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8

       38. 드래곤의 놀이터

       

       

       드래곤들 사이에서 초련이는 유일하게 친구라고 부를만한 대상이 있다.

       숲의 정령.

       평범한 인간은 절대 볼 수 없는 초련이의 친구이다.

       

       이하준이 호출로 인해 집을 비운 지금.

       초련이는 그 친구들을 불러 한 자리에 모아놓고 있었다.

       

       “다들 바깥세상에 나무를 다 뿌리고 왔겠죠? 오늘 보고를 듣도록 하겠어요! 다들 일렬로 줄 서세요!”

       

       짧은 키, 짧은 몸.

       손가락 하나 크기의 인간 모습.

       초록 잎사귀로 몸을 가린 숲의 정령들이 허겁지겁 줄을 섰다.

       초련이는 그 모습에 만족하며 보고를 부탁했다.

       

       “보고 인원 총 10명! 오늘 바깥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삐-! 삐삐-! 삐삐삐-!”

       

       속닥속닥-

       정령은 누워있는 초련이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초련이는 보고를 듣고는 만족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슬슬 나무들이 자라나고 있다니 참 다행이에요! 제가 가끔 옥상에 올라갈 때도 공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답니다! 잘했어요!”

       

       초련이는 미소를 지으며 정령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삐삐-“

       

       정령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보상을 만끽했다.

       초련이는 어느정도 보상을 주고 나서 칼같이 외쳤다.

       

       “다음!”

       “삐-!”

       

       다음 숲의 정령이 자신만만하게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녀석도 똑같이 초련이의 귀에 속삭이며 보고했다.

       

       “삐-! 삐삐삐-!”

       “음음, 무슨 말인지 이해했어요.”

       

       초련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정령의 말을 경청했다.

       초련이의 입장에서 나름 의미 있는 정보였다.

       

       “집 주변을 벗어나서 중심으로 향할수록 공기가 좋지 않다는 거네요.”

       “삐-!”

       “대부분의 좋지 않은 공기들은 그곳에서 나오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저희 다 같이 열심히 해서 공기를 정화해요, 친구분들!”

       “삐이-!”

       

       초련이의 말에 호응하는 정령들.

       TV를 집중해서 시청하고 있던 수련이는 그 모습이 살짝 거슬렸던 걸까.

       수련이는 초련이에게 말을 걸었다.

       

       “초련아.”

       “네에?”

       “조용히 놀아. 시끄러워.”

       “저는 전혀 시끄럽지 않은데요, 언니! 오히려 저기서 뛰어놀고 있는 화련 언니가 더 시끄럽죠!”

       

       초련이는 손가락으로 화련이를 가리켰다.

       

       “슉슉-! 이건 바람 소리가 아니야! 내 주먹이야!”

       

       화련이는 뭐라 소리치며 허공에 주먹을 날리고 있었다.

       TV에서 본 동작을 따라 하며 스스로 무술을 연마하는 중이었다.

       

       “…너도 알잖아. 쟤는 말해도 안 들어.”

       “그건 맞아요…”

       “지금 집중해야 하는 장면이니까. 조용히 놀고 있어. 알겠어?”

       “네에, 언니…”

       

       초련이는 서운하긴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목소리를 낮추었다.

       

       “자, 그럼 계속 이어서 해볼까요…?”

       “삐이…”

       

       그에 정령들도 덩달아 기운을 잃었다.

       그래도 정령들의 상황 보고는 계속됐다.

       

       “삐, 삐이… 삐…”

       “으음, 그런가요. 놀이터란 곳에 저희만한 어린이가 있다고요.”

       “삐이…”

       “어린이가 놀 수 있는 놀이터라… 그건 궁금하긴 하네요… 혹시, 나무도 자랄 수 있는 환경인가요?”

       “삐이.”

       “그건 아닌가요, 아쉽네요.”

       

       그래도.

       초련이는 놀이터란 장소에 흥미가 생겼다.

       어린 아이가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놀이터.

       

       “아버지에게 한 번 부탁을 해볼까요?”

       

       초련이는 그런 생각을 하며, 아빠가 오기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말로 듣기보다 놀이터에 직접 가보기 위해서.

       

       

       ***

       

       

       내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초련이가 내게 달려들어 소리쳤다.

       

       “아버지, 어서 오세요! 저 밖에 나가도 되나요?”

       “안 돼.”

       “히잉.”

       

       내가 곧바로 거절하자 초련이의 얼굴이 울상으로 변했다.

       너무 거절을 빨리했나.

       

       “이유가 뭔데 초련아?”

       “제 친구가 그랬는데요! 밖에 놀이터라는 곳이 있다고 했어요! 저는 그 놀이터에 가보고 싶어요!”

       “친구들이 생각보다 발이 넓구나.”

       “그럼요!”

       

       친구들을 칭찬하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 초련이.

       하지만, 바깥에 나가는 건 아직이다.

       이것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

       일단 첫 번째 이유.

       

       “밖은 위험해. 너희를 목표로 삼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

       “저희가 드래곤이라 위험하다는 건가요?”

       “아니, 아직 어려서 위험하다는 거야. 나랑 같이 나간다면 상관이 없지만.”

       

       두 번째 이유.

       

       “너희들은 너무 눈에 잘 보여. 특히 그 뿔이랑 꼬리를 숨겨야 해.”

       “그런가요…”

       “아니면 축소화를 해서 도마뱀 상태로 나가야 하고.”

       “그건 너무 불편한데요…”

       “그럼 뿔이랑 꼬리를 숨기는 방법밖에 없어.”

       “으음…”

       

       초련이는 내 말을 듣고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녀석도 밖이 궁금하긴 한가 보다.

       특히 자유가 속박된 도마뱀 모습이 아니라, 인간의 모습으로 나가고 싶은 모양이다.

       

       “친구들이 말하는 밖이 궁금해요… 저도 친구들이 봤던 걸 보고 싶어요…”

       “안 돼. 적어도 뿔이랑 꼬리는 숨길 수 있어야 해.”

       

       초련이가 시무룩하게 물었지만.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진지해야 한다.

       아이들의 안전이 달린 문제니까.

       그래도 안쓰럽게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문제지만.

       

       “무슨 방법 없어? 너희 드래곤이잖아. 똑똑한 수련아. 너는 뭐 아는 거 있니?”

       

       내가 말을 걸자, 이쪽에 관심이 없는 척을 하고 있던 수련이가 대답했다.

       

       “알고 있어. 뿔이랑 귀를 숨길 수도 있고.”

       “뭐야, 알고 있었던 거야?”

       “응, 근데 이건 강한 인간에게 들킬 위험이 있어. 이건 어디까지나 인식 저해 마법이니까.”

       

       수련이는 인식 저해 마법에 대해 설명했다.

       대충 들어보니 뿔과 꼬리는 존재하고 있지만, 상대방이 볼 수 없다고 한다.

       부분적인 투명 마법이라 보면 간단했다.

       

       “지속 시간은 30분. 그 이후에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

       “시간이 짧은 거 빼면 좋은 마법이구나.”

       “내가 다 터득한다면 시간도 길어질 거야. 다 터득하고 나서 완벽하게 보여주려 했는데. 아쉽네.”

       

       역시 브레인인가.

       수련이는 겸손까지 갖추고 있었다. 

       나는 궁금한 점 하나를 수련이에게 물었다.

       

       “근데, 그거 나한테도 걸 수 있어?”

       “…당연하지. 그런데, 아빠가 왜 필요해?”

       “그냥 인간이라면 마땅히 갖춰야 할 호기심이라서?”

       “…뭔가 불안해. 아빠한테는 안 해줄 거야.”

       “칫.”

       

       아쉽네.

       아무튼 뿔과 꼬리를 숨기는 마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는 간절히 외출을 원하던 초련이에게 물었다.

       

       “숨길 수 있다고 하네. 어떻게 할래, 초련아?”

       

       초련이는 손을 번쩍 들며 소리쳤다.

       

       “저, 저 나갈래요!”

       “그래, 놀이터 가보자.”

       

       그러자, 화련이와 수련이도 외출을 준비하며 말했다.

       

       “나도 갈래! 나도 갈 거야!”

       “…나도 밖이 궁금해. 나갈래.”

       “그래, 다 같이 나가자.”

       

       다 같이 나가는게 좋지.

       나는 그렇게 뿔과 꼬리를 숨긴 드래곤을 데리고 놀이터로 향했다.

       드래곤의 첫 놀이터 데뷔였다.

       

       

       ***

       

       

       놀이터에는 어린이들이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는 놀이 기구들이 많다.

       외향적인 아이들은 미끄럼틀이나 원심분리기 같은 파워풀한 놀이기구를 좋아하고.

       내향적인 아이들은 시소나 그네 같은 정적인 놀이기구를 좋아한다.

       

       ‘나는 뭐 하고 놀았더라. 아마 그네를 탔던 것 같던데. 기억이 애매하네.’

       

       얘네들은 뭘 타면서 놀까.

       나는 그 궁금증과 함께 드래곤과 놀이터에 도착했다.

       녀석들은 놀이기구를 보더니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빠! 저거 뭐야! 저거 엄청 높이 있는데!”

       “스릴을 줄 수 있도록 의도적인 설계가 되어있어. 속도감이 본질인가? 한 번 타봐야겠어.”

       “와아, 이게 친구들이 말했던 놀이터구나!”

       

       각자 상반되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녀석들은 놀이터를 보며 잔뜩 신이 나 있었다.

       마치 눈앞에 간식을 둔 개와 같은 모습이었다.

       나는 그런 녀석들을 향해 말했다.

       

       “다들 조심히 놀고, 내 눈에서 안 보이는 곳으로는 가지 마라.”

       “내 맘이야!”

       “알았어.”

       “네에!”

       

       호다다닥-

       녀석들은 놀이터의 모래사장을 밟으며 놀이기구로 달려갔다.

       화련이는 가장 먼저 제일 높은 곳에 있는 미끄럼틀로 올라갔다.

       

       “조금 높네!”

       

       회전하는 미끄럼틀을 앞에 두고 살짝 망설이는 화련이.

       나는 그 아래에서 녀석을 향해 소리쳤다.

       

       “그거 서서 타는 게 아니라, 앉아서 타는 거야!”

       “이렇게 앉으라구?”

       “응, 그다음에 손으로 몸을 움직여서 경사를 타면 돼.”

       “흥, 안 알려줘도 되거든! 나도 알고 있었어!”

       

       내 말을 듣고 알았으면서.

       화련이는 내 말을 따라 처음으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왔다.

       

       “와아아아-!!”

       

       꽤나 재미있는지.

       꺄르르- 소리를 지르며 내려왔다.

       녀석은 입가에 숨길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거 재밌어! 인간들이 꽤 하네! 이런 것도 만들 줄 알고!”

       

       놀이공원에 가면 가장 재미있게 즐길 것 같네.

       도파민에 절여진 화련이는 다시 미끄럼틀 위로 뛰어갔다.

       그리고, 내려왔다 올라갔다를 계속해서 반복했다.

       

       “잘 즐기고 있네. 수련이는 뭐 하고 있으려나.”

       

       수련이는 찾아볼 필요도 없이 잘 보이는 곳에 있었다.

       녀석은 내가 말해주지 않아도 그네의 원리를 알고 있는지.

       발을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를 반복하며, 무표정한 얼굴로 그네를 타고 있었다.

       

       “혼자서도 재밌게 잘 놀고 있네.”

       

       나는 녀석에게 다가가 물었다.

       

       “수련아, 놀이터 어때.”

       “잘 설계되어 있는 것 같아.”

       “그런 거 말고. 기분이 어떠냐고.”

       “좋아. 시원하고. 바람이 선선하고. 특히 이 그네는 잘 만든 것 같아. 생각보다 스릴이 있어.”

       

       슈우웅-

       수련이는 그네를 타며 눈을 감았다.

       속도를 내며 바람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그런 수련이의 등에 손을 올리며 물었다.

       

       “아빠가 밀어줄까?”

       “아니, 됐어. 나는 이 정도면 충분해.”

       

       스릴보다는 잔잔하게 바람을 즐기고 싶은 모양이다.

       나는 수련이에게 멈추고 싶으면 나를 부르라 말하고.

       초련이를 찾기 시작했다.

       

       “초련아 어디 있니?”

       “아버지, 저 여기에 있어요!”

       

       나는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방향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초련이가 시소에 앉아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얘는 왜 여기서 혼자 시소를 타려고 하는 걸까.

       나는 초련이의 맞은 편에 앉으려고 했다.

       

       “안 돼요, 아버지! 거기 제 친구들이 있단 말이에요!”

       “친구?”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초련이가 말을 덧붙였다.

       

       “제 정령 친구들이요!”

       “아, 맞다.”

       

       상상 친구가 아니라, 진짜 있는 애들이지.

       

       “저랑 같이 놀려고 했는데요, 제 친구들이 무게가 낮아서 저랑 같이 못 놀고 있었어요.”

       “그러니?”

       “네에!”

       “그럼 아빠가 대신 놀아줄까?”

       “저는 좋아요!”

       

       초련이의 친구들이 자리를 비켜준 다음.

       나는 초련이의 맞은편 시소에 앉았다.

       무게를 조정하기 위해 맨끝이 아니라 그 앞에 앉고, 완전히 시소에 앉지 않고 반쯤 서 있었다.

       어린이와 함께 시소를 타기 위해서는 무게 조절이 필수였다.

       

       “이러면 무게가 맞네. 그럼 해볼까?”

       “네에!”

       

       나는 엉덩이를 내려 내쪽을 향해 무게를 실었다.

       

       쿵-

       

       “꺄아-!”

       

       초련이가 하늘 높이 올라갔다.

       곧바로 힘을 빼니, 초련이 방향으로 무게가 실렸다.

       

       쿵-

       

       나는 거의 서 있는 상태로 초련이를 바라봤다.

       다시 올라가기를 기대하고 있는 얼굴이었다.

       

       “비행기를 괜히 좋아하는 게 아니구나, 초련아.”

       “헤헤.”

       “초련이 올라가잇!”

       

       쿵- 쿵- 쿵-

       

       나는 연속해서 내려갔다 올라갔다를 반복했다.

       그럴수록 초련이의 탄성은 커져만 갔다.

       

       “와아, 더 해주세요! 아버지!”

       

       꺄르르-

       재미있게 시소를 즐기는 초련이.

       그 목소리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

       화련이와 수련이도 시소를 향해 다가왔다.

       나는 뾰루퉁한 녀석들에게 말했다.

       

       “너희들도 타고 싶지? 다 반대편으로 가!”

       “흥, 그런 거 아니거든!”

       “…나도 궁금해서 온 거야. 착각하지마, 아빠.”

       

       말은 그렇게 해놓고.

       녀석들은 내 맞은편에 앉았다.

       그러자, 서 있지 않아도 무게가 딱 알맞게 됐다.

       

       “이때가 가장 좋네. 그럼 간다!”

       

       쿵- 쿵- 쿵-

       불편함 없이.

       나와 아이들은 즐겁게 시소를 오르락내리락 즐겼다.

       내가 커서도 이런 놀이기구에 재미를 느낄 줄은 몰랐는데.

       녀석들과 함께하고 있자, 어째선지 나도 어린아이처럼 시소를 즐기고 있었다.

       내가 녀석들과 어울려서 어린아이가 된 건지, 놀이터가 나를 어린아이로 만들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번에는 크게 간다!”

       “와아, 더 크게!”

       “…”

       “저도 좋아요!”

       

       우리밖에 없는 놀이터에는 어린아이의 함성이 가득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느린 다르팽이입니다! 화이팅!
    추천 눌러주면 다르팽이 기분 좋아짐!

    초련이 일러 주말안에 올릴게요! 평일에도 뽑고 있는데 완전 마음에 드는게 없어서 늦어지는 중임니다! ㅠㅠ

    다음화 보기


           


I Picked up a Dragon Egg

I Picked up a Dragon Egg

드래곤의 알을 주웠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picked up an Egg from the Dragon’s Nest. “Shakk!!!!” “Should I just sell?” I should have picked some other treasure.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