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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9

    그렇게 리브의 검기가 숨겨진 문을 부수자, 더 깊숙한 곳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드러났다.

    아무래도, 이 건물 지하에 또 다른 무언가가 잠자고 있는 듯 보인다.

     

    이를 설계한 자들도 참으로 꼼꼼한 자들임이 틀림없다.

    대체 이곳을 누구에게서 무엇을 이토록 철저히 감추고자 했단 말인가?

    이 정도로 철저한 보안은 처음본다.

     

    그렇기에 걱정이 앞선다.

    이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과연 자신이 손을 더럽히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비밀일까?

    이런 걸로 예르나와의 약속을 어기고 싶지는 않은데 말이다.

     

    하지만 숨겨진 계단을 발견했는데, 공연한 걱정으로 내려가보지 않을 수 없는 법.

    루크는 망설임을 떨쳐내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계단은 광원이 없어 굉장히 어두웠다.

     

    하지만 루크의 눈은 어두운 곳에서도 별다른 무리없이 계단의 외곽선을 확인할 수 있었기에 딱히 라이트나 등불을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런 것은 이 몸의 장점중의 하나였다.

    사소한 곳에서 마력을 아낄 수 있다고 할까.

     

    하지만 밝히는 것 하나 없는 어두운 통로를 계속해서 걸어서 내려가는 것은 그다지 재미있는 경험은 아니었다.

     

    -또각, 또각.

     

    시각정보가 극단적으로 감소한 지금, 루크의 귀에는 좁은 원형계단의 공간에 구둣발소리가 계속해서 메아리치는 소리만 들려온다.

     

    벌써 꽤나 내려온 것 같은데, 계단은 생각보다 길게 이어졌다.

     

    “이곳은, 꽤 옛날부터 있었던 곳 같구나.”

     

    위쪽의 건물과는 달리, 이 계단의 건축양식은 결코 현대적이지 못했다.

    아마도 시설보다 먼저 있었던 이 계단과 이어지도록 현대식 건물을 지어올린 것이거나, 옛날부터 있던 오래된 건축물을 보여지는 부분만 최근 현대에 맞게 리모델링을 한 것이겠지.

    과연 어느쪽인지는 몰라도, 확실히 어울리지 않는 계단이다.

     

    다행인 것은, 그 낡아보이는 계단의 외관에 비해 계단이 생각보다 깨끗했다는 점일까.

    의외로 최근까지 관리가 되고 있기는 한 모양이다.

     

    계단의 단차에 비해서 몸집이 심히 작은 탓에 폴짝거리며 내려가는 리브가 돌가루나 먼지를 뒤집어쓰지 않을까 싶어 걱정이 되었는데, 한 시름 덜었다.

     

    “그나저나, 아무래도 수상한 점이 한 둘이 아니군. 이 정도 규모의 비밀통로라니……. 마치 감옥 같은 느낌이야.”

    “…….”

     

    루크의 중얼거림에 리브는 고개를 끄덕였다.

    폐쇄적인 계단을 원형으로 제작하는 이유는 보통, 계단을 이용하는 사람의 거리감을 교란시키고 시야를 차단하기 위한 것.

    따라서, 루크가 지하감옥을 연상하는 것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토록 철저한 보안은 설마 누군가에게서 어떤 것을 숨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철저히 가두기 위한 것인가……?”

     

    과연 어느 쪽인지는, 앞으로 나아가야만 알아낼 수 있으리라.

     

    ——

     

    좁디 좁은 계단을 모두 내려오니 나타난 것은 의외로 거대한 공간이었다.

     

    특이한 것은, 통로와는 달리 이 공간은 의외로 현대적인 방식으로 꾸며져 있었다는 점일까.

    높은 천장을 가로지르는 환풍구와 파이프, 조명등은 어떻게 보아도 현대식 창고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런 창고와 같은 공간 안에 있는 것은, 다양한 크기와 종류의 철창들이다.

     

    “본 적 있는 풍경이로군.”

     

    루크는 그 풍경에 기시감을 느꼈다.

    과거에 한번, 딜런트의 시설에서 이러한 광경을 본 적이 있었으니까.

    다양한 동물이 좁디 좁은 철창에 갇힌 채 마치 물건처럼 쌓여져있던 바로 그 창고.

    그 때는 그저 ‘제약관련 시설이니 당연하다’라고 생각하며 넘어가려 했지만, 이후 알고보니 제대로 된 제약시설도 아니었고, 그건 그냥 희귀동물을 암거래하기 위해 가둬 둔 것에 불과했었지.

    이후 그 시설에서 벌어진 사태로 시가르마타와 마주하게 된 일까지 있기에, 그것과 연관지으면 정말 좋은 기분은 하나도 들지 않았다.

     

    덕분에 루크는 그토록 애지중지하며 가꾸었던 머리카락도 잘라야 했던데다, 한동안 지팡이 신세를 져야 했으며, 마력시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해서 꽤나 골머리를 썩혀야 했다.

     

    현대의 사업구조에 무지했고, 서드가 자신의 옛 상사라고 했으니 그 역시 제대로 된 인물일 거라는 막연한 기대심이 만들어낸 치명적인 오해였다.

    지금도 가끔 떠올리면 왜 그토록 그들을 좋게 이해하려 노력했을까, 하고 후회가 들곤 한다.

     

    그래도 그 때의 사태로 얻은 것이 아예 없지는 않다.

     

    그 곳에서 루크는 황금매와 첫만남을 가질 수 있었고, 녀석에게 받은 황금매의 깃털은 펜으로 만들어 지금도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지금도 가끔 저택의 창문을 열면 근처의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녀석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친해졌다.

    아직 녀석은 자신이 건네는 먹이를 먹을 정도까지는 친밀감을 쌓지 못하고 있지만 말이다.

    뭐, 그건 황금매가 워낙에 경계심과 독립심이 강한 동물이니 어쩔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서드를 더욱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며, 예르나와도 깊게 대화를 나눠 서로 쌓여있던 오해 대부분을 풀었다.

    사실 예르나가 추측한 몇몇 이야기(주로 인체실험과 관련된 착각들) 들은 엄밀히 말하자면 오해가 아니었지만, 아무튼.

     

     

     

    “그런데, 이곳은 철창만 가득하구나.”

     

    루크는 이 공간 대부분을 차지한 철창이 하나같이 비어 있는 상태라는 점에 의구심이 들었다.

    설마 이 많은 철창을 숨기려고 이토록 지하 깊숙한 곳에 수를 썼을 리는 없지 않겠는가?

     

    이는 즉, 이미 이곳에 있던 무언가가 모조리 어떤 이유로 치워졌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대체 이 시설을 가진 자는 무슨 이유로 이 많은 철창에 있던 것들을 치웠단 말인가?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의문만이 증폭되고 있다.

     

    예르나가 이 시설에 방문한 것은 불과 하루 전.

    이어서 고든이 입은 부상을 떠올려보면, 그는 소형 마법으로 노려진 것이 아니라, 비교적 커다란 범위 공격에 의한 자상도 상당히 많았다.

    아마 몇 번 정도 큰 폭발에 휘말리지 않았나 싶은데, 오늘 처치한 녀석들의 무장상태는 그 정도의 살상마법을 쓸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비교적 경무장 상태였다.

    이는 즉, 어제의 경계인원과 오늘의 경계 인원이 다르다는 뜻이라고 봐도 무방하겠지.

     

    어쩌면, 하루만에 무장상태가 변할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는 걸까?

     

    이 철창들이 모조리 비워진 것도, 바로 어제 일어난 일인가?

    그렇다면 누가 무슨 이유로, 어떻게 이 많은 철창의 내용물을 하루만에 비웠지?

     

    루크는 턱을 쓸며 생각했다.

     

    ‘……어제, 대체 이 시설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

     

    단 하루의 차이다.

    과연 무슨 하루만에 여기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루크는 혹시나 철창에 무언가 남은 단서가 없는 지 하나씩 살피며 걸음을 옮겼다.

     

    “흠?”

     

    그러던 중, 루크는 한가지 특이한 것을 발견했다.

     

     

    “오, 이건 좀 커다란 철창이군.”

    무언가 거대한 생물을 가두고 있었던 듯 보이는 크기의 감옥.

    그것은 이 넓은 공간의 거의 절반을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컸다.

    게다가, 그 감옥의 창살은 말도 안 될 정도로 높은 마법 저항력과 강도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내부는 비워져 있었지만.

     

    “이 창살은 무슨 세계수의 가지라도 잘라서 만든 건가? 여기에 대체 뭘 가둬 두고 있었던 건지 원…….”

     

    이토록 단단한 감옥이라면, 무언가 안쪽에 단서가 있을까 싶다.

     

    이번에도 당연히 감옥의 문은 닫혀 있었지만, 루크는 감옥의 창살이 비교적 넓다는 것과 리브의 몸이 그곳을 드나들기에 충분히 작다는 점을 이용해보기로 했다.

     

    “리브!”

    “…….”

     

    루크의 부름에 루크가 자신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알아챈 리브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가왔다.

    그리고 나이프에 검기를 싣기 위해 집중을 하던 찰나, 루크가 그런 리브를 말렸다.

     

    “검기는 쓰지 말게, 이제 마력도 많이 안 남았잖은가.”

     

    강한 것은 마법 저항력 뿐.

    따라서 검기를 사용하면 열리기야 하겠지만, 그건 낭비다.

    그냥 몸을 비집으면 들어가는 것을, 굳이 리브의 마력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

     

    리브는 루크를 올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오늘 너무 많은 마나를 운용하기는 했다.

    마력핵에 마나를 축적하는 기능이 추가되어 상당시간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은 사실이나, 이 정도로 검기를 많이 사용할 것을 염두에 둔 설계는 아니었다.

    게다가 아무리 숲이라고 하지만, 과거 아린세이아와 비교하면 미약한 수준의 마력으로는 리브가 내는 최대출력의 소모량을 감당하지 못해 장시간 움직이기도 어렵고.

     

    따라서, 루크의 주장은 합리적이었다.

     

    그렇게 리브는 틈을 이용해 감옥 내부로 들어갔다.

    감옥 밖에서 보이는 것처럼, 감옥의 안쪽은 아주 넓었다.

    마치 작은 아카데미의 운동장만한 크기.

    하지만, 감옥 내부에는 딱히 탐색할만한 다른 무언가가 있지 않았기 때문에 리브가 ‘어떤 것’을 발견하는 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안쪽을 가리키는 리브의 손짓에, 루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하아, 그래, 리브. 안쪽에 뭐가 있다는 말이지?”

     

    루크는 한숨을 쉬었다.

    철창이 더러워보여서 닿기 싫었는데, 리브가 무언가를 발견한 것 같으니 루크도 그 철창을 통과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검기를 써서 베어내기엔, 루크도 몸을 집어넣으려면 넣을 수 있는 수준이라 완벽한 낭비였다.

    무슨 위험요소가 남아있는지 아직 모르는 상태이므로, 검기는 되도록 꼭 필요한 곳에 사용하고 싶었다.

     

    “후우……”

     

    루크는 그 철창을 통과하기 위해 철창을 통과하기 위해 한발짝 다가왔다.

    그리고, 철창의 더러운 것이 몸에 묻지 않도록 철창에 몇번정도 클린을 걸고, 손수건으로 닦았다.

    그래도 불안하여 몸에 두른 실드의 강도를 한층 높이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 후에야, 루크는 철창의 틈에 머리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이런 것은, 보통 머리가 들어가면 다 통과할 수 있다.

    게다가 옛날의 몸보다 훨씬 유연해진 지금은 훨씬 더 수월할 터…….

     

    “윽?”

     

    ……였는데, 아무래도 허리가 살짝 끼는 듯 하다. 

    ‘어? 혹시 살이 좀 쪘나……?’

     

    확실히 최근 카페를 준비한다고 디저트를 많이 먹기는 했지만…….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마법사로서 굉장히 수치스러운 일이다.

    물론 폴리모프를 이용해 골격을 한순간만 바꾸면 금방 해결될 일이긴 하지만, 자신의 관리 소홀을 마법으로 숨긴다니 그것도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라 어떻게든 이 상태로 통과하기 위해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본다.

    “후읍!”

     

    혹시나 해서 숨을 참아보기도 했지만, 어떻게 해도 결국 똑같은 곳에서 몸이 넘어가지 않으니 결국 루크도 포기하고 폴리모프를 쓰기로 했다.

    설마 이 몸은 이런 곳에서 마력을 낭비시키는 건가.

    ‘……꼬리만 없었어도 분명히 바로 통과했을 것이다.’

    그래, 절대 살이 쪘을 리가 없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와! 루크가 무려 세장!!!!

    물론 몸이 자라서 골반이 발달한 거지 살이 찐 건 아닙니다!
    꼬리도 두툼해진 상태라 끼워넣기 쉽지 않았나봐요.

    아니, 쬐끔은 쪘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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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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