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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

       

         “…너 누구야.”

         

       버멜이 무심코 말했다.

         

       그러나 이건 오히려 자충수에 해당했다. 에테르가 빙의자인지도 확실하지 않은데, 멋대로 가정하고는 내뱉었기 때문이다.

         

       버멜은 스스로가 말실수를 했음을 곧바로 깨달았다.

         

       ─ SYSTEM : ‘흑주(黑晝) 에테르’가 당신을 극도로 경계합니다.

         

       ‘잠깐, 생각해보자.’

         

       머리를 굴려보며 모든 루트를 점검해봤다. 원작에서의 에테르라고 해서 주인공을 감시하거나 미행하는 아예 루트가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런 루트가 희귀해서 당장 떠올리지 못했을 뿐이지. 심지어 그런 루트로의 진입 확률은 극도록 낮았다.

         

       버멜이 알고 있는 한, 에테르가 자신을 학기초부터 감시하는 루트는 단 한 가지뿐이었다.

         

       ‘설마 입학 전부터 타락해버린 건가?’

         

       확실히. 고인물 플레이어들이 밝혀낸 해당 루트에선 선결조건이 딱 하나뿐이었다.

         

       ‘타락.’

         

       다른 종족과는 달리, 금안족에게는 ‘타락’이라는 개념이 있다.

         

       금안족이 모종의 이유로 인간 세상에 환멸을 느끼고 등을 돌리게 되면 발생하는 특수 이벤트다. 그렇게 되면 그 금안족은 인류의 편을 떠나 어떤 식으로든 주인공 일행을 막아서게 된다.

         

       한 번 인간의 편을 떠나간 금안족을 다시 회유하기는 어렵다.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나, 그게 될 정도면 차라리 마왕을 잡고 엔딩을 보는 편이 나았다. 그 정도로 타락한 금안족을 재차 주인공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건 상상 이상의 노력을 요구했다.

         

       ‘하필이면 내가 오기 전부터…. 아냐, 아직 확실하지 않잖아.’

         

       에테르가 입학 전부터 타락하는 루트는 흔하지 않다. 아마 확률상으로 수십만 분의 일 정도였을 것이다. 그런 루트로 진입한 것이라면 운이 지지리도 없다고 봐야만 했다.

         

       버멜은 생각했다. 그 루트에서 주인공이 지금과 같은 말을 건넸을 때 에테르가 어떻게 답했더라?

         

       분명….

         

       ─ 넌 내가 누구로 보여?

       “넌 내가 누구로 보이는데?”

         

       ‘망했다.’

         

       아니, 좆됐다고 표현하는 편이 더 알맞으리라. 버멜은 가까스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등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여기서 무너지면 안 돼.’

         

       ─ SYSTEM : 경고. 현재 배드엔딩으로 향할 확률이 93%입니다.

         

       덜덜 떨리는 손을 겨우 진정시켰다.

         

       아직 배드엔딩 확률이 100%인 것도 아니다. 확률은 말 그대로 확률일 뿐이지, 실제로 일어난 일은 아니니까. 그리 생각하며 마음을 추슬렀다.

         

       그래,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있는 이상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숨을 크게 내쉬며 급조한 말을 내뱉었다.

         

       “동급생.”

         

       반응은 예상대로 냉담했다.

         

       ─ 쓸데없는 질문을 왜 하는 거야?

       “뻔히 알고 있는 거면 왜 물어봐?”

         

       버멜은 재빨리 메꿀 말을 떠올려냈다.

         

       “아니, 네가 대단하다고 느껴져서. 나도 금안족을 본 건 처음이거든. 그런데 뭐라 해야 하나, 정말 몇 마디만으로 같은 반 학생을 도와줬다는 게 멋져서 그래. 별 의미를 두고 물어본 말은 아니었어. 정말로.”

         

       횡설수설했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의 변명은 됐으리라.

         

       자신의 타락을 의심하는 의미에서 던져본 질문이 아니라, 현 상황을 대신 해결해준 것에 대한 감사와 감탄. 그런 방향으로 대화의 맥을 잡으면 그녀가 자신에게 지니고 있던 의심도 조금은 누그러지리라.

         

       “아, 그러세요.”

         

       ─ SYSTEM : ‘흑주(黑晝) 에테르’의 심신 상태가 ‘차분함’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2% 부족한 대처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에테르의 추가적인 눈총을 피했다. 버멜은 곰을 만난 사람처럼 그녀와 눈을 맞춘 채 천천히 거리를 벌렸다. 게임을 하며 몇 번이나 보았던 저 샛노란 눈동자가 언제든지 자신을 집어삼키려는 듯했다.

         

       ‘세상에 VR게임하다가 트라우마를 얻은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야.’

         

       에테르가 ‘그래, 그렇구나’ 하며 고개를 주억거리자 비로소 버멜은 이 지옥 같은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에테르가 정말 빙의자일 가능성은….’

         

       ─ SYSTEM : 현재 배드엔딩으로 향할 확률은 93%입니다.

         

       ‘낮다고 볼 수 있겠지.’

         

       시스템에서 알려줬던 대로다. 만약 에테르가 게임과 같은 루트를 따라간다면 세계는 확정적으로 멸망한다. 마왕은 부활할 것이며, 아렌스 대륙은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하는 청야가 될 것이다. 또한 온 세상은 검은 하늘로 뒤덮여 수십 년간 소빙하기가 찾아오고, 남아있는 식물조차도 햇빛을 받지 못해 말라비틀어질 것이다.

         

       그녀가 빙의자일 가능성은 전체 100%에서 93%를 제외한 7%. 그중에서도 정말 우연의 일치로 원작의 에테르와 같은 발언을 한 것이라면…. 그렇다면 최소한의 희망은 남아있다.

         

       버멜은 무턱대고 그 자그마한 가능성에 목매기보다는, 모든 활로를 열어두고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그중에는 한동안 에테르를 따라다니며 감시하는 것도 포함됐다.

         

       지금부터 잘해야 한다.

         

       게임에서 겪었던 두려움을 이곳 현실에서 이겨내지 못한다면, 최후에는 아무것도 남아나질 않을 테니까.

         

       **

         

       버멜이 나한테 ‘넌 누구냐’라고 물어봤을 땐 순간 내가 잘못 들었나 싶었다.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내가 누구냐니. 1300페이지짜리 논문 심사하다가 이세계 끌려온 놈인데. 그렇게 답할 수는 없잖아. 누구라도 이런 질문을 받으면 어안이 벙벙해질 것이다.

         

       이럴 때 쓰는 좋은 방법이 있다. 바로 상대방의 질문을 그대로 돌려주는 것이다.

         

       “넌 내가 누구로 보이는데?”

       “동급생.”

         

       돌아온 대답은 생각보다 맥이 빠졌다. 이게 뭐야.

         

       “뻔히 알고 있는 거면 왜 물어봐?”

         

       그랬더니 버멜은 고속으로 동공지진을 일으켰다. 어떻게든 수습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지는 않고 좀 병신같았다. 얘 진짜 빙의자 맞나? 대처능력이 생각보다 부실한데.

         

       그래도 어떻게든 말을 이어나가는 걸 보니 그럭저럭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적어도 미래에 어떤 사건이 터질지는 알고 있는 눈치였다. 일단 이르카의 뒤를 밟은 것부터 시작해서, 내가 이르카의 부모님과 대화하여 일을 끝마친 뒤 얘랑 독대했을 때 보인 반응을 대조해보면 답이 나온다.

         

       버멜이 미래를 알고 있지 못한다면 지금 겪은 일련의 과정을 설명하지 못한다. 이걸로 직접적인 증거까지 확보했다.

         

       얘는, 써먹을 수 있다.

         

       [좋네요. 이제 빙의자가 보이는 반응에 따라 유동적으로 반응할 수 있게 됐어요.]

         

       이쪽 세계의 결말은 모르지만, 대략적인 미래라면 버멜의 표정에서 읽어내더라도 모자람이 없다. 그것만 돼도 큰 수확이었다.

         

       어떤 사건이 벌어질 때 버멜의 표정 변화를 확인한다면 내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도 알기 쉬워질 터였다. 비록 그 결정이 단기적으로 봤을 손해처럼 보이는 것일지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땐 분명한 이득이 될 테니까.

         

       나는 당분간 버멜을 예의주시하기로 했다. 만에 하나 얘 주변에서 사건이라도 터진다면 나까지 피곤해지겠거니, 싶었다.

         

       **

         

       근데 그 피곤해지는 시점이 금방 찾아올 줄은 몰랐다.

         

       좆이 뇌에 달린 황자새끼가 다시 등교했다. 좋은 시절 다 갔구나.

         

       오늘 클리온 황자는 내게 집적거리지 않았다.

         

       그 이유를 나는 알고 있었다. 아마 버멜도 알고 있겠지.

         

       내가 있는 책상을 지나쳐간 황자는 뒤쪽의 창가 자리로 향했다. 그는 하얀 예식용 장갑을 끼고 있었다.

         

       황자가 그 장갑을 벗어서 뒷자리에 앉은 소녀에게 냅다 던졌다.

         

       툭, 하는 소리가 교실에 울려퍼졌다. 생활소음에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작은 수준이었지만, 학생들은 그 소리에 집중했다.

         

       나와 버멜을 포함한 모두가 황자가 있는 쪽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얼굴 한 번 두껍네. 날 찔러놓고 태연히 학교에 나오다니.”

       “뭐?”

         

       전말을 아는 건 나와 버멜 정도뿐이었다. 우리는 잠깐 눈을 맞추며 서로를 경계하다가, 다시 클리온과 이르카가 있는 쪽을 쳐다보았다.

         

       드디어 일어날 게 일어났다.

         

       “시치미 떼지 마라. 분수대에서 나한테 칼침을 놓은 게 너 아니면 누구라는 거지?”

       “내가 했다는 증거 있어?”

       “차기 황제에게 암살 시도를 해 놓고 아무렇지도 않다니, 철면피만큼은 인정해야겠군..”

         

       클리온의 저 행동은 자폭이나 다름없었다.

         

       여기 있는 학생들은 전부 미래에 황실을 보필할 가신들이 될 것이다. 그런 학생들 앞에서 지지를 받을 만한 행동은 하지 못할망정 저런 짓이나 벌이고 있으니….

         

       제국의 국운이 다하기라도 한 걸까. 하긴, 이 정도로 나라가 막장이면 길로틴이 출동해도 이상하진 않겠지.

         

       이르카의 표정이 구겨졌다. 그녀가 클리온을 마구 쏘아보았다.

         

       “이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거짓말을 하는구나…! 내가 감찰부에 수사를 맡겨서 확인했다. 좋은 말 할 때 똑바로 실토하는 게 이로울 거다!”

       “정말 유죄면 증거를 보여주든가, 하다못해 구속영장이라도 가져와야 하는 거 아냐? 나중에 황제 될 사람이라면서 기본적인 법치도 모르면 여기 애들이 나중에 가신이 돼서 널 따르겠냐?”

       “도저히 못 들어주겠군…. 좋아, 난 관대하니까 구속이고 뭐고 하진 않겠다. 대신 간단한 제안으로 마무리짓도록 하지.”

       “제안?”

         

       클리온이 이르카를 향해 삿대질하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 법치를 좋아하니 합법적으로 처리하려는 거다. 다만 법원이 아니라, 바로 여기 틸레트에서 말이야!”

       “…지금 나랑 교정결투를 하자고?”

         

       교정결투.

         

       말은 장엄하지만 그냥 교내에서 맞다이하는 걸 뜻한다.

         

       교정에서의 결투는 일부터 백까지 법의 울타리 안에서 진행된다. 명목상 학교 커리큘럼의 일부에 편입할 수 있으며, 결투 시에는 선생님이 심판을 보기 때문에 누가 죽거나 중상을 입을 걱정도 없다.

         

       결투에서 진 상대가 이긴 상대의 부탁을 들어주는 건 모든 아카데미의 전통이다. 그걸 모르는 사람은 적어도 이곳엔 없었으니.

         

       “그래. 나와 결투를 해서 네년이 이기면 원하는 대로 해주지. 대신 내가 이기면 넌 내 첩이 되는 거다. 어때, 괜찮은 제안 아니…….”

       “싫은데. 내가 왜?”

       “뭐? 이걸 받지 않겠다고?”

       “너한테 딱히 원하는 거 없다고. 그냥 꺼지면 좋겠는데.”

       “그, 그래. 그럼 네가 이기면 너한텐 관심을 끄도록 하지.”

       “아니, 그냥 학교를 자퇴하라고. 꼴도 보기 싫으니까.”

         

       [오우. 황자 상대로 세게 나가는데요. 뭔가 믿을 만한 구석이라도 있는 걸까요?]

         

       그때 버멜이 일어났다. 그는 잿빛이 감도는 얼굴을 한 채로 클리온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갔다.

         

       “그렇게 교정결투가 하고 싶으면 내가 대신 받아주지.”

       “뭐냐, 엘프 주제에 또 나를 방해하려 하는 거냐?”

       “금안족 여자애도 모자라서, 미래 자신과 함께 정국을 볼 자작가의 영애한테까지 이런 짓을 하니 도저히 눈 뜨고 봐줄 수 없어서 그렇다. 이르카만 괜찮다면 내가 대신 상대해 주겠다.”

         

       잊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버멜은 수석이었다. 실기에서도 90점이라는 고득점을 달성한 천재.

         

       당연히 1등보다 높은 건 없으니 입학석차로만 본다면 버멜이 클리온을 이길 수는 없으리라.

         

       “싫다. 내가 왜 너와 아무런 이득 없는 싸움을 해야 하는 거지?”

         

       그래서일까. 이 졸렬한 새끼는 끝내 발뺌을 했다.

         

       “그게 네가 이르카에게 했던 짓이다.”

       “아니, 이거랑 그거랑은 다르지. 엘리예프는 날 찔렀으니까….”

       “이르카가 널 찌른 적이 없다는 건 내가 알고 차석이 안다. 조만간 수사 결과가 뒤집히면 반 친구들도 완전히 알게 되겠지. 네가 짜고 친 일이라는 걸.”

       “이 새끼가…!”

       “오늘 수업 끝나고 대운동장으로 나와라, 클리온. 여색으로 물든 네놈 대가리를 후려쳐서 정신이 들게 만들어주지.”

         

       오. 머리를 한 대 후리면 쟤가 멀쩡히 돌아오는 건가? 빙의자가 저리 구체적인 진술을 하니까 묘하게 설득력이 생겼다.

         

       “뭐 그럴 필요까지야 있나. 내가 굳이 너와 싸워야 하는 이유가 없어. 대신에….”

       “또 뭘 말하려고?”

       “저 금안족이 엘리예프 자작 영애 대신 나서준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뭔….”

         

       이르카가 인상을 구긴 채로 클리온을 꼬나보았다. 한 번 어깨를 으쓱인 황자는 능글거리는 미소를 짓고는 몇 마디를 더 내뱉었다. 그 발언은 명백히 나를 보고 하는 것이었다.

         

       “네년은 나와 앙금이 있잖나, 안 그래? 너라면 명분이 충분하지.”

       “허.”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저 말에 얼탱이가 없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바라던 바였다.

         

       “나와 대결해서 내가 이기면 나와 이르카에게 두 번 다시 집적거리지 않는 걸로, 어때.”

       “금안족답게 판단이 빠르군. 넌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고 생각한 거지?”

       “암, 충분히.”

       “단, 조건이 하나 있다.”

       “씨불여봐.”

       “입이 험한 건 양쪽 다 똑같군. 뭐, 됐다. 추가 조건은 우리 둘 다 마력초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잠깐, 그건…!”

         

       그 말에 옆자리에 앉아서 얘길 듣고 있던 로테가 발끈했다. 입시에서 나와 대련을 했던 로테라면 알고 있었으니까.

         

       나는 마력초가 없으면 마법을 쓸 수 없다는 걸.

         

       상관없었다. 나는 로테의 앞을 가로막으며 입매를 비틀었다.

         

       “육탄전으로 승부를 보자고?”

       “넌 그래도 되고. 하지만 난 마법을 쓸 거다.”

       “아, 그러셔?”

       “물리적인 힘만으로 날 이길 수 있다면 어디 해 봐라. 쉽지 않을 테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황자의 제안을 수긍했다. 버멜이나 로테의 표정은 영 좋지 못하다.

         

       그 누구보다도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건 이르카였다. 뜬금없이 자신의 미래가 웬 금안족의 손에 달리게 된 꼴이었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는 뜻으로 이르카에게 눈웃음을 지어주었다.

         

       지금 내 머릿속은 황자의 머리통을 합법적으로 박살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다시 한 번 확인하자. 난 물리적인 방법만 써서 널 이기라는 소리지? 마력초 한 개비도 안 쓰고?”

       “잘 아는군. 혹시 금안족 주제에 마법도 사용하지 않고 날 이길 수 있다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보는데.”

         

       왜, 내가 물리는 좀 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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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gic Academy’s Physicist

The Magic Academy’s Physicist

마도 아카데미의 물리학자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n an era when the power of Fire Magic was considered to have reached its limit, one girl began researching nuclear fu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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