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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

       모든 몬스터는 광기의 축복에 잠식된 존재다.

       

       제정신을 잃고, 공격성이 증가했으며, 그 대가로 강한 힘을 손에 넣은 녀석들.

       

       고블린이 절제를 잃고 본능에 따라 사는 대신, 그 덩치에서 나올 수 없는 힘을 얻었고.

       

       혼 래빗은 분노 조절 능력을 잃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 들이박는 대신, 날카로운 뿔과 빠른 속도를 손에 넣었다.

       

       “크릉!”

       

       그렇다면 야생의 엘리…아니, 아이언 울프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는가.

       

       아이언 울프는 성적인 쾌락을 잃었다. 그리고 극도로 벌크업 된 몸을 얻었다.

       

       새끼를 가질 수 없다거나, 야스를 못 하고 딸만 친다거나 그런 게 아니다.

       

       야스도 할 수 있고, 나무 등치에 비비며 딸도 칠 수 있고, 새끼도 가질 수 있지만…무엇을 해도 기분 좋아질 수가 없는 것이다.

       

       남역빔을 맞아 강해진 성욕은 그대로인데! 심지어 발정기도 찾아오는데…!

       

       그러니까 저렇게 흉포해질 수밖에 없는 거겠지.

       

       “불쌍한 것. 오늘 그 애잔한 삶에 종지부를 찍어주마.”

       

       석궁을 달아둔 왼손을 앞으로, 단검을 든 오른손은 뒤로 빼며 몸을 긴장시켰다.

       

       아이언 울프 또한 자세를 한껏 낮추어 언제든 달려들 수 있도록 했고.

       

       잠깐의 대치. 하지만 이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뒤져라!”

       

       크게 소리를 지르며 발치의 돌멩이를 걷어차 아이언 울프를 향해 날렸다. 이에 반사적으로 먼저 짓쳐들어오는 녀석.

       

       “크허엉!”

       

       황소만 한 거구가 땅을 박차며 달려든다. 말로 하면 간단하지만, 실제로 눈앞에서 보면 상당한 박력이 느껴지는 상황.

       

       하지만 괜찮다. 속도는 그렇게 빠르지 않다. 나는 물론이고 혼 래빗보다도 느리니까.

       

       씨익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아이언 울프를 향해 마주 달려 나갔다.

       

       파밧!

       

       빠르게 가까워지는 거리. 앞으로 몇 걸음이면 서로 닿는 위치에 도달한 순간

       

       “흡!”

       

       정면으로 달려오는 녀석을 향해 마주 달려가는 척하다가 옆으로 방향을 틀었다.

       

       거의 90도로 꺾인 궤적. 누가 옆에서 잡아당기기라도 한 것 같은 움직임이다.

       

       가벼운 몸뚱이, 관절의 유연함. 그리고 재빠른 민첩성이 받춰져야 가능한 일.

       

       사냥감이 눈앞에서 옆으로 빠져나가는 걸 본 녀석이 다급히 몸을 틀었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진작에 옆구리에 도착해 있었으니까.

       

       베이스가 네발짐승인 늑대라 방향 전환을 위해 잠시 멈칫한 순간. 몸보다 한발 빠르게 꺾은 머리를 향해 손목 석궁을 발사했다.

       

       거리가 가까워 정확히 노릴 수 있었던 화살이 아이언 울프의 눈에 틀어박힌다.

       

       푸욱-

       

       “캐앵!”

       

       비명을 지르며 고통에 몸부림치는 녀석. 방향 전환 도중에 발작을 일으키니, 다리가 꼬이며 그대로 데굴데굴 구른다.

       

       그 틈을 타 잽싸게 접근해 단검을 휘둘렀다. 목표는 안쪽 목덜미.

       

       바깥쪽 털은 반쯤 금속화 되어 갑옷 같은 역할을 하니 비교적 보드라운 안쪽을 노렸다.

       

       꾸욱.

       

       “니미.”

       

       덩치가 큰 만큼 가죽도 두꺼운 걸까. 안쪽 가죽을 노렸음에도 단검이 꿰뚫지 못했다. 약간의 생채기 정도는 남겼지만.

       

       내 근력이 부족하기도 했고, 무기 자체의 날카로움이 부족한 탓에 벌어진 일.

       

       목에 무언가 닿는 느낌에 정신을 차린 아이언 울프가 목을 꺾어 내 손을 물려고 들었다.

       

       “어딜!”

       

       손을 뒤로 빼며 빠르게 녀석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몸뚱이는 멀쩡함 그 자체. 넘어지며 다리를 삔 것 같지도 않다. 유일한 상처는 눈에 박힌 화살뿐.

       

       털가죽이 튼튼한 거지 눈은 평범한가 보네.

       

       어떻게든 몸을 뒤틀며 일어나려는 아이언 울프를 향해 단검을 던졌다.

       

       쐐애액…퍼억!

       

       “캐앵! 캥!”

       

       검신의 절반 이상이 눈에 틀어박혔다. 덩치가 큰 만큼 안구도 커서 노리는 건 어렵지 않더라.

       

       졸지에 두 눈을 모두 잃고 장님 신세가 된 녀석.

       

       어찌어찌 몸은 일으켰지만, 어두워진 시야에 적응을 못 한 걸까. 몸을 웅크리고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한다.

       

       보통 짐승이었다면 이쯤에서 도망쳤을 텐데 아직도 싸우려 들다니. 역시 몬스터는 몬스터네.

       

       적절한 거리를 유지한 채, 허리춤에 감아둔 올가미 로프를 던졌다. 일전에 양아치들에게 써먹었을 때처럼 정확히 머리에 감는 데 성공했지만….

       

       워낙 덩치가 크다 보니 제대로 이마에 막혀 목을 옥죄는 데는 실패했다. 기껏해야 주둥이를 벌리기 힘들게 만들었을 뿐이지.

       

       하지만 그거면 충분했다.

       

       “크흐응!”

       

       입을 묶인 채 고개를 도리질 치는 녀석. 밧줄을 빼내려는 것 같지만…그 움직임에 맞춰 잡고 있던 밧줄을 잡아당겨 방해했다.

       

       물론 워낙 힘의 차이가 나다보니 아이언 울프의 행동을 제한하는 게 아니라 내 몸이 끌려다녔으나…오히려 좋다.

       

       잡아당기는 힘에 거스르지 않고 몸을 던졌다. 덕분에 반쯤 날아가듯 가까워지는 거리.

       

       적당한 타이밍에 맞춰 땅을 박차 녀석의 등 위에 올라타는 데 성공했다.

       

       “크으응…!”

       

       내가 올라타자 즉시 몸을 들썩이며 나를 떨어뜨리려는 녀석. 목숨 걸고 로데오라도 하는 기분이지만….

       

       몸이 민첩하다는 건 그만한 반사신경과 균형감각이 뒤따라온다는 소리다.

       

       “아하하!”

       

       격렬하게 몸부림치는 아이언 울프의 움직임에 맞춰 허리를 놀렸다. 덕분에 하반신은 바쁘게 움직여도 상반신은 미동조차 없는 상황.

       

       침착하게 녀석의 코에 손을 가져다 대며, 수없이 많은 마력초로 늘어난 마력을 끌어올렸다.

       

       “미약한 불꽃.”

       

       화르륵!

       

       “크흐응?!”

       

       여전히 미묘한 화력. 하지만 늑대의 촉촉한 코를 바짝 구워버리기엔 충분한 화염이 손에서 뿜어진다.

       

       “캐흥! 크르응…커헝!”

       

       분노에 찬 몸부림이 아닌 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

       

       아예 몸을 뒤집어 땅에 등을 비비기도 하고, 나무에 들이받으며 나를 떨어뜨리려 안간힘을 쓰는 아이언 울프였으나.

       

       그럴 때마다 등 위에서 옆구리로, 때로는 아예 점프까지 해가며 어떻게든 녀석의 코에 손을 가져다 댄 채로 버텼다.

       

       코건 입이건 잘만 숨 쉬는 인간이 특이한 것이지 대부분의 포유류는 개구호흡을 못하거나 어려워한다.

       

       하물며 밧줄에 입을 반쯤 봉쇄당한 상황이니 어떻겠는가.

       

       아이언 울프의 코는 화상으로 짓물러졌고, 좁아진 콧구멍 안쪽으로 들어오는 것은 뜨겁게 달궈진 열기와 자신의 살을 태워 만든 연기뿐이었다.

       

       격렬하게 저항하던 녀석의 몸이 점점 둔해지더니, 이내 축 늘어지기 시작한다. 반항적인 으르렁거림은 점점 약해진 끝에 완전히 조용해졌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조금 더 미약한 불꽃을 유지했다. 10초 넘게 아무런 반응조차 없는 걸 확인하고서 손을 뗐지만.

       

       마나의 3분의 2가 날아간 것 같은 공허한 느낌. 하지만 마나 탈진까지는 가지 않았다. 그간 열심히 마력초를 먹어댄 보람이 있네.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차오르는 만족감. 이를 뱉어내듯 큰 소리로 외쳤다.

       

       “엘리 컷!!”

       

       “그러니까 엘리 선배가 아니래도.”

       

       언제든 끼어들 수 있도록 대검을 꺼내 들고 있던 리디아가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그래도 잘했어. 솔직히 이번에는 요나라도 힘들 거라고 생각했거든.”

       

       “저도 진짜 식겁했지 뭐에요. 안쪽 가죽을 노렸는데도 칼이 아예 안 박힐 줄은 몰랐거든요.”

       

       “응. 고블린을 상대하며 다른 생물을 죽이는 데 익숙해지고, 혼 래빗을 상대하며 파티 플레이에 익숙해진다면, 아이언 울프는 자신보다 강한 적을 상대로 어떻게 싸울지 배우는 몬스터니까.”

       

       하기야. 고블린이나 혼 래빗에 비하면 아이언 울프는 순수하게 스펙이 높다는 느낌이었지.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보통은 아이언 울프를 어떻게 잡아요? 저처럼 코를 태워 질식시키진 않을 거 아니에요.”

       

       “아냐. 그건 정석적인 방법 중 하나야. 파티 중에 마법사나 정령사가 있다면 원거리에서 코와 입을 막아 질식시키는 게 가장 효율적.”

       

       “오오….”

       

       “하지만 마법사나 정령사는 희귀하니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냐. 요나처럼 가까이에 달라붙어 코를 태우는 경우는 더 드물고.”

       

       “그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뭔가요?”

       

       “둔기.”

       

       “넹?”

       

       “아이언 울프는 몸이 강철처럼 튼튼해서 아이언 울프야. 1층 수준의 모험가들의 능력이나 무기로는 베기가 힘들어. 그러니까 때려죽이는 거야.”

       

       “…저 정도로 두꺼우면 때려죽이기도 쉽지 않을 텐데요?”

       

       “그러니까 죽을 때까지 때려야지.”

       

       세상에. 산채로 만드는 늑대 돈까스라니. 이 얼마나 무서운 사냥법이란 말인가.

       

       “요나도 알아둬. 날붙이는 효과적인 무기지만, 의외로 통하지 않는 몬스터도 많다는걸.”

       

       “하기야. 아이언 울프가 이 정도인데 골렘이나 스켈레톤 같은 놈들을 만나면 진짜 눈물 나겠네요.”

       

       대검 같은 큼직한 무기라면 차라리 낫다. 날이 좀 망가지는 걸 감수하고 몽둥이처럼 쓰면 되니까.

       

       하지만 나처럼 단검을 쓴다면 차라리 굴러다니는 짱돌로 싸우는 게 훨씬 나으리라.

       

       “근데 안 쓰던 무기는 오히려 위험한 거 아니에요? 당장 저만해도 둔기를 쓰라고 하면 제대로 다룰 자신이 없는데.”

       

       “둔기의 장점이 뭔지 알아?”

       

       “뭔가요?”

       

       “대충 휘둘러도 괜찮다는 거야. 검술은 있어도 망치술이나 몽둥이술이 없는 게 그래서고.”

       

       “…….”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네. 파지법 말고는 딱히 신경 쓸 게 없는 무기가 둔기다. 그 파지법마저 모든 무기에 필요한 거니 논외로 봐야 할 테고.

       

        “저도 보조 무기로 하나 준비해 두는 게 좋으려나요….”

       

       “아니. 요나는 그럴 필요 없어.”

       

       “네? 방금은 둔기가 필요한 상황도 있다면서요.”

       

       “둔기가 아무렇게 휘둘러도 괜찮은 이유는 질량 자체가 무기라서야. 근데 요나는 무거운 무기 못 들잖아.”

       

       “아….”

       

       “어찌어찌 들 수 있다고 해도 강하게 휘둘러야 의미가 있는데 몇번 쓰다가 지쳐버리지 않을까?”

       

       맞는 말이다. 닥치는 대로 몬스터를 사냥하고 다닌 덕에 미궁에서 나올 때마다 전체적인 스펙이 체감될 정도로 성장하긴 했는데….

       

       그거 전부 체력이나 민첩 쪽으로 가더라고. 이번에는 어쨌든 마법으로 잡은 거니 마력이 늘지도 모르겠지만.

       

       살짝 시무룩해진 채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니, 리디아가 나를 위로하듯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요나는 아가야.”

       

       “응애….”

       

       요나 야캐욧!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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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

EP.38





       모든 몬스터는 광기의 축복에 잠식된 존재다.


       


       제정신을 잃고, 공격성이 증가했으며, 그 대가로 강한 힘을 손에 넣은 녀석들.


       


       고블린이 절제를 잃고 본능에 따라 사는 대신, 그 덩치에서 나올 수 없는 힘을 얻었고.


       


       혼 래빗은 분노 조절 능력을 잃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 들이박는 대신, 날카로운 뿔과 빠른 속도를 손에 넣었다.


       


       “크릉!”


       


       그렇다면 야생의 엘리…아니, 아이언 울프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는가.


       


       아이언 울프는 성적인 쾌락을 잃었다. 그리고 극도로 벌크업 된 몸을 얻었다.


       


       새끼를 가질 수 없다거나, 야스를 못 하고 딸만 친다거나 그런 게 아니다.


       


       야스도 할 수 있고, 나무 등치에 비비며 딸도 칠 수 있고, 새끼도 가질 수 있지만…무엇을 해도 기분 좋아질 수가 없는 것이다.


       


       남역빔을 맞아 강해진 성욕은 그대로인데! 심지어 발정기도 찾아오는데…!


       


       그러니까 저렇게 흉포해질 수밖에 없는 거겠지.


       


       “불쌍한 것. 오늘 그 애잔한 삶에 종지부를 찍어주마.”


       


       석궁을 달아둔 왼손을 앞으로, 단검을 든 오른손은 뒤로 빼며 몸을 긴장시켰다.


       


       아이언 울프 또한 자세를 한껏 낮추어 언제든 달려들 수 있도록 했고.


       


       잠깐의 대치. 하지만 이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뒤져라!”


       


       크게 소리를 지르며 발치의 돌멩이를 걷어차 아이언 울프를 향해 날렸다. 이에 반사적으로 먼저 짓쳐들어오는 녀석.


       


       “크허엉!”


       


       황소만 한 거구가 땅을 박차며 달려든다. 말로 하면 간단하지만, 실제로 눈앞에서 보면 상당한 박력이 느껴지는 상황.


       


       하지만 괜찮다. 속도는 그렇게 빠르지 않다. 나는 물론이고 혼 래빗보다도 느리니까.


       


       씨익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아이언 울프를 향해 마주 달려 나갔다.


       


       파밧!


       


       빠르게 가까워지는 거리. 앞으로 몇 걸음이면 서로 닿는 위치에 도달한 순간


       


       “흡!”


       


       정면으로 달려오는 녀석을 향해 마주 달려가는 척하다가 옆으로 방향을 틀었다.


       


       거의 90도로 꺾인 궤적. 누가 옆에서 잡아당기기라도 한 것 같은 움직임이다.


       


       가벼운 몸뚱이, 관절의 유연함. 그리고 재빠른 민첩성이 받춰져야 가능한 일.


       


       사냥감이 눈앞에서 옆으로 빠져나가는 걸 본 녀석이 다급히 몸을 틀었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진작에 옆구리에 도착해 있었으니까.


       


       베이스가 네발짐승인 늑대라 방향 전환을 위해 잠시 멈칫한 순간. 몸보다 한발 빠르게 꺾은 머리를 향해 손목 석궁을 발사했다.


       


       거리가 가까워 정확히 노릴 수 있었던 화살이 아이언 울프의 눈에 틀어박힌다.


       


       푸욱-


       


       “캐앵!”


       


       비명을 지르며 고통에 몸부림치는 녀석. 방향 전환 도중에 발작을 일으키니, 다리가 꼬이며 그대로 데굴데굴 구른다.


       


       그 틈을 타 잽싸게 접근해 단검을 휘둘렀다. 목표는 안쪽 목덜미.


       


       바깥쪽 털은 반쯤 금속화 되어 갑옷 같은 역할을 하니 비교적 보드라운 안쪽을 노렸다.


       


       꾸욱.


       


       “니미.”


       


       덩치가 큰 만큼 가죽도 두꺼운 걸까. 안쪽 가죽을 노렸음에도 단검이 꿰뚫지 못했다. 약간의 생채기 정도는 남겼지만.


       


       내 근력이 부족하기도 했고, 무기 자체의 날카로움이 부족한 탓에 벌어진 일.


       


       목에 무언가 닿는 느낌에 정신을 차린 아이언 울프가 목을 꺾어 내 손을 물려고 들었다.


       


       “어딜!”


       


       손을 뒤로 빼며 빠르게 녀석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몸뚱이는 멀쩡함 그 자체. 넘어지며 다리를 삔 것 같지도 않다. 유일한 상처는 눈에 박힌 화살뿐.


       


       털가죽이 튼튼한 거지 눈은 평범한가 보네.


       


       어떻게든 몸을 뒤틀며 일어나려는 아이언 울프를 향해 단검을 던졌다.


       


       쐐애액…퍼억!


       


       “캐앵! 캥!”


       


       검신의 절반 이상이 눈에 틀어박혔다. 덩치가 큰 만큼 안구도 커서 노리는 건 어렵지 않더라.


       


       졸지에 두 눈을 모두 잃고 장님 신세가 된 녀석.


       


       어찌어찌 몸은 일으켰지만, 어두워진 시야에 적응을 못 한 걸까. 몸을 웅크리고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한다.


       


       보통 짐승이었다면 이쯤에서 도망쳤을 텐데 아직도 싸우려 들다니. 역시 몬스터는 몬스터네.


       


       적절한 거리를 유지한 채, 허리춤에 감아둔 올가미 로프를 던졌다. 일전에 양아치들에게 써먹었을 때처럼 정확히 머리에 감는 데 성공했지만….


       


       워낙 덩치가 크다 보니 제대로 이마에 막혀 목을 옥죄는 데는 실패했다. 기껏해야 주둥이를 벌리기 힘들게 만들었을 뿐이지.


       


       하지만 그거면 충분했다.


       


       “크흐응!”


       


       입을 묶인 채 고개를 도리질 치는 녀석. 밧줄을 빼내려는 것 같지만…그 움직임에 맞춰 잡고 있던 밧줄을 잡아당겨 방해했다.


       


       물론 워낙 힘의 차이가 나다보니 아이언 울프의 행동을 제한하는 게 아니라 내 몸이 끌려다녔으나…오히려 좋다.


       


       잡아당기는 힘에 거스르지 않고 몸을 던졌다. 덕분에 반쯤 날아가듯 가까워지는 거리.


       


       적당한 타이밍에 맞춰 땅을 박차 녀석의 등 위에 올라타는 데 성공했다.


       


       “크으응…!”


       


       내가 올라타자 즉시 몸을 들썩이며 나를 떨어뜨리려는 녀석. 목숨 걸고 로데오라도 하는 기분이지만….


       


       몸이 민첩하다는 건 그만한 반사신경과 균형감각이 뒤따라온다는 소리다.


       


       “아하하!”


       


       격렬하게 몸부림치는 아이언 울프의 움직임에 맞춰 허리를 놀렸다. 덕분에 하반신은 바쁘게 움직여도 상반신은 미동조차 없는 상황.


       


       침착하게 녀석의 코에 손을 가져다 대며, 수없이 많은 마력초로 늘어난 마력을 끌어올렸다.


       


       “미약한 불꽃.”


       


       화르륵!


       


       “크흐응?!”


       


       여전히 미묘한 화력. 하지만 늑대의 촉촉한 코를 바짝 구워버리기엔 충분한 화염이 손에서 뿜어진다.


       


       “캐흥! 크르응…커헝!”


       


       분노에 찬 몸부림이 아닌 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


       


       아예 몸을 뒤집어 땅에 등을 비비기도 하고, 나무에 들이받으며 나를 떨어뜨리려 안간힘을 쓰는 아이언 울프였으나.


       


       그럴 때마다 등 위에서 옆구리로, 때로는 아예 점프까지 해가며 어떻게든 녀석의 코에 손을 가져다 댄 채로 버텼다.


       


       코건 입이건 잘만 숨 쉬는 인간이 특이한 것이지 대부분의 포유류는 개구호흡을 못하거나 어려워한다.


       


       하물며 밧줄에 입을 반쯤 봉쇄당한 상황이니 어떻겠는가.


       


       아이언 울프의 코는 화상으로 짓물러졌고, 좁아진 콧구멍 안쪽으로 들어오는 것은 뜨겁게 달궈진 열기와 자신의 살을 태워 만든 연기뿐이었다.


       


       격렬하게 저항하던 녀석의 몸이 점점 둔해지더니, 이내 축 늘어지기 시작한다. 반항적인 으르렁거림은 점점 약해진 끝에 완전히 조용해졌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조금 더 미약한 불꽃을 유지했다. 10초 넘게 아무런 반응조차 없는 걸 확인하고서 손을 뗐지만.


       


       마나의 3분의 2가 날아간 것 같은 공허한 느낌. 하지만 마나 탈진까지는 가지 않았다. 그간 열심히 마력초를 먹어댄 보람이 있네.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차오르는 만족감. 이를 뱉어내듯 큰 소리로 외쳤다.


       


       “엘리 컷!!”


       


       “그러니까 엘리 선배가 아니래도.”


       


       언제든 끼어들 수 있도록 대검을 꺼내 들고 있던 리디아가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그래도 잘했어. 솔직히 이번에는 요나라도 힘들 거라고 생각했거든.”


       


       “저도 진짜 식겁했지 뭐에요. 안쪽 가죽을 노렸는데도 칼이 아예 안 박힐 줄은 몰랐거든요.”


       


       “응. 고블린을 상대하며 다른 생물을 죽이는 데 익숙해지고, 혼 래빗을 상대하며 파티 플레이에 익숙해진다면, 아이언 울프는 자신보다 강한 적을 상대로 어떻게 싸울지 배우는 몬스터니까.”


       


       하기야. 고블린이나 혼 래빗에 비하면 아이언 울프는 순수하게 스펙이 높다는 느낌이었지.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보통은 아이언 울프를 어떻게 잡아요? 저처럼 코를 태워 질식시키진 않을 거 아니에요.”


       


       “아냐. 그건 정석적인 방법 중 하나야. 파티 중에 마법사나 정령사가 있다면 원거리에서 코와 입을 막아 질식시키는 게 가장 효율적.”


       


       “오오….”


       


       “하지만 마법사나 정령사는 희귀하니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냐. 요나처럼 가까이에 달라붙어 코를 태우는 경우는 더 드물고.”


       


       “그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뭔가요?”


       


       “둔기.”


       


       “넹?”


       


       “아이언 울프는 몸이 강철처럼 튼튼해서 아이언 울프야. 1층 수준의 모험가들의 능력이나 무기로는 베기가 힘들어. 그러니까 때려죽이는 거야.”


       


       “…저 정도로 두꺼우면 때려죽이기도 쉽지 않을 텐데요?”


       


       “그러니까 죽을 때까지 때려야지.”


       


       세상에. 산채로 만드는 늑대 돈까스라니. 이 얼마나 무서운 사냥법이란 말인가.


       


       “요나도 알아둬. 날붙이는 효과적인 무기지만, 의외로 통하지 않는 몬스터도 많다는걸.”


       


       “하기야. 아이언 울프가 이 정도인데 골렘이나 스켈레톤 같은 놈들을 만나면 진짜 눈물 나겠네요.”


       


       대검 같은 큼직한 무기라면 차라리 낫다. 날이 좀 망가지는 걸 감수하고 몽둥이처럼 쓰면 되니까.


       


       하지만 나처럼 단검을 쓴다면 차라리 굴러다니는 짱돌로 싸우는 게 훨씬 나으리라.


       


       “근데 안 쓰던 무기는 오히려 위험한 거 아니에요? 당장 저만해도 둔기를 쓰라고 하면 제대로 다룰 자신이 없는데.”


       


       “둔기의 장점이 뭔지 알아?”


       


       “뭔가요?”


       


       “대충 휘둘러도 괜찮다는 거야. 검술은 있어도 망치술이나 몽둥이술이 없는 게 그래서고.”


       


       “…….”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네. 파지법 말고는 딱히 신경 쓸 게 없는 무기가 둔기다. 그 파지법마저 모든 무기에 필요한 거니 논외로 봐야 할 테고.


       


        “저도 보조 무기로 하나 준비해 두는 게 좋으려나요….”


       


       “아니. 요나는 그럴 필요 없어.”


       


       “네? 방금은 둔기가 필요한 상황도 있다면서요.”


       


       “둔기가 아무렇게 휘둘러도 괜찮은 이유는 질량 자체가 무기라서야. 근데 요나는 무거운 무기 못 들잖아.”


       


       “아….”


       


       “어찌어찌 들 수 있다고 해도 강하게 휘둘러야 의미가 있는데 몇번 쓰다가 지쳐버리지 않을까?”


       


       맞는 말이다. 닥치는 대로 몬스터를 사냥하고 다닌 덕에 미궁에서 나올 때마다 전체적인 스펙이 체감될 정도로 성장하긴 했는데….


       


       그거 전부 체력이나 민첩 쪽으로 가더라고. 이번에는 어쨌든 마법으로 잡은 거니 마력이 늘지도 모르겠지만.


       


       살짝 시무룩해진 채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니, 리디아가 나를 위로하듯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요나는 아가야.”


       


       “응애….”


       


       요나 야캐욧!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샀을 때 가장 후회되는 의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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