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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

       *** ***

         

       당도경과 호천안의 대결이 펼쳐지고 있던 이른 시각.

         

       “이게 무슨 일이지?”

         

       수련을 마무리하고 하루를 준비하던 낭인들은 갑자기 객잔에 울리는 육합전성에 하나 둘 흑립을 눌러쓰고 객잔 바깥으로 향했다.

         

       그들이 볼 수 있었던 것은 온통 흙먼지와 땀에 절어 있는 여섯 당가의 무인들.

         

       당가의 복색을 본 낭인들은 침음성을 흘렸다. 며칠을 최소한의 운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경공에 투자한 당독기부터 점창파에서 나온 이래로 단 한번도 쉬지 않은채 사천성까지 내리 달린 당가의 사람들의 눈에는 모두 귀기가 어려 있었다.

         

       당가의 무사들은 모두 고수라 할 수 있는 자들이라 낭인들이 압도 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지만 지금 낭인들이 입을 다물고 조용히 있는 것은 당가 무인들의 성난 기세 때문이었다.

         

       “오랜만입니다. 숙부.”

         

       “네 이노옴! 당도경! 당가의 이름에 대체 얼마나 먹칠을 할 생각이냐! 천지신명에 맹세코 내 오늘 무슨 일이 있더라도 네놈을 포박해 본가로 데려갈 것이다!”

         

       당독기의 분노에도 당도경의 표정은 담담하기 그지 없었다.

         

       “당가의 호적에서 파 낸다 하시지 않았습니까.”

         

       “감히 네가 그 말을 입에 담느냐! 싹싹 빌어도 모자랄 판에 그런 참람한 이야기를 입에 담다니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당독기가 손을 들자 뒤에 시립해 있던 여섯 무인들이 일제히 편을 꺼내 늘어트렸다.

         

       그 모습을 보며 호천안은 생각했다.

         

       ‘제대로 된 정예 부대인가.’

         

       당가의 비전무공은 무엇인가? 바로 암기술과 용독술이다. 천하에 그 사실을 모르는 자들이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파인 당가가 사람에게 암기와 독을 풀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당가의 사람들은 편이나 권장각을 별도로 익힌다.

         

       이 역시 당가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부분.

         

       암기는 소모품이고 독 역시 소모품이다. 상승경지에 도달할수록 귀한 암기와 독이 쓰이는 경우가 많으니 당가에서도 무인에게 지원해 줄 수 있는 암기와 독의 수량은 한정적이다.

         

       특별한 독과 우수한 암기는 특별한 재능이 있는 자들에게 우선 지급되고 그들이야말로 진정 당가의 암기술과 용독술을 잇는 정예들이다. 오직 암기술과 용독술에 일로매진하는 이들은 그 두 가지를 사용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하여 편을 다루고는 한다.

         

       사거리가 길고 손재주를 살려 변화와 위력을 줄 수 있으니 암기술과 통하는 면이 있는 것이 바로 편법이니까.

         

       딱히 저들이 편법의 고수라는 건 아니었다. 그저 중원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무기들 중 가장 암기와 성질이 비슷한 것을 어쩔 수 없이 사용하고 있다는 말이 정확하겠지.

         

       당가의 방계들은 편법보다는 권장각에 익숙한 이들이 대부분이니, 저들이 모두 편을 꺼냈다는 말이야말로 진정 암기술과 용독술에 집중한 당가의 정예 전력이라는 반증이었다.

         

       “숙부께 이미 말씀 드리지 않았습니까. 당가 이전에 저는 사내대장부이니 뜻을 세운 바 함부로 꺾을 수 없다는 것을요. 스스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둔다면 돌아가겠습니다. 설령 그 사이에 파문이 일어난다고 해도 별 수 없는 일입니다.”

         

       “아직도 그 알량한 자존심과 방자한 입을 놀리느냐!”

         

       짜아악!

         

       당독기가 채찍으로 바닥을 때렸다.

       

       “저놈을 제압해라!”

         

       당가의 고수들이 채찍을 출수하려던 순간이었다.

         

       당문기의 앞을 낭인 한 명이 막아섰다.

         

       반월도 정삼이었다.

         

       “아이고…”

         

       호천안은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 일단 정삼의 뒤통수부터 내려치겠다고 머리속에서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하필이면 딱 야바위판을 벌이고 있는 시점이었던 것이 문제였다.

         

       판을 정리하고 3층에서 바깥으로 나가는 시간 동안 소란을 감지한 낭인들이 죄다 바깥으로 나가 버렸으니 당도경과 함께 시선을 받으며 나온 호천안은 조용히 정삼을 처리할 기회가 없었다.

         

       ‘왜 하필 24시간 중 딱 그 시간에 찾아오십니까.’

         

       정삼이 움직이자 전우조파 낭인들까지 당도경의 옆에 서기 시작했으니 그 모습에 당독기의 눈에 불이 치솟았다.

         

       “물러서라! 감히 지금 대 당문의 행사를 방해하겠다는 것이냐! 그 알량한 흑립 따위로 네녀석들의 정체를 숨길 수 있다 여겨 지금 앞으로 나서는가!”

         

       그와 함께 폭사되는 당문 고수들의 기세! 당도경이야 제 식구이니 그저 조심스럽게 제압만 하려 했던 당가 사람들이었지만 낭인들을 대하는 태도는 전혀 달랐다. 거침없이 쏘아지는 살기와 초절정들의 해일 같은 기세에 낭인들의 몸이 떨렸다.

         

       “우리는 비록 낭인이나 당대협과 고락을 함께 나누기로 한 전우조파다! 아무리 당문의 일이라고는 하나 당사자가 연을 끊는다 하거늘 본인의 의사를 무시하고 강제로 끌고 가는 행동이 어찌 가문의 일이 될 수 있소!”

         

       “그렇다! 우리는 당대협을 보호할 것이다!”

         

       ‘흐름은…’

         

       호천안은 재빨리 상황을 파악했다. 본래 전우조파는 열 다섯 명이었다. 그 중 앞으로 나선 자는 반월도 정삼을 포함해서 8명.

         

       호천안은 본래 당가의 고수들이 도착하기까지 5일을 예상했다. 이제 기껏해야 전우조파에 대한 인식을 망치고 있는 단계였는데 벌써 당가의 사람들이 도착해버렸으니…

         

       반절 정도의 인원이 떨어져 나간 것은 호천안의 공작이라기보다는 호천안의 예상조차 한참을 뛰어넘을 정도로 모든 것을 태우며 달려온 당가의 기백에 눌린 탓이라 봐야 옳았다.

         

       “이게 지금 뭐하는 짓들이야! 거기 지금 나선 녀석들! 대체 뒷 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지금 나서는거야! 당장 물러서지 않으면 너희들은 바로 영구 제명이야!”

         

       유사연이 진압에 나섰다.

         

       “사천낭인 이전에 남자로서 물러날 수 없는 일이다!”

         

       “내 제명되어 흑립을 벗더라도 이번 일은 물러날 수 없다!”

       

       “…이 녀석들이!”

         

       정삼과 같이 한때의 충동으로 나선 이들도 있겠지만 지금 당도경과 함께 선 자들은 대부분 독학의 한계와 신분의 벽을 느끼고 있던 낭인들이었다. 연고 없는 이는 아무리 돈이 있어도 스승과 올바른 무공을 구할 수 없다는 현실에 막혀 그 자리에 멈추어 있던 자들.

         

       그들은 당도경이라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사천낭인이 된 것도 낭인의 위치에서 무공을 익히기 용이하기에 사천낭인이 되었으니 무공을 익힐 기회 앞에서 흑립을 벗어 던지는 것조차 거리낌 없는 자들.

         

       소란을 지켜보던 당독기가 쐐기를 박았다.

         

       “고작 그 정도 수준으로 끼어들 판이 아니다. 이 자리에서 나서는 자, 내 당독기의 이름을 걸고 말하건데 오늘날의 원한은 열 배로 갚아줄 것이다.”

         

       차마 대답은 못하는 낭인들이었지만 물러서는 자는 없었다. 당도경은 지금의 상황이 당혹스러운지 낭인과 당가 사람들만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하, 씨…’

         

       호천안은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당독기의 선언 이후로 당가의 고수들이 풍기는 기세가 또 달라졌다. 방금 전까지의 기세도 살벌했지만 지금은 성향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고 있는 모습. 아까라면 싸움이 열려도 거친 손속으로 채찍을 휘두르는 정도였겠지만 당가의 은원을 들먹였음에도 물러서지 않는 낭인들의 태도에 풍기던 살기가 점차 예리해지고 있었다.

         

       이대로 충돌한다면 목숨을 잃는 낭인들이 나올지 모르고 피흘린 낭인들의 모습에 나머지 낭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호천안 역시 모를 일이었다.

         

       만약에 낭인들 전원이 달려든다면 당가의 무인들도 무사하지는 못한다.

         

       당문의 고수들은 초절정이고 낭인들의 경지는 절정조차 소수이고 일류가 대부분이지만 진짜 살육전이 벌어진다면 낭인들은 그 어떤 무인보다도 위협적인 상대가 된다. 무인의 바닥 취급을 받는 낭인의 삶은 위험과 피로 점칠되어 있으니까.

         

       그냥 잡다한 낭인이라면 몰라도 생사의 기로에서 생을 쟁취해 올라온 사천 낭인들은 진정 살육전의 전문가들.

         

       당가의 고수들도 몇 명이 죽고 다칠지 모를 일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 당독기조차 낭인들이 나서자 한 번 접어주었던 것.

         

       “당가인들의 살기가 좀 과한 것 같군.”

         

       여진상의 중얼거림이 호천안의 귀로 파고들었다.

         

       “어찌할 생각인가? 아무리 당문이라도 핍박이 과한 것 같은데.”

         

       “피를 보게 되면 나서야지. 아무리 그래도 한 식구 아닌가.”

         

       국면이 변했다.

         

       거침없이 살기를 피워 올리는 당가의 사람들을 보면서 안색을 굳힌 중립과 보화로파 낭인들이 조금씩 살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서는 낭인과 검병에 손을 대는 낭인들까지.

         

       당가 무인들의 얼굴 역시 찡그려졌다.

         

       실전을 밥 먹듯이 겪는 낭인들의 살기는 그야말로 궤가 달랐으니까. 기세 자체는 작았으나 낭인들이 피어 올리는 살기의 예리함만큼은 당가의 무인들을 뛰어넘을 지경.

         

       그야말로 일촉측발의 상태.

         

       “잠깐!”

         

       호천안의 손이 번쩍 들렸다.

         

       그 손에는 혈옥비가 들려 있었다.

         

       “혈옥비..!”

         

       “저자인가!”

         

       당가 무인들의 시선도 사천낭인들의 시선도 단숨에 호천안에게 몰려 들었다. 한숨을 몰아쉰 호천안은 무인들을 헤치고 나가 당도경 앞에 섰다.

         

       “당 대협. 당 대협 때문에 이 사달이 벌어지고 있거늘 어찌 한 말씀도 없으시군.”

         

       “…나는.”

         

       “어찌 하시겠소? 사천낭인이 되는 시험도 그 도중이고, 나와의 야바위 내기도 그 도중이지. 하지만 나는 말이오. 그것들이 당대협의 가문과 대립하면서까지 대가를 치뤄야 할 중한 것인지는 모르겠군.”

         

       “야 형…”

         

       “내기 따위야, 그리고 사천낭인이 되고 싶다면야 언제든지 찾아오면 될 일이 아닌가 싶은데 아니오? 혈옥비는 내 쓰지 않고 중히 보관하고 있을 테니 가문의 일을 마무리 하고 훗날을 기약하는 것이 어떻겠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늦은 업로드를 하고 말았습니다.

    본래는 낭낭한 한 편을 쓰려고 했는데 너무 낭낭해지는 바람에 한편으로 넣기도 뭐하고 그래서 걍 둘로 쪼갰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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