.

    따라서 당국의 허가만 받을 수 있다면 호문클루스는 얼마든지 합법적으로 연금할 수 있다.

    그러니까 굳이 이토록 비밀스러운 장소에 재료들을 숨겨놓는 작업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루크는 이 정도의 재료와 인력을 공수할 수 있는 규모의 단체가 그런 허가도 받지 못하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그럼, 일단 호문클루스일 가능성은 보류.’

     

    만약에 호문클루스가 아니라면, 루크도 당장에 짚이는 점은 없었다.

    어쩌면 현대에서는 이런 것들을 이용해 새롭고 참신한 용도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기는 하지만, 아직 사회적인 권한이 부족하여 읽어 본 논문과 지식이 비교적 일천한 상태인 루크에겐 현대의 신기술과 연관하여 무언가를 추리하는 능력이 부족했다.

     

    어쩔 수 있나, 알려고 해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을.

    이는 루크가 하루라도 빨리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싶어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뭐, 실제로 이제 곧 졸업이기는 하다만.

     

    다시 천천히 선반을 살피며 걷던 루크는, 이 장소가 생각보다 꽤 넓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대로 가다간, 다른 가족들이 일어날 시간이 다가와버리고 말 거다.

    예르나와 다이튼에게 미리 숙면에 좋은 차를 먹여두기는 했다만, 그 차의 확정적인 유효 지속시간은 2~3시간 정도다.

    마시고 자기 시작해서 2~3시간 까지는 옆에서 고함을 쳐도 절대 일어나지 않지만, 2~3시간이 지나면 외부자극에 의해 깨어나는 상태가 된다.

     

    그 말은, 만일 다이튼이나 예르나가 잠에서 깨서 재수없게 자신의 방에 자신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면, 큰일이 난다는 이야기다.

     

    물론 만일의 만일을 대비해서 케이트를 자신의 대역으로 방에 두긴 했지만, 케이트가 루크의 모습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을 예르나와 다이튼이 이미 아는 이상, 그것도 100% 안전하다고 보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케이트를 대역으로 세우고 외출했다는 것을 들키게 되면, 루크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아마도, 무조건 오늘 어딜 갔었냐는 심문을 받게 되고 말겠지.

     

    ‘시간이 급하다.’

     

    루크의 마음이 조급해졌다.

     

    “리브. 일단은 장소가 넓으니, 흩어져서 조사를 해 보도록 하자. 뭔가 특이한 것이 있다면 부르러 오거라.”

    -끄덕, 끄덕.

     

    루크는 다시 한번 찬찬히 선반들을 둘러보며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어느 특이한 점을 하나 알아낼 수 있었다.

     

    ‘이상하구나, 모든 재료가 전부 한 쌍을 이루고 있지 않은가?’

     

    이쪽에 왼 손이 있으면 다른 선반에 또 왼 손이 있고, 이쪽에 오른 귀가 있으면 다른 선반에 또 오른 귀가 있다.

    혹시나 하여 루크는 계속 선반을 살피지만, 대부분이 한 쌍이다.

    게다가 미묘한 생김새마저 똑 같은 것이, 마치 쌍둥이의 것을 잘라서 가져다 놓은 것 같기도 하다.

    만약 정말로 쌍둥이만을 골라 해부를 한 것이라면, 정말 악취미가 따로 없다.

    아니면, 이 시설의 담당자가 극단적인 강박증을 앓고 있는 상황이라거나…….

     

    “음?”

     

    이런저런 추측을 하며 동시에 선반을 하나씩 살피던 중, 루크는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며 달려오는 리브를 발견했다.

     

    “뭔가 특이한 거라도 찾아냈느냐?”

     

    -끄덕, 끄덕.

     

    굉장히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고개를 크게 끄덕거리는 리브.

     

    “그럼, 어서 그리로 안내하게.”

    “……!”

     

    ——–

     

    리브의 인도를 받아 도착한 곳은 어느 한 벽면.

    그러나, 벽에는 딱히 특별한 것이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마력시를 운용해 보아도, 숨겨진 마법은 없었다.

     

    “어디를 보라는 것이지, 리브?”

    “……!”

     

    루크가 의심스런 눈초리로 묻자, 리브는 잘 보라는 듯 자신의 발로 바닥을 쓸기 시작했다.

    루크는 그런 리브의 행동에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저러면 인형의 발바닥에 바닥의 먼지가 다 묻지 않나.

    클린을 쓴다고 해도 그건 단순히 직물에 붙은 각종 오염자, 예를 들자면 미생물이나 곰팡이 등, 물질을 오염시키는 존재들을 죽이는 효과일 뿐, 이미 그들로부터 생성된 독소까지 없애는 것이 아니기에 뒤늦게 클린을 사용해봤자 더럽기는 매한가지다.

    그것이 클린을 쓴 뒤로도 반드시 물로 세척하는 작업이 필요한 이유.

     

    그러니 일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자신이 안아주길 바란다면, 적어도 부주의하게 몸을 더럽히는 행동은 하지 않아주었으면 한다.

    마법사 특유의 결벽증을 가진 루크다.

    그것을 알기에 리브도 자신의 몸에 피가 튀지 않도록 그렇게 노력을 했는데, 이렇게 자신의 몸을 더럽힌다면…….

     

    하지만 잠시 후, 루크의 미간은 다시 원상태로 되돌아왔다.

    리브가 발견한 것이 그만큼 시선을 끌었기 때문이었다.

     

    “무언가 바닥을 긁은 흔적……?”

     

    먼지와 돌가루 등으로 가려져 있었던 흔적이, 리브의 발짓으로 드러난 것이다.

    벽을 향해 곡선으로 이어진 그 흔적은, 마치 문이 열린 흔적처럼 보인다.

    누군가 장난으로 그려 둔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이곳에 숨겨진 문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단서였다.

     

    “흠, 신기하군. 마력시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는데…….”

    벽으로 위장한 문이라니. 

    그것도 설마 기계적인 방식의 비밀문이라는 말인가?

    그렇다면 참으로 놀라운 발상이다.

    관리가 조금 어설프긴 했지만.

     

    “그래, 확실히 이 벽 너머에 확실히 무언가 있기는 한 것 같구나. 아마 나의 마력시를 통한 탐색으로는 결코 찾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잘 찾았다.”

    “……!”

     

    리브는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 문을 어떻게 열까…….”

     

    루크와 리브에게 그 문을 여는 법에 대한 지식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마법이라면 어떻게 한다 쳐도, 기계적인 잠금방식이라면 루크로서는 알 방법이 전혀 없다.

    침입자인 그들에게 숨겨진 문을 여는 열쇠같은 것이 있을 리도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하나.

    바로, 어떤 문이든 형태에 상관 없이 열 수 있는 열쇠를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리브, 할 수 있지? 부탁하네.”

     

    -끄덕.

    “…….”

    리브의 나이프에 검기가 서리는 모습을 본 루크는 이번엔 잊지 않고 귀를 잘 막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 앞, 숨겨진 길 있다.
    그러므로, 공격(이)가 효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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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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