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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8

    <378 – 헥토르가신단>

     

    도로시나 록펠, 유이의 랜덤스타팅이 생각보다 대단할 수 있다는 사실에 생각이 닿자 문득 궁금해졌다.

     

    “그러고 보니 도로시는 어느 숲 출신이야?”

    “삼대금림 중 하나!”

     

    삼대금림三大禁林.

    발을 들여서는 안 되는 금역으로 선정된 세 개의 숲을 일컫는 말이다.

    아인종의 영역, 서부 대수림.

    마족의 영역, 북부 마수림.

    혼돈종의 영역, 차원틈새의 괴수림.

     

    “대수림이라기엔 아인들이랑 친하지가 않고 마수림이라기엔 암흑마나가 감지되질 않으니 괴수림 출신이겠네. 맞지?”

    “와. 이걸 한 번에 맞춰? 역시 오크노디는 모르는 게 없구나. 아님 재단이 모르는 게 없는 건가?”

    “우와. 그럼 이번 회차의 록펠이랑 유이도 덩달아서 엄청나게 강해졌겠다.”

    “록펠은 바보야. 검을 좀 빠르게 휘둘러봤자 괴수들을 다 이길 수 있는 것도 아닌걸.”

     

    도로시의 곁을 지키던 록펠이 머쓱해하며 손으로 제 코 아래를 훔쳤다.

     

    “틀린 말은 아니지. 괴수림에는 대형종 몬스터도 수두룩한데다가 한 번 일어나면 지형과 계절이 뒤바뀌는 초대형종도 존재하니까.”

    “음, 그런 거대한 녀석은 초중반부에는 검으로 어떻게 하기 곤란하기는 하죠!”

    “초중반부…? 아아. 십대 초중반을 말하는 건가.”

     

    록펠은 아카디아만큼 눈치가 비상하지는 않았는지 간단히 속아주었다.

     

    “나야 이미 십대 후반부에 달한 나이지만 네 실력에 나와 같은 나이가 된다면 초대형종이라도 어떻게든 하지 않을까 싶기는 하군. 용사가 그랬던 것처럼.”

    “전대용사가 괴수림에도 들른 적이 있어요?”

    “먼발치에서 소리를 들었을 뿐이다. 그때는 나도 도로시도 아직 어린 나이였으니까.”

     

    전대용사 니알라토텝은 의외로 부지런한 사람이었구나! 나중에 디스트로이어 교수님에게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졸라봐야겠다.

    도서관원정을 통해 정령들은 오래된 동화를 얻고 고인물은 설정 속 과거사를 얻는다.

    응?

    요정이랑 나랑 행동원리가 비슷하지 않나…?

    나 실은 요정일지도!

    행복해지는 상상을 하며 키득키득 웃고 있으려니 도로시는 아직도 못마땅한 얼굴로 어딘가를 노려봤다.

     

    “유이가 그렇게 신경 쓰여?”

    “돈 냄새만 나는 게 아니거든.”

     

    저곳에서는 피 냄새도 함께 났다.

    그것도 아주 많은 사람들의 각기 다른 피 냄새가.

     

     

    * * *

     

     

    어둠이라 생각했던 것은 밤의 숲에 발을 들였기 때문이 아니었다.

    무성한 나뭇가지 아래로 드리우는 막대한 사기가 세상의 밝은 기운을 모조리 몰아냄으로써 달빛조차 닿지 않는 고밀도의 암흑지대를 형성한 탓이었다.

    횃불에서 발산되는 불빛은 학생들의 주변 2m를 벗어나지 못하고 게걸스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도, 도망쳐.

    저건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괴물이 아니야.

    도서관은 1학년이 넘볼 것이 아니었어!

     

    비명을 지르듯이 입을 뻐끔거리던 학생들이 놀란 눈으로 서로를 돌아보았다.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마치 잡아먹히기라도 하는 것처럼.

    사람은 위기에 처하면 본능적으로 위험의 원인을 깨닫고는 한다.

    지금 그들은 <애완나무 포피>가 소리를 잡아먹는 주체임을 깨달았다.

     

    피가 튀었다.

    날카로운 나뭇가지가 학생 한 명의 팔뚝을 꿰뚫었다.

    검을 뽑아든 친구가 나뭇가지를 베자 그로부터 피가 콸콸 쏟아졌다.

    학생들은 더욱 겁에 질렸다.

    나뭇가지를 베었을 뿐인데 사람처럼 피가 쏟아져 나오다니!

     

    <트로이왕가 5위계 비전마법>

    <광명이여 내리쬐어라>

     

    헥토르가 뽑아든 검에서 눈부신 섬광이 어둠을 몰아내며 헥토르가신단의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던 사기를 끌어올렸다.

    헥토르는 말 대신 몸소 앞으로 나서서 저 괴기스러운 나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발성을 막아 스킬발동 및 영창시전을 원천차단 하는 나무를 상대로 주문숙달이 완벽에 달해 무영창으로도 마법을 펼쳐낸 헥토르.

    융합생명체 카시아를 넘어서며 상급반에 오르겠다는 그의 투지가 2학년 여름방학에나 등장할 <챕터 4 : 고요한 죽음, 침묵의 숲>의 챕터보스를 상대로 마법을 펼치는 데 성공했다.

    오크노디가 보았다면 헥토르의 눈부신 성장세에 눈을 반짝이고 보았겠지만 애완나무 포피는 상대의 강함을 기뻐하지 않았다.

     

    [현기증][구토][발열][균형상실][오한][가려움][손저림][호흡박탈]

     

    초 단위로 무서운 속도로 쌓여가는 저주.

    애완나무 포피가 작심하고 힘을 발휘하자 헥토르를 뒤따라 달려들던 학생들이 힘을 잃고 쓰러지거나 피를 토하며 경련을 일으켰다.

    후방에 있던 학생들이 기겁하며 친구들을 건져내는 사이, 헥토르는 그 모든 저주를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강한 출력으로 얻어맞으며 괴로워했다.

     

    앞장서라!

    헥토르님을 혼자 두어서는 안 된다!

     

    충신 데이포보스가 깃창을 들고 뒤따랐다.

    그의 판단은 옳았다.

    애완나무 포피의 저주는 나눠 받는 이들이 많을수록 위력이 감소한다.

    헥토르를 위해서라도 당장의 고통을 견뎌야 한다.

    그래야 저 미친 나무를 감히 죽이지는 못해도 일시적으로 격퇴하고 길을 열지 않겠는가.

    비록 그의 목소리는 애완나무 포피에게 집어삼켜져 누구에게도 닿지 않았지만 실시간으로 저주에 당하면서도 물러서지 않는 데이포보스의 투지가 학생들에게 다시 용기를 선사했다.

    헥토르가신단은 용감했다.

    뒤처지고 버려진 하급반 학생들이지만 헥토르는 그런 이들을 모두 거두었다.

    리더인 헥토르와 충신 데이포보스가 솔선수범하여 가장 큰 어려움에 맞서니 아랫사람으로서 존경심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츠츠츠.

     

    헥토르의 검이 몇 차례 마법과 함께 번뜩이며 나뭇가지 십여 개를 도려내었다.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나뭇가지에 매달린 저주받은 아이템들이 투둑 떨어지자 다른 학생들도 더욱 용기를 얻어 달려들었다.

     

    “조금만 더 몰아붙여라!”

    “어? 소리가 다시 들려!”

    “괴물의 힘이 약해졌나봐!”

     

    착각이었다.

    가장 선두에서 싸우던 헥토르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모두 귀를 막아라!”

     

    나무기둥에 떠오른 흉악한 입에서 찢어져라 비명이 터져 나왔다.

    잡아먹은 소리를 일거에 방출하는 애완나무 포피의 새로운 패턴 <공포의 범람>.

    포피의 사냥감들이 죽어가며 내지르던 비명을 일시에 중첩하여 터뜨리는 비명에 귀를 막지 못한 학생들은 거품을 물고 쓰러졌고, 귀를 막은 학생들도 공포심에 덜덜 떨며 감히 검을 허리높이 위로 겨누지 못했다.

     

    “격퇴는 포기한다. 모두 쓰러진 이들을 부축하고 관문 너머로 달려라!”

     

    애완나무 포피가 어림도 없다는 듯이 커다란 뿌리를 땅 밑에서 들어올렸다.

    마치 토벽처럼 높이 솟구친 뿌리의 향연에 데이포보스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도서관원정은 포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왕자님. 이 이상 전진하려 들다간 정말로 크게 다치는 수하들이 나올 겁니다.”

    “크윽. 대체 이 미친 아카데미는 도서관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한단 말이냐. 약한 것들은 참고자료를 살펴볼 자격조차 없단 말이냐!”

    “도움이 필요한가?”

     

    상황에 맞지 않는 태연한 물음에 헥토르 왕자가 성난 얼굴로 목소리의 주인을 노려봤다.

     

    “테트라포스 선배. 손 놓고 구경만 하실 것이오?”

    “열심히 싸우는데 방해하면 미안하잖아.”

    “도와주시오.”

    “대가는 뭐로 지불할래?”

    “…!”

     

    정말 이런 상황에서까지 대가를 받아야겠는가?

    목 끝까지 차오르던 말은 흥미진진하다는 듯이 웃고 있는 입과 달리 먹잇감을 노리듯 뱀처럼 차가운 눈을 보며 쏙 가라앉았다.

    악마다.

    이 선배는 정말 악마 같은 작자였다.

    후배들의 치기어린 모험도, 무모함의 대가로 치르는 역경도 모두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

    그는 설령 이 자리에서 1학년 몇 명이 죽더라도 박장대소하며 너무 약하다고 비웃으면 비웃었지, 그 일을 두고 후회할 자가 아니었다.

     

    “무엇을 원하시오?”

    “포인트가 좋지. 아니면 뭐 공짜로도 되고.”

     

    …대체 무슨 뜻이지?

    뒤늦게 동정심이라도 들었다는 건가?

    하지만 이상하다.

    이 정도로 냉혹한 선배가 왜 갑자기 무상으로 도움을 주겠다는 말을 하는 거지?

    위험하다.

    아주 위험한 냄새가 난다.

     

    “포인트로…”

    “공짜로 좀 도와주면 덧나십니까!”

     

    무리를 해서라도 포인트를 지불하겠다고 대답하려던 헥토르 대신, 잠시 그의 손이 멈춘 틈에 대신 나뭇가지들의 파상공세를 깃창을 휘둘러 저지하던 데이포보스가 거칠게 소리쳤다.

    그를 탓할 수는 없었다.

    데이포보스의 양 팔뚝은 나뭇가지는 막아도 미처 다 쳐내지 못한 살기에 할퀴어져서 부서진 팔 보호대 사이로 피가 뚝뚝 흐르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우려했던 일은 끝내 벌어지고 말았다.

    뿌리를 앞두고 주저하던 학생들이 또 다시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이번 공격은 포피의 것이 아니었다.

    애완나무 포피조차 이게 뭐지? 하는 얼굴로 눈 역할을 하는 옹이구멍을 크게 뜨며 멀뚱멀뚱 쳐다봤다.

     

    촤라락!

     

    테트라포스가 손짓을 하는 경로마다 날아든 실이 학생들의 피부에 파고들어 피를 보았다.

    죽거나 크게 다치지는 않아도 괴로움은 피할 수 없는 행위!

    특히나 아군이라 믿었던 선배의 기습에 모든 학생들이 속수무책으로 부상을 입고 말았다.

     

    “이게 대체 무슨 짓입니까!”

    “도와달라고 했잖아? 무상으로. 그래서 피를 봤지. 1학년의 피는 포인트가 되지 않거든.”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하. 그리 열 내지 말고 잘 보라고, 후배들. 이게 <잔악혈조술>이라는 거다.”

     

    테트라포스의 피 묻은 실들이 새빨간 기운을 품으며 가로세로로 겹겹이 대열을 유지하며 쏘아졌다.

    길을 막은 포피의 뿌리가 채로 썰 듯이 단숨에 잘려나가자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 1회분 종료. 또 도움이 필요하니?”

     

    뿌리를 잃고 고통에 몸부림치느라 공세가 멈춘 애완나무 포피.

    헥토르는 데이포보스에게 입도 뻥끗 하지 말라고 노려보았다.

    물론 자신의 경솔한 외침이 부른 참사에 데이포보스는 피를 흘리던 때보다 더욱 창백해진 얼굴로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전투는 글렀다.

    관문을 돌파하든 수비하든 하나는 해야 한다.

    괴물의 손에 쓰러지든, 선배의 손에 쓰러지든 모두가 과다출혈로 쓰러지기 전에.

    하지만 뿌리를 잃고도 애완나무 포피는 다시 덤벼들었다.

    직전에 잃은 것과 같은 크기의 뿌리를 사방에서 여덟 개나 더 들어 올리면서.

     

    “하, 진짜. 이런 데서 밑천 드러내기 싫었는데!”

     

    절체절명의 위기에 나선 것은 유이.

    모두가 길잡이에 상단주 출신의 인물이니 당연히 전투력은 보잘 것 없으리라 여겼던 인물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챕터보스보다 무서운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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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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