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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

       

       

       

       

       

       “뀨우, 뀨. 뀨~”

       

       걷는 동안 내 오른손에 든 가방에서 연신 작게 흘러 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진짜 기대되나 보네.’

       

       얼마나 온천이란 게 기다려졌으면 벌써부터 저렇게 신이 나 있을까.

       

       ‘여관에 머물 때부터 아르가 목욕하는 걸 유독 좋아하긴 했지.’

       

       문득 아르가 처음 목욕을 했을 때가 떠올랐다. 

       

       ‘천천히 따뜻한 물에 넣어 줬을 때, 살짝 긴장했는지 몸의 미세한 떨림이 내 손에 생생히 전달되었었지.’

       

       하지만 곧 물의 온도에 적응한 뒤로는 무릉도원에 온 것 같은 행복한 표정으로 목욕을 즐겼었다. 

       

       눈을 지그시 감고 입을 헤 벌린 채 뜨끈한 물을 즐기는 아르의 귀여운 표정을 떠올리니, 다시금 내 입가에도 미소가 절로 피어났다. 

       

       목욕을 좋아하는 조그만 해츨링이라니, 듣기만 해도 귀여운 존재가 아닌가. 

       

       ‘특히 오는 길에 마차에서도…. 내 품에 안겨서 자는 동안 잠꼬대로 몇 번 물장구를 친 적이 있었지.’

       

       그때 마침 반대편 좌석에서 잠든 아르를 흐뭇한 표정으로 보고 있던 마이어 씨가 무슨 꿈을 꾸는 걸까요, 하고 물어서 설명해 주니 마이어 씨도 감탄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었다. 

       

       그 정도로 목욕을 좋아하던 아르가 ‘이곳보다 훨씬 크고 탁 트여 있기까지 한, 후끈함이 무한 지속되는 목욕탕’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솔직히 못 참지, 암. 못 참고말고.’

       

       거기다 자기가 직접 온천 이용권까지 뽑았으니 얼마나 신이 나겠는가. 

       

       스미스 씨가 만들어 준 가방 안에서 바깥을 구경하며, 아르는 꼬리로 가방 바닥을 토독 토독 두드렸다. 

       

       “뀨우우, 뀨~”

       “그래서 있잖아…. 응? 방금 어디서 귀여운 소리 안 들렸어?”

       

       그때 내 옆을 지나치던 관광객들 중 하나가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옆 사람에게 물었다.

       

       “무슨 소리?”

       “몰라. 새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뭔가 되게 귀여운 소리였는데….”

       

       크흠.

       

       나는 일부러 모른 체하며 꿋꿋하게 그들을 지나쳐 갔다. 

       

       “뀨우….”

       

       아르는 방금 관광객들이 한 말이 자기를 가리켜 하는 말이라는 걸 안 듯, 약간 시무룩해진 뀨 소리를 냈다.

       그리고 곧 가만히 꼬리만을 움직여 가방 바닥을 톡 두드렸다.

       

       그새 조금 시무룩해진 아르가 귀여워,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푸흡. 아르야, 그렇게까지 조심 안 해도 돼. 널 가방에 넣어 데려가는 건 사람들이 괜히 들러붙을까 봐 그러는 거지, 네 존재를 숨겨야 돼서가 아니니까. 그리고….”

       

       나는 잠시 멈춰 서서 고개를 들었다.

       

       “어차피 이제 다 왔기도 하고.”

       “뀨우?”

       

       다 왔다는 말에 아르의 목소리가 살아났다. 

       

       “어서 오십시오!”

       “어서 오십쇼!”

       

       <히파르 온천>

       

       대문짝만 한 간판이 써 있는 곳 아래로 가자, 이마에 하얀 두건 같은 걸 두른 직원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큰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이야, 진짜 크긴 크다.’

       

       큰 걸 넘어서 웅장하다고 해야 할까.

       

       해외 여행을 가 본 적은 없지만, 아마 일본 같이 온천이 잘 되어 있는 나라에 가면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설도 굉장히 깔끔하고 밖에서부터 희미하게 보이는, 노천탕에서 올라오는 뽀얀 연기는 보는 것만으로도 몸을 조금 따뜻하게 데워 주는 것 같았다. 

       

       ‘막상 오니 나도 좀 설레긴 하네.’

       

       그동안 아르가 기대하는 걸 보면서 저렇게 좋을까, 생각만 했었는데 지금은 내 가슴도 조금씩 뛰는 게 느껴졌다. 

       

       조금 들뜬 마음으로 안쪽으로 쭉 들어가, 우리는 마침내 온천 본관 건물 1층 로비에 도착했다. 

       

       “와…. 역시 히파르 온천인가. 온천 입장하는 데에도 줄이 있네.”

       

       나는 로비 앞 카운터에 쭉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을 보며 감탄했다. 

       

       줄이 그렇게까지 길진 않았지만, 어떻게 보면 좀 큰 목욕탕에 입장하는 건데 마치 놀이공원처럼 줄이 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꽤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게 관광 도시인가?’

       

       레키온 사가를 하면서는 당연히 돈 낭비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온천 같은 곳에는 거의 들어가 본 적이 없었는데….

       

       ‘그리고 이런 시설 같은 곳은 기본적으로 그냥 ‘이용하시겠습니까?’, ‘얼마입니다’ 뜨고 그 과정은 스킵이 되니 더욱 갈 이유가 없기도 했고.’

       

       진짜 피로도를 급하게 회복하고 사냥 나가야 되는 게 아니면 이런 시설은 이용을 할 일 자체가 없었다.

       

       ‘레키온 사가에서 내가 본 적 없는 풍경이라니. 기분이 묘하구만.’

       

       여튼, 줄을 서서 조금 기다리니 금세 우리 차례가 왔고.

       

       나와 아르는 설레는 기분으로 카운터 앞에 섰다. 

       

       “어서 오십시오. 1인이십니까?”

       “아뇨, 여기 얘까지 둘이요. 아르야, 이용권 드려.”

       “쀼우!”

       

       아르는 기다렸다는 듯, 가방에 함께 준비해 두었던 이용권을 들고 몸을 쭉 내밀었다. 

       

       나는 그런 아르의 몸을 잡아 가방에서 쑥 빼내어 카운터 위에 올렸고.

       

       “어머, 귀여워라.”

       “쀼웃!”

       

       아르는 자신이 직접 뽑은 이용권을 앙증맞은 두 손으로 잡은 채 공손히 직원에게 내밀었다. 

       

       아르는 반짝이는 눈으로, 이용권을 받을 직원의 손을 바라보며 콧김을 뿜었다. 

       

       조금 흥분한 아르의 발뒤꿈치가 조금씩 들렸다가 내려졌다.

       

       드디어 그렇게나 염원하던 온천에 입장을….

       

       “아, 그런데 손님. 죄송하지만 그럼 이쪽의 귀여운….”

       “와이번입니다.”

       “와이번은 사역마…인 건가요?”

       “네, 맞습니다.”

       “아하….”

       

       아르가 내민 이용권을 받으려던 직원은 매우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손을 멈추었다. 

       

       “…?”

       “쀼우…?”

       

       일순 흐른 정적에, 나와 아르는 왠지 모를 불안함을 느끼고 직원을 바라보았다. 

       

       직원은 잠시 망설이더니 곧 우리에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손님. 저희 히파르 온천에 사역마는 동반 입장이 불가능합니다.”

       

       툭.

       

       그 말에, 아르의 손에서 히파르 온천 이용권이 힘없이 떨어졌다.

       

       ***

       

       “예…?”

       

       직원의 말을 똑똑히 들었음에도, 나는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사실 예전에는 그러한 규정이 없었습니다만…. 몇 번의 작은 소동과 다른 손님들의 컴플레인으로 사역마는 동반 입장이 불가능하다는 규정이 생겼습니다.”

       

       직원은 정말 면목이 없다는 표정으로 나와 아르를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저도 도움을 드리고는 싶지만, 이게 저희 온천 설립자이신 월튼 님이 최근에 직접 만드신 규정이라….”

       “…….”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혀 아르가 떨어뜨린 이용권 두 장을 내려다보았다. 

       

       ‘아니, 하필이면….’

       

       전혀 몰랐다.

       온천에 사역마 동반 입장 금지라니.

       

       ‘내가 아무리 레키온 사가를 10년 했다지만 온천에, 그것도 테이머 직업으로 사역마를 데리고 올 일은 없었으니….’

       

       그러니 모를 수는 있는데….

       있는데.

       

       ‘그래도 이건 너무하잖아.’

       

       나는 시선을 조금 올려, 이용권을 떨어뜨린 채 굳어 있는 아르를 바라보았다. 

       

       “…쀼.”

       

       이용권을 꼬옥 쥐고 있던 앞발은 갈 곳을 잃고 힘없이 펴져 있었고.

       그 앞발은 작은 쀼 소리와 함께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아르야….”

       

       내가 작게 아르를 불렀지만, 아르는 그대로 손을 내민 채 굳어 움직이지 않았다. 

       

       “아르야…?”

       

       그제야 조금 정신이 들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린 아르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올라 있었다. 

       

       ‘맙소사.’

       

       살짝 벌어진 아르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훌쩍.

       

       울음을 터뜨리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는지, 코를 훌쩍이며 눈물이 쏟아지기 직전의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아르야….’

       

       그렘 마을에서부터 히파르에 올 때까지, 며칠 동안 마차에서 보냈던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아르가 그렇게나 기대했는데.’

       

       온천에 가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덜컹거리는 마차 안에서도 지루하다고 불평하지 않고 얌전히 잘 앉아 갔고.

       

       어젯밤 들를 만한 마을이 없어 텐트를 치고 불편한 침낭 안에서 자야 할 때에도 싫은 내색 한 번 없이 내 품에 파고들어, 아주 작게 음성화로 ‘내일 온천 갈 수 이써?’ 하고 묻고는 꺄르르 웃으며 행복한 표정으로 잠들었었는데.

       

       ‘그랬는데 입장 불가라니….’

       

       눈물을 한가득 머금은 채 나를 바라보는 아르의 눈을 본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직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 동반 입장하겠다는 게 아니라 한 사람분의 이용권을 온전히 내고 입장하는 건데도 안 되나요?”

       “…네에. 사역마는 입장 자체가 안 되셔서….”

       

       직원도 곤란한지 내 눈치를 보며 대답했다. 

       

       나는 즉시 내 가방에서 돈 주머니를 꺼냈다. 

       

       “돈을 더 낼게요. 원래 입장권이 얼마죠? 두 배, 아니 세 배라도 낼게요. 아니, 얼마면 돼요? 1골드? 3골드? 5골드면 돼요?”

       

       말도 안 되는 생떼, 진상 손님이나 할 법한 말이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아르가 기대했던 모든 것들이 너무 허무하게 무너질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손님. 그래도 규정을 어길 수는 없어서…. 대신 손님이 이용하시면, 사역마는 그동안 저희가 따로 마련된 공간에 편히 대기할 수 있도록….”

       “아뇨, 됐습니다.”

       

       그 말에 나는 시선을 떨궜다. 

       

       아르와 같이 온천에 들어가는 게 아니면 의미가 없는 일이다.

       

       나는 아르를 바라보며,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미안, 아르야. 내가 너무 기대하게 만들었나 보다.”

       “…….”

       

       훌쩍.

       

       그리고.

       

       “삐유우우…. 삐유우….”

       

       아르는 결국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다. 

       

       “삐유우우….”

       

       나는 가만히 아르를 안아 주었다. 

       아르가 펑펑 흘리는 눈물이 소매와 앞섶을 적셨지만, 나는 신경쓰지 않고 더 꼭 안아 주었다.

       

       “미안해, 아르야. 우리 다른 데 가서 엄청 맛있는 거 먹자. 응?”

       “삐유우우….”

       

       아르를 진정시키는 데에 언제나 특효약이었던 엉덩이 토닥이기를 해 줘 봤지만, 아르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

       “…….”

       

       어느새 주변은 조용해졌고, 직원도, 우리도, 그리고 심지어 우리 뒤에 줄을 서 있던 사람들도 아무 말 없이 우리를 바라보았다. 

       

       아르가 삐유우우, 하고 서럽게 우는 소리만이 주변을 채웠다.

       

       그리고 그때.

       

       “이봐! 거 쬐그만 애가 입장권까지 내고 들어오겠다는데 한 번 들여보내 주지!”

       “그래! 애 우는 거 안 보여? 얼마나 들어가고 싶었으면….”

       “문제 일으킬 거 같지도 않은데 말이야!”

       

       우리 뒤에 줄을 서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직원을 향해 소리치기 시작했다. 

       

       “거 빨리 들여보내 주고 우리도 입장 좀 합시다!”

       “전혀 문제 없어 보이는데 왜 안 된다는 거야?”

       “손님들 컴플레인 때문에 사역마 입장이 안 된다고? 저 녀석 안 들여보내 주면 내가 컴플레인 걸 거다!”

       “그래! 야, 사장 어딨어? 사장 나오라 그래!”

       

       그렇게 주변의 항의는 점점 거세졌고, 아르는 펑펑 울고 있고, 소란이 점점 커질 무렵.

       

       쾅!

       

       프론트 뒤쪽에 있던 문이 벌컥 열리면서 덩치가 크고 조금 통통한 중년의 사내가 나타났다.

       

       ‘어? 마이어 씨? 아냐, 마이어 씨가 아니라….’

       

       마이어 씨와 너무 닮아 순간 착각한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야! 무슨 소란인데 이렇게 시끄러워! 엉?”

       

       그가 목청껏 소리치자, 주변이 일시에 조용해졌다. 

       

       그를 본 직원은 놀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사, 사장님? 여긴 어쩐 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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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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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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