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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

       “네? 이사요?”

        “네네. A팀의 팀장으로 백지훈 씨가 좀 위험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라서요. 제가 좀 도와드리고 지켜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예? 에.. 아뇨. 괜찮습니다. 저는 지금 집도 만족스러워서요. 그리고 그다지 위험한 것 같지도 않고요.”

       

        속으로는 무척 당황스러워졌다.

        자꾸만 이수아가 자신 쪽으로 나를 끌어당기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 그럴리가 없잖아. S급 헌터 이수아인데?’

       

        물론 지금은 코앞에서 이렇게 볼 수 있게 되었지만.

        분명 이수아는 이수아다.

       

        우리나라에서 수년간 탑자리를 지키며 유명세를 떨쳐온 장본인이다.

        그런 그녀가 지금 나에게 엉뚱한 소리들을 내놓고 있다.

       

        “앗. 그런가요. 그럼 그건 좀 나중에 다시…”

       

        ‘나중에 다시는 무슨…’

       

        갑작스러운 이수아의 호의.

        아주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뭐야. 나한테 관심이 있는 건가. 뭔가…’

        ‘A팀원들이 뭔가 수작이라도 부렸나? 굉장히 내가 이수아와 가까워지길 바랬던 것 같은데.’

       

        머리 속으로 아주 다양한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다.

        무조건 이상한 상황이니까.

       

        “아무튼 백지훈 씨. 앞으로는 힘들거나 어려운 일 있으면 저한테 말해주세요. 제가 다 알아서 처리를 해드릴테니까요. 아시겠죠?”

       

        다시 날카로운 표정으로 돌아온 이수아였다.

       

        ***

       

        “뭐야 뭐야? 지금 이 상황 뭐야?”

        “아니. 갑자기 백지훈 씨 이수아 헌터 곁으로 가버렸어?”

        “근데 여전히 저희 부서 소속인데요?”

        “그럼 어떻게 일을 하라는 거야?”

       

        방금 백지훈이 빠져버린 A팀 헌터 6과는 혼란 그 자체였다.

       

        “아니. 이렇게 잘되라고 바랬던 건 아닌데…”

        “뭐지? 갑자기 질투나는 데요?”

        “우리 뭐 푸시한 것도 없잖아요? 그쵸? 저 몰래 뭐 하셨어요?”

        “아뇨? 전혀요?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이수아 헌터가 그냥 채가버린거죠..?”

       

        모두들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지금의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하. 제가 몇달만 늦게 들어왔어도… 이거 신입사원에게 주어지는 혜택 맞죠? 하. 퇴사했다가 다시 들어와야되나? 그럼 다시 신입으로 쳐주는 거죠?”

        “아닌거 같은데요. 신입사원이 문제가 아니라 그냥 백지훈 씨라서 저렇게 된 것 같은데요?”

        “하아.. 쓰으읍. 이거 말이야. 백지훈 씨. 너무 잘나가. 너무 잘나가서 안되겠어.”

       

        분위기가 조금씩 이상해지고 있었다.

       

        ***

       

        퇴근시간.

       

        “지훈 씨. 저희 퇴근하죠!”

       

        거의 퇴근시간만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처럼 보였다.

       

        ‘뭐야. 할 일이 그렇게 없나.’

       

        거의 하루종일 멍때리고 내 쪽만을 바라봤던 것 같다.

       

        ‘쓰읍. 이게 도대체 뭘까.’

       

        “오늘은 저랑 같이 가시죠? 선약은 없으시죠?”

        “네넵.”

        “헤헤. 그럼 우리 함께 나가요.”

       

        살짝 할일이 남아있었지만 이수아의 이끌림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나가는 수 밖에 없었다.

       

        “음~ 신림이면 이쪽 방향! 가죠.”

       

        1층에 도달한 뒤 이수아에게 작별의 인사를 하려고 했다.

        당연히 전혀 다른 반대 방향이니까.

       

        “에? 어디가세요?”

        “신림이요. 신림사신다면서요?”

        “그건 맞는데, 이수아 헌터는요?”

        “저도 신림이요.”

        “왜요? 볼일이 있으신 거예요?”

        “네.”

        “아하.”

       

        괜히 김칫국을 들이마실 뻔 했다.

        하필 오늘 신림에 볼 일이 있었구나.

       

        난 또…

        괜히 나 때문에 같이 가는 줄 알았네.

       

        덜컹덜컹.

       

        함께 지하철을 탔다.

       

        “헉. 뭐야. 뭐야? 저거 이수아 아냐?”

        “헉 대박. 이수아 헌터가 왜 지하철을 타?”

        “몰라?”

        “오늘 무슨 날인가?”

       

        당연히 수군거리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길거리에서 이수아를 보는 것도 흔치않은 기회인데 퇴근길 만석인 지하철에 이수아가 탑승을 했으니 말이다.

       

        “으음. 백지훈 씨.”

        “넵.”

        “원래 지하철은 이렇게 낑기나요?”

       

        우리는 꽤 밀착되어있는 상황이었다.

        어쩔 수가 없었다. 

        퇴근길에 신도림 방향은 아주 헬이었으니까.

       

        그리고 이게 끝이 아니었다.

        앞으로도 사람들이 더 마구 쏟아져나올 예정이었다.

       

        ‘하. 씨.. 조금 위험한 것 같은데.’

       

        의도치 않게 이수아 헌터와 아주 밀착이 되는 상황이었다.

       

        ‘아니 이럴거면 그냥 택시를 탈 걸 그랬나?’

       

        아주 난감한 상황.

        아직 썩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닌데 부비부비하게 생겼다.

       

        “이수아 헌터님. 죄송해요. 괜히 지하철을 타서 말이죠. 저희 그냥 택시라도 탈 걸 그랬나봐요.”

        “아니에요. 오히려 좋은데요?”

        “?”

       

        할 말이 없었다.

        저 말에 뭐라고 대답을 해야하는가.

       

        ‘저도요. 하악.’

        ‘아니.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되죠!’

        ‘우리 다음 번에도 또 타요!’

       

        음. 뭐여도 다 이상하다.

       

        괜히 쑥쓰러워져서 얼굴이 빨개졌다.

       

        “꺄아아아아아악!!!!”

       

        별안간 이수아 헌터가 비명을 질렀다.

       

        “이 변태 새끼가!!!”

       

        어떤 사람이 이수아 헌터를 만진 것 같았다.

        아마 만진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상당히 당황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어? 이..이수아 헌터님. 저 시.. 실수에요. 정말이에요. 진짜입니다. 한번만 봐주세요. 너무 밀어대서 어쩔 수가 없었다니까요?”

       

        그는 꽉 찬 지하철에서 옴짝달싹도 못하고 열심히 변명을 하는 것이었다.

       

        [ 이번 정류장은 서울대 입구 역입니다. 내리실 분은… ]

       

        이윽고 문이 열리자.

       

        이수아는 자신이 실수로 만졌다는 사람을 향해 사정없이 주먹을 날렸다.

        당연히 그 남자는 엄청난 굉음을 내며 지하철 밖으로 날아갈 수 밖에 없었다.

       

        ‘헉.’

       

        눈앞에서 사람이 날아가는 모습을 보니 조금 당황스럽긴 했다.

       

        ‘괜히 이수아 헌터를 터치하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

       

        최대한 열심히 버티는 중이었는데, 사람은 계속해서 꾸역꾸역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우리 주변이 조금은 여유로워지는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방금 전에 날아간 사람을 보고는 주변에 최대한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으려는 눈치였다.

       

        “으음~ 조금 여유로워진 것 같네요. 안그래도 되긴 한데.”

       

        살짝 아쉬워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뭐가 아쉬운 거야.’

       

        이수아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스킬이 있다면 좋을텐데.

        그럼 바로 포인트를 투자해서 사용해봤을 것이다.

       

        “흐으응. 저희 도착한 것 같아요!”

       

        드디어 목적지인 신림에 도달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아주 숨이 막히는 여정이었다.

       

        혹여나 다른 사람에게 밀려서 이수아 헌터와 맞닿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

       

        ‘휴. 막 큰 일은 벌어지지는 않았어.’

       

        다행히도 대한민국 사람들은 질서를 잘 지켰다.

        지하철에서 무려 이수아 헌터를 보고도 별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으니까.

       

        꾸벅.

       

        “다 왔네요. 이제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

       

        나는 이제 헤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신림역에 도달했으니까 당연한 수순.

       

        “백지훈 씨 가는 곳이요.”

        “네?”

       

        그녀의 얼굴이 살짝 발그레 해졌다.

       

        “저희 집이요?”

        “네!”

        “왜요?”

        “왜요라뇨. 저는 A팀장이라고요. 새로 들어온 팀원이 어떤지 확인하고 관리하는 것도 제 역할입니다.”

       

        ‘뭐야. 아까 말한 볼 일이 이거였나?’

       

        어안이 벙벙해지는 중이었다.

        갑작스럽게 이수아 헌터의 재택 방문?

       

        “예? 원래 하시는 거예요? 이런 거요? 팀원 집에 방문을 하신다고요? 아니면 배웅을 해주시는 거예요?”

        “아까도 말씀드렸잖아요. 기존에 했었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필요하면 하는 거죠 뭐~”

        “그야 그렇긴 한데.”

        “일단 가시죠! 가시면서 이야기 해요.”

       

        그녀는 살짝 무서운 얼굴로 내 팔뚝을 잡았다.

        그리고는 거의 취조를 당하러 가는 느낌으로 끌려가게 되었다.

       

        “여기에요? 저기에요? 어느 쪽 방향이죠?”

        “이쪽이에요.”

       

        지금 무슨 상황이 벌어지는 지도 알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D급으로 승급을 하려다가 별안간 이수아 헌터의 옆자리에 앉게되더니 집까지 찾아오게 만들었다.

       

        ‘설마 집 안에 들어가려는 건 아니겠지?’

       

        순간 내 집 안이 떠올랐다.

        얼굴이 아주 화끈해지는 상황.

       

        남자 혼자 사는 집이니까.

        어떤 꼬라지일지는 뻔하지 않는가.

       

        채수현은 신림은 너무 구린 동네라고 단 한번도 찾아온 적이 없으니까.

        그 동안 정리하기엔 너무 바빴으니까.

       

        빤스랑 휴지는 여기저기 널브러져있고.

        거의 정리는 되지 않는 내부.

        퀘퀘한 냄새.

       

        이러한 모습을 절대로 보여줄 수는 없다.

        무조건 막아야 한다.

       

        “그래도 지하철 타고는 금방이네요. 집이 멀면 우리 팀원이 너무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아. 글쵸. 다행히 2호선이 연결되어있어서. 사무실 위치가 아주 좋은 것 같아요.”

        “근데 지하철 매일 이렇게 타고 다니면 힘들지 않아요?”

        “좀 그렇긴 한데 어쩔 순 없죠.”

       

        내 사정에 사치나 여유를 부릴 순 없다.

        뭐 물론 헌터 등급을 좀 빠르게 올리면 괜찮을 수도.

       

        그러고 보니 내 삶은 전혀 돌보지 않았던 것 같다.

        채수현과 헤어지고 나서도 욕심을 전혀 부리지 않았으니까.

       

        만약에 내가 부자가 되고자 하면 충분히 될 수 있는 상황.

        포인트를 그냥 쏟아 부으면 된다.

       

        ‘음 그러게. 이런 것도 하나씩 잘 고쳐 나가야 될 것 같은데.’

       

        그 동안은 어찌 이런 생각들을 못했던 건지 스스로도 참 멍청하게 느껴졌다.

       

        “어휴. 여기는 좀 길이 좁고 복잡하네요. 정신을 바짝차리지 않으면 길을 잃을 것 같아요.”

       

        그러면서 은근슬쩍 내 쪽으로 붙는 것이었다.

       

        ‘뭐 특별하게 여기만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이수아…

       

        정말 나한테 관심이 있는 건 아닐까?

       

        물론 완전 말도 안되는 소리지만.

        진짜 그렇게 된다면 거의 천지개벽할 소식이기는 한데.

       

        그 전의 이수아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냥 팀원이 걱정되어서 온 게 맞겠지…?’

       

        슬쩍 이수아를 쳐다봤다.

        살짝 두근대는 느낌.

       

        국민 여신이랑 집을?

        애초에 이거부터 말이 안된다.

       

        두근 두근.

       

        “저. 다 왔습니다. 이제 보실 건 다 보신 것 같은데요. 돌아가시죠. 제가 지하철역까지…”

        “아직 다 안끝났는데요?”

       

        이수아는 갸우뚱 하는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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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배신당했지만 괜찮습니다ㅎㅎ
Status: Ongoing Author:
"I was the one who boosted your rank. Yet you stabbed me in the back? Fine. Goodbye. I'm taking it back. You're finished now. Thanks to you, I now have an abundance of skill points for a prosperous hunter life. But... after spending some of those points, the S-Ranks are starting to get obsessed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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