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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

       이름: 알렌

       나이: 30

       칭호: 뇌검

       직업: 희극배우

       영입조건: 문턱에 발을 찧고 앞으로 넘어졌을 때, 기사나 도적으로 ‘웃음’ 감정 표현을 하기

         

       이름: 조

       나이: 30

       칭호: 풍검

       직업: 희극배우

       영입조건: 문틀에 머리를 찧고 뒤로 넘어졌을 때, 기사나 도적으로 ‘웃음’ 감정 표현을 하기

         

         

       알렌과 조.

       TT1에서 서포터로 등장하는 코미디 듀오.

       허름한 정장에 우스꽝스러운 행동이 특징인 남자들이다.

         

       겉보기에는 개그 캐릭터에 불과해 보였지만, 둘은 사실 뛰어난 검객이었다.

       둘이 용병으로 명성을 쌓던 중 어느 날, 길거리에서 코미디 쇼를 보고 큰 감명을 받아 희극배우로 전업을 한 것이다.

         

       그런 배경 설정에 걸맞게 둘의 기본 능력은 상당히 우수했다.

       오죽하면 ‘초보자는 닥치고 알렌과 조’라는 말이 팬덤 사이에 격언처럼 떠돌 정도였다.

         

       둘의 성능은 초반 게임의 밸런스를 해칠 정도로 강력했다.

       사실 둘은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영입할 수 없는 ‘숨겨진 서포터’였다.

         

       다른 서포터들은 길가에 떡하니 나타나, 퀘스트를 띄어주거나, 대놓고 뭔가를 요구해서 ‘내 요구를 들어주면, 당신을 도와주겠소’라는 티를 냈지만, 둘은 전혀 그런 게 없었다.

       엑스트라처럼 지나가듯 등장해서, 엑스트라처럼 지나가듯 사라져버렸다.

         

       둘을 서포터로 영입할 수 있다는 사실은 게임이 발매되고 몇 주가 지나서 발견되었다.

       조건은 매우 간단했다.

       둘이 넘어질 때, 기사나 도적으로 웃어주면 되는 것이었다.

         

       TT 시리즈에는 인사, 춤, 웃음, 도발 등 용사들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기능이 있었다.

       이것을 활용해 게임의 숨겨진 요소를 찾는 것도 TT 시리즈의 묘미 중 하나였다.

       물론 TT1 발매 당시에는 그러한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았기에 시간이 좀 걸린 것이다.

         

       -우, 우리 개그에 웃어준 겁니까? 으어어.

       -크흑, 믿겠다. 당신들은 용사가 맞군!

         

       그렇게 합류하자마자 무자비하게 지팡이 검을 휘두르는 두 검객.

       가만히 놔두면 스테이지 1의 보스까지 둘이서 알아서 잡아버렸다.

         

       그래서 나는 둘을 호텔로 데려올 때, 언제든 웃어줄 준비를 했다.

       그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바닥에 떨어진 시계를 주우려다 둘이 이마를 꽝 찧었을 때, 웃었다.

       뜨거운 차를 벌컥벌컥 마시려다 푸 하고 내뱉었을 때, 웃었다.

       서로의 신발 끈을 밟고 앞으로 넘어졌을 때, 웃었다.

       정말 열심히 웃었다.

         

       그런데 둘은 기대했던 만큼 열성적인 반응을 보여주지 않았다.

       TT1에서처럼 감동하며 울먹이는 것까지는 기대하지 않았다.

       적어도 감사하는 모습은 보일 줄 알았다.

         

       그런데 그들은 대신 어딘가 우쭐하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거리기만 했다.

         

       그렇게 나의 안내를 받아 서커스단의 모습을 둘러본 두 검객.

       그들은 단원들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많이 들었던 변명을 늘어놓으며 호텔을 떠났다.

       그건 명백한 거절의 표시였다.

         

       처음으로 내가 가진 원작의 지식이 통하지 않았다.

         

       어째서일까.

       곰곰이 생각한 나는 둘의 캐릭터 시트에서 봤던 설명이 떠올랐다.

         

       -데뷔한 지 3년이 지났지만 둘은 변변한 인기를 끌지 못해 좌절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용사들이 웃어주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팬을 위해 뭐든지 할 것입니다.

         

       데뷔한 지 3년이 지났다…….

       문제는 그건 어디까지나 TT1 시점에서였다는 것이다.

         

       지금은 TT1으로부터 2년 반 전.

         

       즉, 둘은 아직 데뷔한 지 6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다.

         

       3년의 무명 시절을 겪은 때처럼 사람들의 반응이 간절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우리 체면을 깎아서 저 허접한 놈들 기만 세워준 꼴이 되었다.

         

       어디 가서 ‘원더스타인 서커스단 단장은 우릴 아주 높게 평가하던데.’ 같은 소리나 떠들지 않기를 바랐다.

         

       가뜩이나 ‘서커스단의 명성’ 수치가 낮은데 여기서 더 떨어지면 곤란했다.

         

       그렇게 내가 노리던 두 검객은 떠났다.

       뱀 조련사 여자는 모르는 캐릭터라 형식적인 권유만 하고 보내버렸다.

         

       나는 허공에 ‘단원 관리’ 창을 띄었다.

         

         

       *단원 관리 (10/12)

         

         

       최대 영입 가능 단원은 총 12명.

       현재 단원은 총 10명.

         

       부단장, 엘라.

       거미 여인, 유라크네.

       적혈귀, 우몬.

       해골 광대, 스벤.

       미라, 밴딕.

       난쟁이, 요벨.

       세쌍둥이 첫째, 한스텐.

       세쌍둥이 둘째, 두네돌.

       세쌍둥이 셋째, 세브람.

       돌덩이, 메리사.

         

       10명이라지만, 실질적으로 곡예를 하는 사람은 그보다 적었다.

         

       엘라는 진행자를 맡고 있으니 무대에 오르지 않았다.

         

       세쌍둥이는 호감도도 보상도 다 별도로 카운트되고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한 명으로 보는 게 맞았다.

         

       그리고 돌덩이가 된 메리사는 마차 짐칸에 실려 있었다.

       그녀는 전력에서 제외였다.

         

       실질적으로 무대에 오르는 사람은 6명이라 할 수 있었다.

         

       정말 이들만으로 가능할까?

         

       불안감이 들었다.

       원작에서 괴물서커스단이 악마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원더스타인의 힘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가진 힘은 원래의 원더스타인에 미치지 못했다.

       물론 나에겐 미래의 지식이라는 무기가 있었다.

       그러나 저번의 데릭처럼 미래의 요소가 위협으로 바뀌기도 했고, 이번 알렌과 조의 경우처럼 미래의 지식이 쓸모없어지기도 했다.

         

       마냥 안심할 게 아니었다.

         

       그렇게 상념에 잠기며 걷다 보니, 어느새 광장의 끝에 다다랐다.

         

       여기저기서 재주를 펼치는 곡예사들이 우글거리는 루즈의 중앙광장.

       여기서도 다른 곳과 구분된 지역이 있었다.

         

       하얀 가림막으로 둘러싸인 그곳.

       환상 마법사들이 재주를 펼치는 곳이다.

         

       환상 마법.

       말 그대로 허상을 띄어 사람들에게 시각적인 속임수를 가하는 마법이었다.

       이를 이용해 공연에서 배경, 소품, 특수 효과 등을 만들곤 했다.

         

       엘라가 올라섰던 <울펜슈타인 백작>의 무대에서도 여러 환상 마법이 사용되었었다.

       그건 나도 흥미롭게 봤다. 현실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볼거리였다.

         

       -우리도 환상 마법사를 고용하는 건 어떨까요?

       -음, 글쎄……. 환상은 보면 화려하고 멋지긴 한데……음, 뭔가 좀 어색하고 티가 나거든. 나는 이 부분에서는 전통을 따르는 쪽이야. 소품을 잘 활용하는 게 훨씬 자연스럽고 특유의 멋이 나.

         

       엘라는 조금은 확신 없는 태도로 자신의 취향을 고수했다.

       그녀의 말을 들으니, 예전에 한 영화감독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자신은 CG보다 직접 도구를 제작하고 세트를 꾸미는 쪽을 좋아한다고 했던가.

         

       그것과 비슷한 걸까?

       나는 엘라의 고집을 존중해줬다.

         

       하지만 최근 개막식을 앞두고 맛보기 공연을 준비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유라크네가 사람 머리를 깨는 연기할 때 쓰이는 ‘딸기잼 수박 머리’나 우몬의 입에서 으적거리는 ‘뼈 사탕’은 일회용이었다. 한 번 부수면 끝이었다.

       그래서 연기 한 번 할 때마다 엘라는 다시 몇 시간을 들여 같은 것을 또 만들어야 했다.

       배경과 의상 제작까지 같이 하면서 말이다.

         

       어제는 소도구를 제작하면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그녀를 보았다.

         

       본격적으로 공연이 시작되면 그녀가 버틸 수 있을까?

       랫맨들을 시켜 기술을 조금씩 가르치고 있다지만, 한계가 분명했다.

       환상 마법은 필요했다.

         

       나는 가림막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옆에 있는 경고문을 읽었다.

         

       [환상 마법은 이 구역을 벗어나지 마시오.]

         

       나는 한 획 한 획 힘주어 쓴 게 느껴지는 안내문의 글자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지난주 동안, 온갖 환상이 루즈를 시끄럽게 했다.

         

       집채만 한 거미가 도로 한복판에 나타나고, 가짜 불길이 건물을 태우고, 말 없는 마차가 허공을 질주했다.

         

       모두 환상 마법사들이 벌인 퍼포먼스였다.

       그들 역시 대형 서커스단에 채용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자신의 재주를 뽐내는 것이다.

         

       서커스 그랑프리의 규정상 ‘마법사’도 곡예사와 같이 ‘무대 위에 올라서는 이’ 취급을 당했다.

       즉, 대회 기간 중 전입과 영입이 제한되는 규정을 그대로 적용받는 것이다.

       비록 그들이 연기자로 활동하는 사례는 많지 않았지만, 이는 당연한 조치였다.

       마법사의 마법은 곡예사의 곡예와 같았다.

       단검 전문가가 무대 밖에서 칼을 던진다고, 그걸 곡예가 아니라고 할 수 없지 않은가?

         

       그래서 그들도 곡예사처럼 개막식 전까지 어떻게든 대형 서커스단의 눈에 띄려고 애썼다.

         

       환상 마법사들의 마당은 곡예사들의 것보다는 그래도 얌전했다.

       그들은 재주꾼보다 기술 박람회에서 자신의 작품을 자랑하는 발명가들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자, 보십시오. 저의 최고 작품인 춤추는 24개의 불꽃입니다!”

         

       마법사 한 명이 손바닥을 펼쳤다. 그 위에서 온갖 휘황찬란한 색깔을 가진 빛들이 나타나더니 이리저리 궤적을 남기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사람들 몇 명이 와 하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대부분 구경하러 나온 동네 주민이나 관광객들이었다.

         

       서커스단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의 표정은 냉랭했다.

         

       “쯧. 서커스 그랑프리를 뭘로 보고.”

        “저런 눈속임으로 실력을 감추려 드는군요.”

       “빛의 움직임도 단순해. 궤적을 보아하니 좌우로 왔다 갔다 할 뿐 아닌가.”

       “시골 장터에서나 통할 재주로군.”

         

       일반인과 달리 그들은 색색의 불꽃이나, 요란한 번개 폭풍 같은 눈요기하기 좋은 것을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환상 마법에서 천연색과 번쩍임으로 효과를 도배하는 건 아주 쉬운 기술에 속했다.

       저런 걸 자기 최고의 작품이라고 소개하는 건 본 실력이 형편없다는 증거였다.

       서커스를 아는 사람들이 환상을 관찰하는 법은 달랐다.

         

       요란함보다 세밀함에 주목했다.

       화려함보다 현실성에 주목했다.

         

       “오, 이 담비의 털 좀 보세요. 자연스럽게 바람에 흩날리는 것 같지 않습니까?”

       “아주 정교한 환상이군. 상당해. 저기 양철 인형은 어떤가?”

       “질감이 아주 제대로 살아 있는데요? 쇠 냄새가 느껴질 정도예요.”

         

       환상 마법사의 실력은 세밀하고 정교한 현실의 구축에 있었다.

       서커스에서 요구하는 배경과 특수 효과를 착실히 구현하려면, 고작 불꽃을 허공에 수 놓는 것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그런 데 환상 마법을 쓸 바에 그냥 불꽃술사를 고용하는 게 낫지.

         

       나는 사람들 사이를 다니며, 환상 마법들을 살폈다.

         

       그때, 구석으로 인파가 쏠리는 게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이 누군가를 보며 웅성거리고 있었다.

         

       “환상인가?”

       “저 걸음걸이와 눈동자의 움직임을 봐! 사람을 저렇게 자연스럽게 재현해? 말도 안 돼. 그런 사람이 왜 이런 길거리 마당에 있어? 일류 서커스단에 지원서를 내밀었지.”

       “그럴 수도 있지. 일단 보자고. 저 아이도 환상 마법사라는 거 아냐.”

       “외모만큼 실력이 될지…….”

         

       누구 때문에 이렇게 난리일까?

         

       사람들의 뒤편에 서서 나는 시선이 모이는 곳을 바라봤다.

         

       눈처럼 새하얀 머리카락.

       마치 장인이 만든 인형같이 완벽한 비율로 나뉜 이목구비.

       얼음같이 차가운 눈매.

         

       나는 속으로 탄성을 내질렀다.

       웃는 남자가 없었다면 다른 사람들처럼 놀라서 소리를 질렀을 것이다.

       다만 그 이유는 달랐다.

       그녀가 여기 있다는 것 자체에 놀랐다.

         

       트릴 트릴로 시리즈의 주인공인 3명의 용사 중 한 명.

       마법사 마야.

         

       내가 아는 것보다 어려 보였지만,

       분명 그녀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일단 지연 공지를 던지고 나니 기적처럼 느려지는 타자 속도…

    좀 늦었지만 마무리하고 다시 자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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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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