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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

    과거엔 분명히 허용되던 행위가 있다.

    루크에게는 마법사끼리 서로의 성취와 서클을 느끼기위해 심장에 손을 대는것이 그것이다.

    물론 일반적으로, 사제관계나 굉장히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하지 않지만…….

    그것은 결코 타인과는 그 행위가 부끄럽기때문에 그런것이 아니다.

    그런 관계가 아니라면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서클에 손을 댄다는것은 그 서클에 직접적인 영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이야기고, 그것은 일방적으로 상대방을 죽일수도 있는 행위니까.

    애초에 루크가 살아온 시대는, 그것이 ‘가슴을 만진다.’로 받아들여지는 사회도 아니었다.

    서클이 심장에 새겨지는것은 성과 관련없는 것이니까.

    감정보다는 이성적인것을 중시하는 마법사들은, 오히려 가슴이 크면 심장에 손을 대어보기 불편하다 정도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탐구욕이 성욕보다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이다.

    “역시, 그대는 너무 감정적이구나.”

    그런면에서, 시루드는 마법사답지 못했다.

    마법사라면 응당, 무성애자까지는 아니어도 그러한 충동 쯤은 참아낼 줄도 알아야 하건만.

    “…….”

    하지만 시루드는 누워서 멍하니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서클을 이해하고 안정화시키는 요령을 깨우치는데엔, 그러한 접촉이 가장 빠르다.

    글보단 말이 낫고, 말보단 보는것이 나으며, 보는것보단 체험하는것이 낫다.

    그것은 마법을 가르침과 배움에 있어서도 통용되는 상식.

    특히 개인의 깨달음과 각자의 체계를 잡아내는것이 중요한 서클마법이라면, 그러한 체험은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시루드가 그것을 의식할 줄이야.

    ‘이것은 불편하군, 여러모로.’

    루크는 시루드의 가슴에 손을대고, 그의 서클을 안정화시킨다.

    “자. 이제 알겠느냐. 이것이 마나를 움직인다는 느낌이란다.”

    “…….”

    시루드도 어렴풋이 깨달았다.

    왜 그렇게 이 여자애가 가슴에 집착하였는지.

    대체 내 가슴에 뭐가 있길래 그랬던건지.

    어째서 이 여자애가 가슴을 만졌더니 서클이 안정화되었던건지.

    완전히 이해했다.

    ‘내가 이상했던게 아니었어.’

    그때 어째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이제 알것도 같다.

    그땐 솔직히 무섭다는 감정밖에 안들었는데, 여자애가 가슴좀 만져주었다고 갑자기 안심된다니. 이상하지않은가?

    ‘그건 너무 변태같잖아.’

    그때를 생각하니 괜히 또 부끄러워지는 것 같다.

    “시루드?”

    아까부터 대답이 없는 시루드를 향해, 루크는 의문의 목소리를 내었다.

    시루드는 루크의 시선을 피하며 중얼거렸다.

    “으. 대체 왜 서클은 심장에 새겨지는거야.”

    심장이 아니라 손이나 발, 이마같은 얼마든지 만져도 괜찮은 부위에 생기는 것이었으면 얼마나 좋냐는 말이다.

    왜 심장에만 서클이 생기는 것인가?

    루크는 대답해주었다.

    “마나가 쌓이는데엔 심장이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지.”

    심장은 생명의 상징.

    그러므로 반드시 죽는 그 순간까지 박동하는 기관이다.

    그 박동이 서클이 자리잡는것에 가장 적합하고, 또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루크가 현 시대의 지팡이를 보고 그리 놀랄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서클이 작동하기위해선 생명이 필요한데, 지팡이는 생명이 아니잖은가.

    5000년전에는 그것이 상식이었다.

    ‘하지만, 상식이 바뀌었지.’

    조만간에, 지팡이에 대한 연구도 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루크는 시루드가 충분히 안정할 수 있게 두고 말을 시작했다.

    “시루드, 네가 서클을 익힘에 있어서 반드시 알아야할 것들과 명심할 것들을 이야기해주겠다.”

    루크는 서클로 절대 하면 안되는 행위와 마나폭주를 다스리는 법을 설명하며, 몇가지 연습할만한 마법을 알려주었다.

    물론 그중에서도, 위험하거나, 어렵거나, 공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종류의 것들은 제외하였고.

    그래서 시루드에게 대강 알려줄 수 있었던 것은 라이트와 실드, 기초적인 신진대사를 강화하는 방법정도.

    뭐, 그것만으로 충분히 마나를 다룬다는 감각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익숙해진다면, 2서클로 다가가는것도 문제는 없으리라.

    “서클은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자에겐 힘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독이다. 명심하거라. 절대, 타인에게 힘을 뽐내지 말거라. 내가 네게 서클마법을 알려준것은, 네 서클이 너무나 불안정하기 때문이지, 그것으로 남을 해하라고 알려주는게 아님을 반드시 기억하는거다.”

    “……알겠어.”

    시루드는 마치 홀린듯이 ‘알겠다’는 말을 내뱉었다.

    처음엔 그냥 이상한 변태인줄 알았던 여자애인데.

    대체 서클을 다루는법은 어떻게 이렇게 자세히 아는걸까?

    아무리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것을, 어떻게?

    모르겠다. 

    아직 어린 시루드의 지식으론 감히 추측할수도 없었다.

    그냥, 뭔가 대단한 느낌만을 받을 뿐.

    “…….”

    시루드는 언제나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특별함은, 루크의 앞에선 조금도 특별할 수가 없었다.

    그 느낌이 불쾌하지 않다는게 참으로 이상한 일이지만.

    루크는 시루드가 자신의 말을 제대로 알아들은것이 기특하여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 착한아이로구나.”

    스윽, 스윽.

    시루드는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이 왠지 자신의 할아버지같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서클탓인가.

    ——

    아이들이 놀이방에 들어간 순간, 예르나는 이제 대화를 시작할때가 되었음을 직감했다.

    “자아, 이야기를 나눠보죠.”

    “ㄴ, 네에.”

    세레나가 미소짓자, 예르나는 조금 긴장한채로 대답한다.

    세레나는 잔뜩 긴장한 예르나를 안심시키려 먼저 이야기를 시작했다.

    “긴장 마세요, 저는 당신을 탓하려 온게 아니거든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그냥, 우리 시루드랑 그쪽 여자아이랑 앞으로 친하게 지냈으면 해서요.”

    “네?”

    예르나는 당황했다.

    잔뜩 사과해야할 것 같다고 생각하고 준비해온 사과멘트들이 머릿속에서 죄다 씻겨져나갔다.

    ‘앞으로’ 친하게지냈으면 한다고?

    대체 왜?

    세레나에게 루크는 단순히 스쳐가는 인연, 첫인상도 결코 좋다고는 할 수 없는데…….

    ‘뭐, 루크가 귀엽기는 하지만…….’

    아이가 좀 귀여운걸로 모든게 해결될 정도로 이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아참, 아이 이름이 뭐라고 했었죠?”

    “루, 루크요. 루크 이루시.”

    “이루시……? 흐음, 아이와 성이 다르시군요?”

    세레나는 그쪽을 지적했다.

    남이 보기에, 루크와 예르나의 관계는 당췌 짐작하기가 어려운 상태인 것이다.

    서로 닮지도 않았고, 성도 다르며, 종족마저 다르다.

    도대체 어쩌다가 루크가 예르나와 같이 있게 된 것인지, 아니, 애초에 보호자가 맞기는 한지 의심해야할 수준.

    여태껏 그 누구도 이것에 별다른 지적을 해오지 않았던것은, 가정사가 너무 복잡해보이면 도리어 묻기가 꺼려지는 심리 탓일것이다.

    애초에, 임시보호자임을 밝히면 대부분은 납득하니까.

    “루크는……. 제가 임시보호를 맡고 있거든요.”

    “임시보호라구요? 기간은요?”

    “3년 정도요.”

    세레나는 살짝 놀랐다는듯이 눈을 떠올리며 말한다.

    “3년? 어머, 임시보호기간치고는 꽤 기네요.”

    “네, 거기엔 또 여러가지 이유가 있어서…….”

    불우한 과거, 수인화시술, 서클……. 그런 암울한것은 여러가지 이유라는 말로 대충 뭉뚱그렸다.

    어두운 면을 구태여 밝힐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물론 그녀가 묻는다면 대답해주겠지만, 세레나도 그런 것을 묻고싶지는 않았다.

    “그렇겠지요. 뭐어, 사유가 있었다고해도, 3년이라면 정부에선 당신을 이미 보호자로 판단하는 모양이군요?”

    “확실히…….”

    그녀가 느끼기에도 정부의 심사관은, 이미 예르나를 잠정적으로 루크의 보호자라고 생각하는 중인것같았다.

    예르나가 아직 보호자가 아닌 임시보호자인 이유는, 사실 입양절차에 쓰여진 ‘기혼일것’이라는 규정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 탓이지 사실 다른 이유가 없었다.

    “그러면, 루크는 학교는 다니지 않겠군요.”

    “그…….래요. 사실, 루크는 이제 정식신분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의무교육은 권고받지 못했네요.”

    세레나는 살짝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루크도 학교에 다녀야 할 때네요.”

    “학교요?”

    학교라니, 뭐어 예르나도 그것을 생각하지 않은것은 아니었지만……. 아니, 오히려 언젠가 보내야한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루크에게 학교가 괜찮을지 어떨지……. 어디를 보내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요…….”

    “걱정 마세요, 예르나씨. 말했잖아요? 루크가 시루드와 친한 친구가 되어줬으면 한다고.”

    세레나는 눈웃음을 지어내며 커피를 한모금 마셨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예르나도 문득 녹차를 들어 입술과 혓바닥을 조금 적실 정도로만 살짝 마셨다.

    탁. 커피잔을 내려놓은 그녀가 말을 잇는다.

    “시루드가 지금 다니는 학교면 어떤가요? 티그 아카데미.”

    “네?”

    티그 아카데미라면, 그……. 명문으로 소문난 학교 아니던가.

    시종인이 딸린 기숙사까지 갖추어진, 진짜배기 ‘귀족’들만 다닐 수 있다는 학교다.

    ……그리고 거기 학비가 꽤나 비싸다고 들었는데.

    예르나의 곤란한 표정을 읽은 세레나는 금방 입을 열었다.

    “학비는 걱정마세요, 제가 부담할테니까. 제가 제안했는데, 이정도는 해야겠죠. 그외에 교복이나, 학습물품의 비용까지 지원해드릴게요.”

    “저, 정말요?”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학비 전액지원?

    이 기회를 놓치는건 바보짓이리라.

    뭐, 2클래스까지는 의무교육이기도 하니(루크는 이미 독학으로 4클래스를 공부하는 중이었지만) 루크도 언젠가 꼭 학교에 보내야 하기는 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제멋대로 이야기를 진행시킬수야 없는 노릇이다.

    예르나가 좋은 기회라고 생각을 하더라도, 루크에게는 또 다를수가 있었다.

    “그……. 감사하긴 하지만, 루크에게 물어보고 결정해야할 듯 싶네요.”

    “그래요, 아이의 의견을 묻는게 먼저겠죠.”

    예르나와 세레나는 저쪽 놀이방에서 놀고있는 아이들을 한차례 훑었다.

    시루드는 누워서 배에 팔을 올려둔 상태였고 루크는 그런 시루드를 쓰다듬으며 뭐라고 중얼거리는 중이었다.

    그 모습을 본 세레나는 그 모습이 퍽 귀여워서 절로 웃음이 나왔다.

    “소꿉놀이라도 하나보네요.”

    시루드는 아기역할인가?

    참으로 진귀한 장면이다.

    “그, 그러게요.”

    그것을 바라보는 예르나의 마음은 어쩐지 조마조마할 따름이었지만.

    뭔가 분위기가 이상한걸.

    성교육은 저번에 충분히 해줬었나?

    잘 모르겠다.

    “뭔가 문제라도 있으신가요, 예르나씨?”

    “아, 아녜요, 아무것도……. 하하.”

    “……그래요?”

    어색한 웃음이다.

    하지만 그 이유를 모르는 세레나는 그저 의아할 따름.

    예르나는 다시한번 루크를 바라보았다.

    뭐, 저정도면 괜찮은건가……?

    확실히, 올라타지는 않았지만…….

    근데 왜 자꾸 불안한걸까.

    ‘일단, 기숙사는 안돼.’

    기숙사에 폭발할듯한 마나요금 이전에, 불안해서 절대 기숙사는 안되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연참하려고 휴가썼다…..
    어제부터 연참할 생각 뿐이었다…..

    학교에피소드, 아무래도 의무교육이 필요한 현대사회인이상 학교에 대한 언급을 빼놓을수가 없겠더군요…..

    사실 저도 아카데미물을 쓰고싶기는 하지만, 루크는 할부지잖아요….?

    어째서 루크가 아카데미와 어울리지 않는지, 직접 보여드리는게 좋을 것 같아서 한번 학교찍먹 갑니다!

    그리고, 왠지 교복루크도 그리고 싶고….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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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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