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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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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단결처럼 부드럽고 고운 로브로 온몸을 칭칭 가린 남자가 테라스 울타리를 꽉 붙잡은 채 몸을 앞으로 쭉 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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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시선 끝에 있는 건 무어라 중얼거리고 있는 새하얀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 리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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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아, 하아아 -…너무..너무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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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브 사이로 흘러나온 목소리는 걸걸하고 묵직했다. 뒤쪽에서 허리를 반쯤 숙인 채 두 손을 파리처럼 겹치고 있던 오뚜기가 마른침을 삼키며 간드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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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토겐님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무대였습니다. 어떠셨는지요?”
    “아아 -, 정말…정말 멋진 무대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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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뜩 흥분한 목소리는 술에 취한 것처럼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오뚜기는 두손을 거세게 문지르며 기분 나쁠 정도로 히죽 웃어 보였다. 그러자 암흑 상인이라 불리는 토토겐이 로브 안쪽에서 묵직한 돈주머니를 꺼내 던져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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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 이고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무대를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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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뚜기가 눈을 반짝거리며 몸을 한껏 숙여 인사를 해 보이곤 조심스럽게 돈주머니를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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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좋은 시간 보내 -..”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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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뚜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토토겐이 한쪽 손을 올려 보이며 그의 말을 잘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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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하얀 머리를 가진 녀석들.”
    “예,예.”
    “내가 사도록 하지.”
    “예…?”
    “얼마면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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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빼어난 외모를 가진 데다가 실력까지 좋은 노예들은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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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이 한 번 무대를 오를 때마다, 그들의 팬을 자처하는 수많은 거물들이 찾아온다. 물론 거물들이 아무런 목적 없이 경기를 구경하고자 찾아오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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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인 노예들을 하룻밤 장난감으로 사용하기 위해 찾아오는 이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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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투 노예의 하룻밤을 산 이들은 온갖 잔혹 행위를 강요하거나, 끔찍한 실험에 사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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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다가 검투 노예가 죽을 때도 있지만 그럴 경우 검투 노예가 평생 벌어다 주는 돈보다 더한 금액을 받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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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토겐이 그러한 것을 원한다면 못 들어줄 것도 없지만, 아예 구매하는 건 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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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저 녀석들이 벌어다 줄 금액을 생각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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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투 노예의 하룻밤을 사는 사람이 과연 한명일까? 매일 같이 토토겐같은 거물에게 하룻밤을 팔게 되면 정말 돈이 썩어 넘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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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것까지 다 포함해보면 정말 “컥!”소리가 나올 만한 금액이 되었다. 아무리 토토겐이 돈이 많다고 해도 이 정도의 금액은 부담스러울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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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하얀 머리의 노예 둘은 지소 님께서 특별히 데려온 녀석들이라 판매가 힘들 것 같습니다. 하하..”
    “흐음..그렇다면 하룻밤을 사는 건 어떻지?”
    “..! 그거라면 가능합니다! 다만, 아직 어린 노예라 생각보다 몸이 약해 너무 심하게 가지고 노시면 망가질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엔 -..”
    “그런 경우 내가 다 보상할 테니 앞으로 1년을 예약하도록 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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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성을 가진 노예를 무려 1년 동안 독차지하겠다는 건 돈을 물처럼 쓰는 게 아니라 폭포처럼 쏟아붓겠다는 말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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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충 계산기를 두드려보던 오뚜기의 눈이 정처 없이 떨리다가 이내 헤벌쭉한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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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어느 쪽 노예를 원하시는지요?”
    “직접 보고 골라도 되나?”
    “물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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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뚜기가 빠르게 머리를 끄덕였다. 흥분을 어느 정도 가라앉힌 토토겐은 투기장이 훤이 내려다보이는 테라스를 벗어나, 테라스와 연결된 널찍한 거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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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소파에 앉자 그의 전속 시종과 비서가 시중을 들어주었다. 오뚜기는 백스텝을 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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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불러주십시오! 제가 바로 달려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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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토겐이 대답 없이 시종이 가져다준 차로 목을 축였다. 오뚜기는 후다닥 방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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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리 방금 경기 뛴 하얀 머리 녀석이랑 그놈 동생 단장시켜!”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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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뜩 흥분한 오뚜기의 명령이 떨어지자 대기하고 있던 이들이 발 빠르게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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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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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의 입에 간식을 잔뜩 물려준 후, 난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리스와 손을 꼭 잡은 채 방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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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휘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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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을 여는 것과 동시에 무언가가 나를 향해 날아왔다. 침대에 던져두었던 마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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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를 내놔 -…아아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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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식간에 내 배 쪽으로 날아오던 마검은 아이리스에게 손잡이가 잡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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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이거놔아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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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검이 다 죽어가는 소리를 내며 허우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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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챙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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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가 들고 있던 검을 바닥에 내동댕이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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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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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검이 처량하게 바닥을 굴렀다. 아이리스는 얼굴을 내 쪽으로 휙 돌린 후 손가락 끝으로 검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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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일 붙어있으면서 어느 정도 아이리스의 뜻을 알아듣게 된 상태였기에, 아이리스가 ‘저 검 부숴버려도 돼?’라는 의미로 마검을 가리키고 있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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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익! 망할 신의 개놈이! 나는 위대한 마검 가르간도아란 말이다! 감히 나에게 이런 무례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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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왈왈거리는 마검의 말을 무시한 채 아이리스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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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검은 부수면 안 돼. 알겠지?”
    [ 그러니까 -…잠깐, 나를 부순다고? ]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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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말에 마검이 기겁하고 아이리스가 시무룩해졌다. 마검이 바닥을 챙챙거리며 굴러 내 발 근처로 다가와 몸을 세웠다. 검 손잡이와 검 옆면이 내 종아리에 찰싹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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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이봐 계약자. 진짜 날 부수려는 건 아니지? ]
    “내가 언제부터 계약자였어?”
    [ 그 -…그야! 당연히 네가 날 잡고 무자비하게 휘둘렀을 때 부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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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검은 소멸당하고 싶지 않아 나에게 바짝 붙어 웅웅 울어댔다. 흡사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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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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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검이 나를 계약자로 인정한 순간 내 손등에 기이한 문양이 새겨졌다. 검붉은색 문양은 딱 봐도 중2병에 심취한 학생이 새긴 것처럼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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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 무르려고 해도 소용없어! 우리 둘은 계약으로 이어진 관계다. 손등에 새겨진 문양이 그 증거니까..나,나를 잘 지켜야 한다 계약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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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 앞에 놓인 쥐처럼, 아이리스의 시선이 닿을 때마다 마검이 몸을 조금씩 움직여 내 발목 뒤에 숨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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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놀기까지 하다니…감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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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가 눈을 가늘 게 뜬 채 내 몸에 찰싹 붙어있는 마검을 시선으로 쫓는 모습이, 고양이가 강아지풀을 따라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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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멍하니 앉아있기만 했던 아이가 어느새 다른 것에 반응까지 보이니 감격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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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그만해 그러다가 내 발목 썰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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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발목이 다치지 않도록 검 옆면이 피부에 닿는 상태지만, 마검이 계속 이리저리 움직이다간 자칫 다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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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우기가 얼마나 힘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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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만큼 뒤처리가 힘든 게 없었기에 마검의 손잡이를 잡아 올렸다. 아이리스의 뜨거운 시선이 마검을 향하자 마검이 식은땀처럼 보이는 걸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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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끄으윽…! 계,계약자여 내가 필요할 땐 가르간도아라고 속으로 말하면 된다! 알겠느냐?! ]
    “어? 그,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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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급한 마검의 말투에 고개를 끄덕이자 마검이 빛으로 변하더니 내 손등으로 들어가 버렸다. 문양이 불길하게 번쩍 빛을 내다가 얌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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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오, 편리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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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등을 문지르며 속으로 가르간도아의 이름을 외쳐보려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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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덜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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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작스럽게 문이 열리더니 익숙한 쥐 수인이 안으로 들어왔다. 쥐 수인은 나와 아이리스의 얼굴을 확인하곤 옆으로 한발짝 비켜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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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뒤로 10명 정도의 사람들이 서 있었다. 몸에 딱 달라붙은 옷을 입은 이들은 터번 같은 걸 머리에 쓰고 있었고 얼굴을 얇은 천으로 가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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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요한 손님께서 호출하신거니 제대로 준비시키도록.”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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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안으로 밀고 들어와 나와 아이리스의 몸을 번쩍 들어 올렸다. 헹가래를 치는 것처럼 번쩍 들어 올려 어딘가로 데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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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는 나와 떨어지지 않아서 그런지 별 반응 없이 내 손등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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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요한 손님에게 호출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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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다 무슨 상황인지 알 수가 없어 주변을 휘휘 둘러보았다. 어느새 그들은 처음 보는 장소에 도착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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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 봐도 목욕탕처럼 생긴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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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끗이 씻긴 후 단장시켜라. 옷을 최고급으로 맞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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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쥐 수인의 명령이 떨어지자 나와 아이리스는 바닥에 내려졌다. 나는 눈치껏 씻김 당할 거라는 걸 눈치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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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반항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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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아까 간식을 먹으러 갔을 때 들었던 ‘쇠목줄’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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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항하는 노예들을 손쉽게 다루기 위해 온갖 마법이 걸려있다고 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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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 충격은 물론이고, 온몸이 칼에 베이는 듯한 고통을 느끼게 만드는 마법이 걸려있기도 했다. 괜히 여기서 반항하다가 마법이 작동되면 두 사람만 손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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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 금방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 얌전히 있어.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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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로 아이리스와 손을 잡고 씻을 순 없기에, 온몸을 칭칭 가린 이들이 그들을 씻기기 위한 준비를 하는 동안 아이리스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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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자 아이리스가 내 손과 내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이내 시무룩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꼼질꼼질 움직이던 손이 천천히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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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리빨리 움직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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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밍 좋게 쥐 수인이 독촉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남매라는 설정 때문에 같이 씻기면 어쩌나 걱정한 게 무색하게 아이리스와 난 각각 다른 방으로 끌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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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충 오고 가는 대화를 들어보니 남자와 여자는 준비과정이 다르다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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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식간에 옷이 뺏기고 향기로운 뭔가를 둥둥 띄운 욕탕에 던져졌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옷이 뺏겨 부끄럽다는 생각은 얼마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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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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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는 내 머리를 감겨주고, 또 누군가는 내 몸을 씻겨주었다. 나는 따끈한 탕에 얌전히 둥둥 뜬 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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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간…어머니랑 갔던 테라피 코스 같은 느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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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행복한 해달처럼 물에 둥둥 떠 있었다. 어쩐지 씻겨주는 손길이 더욱 부드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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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혈소연님! 후원 감사합니다! 연재 열심히 하겠습니다! ‘ㅂ’9

Ilham Senjaya님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마검을 와작와작 밟아서 부서버리고 싶은 아이리스.

만약 마검이 정식으로 계약을 하지 않았다면 아이리스는 몰래 마검을 가져다 버리거나 와작와작 밟아버렸을 지도 모릅니다.(무서운 아이..)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비단결처럼 부드럽고 고운 로브로 온몸을 칭칭 가린 남자가 테라스 울타리를 꽉 붙잡은 채 몸을 앞으로 쭉 빼냈다.

그의 시선 끝에 있는 건 무어라 중얼거리고 있는 새하얀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 리안이었다.

“하아, 하아아 -…너무..너무 아름다워!”

로브 사이로 흘러나온 목소리는 걸걸하고 묵직했다. 뒤쪽에서 허리를 반쯤 숙인 채 두 손을 파리처럼 겹치고 있던 오뚜기가 마른침을 삼키며 간드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토토겐님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무대였습니다. 어떠셨는지요?”

“아아 -, 정말…정말 멋진 무대였어.”

잔뜩 흥분한 목소리는 술에 취한 것처럼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오뚜기는 두손을 거세게 문지르며 기분 나쁠 정도로 히죽 웃어 보였다. 그러자 암흑 상인이라 불리는 토토겐이 로브 안쪽에서 묵직한 돈주머니를 꺼내 던져주었다.

“아 – 이고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무대를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뚜기가 눈을 반짝거리며 몸을 한껏 숙여 인사를 해 보이곤 조심스럽게 돈주머니를 챙겼다.

“그럼 좋은 시간 보내 -..”

“잠깐.”

오뚜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토토겐이 한쪽 손을 올려 보이며 그의 말을 잘랐다.

“저 하얀 머리를 가진 녀석들.”

“예,예.”

“내가 사도록 하지.”

“예…?”

“얼마면 되겠나?”

빼어난 외모를 가진 데다가 실력까지 좋은 노예들은 귀하다.

그들이 한 번 무대를 오를 때마다, 그들의 팬을 자처하는 수많은 거물들이 찾아온다. 물론 거물들이 아무런 목적 없이 경기를 구경하고자 찾아오는 건 아니다.

‘스타’인 노예들을 하룻밤 장난감으로 사용하기 위해 찾아오는 이들이 많았다.

검투 노예의 하룻밤을 산 이들은 온갖 잔혹 행위를 강요하거나, 끔찍한 실험에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검투 노예가 죽을 때도 있지만 그럴 경우 검투 노예가 평생 벌어다 주는 돈보다 더한 금액을 받아낼 수 있다.

토토겐이 그러한 것을 원한다면 못 들어줄 것도 없지만, 아예 구매하는 건 말이 다르다.

‘앞으로 저 녀석들이 벌어다 줄 금액을 생각하면…’

검투 노예의 하룻밤을 사는 사람이 과연 한명일까? 매일 같이 토토겐같은 거물에게 하룻밤을 팔게 되면 정말 돈이 썩어 넘치게 될 것이다.

그런 것까지 다 포함해보면 정말 “컥!”소리가 나올 만한 금액이 되었다. 아무리 토토겐이 돈이 많다고 해도 이 정도의 금액은 부담스러울 것이 분명했다.

“그게 -…하얀 머리의 노예 둘은 지소 님께서 특별히 데려온 녀석들이라 판매가 힘들 것 같습니다. 하하..”

“흐음..그렇다면 하룻밤을 사는 건 어떻지?”

“..! 그거라면 가능합니다! 다만, 아직 어린 노예라 생각보다 몸이 약해 너무 심하게 가지고 노시면 망가질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엔 -..”

“그런 경우 내가 다 보상할 테니 앞으로 1년을 예약하도록 하지.”

“…..!!”

스타성을 가진 노예를 무려 1년 동안 독차지하겠다는 건 돈을 물처럼 쓰는 게 아니라 폭포처럼 쏟아붓겠다는 말과 같았다.

대충 계산기를 두드려보던 오뚜기의 눈이 정처 없이 떨리다가 이내 헤벌쭉한 미소가 번졌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어느 쪽 노예를 원하시는지요?”

“직접 보고 골라도 되나?”

“물론이죠!”

오뚜기가 빠르게 머리를 끄덕였다. 흥분을 어느 정도 가라앉힌 토토겐은 투기장이 훤이 내려다보이는 테라스를 벗어나, 테라스와 연결된 널찍한 거실로 향했다.

그가 소파에 앉자 그의 전속 시종과 비서가 시중을 들어주었다. 오뚜기는 백스텝을 하며 말했다.

“혹시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불러주십시오! 제가 바로 달려가겠습니다.”

토토겐이 대답 없이 시종이 가져다준 차로 목을 축였다. 오뚜기는 후다닥 방을 빠져나왔다.

“빨리 방금 경기 뛴 하얀 머리 녀석이랑 그놈 동생 단장시켜!”

“예!”

잔뜩 흥분한 오뚜기의 명령이 떨어지자 대기하고 있던 이들이 발 빠르게 달려갔다.

***

아이리스의 입에 간식을 잔뜩 물려준 후, 난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리스와 손을 꼭 잡은 채 방으로 돌아왔다.

휘이익!

문을 여는 것과 동시에 무언가가 나를 향해 날아왔다. 침대에 던져두었던 마검이었다.

[ 피를 내놔 -…아아악! ]

순식간에 내 배 쪽으로 날아오던 마검은 아이리스에게 손잡이가 잡혀버렸다.

[ 이,이거놔아아 -… ]

마검이 다 죽어가는 소리를 내며 허우적거렸다.

챙캉!

아이리스가 들고 있던 검을 바닥에 내동댕이쳐버렸다.

[ 아흑.. ]

마검이 처량하게 바닥을 굴렀다. 아이리스는 얼굴을 내 쪽으로 휙 돌린 후 손가락 끝으로 검을 가리켰다.

종일 붙어있으면서 어느 정도 아이리스의 뜻을 알아듣게 된 상태였기에, 아이리스가 ‘저 검 부숴버려도 돼?’라는 의미로 마검을 가리키고 있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 이익! 망할 신의 개놈이! 나는 위대한 마검 가르간도아란 말이다! 감히 나에게 이런 무례를 -…! ]

왈왈거리는 마검의 말을 무시한 채 아이리스에게 말했다.

“저 검은 부수면 안 돼. 알겠지?”

[ 그러니까 -…잠깐, 나를 부순다고? ]

“우..”

내 말에 마검이 기겁하고 아이리스가 시무룩해졌다. 마검이 바닥을 챙챙거리며 굴러 내 발 근처로 다가와 몸을 세웠다. 검 손잡이와 검 옆면이 내 종아리에 찰싹 붙었다.

[ 이,이봐 계약자. 진짜 날 부수려는 건 아니지? ]

“내가 언제부터 계약자였어?”

[ 그 -…그야! 당연히 네가 날 잡고 무자비하게 휘둘렀을 때 부터지! ]

마검은 소멸당하고 싶지 않아 나에게 바짝 붙어 웅웅 울어댔다. 흡사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파앗!

마검이 나를 계약자로 인정한 순간 내 손등에 기이한 문양이 새겨졌다. 검붉은색 문양은 딱 봐도 중2병에 심취한 학생이 새긴 것처럼 생겼다.

[ 이미 무르려고 해도 소용없어! 우리 둘은 계약으로 이어진 관계다. 손등에 새겨진 문양이 그 증거니까..나,나를 잘 지켜야 한다 계약자! ]

고양이 앞에 놓인 쥐처럼, 아이리스의 시선이 닿을 때마다 마검이 몸을 조금씩 움직여 내 발목 뒤에 숨어버렸다.

‘이젠 놀기까지 하다니…감격이다.’

아이리스가 눈을 가늘 게 뜬 채 내 몸에 찰싹 붙어있는 마검을 시선으로 쫓는 모습이, 고양이가 강아지풀을 따라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는 것처럼 보였다.

멍하니 앉아있기만 했던 아이가 어느새 다른 것에 반응까지 보이니 감격스러웠다.

“이제 그만해 그러다가 내 발목 썰리겠다.”

내 발목이 다치지 않도록 검 옆면이 피부에 닿는 상태지만, 마검이 계속 이리저리 움직이다간 자칫 다칠 수도 있었다.

‘치우기가 얼마나 힘든데.’

피만큼 뒤처리가 힘든 게 없었기에 마검의 손잡이를 잡아 올렸다. 아이리스의 뜨거운 시선이 마검을 향하자 마검이 식은땀처럼 보이는 걸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 끄으윽…! 계,계약자여 내가 필요할 땐 가르간도아라고 속으로 말하면 된다! 알겠느냐?! ]

“어? 그,그래.”

다급한 마검의 말투에 고개를 끄덕이자 마검이 빛으로 변하더니 내 손등으로 들어가 버렸다. 문양이 불길하게 번쩍 빛을 내다가 얌전해졌다.

“오오, 편리한데?”

손등을 문지르며 속으로 가르간도아의 이름을 외쳐보려 할 때.

덜컹!

갑작스럽게 문이 열리더니 익숙한 쥐 수인이 안으로 들어왔다. 쥐 수인은 나와 아이리스의 얼굴을 확인하곤 옆으로 한발짝 비켜섰다.

그의 뒤로 10명 정도의 사람들이 서 있었다. 몸에 딱 달라붙은 옷을 입은 이들은 터번 같은 걸 머리에 쓰고 있었고 얼굴을 얇은 천으로 가리고 있었다.

“중요한 손님께서 호출하신거니 제대로 준비시키도록.”

“예!”

그들은 안으로 밀고 들어와 나와 아이리스의 몸을 번쩍 들어 올렸다. 헹가래를 치는 것처럼 번쩍 들어 올려 어딘가로 데려가기 시작했다.

아이리스는 나와 떨어지지 않아서 그런지 별 반응 없이 내 손등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중요한 손님에게 호출이라니?’

이게 다 무슨 상황인지 알 수가 없어 주변을 휘휘 둘러보았다. 어느새 그들은 처음 보는 장소에 도착해있었다.

딱 봐도 목욕탕처럼 생긴 장소였다.

“깨끗이 씻긴 후 단장시켜라. 옷을 최고급으로 맞춰!”

쥐 수인의 명령이 떨어지자 나와 아이리스는 바닥에 내려졌다. 나는 눈치껏 씻김 당할 거라는 걸 눈치챘다.

‘여기서 반항해선 안 돼.’

나는 아까 간식을 먹으러 갔을 때 들었던 ‘쇠목줄’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렸다.

‘반항하는 노예들을 손쉽게 다루기 위해 온갖 마법이 걸려있다고 했었지.’

전기 충격은 물론이고, 온몸이 칼에 베이는 듯한 고통을 느끼게 만드는 마법이 걸려있기도 했다. 괜히 여기서 반항하다가 마법이 작동되면 두 사람만 손해였다.

“아이리스 금방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 얌전히 있어. 알겠지?”

이대로 아이리스와 손을 잡고 씻을 순 없기에, 온몸을 칭칭 가린 이들이 그들을 씻기기 위한 준비를 하는 동안 아이리스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그러자 아이리스가 내 손과 내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이내 시무룩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꼼질꼼질 움직이던 손이 천천히 떨어졌다.

“빨리빨리 움직여라!”

타이밍 좋게 쥐 수인이 독촉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남매라는 설정 때문에 같이 씻기면 어쩌나 걱정한 게 무색하게 아이리스와 난 각각 다른 방으로 끌려갔다.

대충 오고 가는 대화를 들어보니 남자와 여자는 준비과정이 다르다는 듯했다.

순식간에 옷이 뺏기고 향기로운 뭔가를 둥둥 띄운 욕탕에 던져졌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옷이 뺏겨 부끄럽다는 생각은 얼마 가지 않았다.

‘어…?’

누군가는 내 머리를 감겨주고, 또 누군가는 내 몸을 씻겨주었다. 나는 따끈한 탕에 얌전히 둥둥 뜬 채 생각했다.

‘약간…어머니랑 갔던 테라피 코스 같은 느낌인데?’

나는 행복한 해달처럼 물에 둥둥 떠 있었다. 어쩐지 씻겨주는 손길이 더욱 부드러워졌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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