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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

       – 심지어 화령 주캐도 아니었음.

       

       “뭘로 했는데요?”

       

       – 편사

       

       “편사로 데케이님을 발랐다고요?”

       

       사람이 아니시네.

       

       게임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셔서 그렇지 금방 프로리그에 올라오시겠는데.

       

       아마 프로리그에서도 트럭이 되어서 양학을 하시지 않을까.

       

       진짜 현직 프로들을 만나는 급까지 올라가야 화령님하고 비비는 사람이 나올 것 같다.

       

       권존은 혹여 랭크 게임에서 화령을 만난다 해도 바로 도망치겠다고 결심을 했다.

       

       그는 권존이라는 오만한 이름과는 달리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이었으니까.

       

       “근데 편사로 데케이님을 이기는 게 돼요? 그 쓰레기 캐릭으로?”

       

       – 터게더 봐. 영상 올려놨어.

       – 솔직히 다른 거 필요없고 첫판이랑 막판만 보면 됨.

       

       권존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바로 터게더로 향했다.

       

       영상의 제목은 각성단을 박살 내는 법이었다.

       

       시작 부분은 데케이의 시점이었는데. 플레이어블 캐릭터만큼이나 커진 정령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데케이님 각성단 먹은 상태 맞죠?”

       

       – ㅇㅇ

       

       “그런데 어떻게 졌어요?”

       

       – 보면 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시장맵에서 각성단을 먹었는데. 세상이 이기라고 억빠를 해줬는데 이걸 어떻게 져.

       

       그것도 각성단 효과를 잘 받기로 유명한 정령 궁수로.

       

       그의 의문은 머지 않아 풀렸다.

       

       영상 속에서 정령의 공격을 하나하나 박살내 버리는 화령을 보고 있으면 데케이가 진 것이 그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으니까.

       

       화령이라는 유저는 쓰나미나 허리케인 같은 것이었다.

       

       인간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고, 막을 생각도 해서는 안 되는 천재지변말이다.

       

       그런 존재가 자신의 앞에 서 있는데 어쩌겠는가. 져야지.

       

       두 눈으로 보고 있지만 납득이 안 가네. 저게 어떻게 되는 거지?

       

       정령들의 공격은 충분히 재앙이라 부를만한 화력을 지니고 있었다.

       

       만약 저 앞에 서 있는 게 권존이었다면 5초도 버티지 못하고 게임 오버를 당했을 게 분명했다.

       

       그런데 화령은 자신의 무력으로 모든 걸 박살을 내버렸다.

       

       첫 영상을 봤을 뿐인데 권존은 데케이에 대한 동정심이 샘솟았다.

       

       저런 괴물을 상대로 십선을 하다니. 정신이 너덜너덜해지셨겠지.

       

       빡겜을 할 때만큼은 누구보다 진지해지는 분이시니 진짜 이를 악물고 어떻게든 이기려고 해보셨을 텐데.

       

       자신의 전략이 무력 앞에 박살이 나는 건 어떤 기분일까. 권존은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그 아래에 있는 영상은 무척이나 짧았다.

       

       길이는 10초.

       

       영상의 제목은 데케이 3초 컷.

       

       이건 또 뭐야?

       

       영상은 시스템이 초를 세는 순간부터 시작 됐다.

       

       3. 2. 1.

       

       게임이 시작을 알리자마자 데케이의 눈앞에서 화령이 사라졌다.

       

       뭐야? 어디로 간 거야?

       

       그런 감상은 영상 속 데케이도 다르지 않았던 듯 그도 고개를 돌렸다.

       

       허나 찾으려 할 필요는 없었다. 바로 화령이 모습을 드러냈으니까.

       

       그것도 데케이의 바로 앞에.

       

       화들짝 놀란 데케이는 자신의 방패로 화령을 밀어내려고 했다.

       

       그러나 버그라도 걸린 건지 동작이 멈춰버려서 그의 공격은 오히려 틈을 내준 것밖에 되지 못했다.

       

       고수 간의 싸움에서 그 짧은 틈은 치명적이었다.

       

       화령이 주먹을 내질렀고, 그게 데케이의 얼굴에 꽂히더니.

       

       [패배!]

       

       화면이 검게 물들었다.

       

       … 이건 또 뭐야?!

       

       권존은 다시 한 번 영상을 돌려보았다.

       

       사라졌다 등장하더니 한 방.

       

       그의 인지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도 나름 권이라는 부분에 한해서는 전문가라 불리는 인간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피스에 재능과 인생을 바친 이들로 가득한 프로리그에서 버틸 수 없으니까.

       

       일말의 자부심마저 가지고 있던 그였으나 그 자신감은 화령의 권을 본 순간 박살이 나버렸다.

       

       그는 화령의 주먹에 담긴 이치를 조금도 이해하지 못했다.

       

       어지간한 것이었으면 해설을 해주며 시청자들과 감탄을 할 텐데 정도를 넘어 그조차 짐작하기 어려운 게 나오니 도저히 입을 열 수가 없었다.

       

       몇 번인가 영상을 반복해서 보던 그는 결국 0.25배속으로 영상을 진행했다.

       

       그제야 화령의 모습이 보였다.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화령이 발을 움직였다.

       

       그녀가 발판으로 쓴 것은 땅이 아니었다. 허공이었다. 그러니 소리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1초도 걸리지 않고 데케이의 앞에 도달한 그녀는 바로 주먹을 휘두를 준비를 했다.

       

       진각이 밟히고 데케이가 화령의 존재를 눈치 챘다.

       

       데케이는 확실히 실력 있는 사람이었다. 머리로 상황을 인지하기도 전에 판단을 내려 행동을 했으니까.

       

       기이한 점은 즉시 팔을 움직여 화령을 떨쳐내려던 그가 중간에 동작을 멈췄다는 것이다.

       

       “이 부분. 데케이님이 왜 멈췄는지 아시는 분 계세요?”

       

       왜 데케이는 방패를 휘두르다 말았을까. 이런 실수를 할 사람이 아닌데.

       

       – 공포 때문에 몸이 굳었대.

       

       “그게 뭔 소리야.”

       

       시청자의 채팅에 권존이 헛웃음을 흘렸다.

       

       아피스 유저에게 죽음이란 매일 같이 마주하는 친구와 다름없다. 특히 아피스의 최상위권 유저들은 죽음을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니 죽음이 다가온다 해서 두려워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말이 되는 소리를.”

       

       – 찐임. 데케이 본인이 그랬음.

       – 나중에 화령이 설명했는데. 살기로 찍어 눌렀다더라.

       

       “살기요? 아니 무슨 무협지야?”

       

       어이가 없었지만 살기라는 게 정말로 써먹을 수 있는 것이라면 저 상황을 설명할 수는 있었다.

       

       데케이가 움직이지 않은 게 아니라 움직이지 못한 거라면 저 장면은 그의 실수가 아니다.

       

       생각해보면 그럴 듯한 부분이 있었다. 화령 정도의 고수가 반격을 생각하지 않고 공격을 시도했을 리가 없잖은가.

       

       애초부터 그녀는 공격을 당하지 않으리란 확신이 있었던 게 아닐까.

       

       일단 데케이가 굳은 건 살기 때문이라 치고 넘어가더라도 다음 장면이 문제였다.

       

       그럼 화령의 주먹이 데케이에게 꽂히자마자 죽은 건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지.

       

       방어력이 높기로 유명한 검방 기사의 체력이 주먹 한 방이 모두 다 날아가다니.

       

       화령이라는 유저가 아무리 강해도 그렇지. 저 정도면 밸런스 붕괴잖아.

       

       예능기에서나 나올 법한 성능의 기술이 반응하기도 어려운 속도로 날아든다니.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님은 저런 거 못함?]

       

       “저런 걸 할 수 있었으면 방송 안 하고 프로했지.”

       

       겉으로 보기에 화령의 주먹은 크게 특이한 점이 없었다.

       

       동작 하나하나가 경이로울 정도로 깔끔하게 이어지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그 뿐이었다.

       

       그런데 왜 저런 위력이 나오는 걸까.

       

       저걸 설명해 줄 사람을 찾으려면 아피스가 아니라 다른 무협 게임의 랭커를 데리고 와야 할 것 같은데.

       

       “저번에 화령님이 외신 잡은 거 화제였잖아요. 그 영상 누가 해석해 놓은 거 없어요?”

       

       – 님이 하면 되잖음. 권존인데.

       

       “저는 남이 떠먹여 주는 걸 좋아해요.”

       

       애초에 말야. 저런 걸 내가 어떻게 해석해.

       

       난 권존이라는 이름이 간지나서 먹은 유저일 뿐이라고.

       

       권왕 장인이 된 것도 어디까지나 권왕이란 캐릭터를 좋아해서지 무협에 진심이어서가 아니란 말이다.

       

       저런 기술을 해석할 능력이 나한테 있을 리가 없잖아!

       

       권존이 이런 이야기를 당당하게 내뱉자 시청자들이 질렸다는 듯 손을 휘휘 내저었다.

       

       그러다 어떤 시청자가 권존이 원하던 대답을 내놓았다.

       

       – 냥냥권법 아심?

       

       “냥냥님이요? 알죠. 무협 겜 쪽에서 유명하신 분이잖아요.”

       

       – 그 분이 외신 영상 해석을 올렸는데 저 주먹보고 그냥 감탄하라고 하시더라.

       

       해석하는 게 불가능하단 소리구나.

       

       그 분만큼 무협에 진심인 유저도 몇 없는데 냥냥권법님이 그렇게 말할 정도면 다른 사람 입에서 제대로 된 말을 듣기는 어렵겠네.

       

       그럼 나중에 화령님이 직접 설명을 해주시는 걸 기다려야 하나.

       

       깔끔하게 이해하는 걸 포기한 그는 터렛을 끄고 여느 때처럼 아피스 게임을 켰다.

       

       *

       

       현대에 와서 좋은 점 중에 하나는 단 것이 많다는 것이었다.

       

       달다 못해 머리를 아프게 만드는 녀석들을 입에 넣고 있으면 절로 기분이 좋아지니까.

       

       내 다양한 후식들을 섭렵하는 중이었으나 최근에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것은 아이스크림이었다.

       

       시원하면서도 달달하고 맛도 다양한 것이 질릴 틈이 없었다.

       

       모든 맛을 먹어보겠다는 일념 하에 다양한 종류를 섭취하는 나이지만 아직 하나 민트 초코만큼은 손대지 못했다.

       

       나를 아이스크림의 세계로 인도한 엔리의 강한 제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말로는 민트 초코는 사람이 먹을 게 못 된다나 뭐라나.

       

       난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쨌든 파는 것 아닌가. 사람이 먹을 수 없는 것을 메뉴에 넣지는 않았을 텐데?

       

       그야 사람이 먹을 게 못 되는 음식이라는 것은 흙과 물을 섞어 만든 과자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잖느냐.

       

       너무나도 배고파 사람을 잡아먹을 것 같을 때 억지로 배고픔을 채우고자 먹는 음식의 형태를 했으나 음식이 아닌 것.

       

       그런 물건을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팔리는 없지 않나?

       

       만일 가게에서 그런 음식을 판다 생각한다면 오히려 흥미로울 것 같다만.

       

       “민트 초코에 도전하겠다고요? 굳이?”

       

       평일 어학당의 수업이 끝난 후 나는 결국 호기심을 충족시키기로 마음먹었다.

       

       괜찮은 게 나오건 끔찍한 것이 나오건 어느 쪽이라도 재밌을 것 같았으니까.

       

       “전 말렸어요. 원망하지 마세요.”

       “걱정마라. 원망 안 한다.”

       

       점원이 퍼서 준 민트 초코는 다소 실망스러운 형태를 하고 있었다.

       

       겉으로 생긴 것도, 나는 냄새도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 않으냐.

       

       거기에 중간중간 초콜릿도 박혀 있는 것이 아무리 봐도 사람이 못 먹을 만한 물건은 아니다만.

       

       기이하구나. 엔리가 쉬이 허언을 내뱉는 아이는 아닌데 말이지. 혹여 생긴 것과는 달리 진짜로 맛이 끔찍할 지도 모르겠구나.

       

       용기를 내어 민트 초코를 스푼으로 크게 떠 입 안에 넣었다.

       

       입 안에서 풍기는 화한 향과 초코의 달콤함이 뒤섞여 혀 위를 간지럽혔다.

       

       으음.

       

       맛있는데?

       

       나는 말없이 수저를 움직여 다시 한 번 민트 초코의 화한 느낌을 즐겼다.

       

       허허. 엔리가 호들갑을 떤 모양이야.

       

       “맛있어요?”

       

       고개를 끄덕이자 엔리가 별종을 보듯 나를 쳐다보았다.

       

       이렇게 맛있는 것을 보며 어찌 저런 표정을 짓는 것인지.

       

       하긴 현대의 아해들이 배고픔이라는 것에 대해 알기나 하겠느냐.

       

       내 굶주리던 시절과 비교해 보면 이 음식은 그야말로 천상의 음식이나 다름이 없거늘.

       

       “아라 씨. 정말 다 잘 드시네요. 저는 제 나라에서 만든 아이스크림인데도 못 먹겠던데.”

       “엔리의 나라에서 만든 건가요?”

       

       교양있는 곳이로구나.

       

       이런 음식을 만드는 나라라면 다음 번에도 이 나라의 음식을 찾아 헤맬 의향이 있다만.

       

       “엔리의 고향이 어딘데요?”

       “영국이요. 혹시나 해서 말하자면 영국 음식 먹을 생각 하지 마요.”

       “왜요?”

       “모든 영국 음식이 맛 없는 건 아니지만 대개 맛없는 음식은 영국 거니까요.”

       

       굳이 먹고 싶다면 고기 요리 종류를 찾아보라는 엔리의 말에서는 자신의 조국에 대한 혐오감이 절절히 묻어났다.

       

       대체 어릴 적에 무얼 먹고 자랐기에 저리 치를 떠는 것일까. 그것이 궁금하기는 했으나.

       

       “음식 애기는 이쯤 하죠?”

       

       그 말을 하는 엔리의 표정이 너무도 진중했기에 나는 물음을 던질 수 없었다.

       

       “그보다 아라 씨. 요즘 랭크 게임 열심히 하고 계시죠?”

       “그러고 있기는 한데.”

       

       별 대단한 이유는 아니었다.

       

       지난 번 하린에게 가르침을 주며 무공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 생각했던 나이지만 그를 위해선 한 가지 해결해야 할 부분이 있었다.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준다는 것에는 권위가 필요했다.

       

       무림에서야 내 말이 곧 법도였지만 이 세상에선 다르다.

       

       지금의 나는 천마도 뭣도 아닌 일반인에 불과하니 말이다.

       

       여러 방법을 생각했지만 내가 아는 방법들은 무림에서나 통용되는 것들이었다.

       

       현대에는 범죄라 여겨질 살벌한 것들 말이다.

       

       아직은 공권력의 적이 되고 싶지 않은지라 난 대안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 대안이 바로 랭크게임이었다. 아피스에서 높은 랭크에 머무르는 이에겐 그만한 권위가 주어지는 듯 하니까.

       

       “엔리 씨가 그걸 어떻게 아세요?”

       “커뮤니티에 하도 비명이 터져 나와서.”

       

       나를 영접했다며 기뻐하는 이들과 나에게 손도 대지 못하고 패배한 이들의 원망이 뒤섞여 난리라며 엔리가 키득거렸다.

       

       “다들 아라 씨가 빨리 올라가길 기도하고 있어요.”

       “왜요?”

       “그래야 아라 씨를 안 만날 것 아니에요.”

       

       나는 아피스 속 이들에게 재앙 비스무리한 것이 되어버린 모양이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느새 추천이 5천이 넘었네요.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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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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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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