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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9

       데케이의 불안감은 상대와 매칭이 잡히고 서로를 마주했을 때에 더 짙어졌다.

       

       무릎 높이까지 차오른 물 때문에 움직임에 제약이 가해지는 호수맵. 데케이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은 데케이에게 한없이 익숙한 얼굴이었다.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저거 바루 아냐?]

       

       바루.

       

       화룡무인에 존재하는 NPC 중 한 사람.

       

       신령이라는 특수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생긴 것이나 하는 행동이나 어느 하나 귀엽지 않은 것이 없어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이.

       

       데케이는 바루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화령이 화룡무인에서 방송을 할 때면 언제나 얼굴을 들이미는 NPC를 어찌 모르겠는가.

       

       “…커마를 어마어마하게 잘 하신 거겠죠?”

       

       – 그럼 바루가 현실에 있겠냐.

       – 저 분한테 커마 물어보면 안 됨?

       – 천마도 현실에 있는데 왜 바루는 없다고 생각함?

       – ㄹㅇ. 한 번 따라해 보고 싶은데.

       – 캐릭도 도사 골랐네. 컨셉 지린다.

       – 바루가 누구임?

       – 화룡무인 NPC. 귀여움.

       

       데케이는 애써 불안함 마음을 떨치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지금 방송을 송출하는 중이니만큼 상대에게 양해를 구할 필요가 있었으니까.

       

       “안녕하세요. 루루님. 저는 아피스 스트리머인 데케이라고 합니다.”

       “스ㅌ… 뭐?”

       

       – 키야. 목소리나 표정도 똑같네.

       – 진짜 컨셉에 진심인데?

       – 여기 아피스 아니고 화룡무인이었음?

       

       …연기겠지? 바루를 완벽하게 따라고 있는 사람이 스트리밍에 대해서 모를 리가 없으니까 말이야.

       

       아마도 높은 확률로 내가 일겜 돌리는 거 보고 저격하러 온 사람이겠지. 자기가 이만큼 컨셉질을 잘 한다는 걸 뽐내기 위해서.

       

       아니. 근데 그럼 저 깨끗한 전적창은 뭐지? 이 겜 부캐를 만드는 게 가능했던가?

       

       데케이는 생각을 하면 할수록 머리가 아파오는 걸 느끼다가 뒷목을 주물렀다.

       

       하여간 저 분 덕에 마이튜브각이 제대로 잡힌 건 사실이야. 아피스 세상에 바루가 등장했다?! 같은 식으로 제목 잡고 마이튜브에 올리면 조회수를 달달하게 뽑을 수 있을 테니까.

       

       그러니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저 컨셉질에 맞춰주는 거다. 그래야 영상이 더 재밌어 보일 것 아닌가.

       

       “간단하게 말해서 지금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이걸 구경하고 있단 소리입니다.”

       “아아.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방송인가. 대충 이해했다.”

       

       스트리밍은 모르는데 방송은 안다고? 그거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데케이는 상대의 어설픈 구석을 발견하고 순간 웃음이 샐 뻔 했지만 프로의 정신으로 그를 참아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보고 있는가?”

       “음. 지금 대충 3천명 정도 보고 계시네요.”

       “…3천?”

       “예.”

       

       말이 3천이지. 바루 컨셉을 하고 있는 유저가 등장한 순간부터 시청자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지라 머잖아 4천을 돌파할 것이 분명했다.

       

       최근… 이라고 하긴 애매하네. 화령님께서 얼굴을 드러내신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으니.

       

       어쨌든 화령님의 미친 듯한 인기를 끈 뒤로 그 분과 관계되면 시청자 수가 빠르게 펌핑되니까 머잖아 5천을 넘길지도 모른다.

       

       3천이라는 숫자는 미처 예상치 못한 것일까. 바루 컨셉을 잡은 유저의 얼굴에 당혹이 서린다.

       

       일단 신나서 컨셉을 자랑하러 오긴 했지만 자신의 여파는 생각하지 못한 건가.

       

       아. 이 사람 진짜 귀엽네. 순간 진짜 바루님이라고 착각할 뻔 했어.

       

       “그렇게나 많은 이들이 방송을 보고 있단 말인가?!”

       “저는 별 것도 아닌 걸요. 화령님 같은 진짜 대기업분들은 방송 키면 1만이 넘는 게 기본인데요 뭐.”

       “…잠깐. 그 화령이라는 것이 ㅇ… 아니. 민가를 이야기하는 것이겠지? 그러니까 민가가 방송을 할 때면 1만의 관중이 본인을 보고 있었다 그 말인가?”

       “그렇죠?”

       

       사실 1만도 그리 많은 수치는 아니다. 화령의 화룡무인 방송은 항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왔던지라.

       

       잔잔한 일상 방송만 하더라도 가볍게 팔천을 뚫어버리는데다가 화령이 본격적으로 깽판을 시작하면 순식간에 사람이 몰려들어 2만을 찍는 일도 흔하지.

       

       “…방송을 보는 이들이 그리 많다고?”

       “외국분들까지 유입이 되니까요.”

       

       화령이 방송이 이토록 많은 시청자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그녀가 단순히 국내의 사람들에게만 유명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처음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압도적인 실력으로 국내 커뮤니티의 모든 관심을 끌어들었던 그녀다.

       

       당연하게도 화령의 영상은 해외로 수출되었고 그 곳에서도 커다란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외모 괜찮고. 목소리 좋고. 컨셉 멋지고. 거기에 압도적인 실력까지 있는데 어찌 관심을 주지 않을 수 있을까.

       

       그 낙수효과를 톡톡히 받았던 데케이는 해외에서 화령의 인기가 얼마나 드높은지 잘 알고 있었다.

       

       당장 그의 마이튜브에 올라와 있는 화령과 외신에 대결에 달린 댓글만 하더라도 온갖 나라의 사람들이 뒤엉켜있지 않던가.

       

       “본인은 그런 설명은 듣지 못했다만.”

       “애초에 그런 설명을 할 수 없었을 걸요?”

       

       화룡무인에서는 게임 바깥의 이야기를 하는 데 제약이 걸리니까. 상대의 컨셉에 맞춰주기 위해서 그리 이야기를 한 데케이였지만 상대의 표정은 미묘할 뿐이었다.

       

       꼭 해야 할 말이 있는데 하지 못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됐다. 이는 나중에 본인에게 따지면 될 일이니.”

       “적당히 해주세요. 자칫 잘못하면 제가 화령님한테 갈굼당한다구요.”

       “호오. 그대는 민가와 아는 사이더냐?”

       “네. 연락을 주고 받을 수준은 됩니다.”

       

       그렇게까지 친하냐 물으면 답하기가 애매한 게 사실이었지만 지인정도는 된다고 데케이는 자부했다.

       

       수많은 프로 게이머 구단과 유명 스트리머들이 찾아 헤매는 중인 아라의 연락처를 들고 있는 것이 그이니 말이다.

       

       “내 그럼 한 가지 묻겠다. 그대는 엔리와 비슷한 종류이냐. 아니면 나설 그 녀석과 비슷한 종류더냐.”

       

       상대의 물음은 다소 뜬금없는 게 사실이었지만 어째선지 데케이는 저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쪽은 처참할 정도로 몸을 움직이는 재능이 없는 사람이었고, 다른 한 쪽은 화룡무인의 랭커로 이름을 떨치는 사람이지 않은가.

       

       실력이 어느 정도냐는 질문이겠지.

       

       “굳이 따지자면 나설님 쪽 아닐까요?”

       

       기캐릭을 전문으로 다루는 사람이 아니니만큼 어느 정도 부족함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데케이는 전프로다.

       

       화령의 집중케어를 받고도 다이아가 한계인 엔리와는 격이 다른 사람이란 말이다. 그러니 굳이 비교를 해야 한다면 나설과 비슷하다 해야 할 터.

       

       데케이가 자신만만하게 이야기를 하자 바루가 한 쪽 눈썹을 치켜떴다.

       

       “그렇다면 가지고 노는 맛이 있겠구나.”

       “…네?”

       

       *

       

       그 방송이라는 것이 일만이 넘는 사람들이 보는 것이었다는 말이더냐?!

       

       바루는 아라의 지인이라는 자에게 이야기를 듣고서 속으로 경악했다.

       

       일만이라니! 그 정도면 하나의 나라가 자신의 명운을 걸어야 모을 수 있는 군대의 숫자이지 않은가!

       

       본인이 그들의 앞에서 모든 것을 보이고 있었다고?!

       

       내 그런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바루는 아라가 인기 있는 방송인이라는 설명을 들었지만 그 규모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인기 있는 이야기꾼이니만큼 대충 수십에서 수백 명 사이의 앞에 서는 것이겠거니 추측하고는 말았지.

       

       그도 그럴 것이 바루는 무림의 사람이니까. 수천 수만의 인간이 모여 하나의 사람을 구경한단 걸 이해하지도 상상하지도 못한 것이 당연했다.

       

       그렇기에 지난 번 아라가 일상 채널에서 동물의 형상을 한 바루가 애교를 부리는 영상을 보여주었을 때에도 태연할 수 있었다.

       

       화산의 사람들 앞에서도 태연하게 그런 모습을 보인 바루다. 그 수가 조금 늘어난다 하여서 당황할 것이 무어가 있겠는가.

       

       허나 그 수가 수십 수백을 뛰어넘어 수천 수만에 달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는 단순히 한 마을의 구경거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한 나라의 구경거리가 되는 것이지 않나!

       

       으으. 아라. 이 녀석. 감히 사실을 숨기는 것으로 본인을 능멸하려 들어?!

       

       두고 보자꾸나. 내 이 브이알이라는 세계에서 빠져나가면 반드시 네놈을 추궁할 것이다.

       

       …하아. 그래도 당장은 진정하자꾸나.

       

       아라에게 복수하는 것은 후일의 일. 지금은 도술을 시험하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지.

       

       그를 위해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니.

       

       머리끝까지 솟구친 짜증을 간신히 달래는 데에 성공한 바루는 심호흡을 하고서 앞을 바라봤다.

       

       지금 앞에 서 있는 자는 스스로를 아라의 지인이라 칭했다. 거기에다 엔리처럼 단순한 지인이 아니라 나설처럼 아라에게 배움을 얻고 있는 자라 했지.

       

       무에 한해서는 한없이 진중한 아라의 성격을 생각해 보았을 때 그녀가 어중간한 가르침을 내렸을 리는 없다.

       

       분명 저 녀석은 나름대로 상대할 맛이 나는 자일 터.

       

       “어. 게임을 시작하자는 거죠?”

       “그래. 대련의 시작이 선언된 지도 꽤 시간이 흐르지 않았느냐. 잡담은 이쯤하고 슬슬 움직여야지.”

       

       호수의 물을 끌어 모아서는 지팡이를 만들어 손에 쥔 그녀는 이번에 펼칠 도술에 대해 생각했다.

       

       작금 주위에서 가장 많은 것이 무엇인가.

       

       물이다.

       

       도술이라는 것은 자연에 존재하는 현상에 기반을 하는 바.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환경에 걸맞는 도술을 사용하는 것이 옳다.

       

       그러니 기반은 물과 관련된 도술로 하자꾸나.

       

       그 다음에 생각해야 하는 것은 상대가 어떤 방식으로 싸우냐는 것이다.

       

       반대편에 서 있는 녀석이 무얼 사용하는지는 분명하다.

       

       천마신공.

       

       아라가 자신의 근간으로 삼은 무공.

       

       저 불길하고도 포악한 내기는 착각하고 싶어도 착각할 수 없는 녀석이지.

       

       저를 품에 안고 있다는 것은 저 녀석이 지금 고른 게 천마의 육신이란 것일 터.

       

       그렇다면 상대법은 분명하다.

       

       내 아라에게 따로 배운 것은 아니다만 어깨 너머로 배운 것이 한 둘이 아니니 말이다.

       

       “오거라.”

       

       부디 그대는 뱀대가리와 달리 튼튼한 시험대가 되어주면 좋겠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루는 아직 모릅니다. 자신이 무작정 쓰다듬어지는 영상의 조회수가 이미 20만을 넘었단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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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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