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8

        어쨌든, 사망한 캐릭터가 사라진다.

        그리고 그 위로 반짝이는 마크가 나타났다.

        튜토리얼에서 배운대로라면, 이 마크에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죽은 캐릭터가 가지고 있었던 아이템을 꺼낼 수 있다.

       

        “어디 보자꾸나.”

       

        새롭게 얻은 아이템은 이 캐릭터가 사용했던 AR과 총알, 그리고 연막탄과 의약품이었다.

        이 게임에서는 2개의 총기와 1개의 근접 무기를 장비할 수 있는 게임이기에, 즉시 그 총기를 장비했다.

       

        – 파이엇 정도면 무난하네.

        – 아! 파밍 개 맛있넼ㅋㅋㅋ

        – 달달하다!

        – 이번판 좋은 듯?

       

        어디 보자.

        이번에 얻은 총기에는 이미 2배율과 수직 손잡이라는 부착물이 장착되어 있었다.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있어서 손해 볼일은 없을 거로 생각되었다.

        게임 시작한 지 이제 1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내가 뭘 알겠는가?

       

        = “악! 한 팀 더! 도움!”

       

        “음?”

       

        그 순간 최강물소의 생명력을 뜻하는 게이지가 쭉 내려간다.

        그러고는 내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게이지가 새까맣게 변해 버렸다.

       

        [팀원 다운!]

       

        – 앗! 아아…….

        – 형아형아야.

        – 아이고야~

        – 형. 어찌 먼저 가셨소.

       

        이런.

        최강물소가 있던 방향에서 소리가 유난히 많이 들린다 싶었더니만, 결국엔 당해 버렸는가.

       

        = “죄송합니다 라그나님.”

       

        “괜찮다.”

       

        원래 이런 게임이지 않는가.

        겨우 이 정도 일로 화를 낼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는 거지.

       

        – 보살인가?

        – 도대체 이해심이 어디까지인 거임?

        – 그보다는 그냥 죽든 말든 관심이 없어 보이는데?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아! 인간 하나 죽어봐야 별 관심 없다는 거임ㅋㅋㅋㅋ

       

        ……시청자들이 슬슬 나를 잘 아는 것 같기도 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관전자 시점으로 날 코칭해 줄 수 있겠느냐?”

       

        = “알겠습니다! 저한테 맡겨 주십시오! 목숨을 걸고 라그나님을 승리로 이끌겠습니다!”

       

        뭔가 쓸데없이 비장한 감정이 느껴졌다.

        아니, 목숨까지 걸면서 그럴 필요는 없는데?

        겨우 게임에서 왜 목숨까지 걸고 있는 거냐? 대본에 그렇게 쓰여 있더냐?

        그리고 네 목숨을 가져 봤자, 나에겐 하등 쓸모도 없다만?

       

        “농담은 그만하고, 이제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

       

        – 라그나 머신 온!

        – 고인물이 최강 피지컬 로봇을 조종한다고?

        – 이건 못 참짘ㅋㅋㅋ

        – ㄹㅇㅋㅋㅋㅋ

        – 와앀ㅋㅋㅋㅋ 개 재미있겠닼ㅋㅋㅋㅋ

        – 팝콘 가져옴! 기달!

       

        시청자들이 또 이상한 이유로 신나 하기 시작했다.

        왜 신나 하는지, 나한테도 가르쳐 주면 좋으련만.

       

        = “일단은 파밍도 다 끝내신 것 같으니까, 주위 수색이 우선입니다. 근처에 적들이 또 있을 수 있으니까…….”

       

        “내 캐릭터가 있는 이 건물에 있는 플레이어는 나를 제외하고 최소 4명이란다.”

       

        = “……네?”

       

        “3종류의 총소리가 각각 4방향에서 났으니, 사망한 캐릭터가 있지 않은 한 아마 정확할 거란다.”

       

        투다다다다다!

       

        때마침 총소리가 울려 퍼진다.

        3종류의 총소리가 총 4개. 각각 3방향에서 들려온다.

        아마 4명 중 2명은 같은 팀이겠지. 같은 방향에서 소리가 들려왔으니까.

       

        = “헐?”

       

        – 도대체 피지컬이 어떻게 되시길래?

        – 그런데 이상한 것은 아님. 헌터들 중에선 저 정도 피지컬 되는 사람들 널림.

        – ㄹㅇㅋㅋ

        – 무슨 핵쓰는 것 같넼ㅋㅋ

        – 헌터들은 전부 헌터전용 서버에 따로 매칭돼서 몰랐는데, 이제 보니까 개사기네

       

        최강물소가 말을 잊어 버리고, 채팅창이 바쁘게 올라간다.

        실드 에너지를 채우고, 총알도 채우고, 이어서 근처를 돌아다니며 소모품을 채우고 있을 때.

        간신히 정신을 차린 최강물소가 떠듬떠듬 말을 이었다.

       

        = “그, 그러면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말해 보거라.”

       

        = “하나는 이곳에 있는 적들을 전부 닦은 다음에 웨이브를 대비하는 것이고요, 다른 하나는 웨이브가 올 때까지 존버하다가 뒤통수를 치는 거죠.”

       

        “각 방법의 장단점을 어떻게 되느냐?”

       

        = “경험치 수급량이 다르죠.”

       

        전자를 고를 경우, 이곳에 있을 캐릭터들과 웨이브 시간에 몰려올 크리처들을 혼자서 잡기 때문에 경험치를 어마어마하게 벌 수 있을 거라고 한다.

        때마침 같은 팀원인 최강물소가 먼저 탈락한 덕분에, 홀로 게임에 남은 나에겐 경험치 1.5배 버프가 들어간다고 한다.

       

        = “경험치 버프까지 받은 상태에서 여포 메타로 가면…… 레벨빨로 게임을 쉽게 풀어갈 수 있을 겁니다.”

       

        반대로 후자를 고를 경우엔 경험치는 조금 적게 챙기겠지만, 그 대신 안정성을 챙길 수 있다고 한다.

        다른 플레이어들이 크리처를 상대하는 데 집중하는 사이, 몰래 기습하는데 성공만 한다면 손쉽게 다른 플레이어들을 사냥할 수 있을 거라고.

       

        “즉, 위험을 감수하고 이득을 크게 가져올 것이냐, 아니면 이득을 조금 포기하고 안전하게 가느냐의 차이로구나?”

       

        = “네.”

       

        – 이건 못 먹어도 고 아님?

        – 아니야. 라나님은 후자 고를 수도 있어.

        – 생존본능 때문에 후자 고르실지도?

        – 라나님의 여포 메타라니! 이건 못 참지!

        – ㅋㅋㅋ

        – ㄹㅇㅋㅋ

       

        사방에서 들려오는 총소리를 들으며 고민해 본다.

       

        일반적인 내 성향이라면, 망설임 없이 후자를 골랐을 것이다.

        나의 삶은 생존의 연속이었고, 생존을 바라는 이들은 당장의 큰 이득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생존 가능성에 더 이끌리기 마련이다.

        지금은 최상위 포식자가 되었지만, 나 역시 그런 습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기에 고민이 되었으나, 내 선택은 곧바로 이루어졌다.

       

        “공격하겠다.”

       

        = “알겠습니다.”

       

        내가 공격을 선택한 이유? 이게 게임이기 때문이다.

        진짜로 목숨을 거는 것도 아니고,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다음 기회가 보장된 유희.

        그렇기에 불확실한 도박에 한 번의 기회를 거는 것 정도는 특별할 것이 없겠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

       

        = “일단 적들 위치를 찾아야 합니다. 대충 예상 가십니까?”

       

        “음…….”

       

        화면을 돌리며 소리의 위치를 가늠해 본다.

        시점이 돌아갈 때마다 총소리의 높낮이가 달라지고, 그것을 토대로 적들의 예상 위치를 측정해 보면…….

       

        “넷 전부 나보다 위에 있는 것 같구나.”

       

        = “……그게 전부입니까?”

       

        “게임을 시작한 지 1시간밖에 안 되는 드래곤에게 많은 것을 바라면 안 되느니라.”

       

        난 여기 구조도 모른다.

        이곳 구조를 알고 있었다면, 그리고 지금 들려오는 총소리가 내 캐릭터로부터 얼마나 거리가 떨어졌을 때 나는 총소리인지만 알고 있었다면.

        그랬다면 다른 플레이어들이 어느 위치에 있을지 대략 예측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게 아니지 않는가?

       

        – 엌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ㄹㅇㅋㅋㅋㅋㅋ

       

        = “예. 뭐. 그렇죠.”

       

        결국 한숨을 내쉰 최강물소가 머리를 긁적거리며 설명을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 “학교 동관에는 계단이 세 군데 존재합니다. 그리고 라그나님이 계신 곳은 동관 2층이죠.”

       

        이 학교라는 건물은 총 4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옥상에도 들어갈 수 있기에 사실상 5층으로 봐야 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다른 플레이어들은 3층이나 4층에서 싸우고 있다는 소리다.

       

        = “제가 볼 때는 4층에서 싸우는 것 같습니다.”

       

        “그렇구나.”

       

        이 정도 소리가 2층 정도 거리에서 나는 소리 크기인가?

        기억해 두자.

       

        = “서로 싸우고 있는 상황에서 난입할 때는, 절대 양각이 잡혀서는 안 됩니다.”

       

        “양각? 그게 무엇이냐?”

       

        = “아. 양각이 뭐냐면…….”

       

        최강물소에게 각종 게임 용어들을 들으며, 한쪽에 있는 계단을 오른다.

        학교 동관의 가장 오른쪽 계단을 한 층 오르자, 위쪽에서부터 강렬한 폭음이 울려 퍼진다.

       

        = “이 틈에 뛰어서 올라가십시오!”

       

        “알았다.”

       

        최강물소의 지시대로 캐릭터를 달리게 하여 4층에 진입한다.

        그리고 4층에 올라가자마자 복도 쪽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플레이어 하나가 보였다.

       

        = “샷! 샷!”

       

        “그래.”

       

        즉시 권총을 겨누고 총알을 발사한다.

        한…… 4발이면 충분하려나?

       

        탕! 탕!

       

        2발이 모두 정확하게 머리에 명중하고, 다른 플레이어의 캐릭터가 그대로 사망한다.

        본래는 실드도 생각하여 4발을 쏘려 했으나, 2번째 탄환이 적중한 순간 사망 모션이 나오길래 사격을 중지했다.

       

        – 캬!

        – 샷발은 역시 끝내주네

        – ㄹㅇㅋㅋ

        – 여윽시 라나님 클라쓰!

       

        = “이제 다시 계단 아래로 몸을 숨기세요!”

       

        “그래.”

       

        시키는 대로 숨었다.

        그리고 곧바로 죽은 캐릭터가 있던 자리로 떨어지는 폭탄.

       

        콰아아앙!!

       

        – 어우.

        – 타이밍보소?

       

        투다다다다!!

       

        탕! 탕!

       

        그리고 두 개의 총성이 울린다.

        비슷한 위치에서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보아서는, 혹시 같은 팀인가?

       

        = “연막탄 가지고 계시죠? 그거 왼쪽 통로에 던지세요!”

       

        “알았다.”

       

        계단의 바로 앞에는, 양옆으로 복도가 쭉 이어진 형태를 하고 있었다.

        바로 옆에는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이 있고, 앞에는 문이 존재하는 형태의 지형.

        그리고 두 개의 총성은 오른쪽에서 들려왔다.

       

        일단 최강물소의 말대로 왼쪽 통로에 연막탄을 던진다.

        그러자 연막이 피어오르며 왼쪽 통로를 가렸다.

       

        – 왼쪽은 막았네.

        – 오더 정확해서 만족

        – ㄹㅇㅋㅋ

       

        = “오른쪽 어디에 적들이 있는지 확인해야 하거든요? 확인 가능하실까요?”

       

        “해 보마.”

       

        어디 보자.

        이렇게였지?

       

        빼꼼!

       

        캐릭터의 몸을 기울여 몸을 최소한도로 빼내어 복도 반대편을 살핀다.

        보이는 것은 쓰러진 책상과, 그 뒤에 숨은 채 상체만을 꺼내 총을 겨누는 캐릭터 2명.

        0.1초만 확인 후 다시 뒤로 물러섰다.

       

        투다다다다다!!

       

        – 뭐임?

        – 뭐 본사람?

        – 뭐가 보이긴 했나?

        – 너무 빨라서 못봄.

       

        = “확인 못 한 것 같은데, 한 번 더 확인할…… 네? 진짜요? 라그나님. 확인 다 하셨나요?”

       

        “그래. 두 명의 위치는 확인했단다.”

       

        총을 한 번 더 확인하고, 연막탄을 손에 든다.

        그리고 연막탄을 던지기 전에 물었다.

       

        “사냥해도 되느냐?”

       

        – 헉

        – 허크!

        – 헉!

        – 소름 돋음.

       

        = “어…… 마음대로 하세요.”

       

        알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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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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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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