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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

       * * *

       

       

       

       무타구치 렌야.

       

       그는 1910년에 일본육군사관학교를, 29세가 되던 1917년에는 육군대학교를 졸업했다.

       

       원래 역사에서는 시베리아 출병에 참전하지만 시베리아 출병이 불가능해진 이 시기의 렌야는 일본 측이 후일 러시아와 만주분할 이후, 남만주에 진주하기 위해 조선반도에 파견되어 있었다.

       

       한반도 북부에 주둔한 남만주진주군에서 만주의 중국 마적 토벌에 참여하며 그는 실제 역사와는 다른 길을 가기 시작했다.

       

       어느날처럼 마적들을 토벌하던 중, 무타구치 렌야는 본국으로부터 훈령을 받게 되었다.

       

       

       -로만 폰 운게른슈텐베르크의 아시아 기마사단에 잠입하여 백군의 사정을 낱낱이 살필 것.

       

       

       바로 로만 폰 운게른슈텐베르크가 모집하는 아시아 기마사단에 잠입하여 극동 백군의 사정을 알아보는 것인데.

       

       그건 처음부터 왜 여기 있는지 모를 조선 놈들 덕에 막혀 버리고 말았다.

       

       

       “이놈 이거 왜놈 아닌가?”

       “크음. 돈 벌려고 왔소.”

       “어째서? 네놈들 본국에서 더 벌 텐데?”

       

       

       황국의 은혜를 거부하고 아시아 기마사단으로 튄 불령선인 주제에. 뭐 이리 까다롭게 군다는 말인가?

       

       

       “일본인이라고 모두가 잘 먹고 잘사는 것은 아니오.”

       “미안 하지만 무리네. 정체불명의 일본인이 아닌가. 설사 진지하게 이 아시아 기마사단에 있고 싶다고 해도. 조선출신들 사이에서 버틸 수 있겠나?”

       

       

       아시아 기마사단은 운게른에 의해 크게 확장되어 북만주, 길림까지 영향력을 끼치게 되면서 조선 출신들도 대거 유입되었다.

       

       홍범도와 그 휘하 독립군도 마찬가지였다.

       

       실제 역사와 달리 독립운동하다 아시아 기마사단에 참여해 훗날을 도모하고 있던 홍범도는 과연 이 일본인이 자기네 식민지로 굴리는 조선 출신들 사이에서 버틸 수 있는지 의뭉스러웠다.

       

       

       “흠! 그거야 야마토 정신으로.”

       “갈수록 수상하네. 썩 꺼지게!”

       

       

       아시아 기마사단의 조선기병대를 맡은 홍범도란 인물로부터 무타구치 렌야는 쫓겨나고 말았다.

       

       하지만 무타구치 렌야는 포기하지 않았다.

       

       절대 쫄아서가 아니라 굳이 조선인이 있는 아시아 기마사단에 있는 것보다는 차라리 직접 보는 것이 낫다.

       

       

       ‘애초에 극동 따위를 봐서 뭘 알 수 있겠나! 당당하게 그 러시아의 성녀란 여자를 보겠다!’

       

       

       이때부터 무타구치 렌야는 생각을 달리했다.

       

       아시아 기마사단에 대해 본국에 정보를 올리고 본인은 이번에 백계 러시아에 파견된 일본 관료진들의 뒤를 따르겠노라고.

       

       그냥 쉽게 말해서 한 발 걸치겠다는 소리였다.

       

       본국에는 아시아 기마사단이 어떤 식으로 운용되는지만 알려 줘도 충분할 것이다.

       

       

       “이 잽스는 뭐야?”

       “몰라. 자기도 그 내전을 보고 싶다던데.”

       “가지가지 한다.”

       

       

       그렇게 무타구치 렌야는 철도로 백군의 보급을 밭은 미군들과 함께 예카테린부르크에 도착했다가 마상 여제인 아나스타샤를 알현할 수 있었다.

       

       

       ‘과연. 이것이 러시아의 여제란 말인가? 이 시대에 대단도 하군. 그래. 마치 아마테라스와도 같다!’

       

       

       20세기에 직접 말을 타고 선두에 서서 병사를 지휘하는 모습은 참으로 감명 깊었다.

       

       그것도 황녀가 말이다.

       

       물론, 이렇게라도 하면서 멱살 잡고 백군을 끌어올리고 볼셰비키로 떠난 민심을 돌려야 했던 아나스타샤가 들으면 뭔 헛소리냐 하겠지만, 하여튼 무타구치 렌야가 본 황녀의 모습은 그러했다.

       

       그야말로 아마테라스가 러시아에 환생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모습.

       

       절대 아나스타샤가 자기보고 크게 될 인물이라 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영웅은 영웅을 알아보는 법.

       

       러시아 여제가 자신을 알아봤듯, 자신도 러시아 여제를 알아봤을 뿐이다.

       

       아국의 천황 폐하와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는 위풍당당한 모습.

       

       여인의 모습으로 총알과 포탄이 빗발치는 곳에 나아갈 만한 인물은 아마테라스의 환생이 아니고야 불가능하리라.

       

       이러면 마땅히 아국의 천황폐하도 직접 황군을 지휘하여 남만주로 나아가 중국 마적들을 소탕하고 중국을 무찔러야 하는 것이 아닌가?

       

       펑 콰광! 퍼어엉!

       

       차리나가 친히 지휘하는 모스크바 전투도 엄청났다.

       

       빨갱이들이 차리나 아나스타샤 덕에 사기가 오른 백군의 상대가 전혀 되지 못한 것이다.

       

       무타구치 렌야는 자신이 본 모든 것을 본국에 전했다.

       

       단순 얼굴마담으로만 봤던 인물이 직접 군을 지휘하고 빨갱이를 토벌한다는 소식에 일본은 러시아와 만주를 두고 다투는 것이 아니라 만주 분할로 완전히 굳혔다.

       

       

       * * *

       

       

       페트로그라드도 탈환하고 나서는 최근에는 내부 볼셰비키들을 처리하는 것에 바빴다.

       

       어쩔 수 없이 진골 볼셰비키들에 끌려온 이들은 풀어 주고 사면하였으며, 진짜 죽어서도 나는 빨갱이로 살겠다 하는 놈들은 백군이 날리는 분노의 총탄에 무더기로 죽어 나갔다.

       

       탈환한 모든 지역에서 진골 볼셰비키에 대한 처형이 이루어지고 있다.

       

       몇몇 도시에서는 협박당해서 강제로 붉은 군대에 있던 이들은 백군과 함께 빨갱이들을 두들겨 잡는다고 하더라.

       

       러시아의 온 도시가 볼셰비키에 대한 증오와 분노로 점칠 되었다.

       

       새로운 러시아는 이렇게 내전의 피바다에서 볼셰비키를 증오하며 그들을 죽이는 것을 숙명으로 삼으면서 새롭게 태어났다.

       

       

       “마흐노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드네프르강을 경계로 동부 우크라이나를 마흐노의 자유지구로 삼기로 영국 측과 협상 중이라고 합니다.”

       

       

       마흐노의 아나키스트 자유지구.

       

       현재 러시아가 가진 우크라이나 땅은 현대의 도네츠크, 루한스크주에 크림반도다.

       

       그리고 데느프르강 서쪽의 우크라이나는 친영 우크라이나 공화국이 세워져 있고.

       

       즉, 마흐노의 자유지구는 양쪽에 꽉 껴 있다.

       

       적당할 때에 집어삼켜야지.

       

       영국도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우리가 아나키스트를 살려 둔 이유는 알 테니까.

       

       즉, 우크라이나를 영국과 반싹 나눈 것이다.

       

       내가 살던 세계의 우크라이나에겐 미안 하지만, 뭐 소련에게 두들겨 맞는 실제 역사를 생각하면 이쪽이 훨씬 낫지 않을까.

       

       

       “황녀님. 이제 브루실로프 장군의 군대도 서방공세에 참여한 붉은 군대 잔당을 토벌했다 합니다.”

       

       

       소집된 두마에서 대표로 콜차크가 말했다.

       

       

       “그런가.”

       

       

       이미 공산당 지휘부가 사실상 단두대(포살)에 다 썰려 나간 시점이다.

       

       그나마 남은 군대도 트로츠키의 페트로그라드 방어에 합류했다가 털려 버렸고, 남은 숫자로는 불가능했겠지.

       

       독립한 발트 3국이 좀 아쉽긴 하지만. 뭐 어쩔 수 없지.

       

       우크라이나 동부까지는 마흐노를 이용해 꿀꺽할 수 있어도 발트까지는 아무래도 좀 영국 눈치를 봐야 한다.

       

       이러면 진짜 중국이나 털어봐야 할까.

       

       아니지. 어차피 내가 이곳에 있을 날도 그리 멀지는 않았다.

       

       곧 두마에서 러시아를 어떻게 만들건지 결론을 내릴 테니까.

       

       

       “이제 슬슬 수도문제도 확정 지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수도 문제라.

       

       여전히 내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물론 수도로는 모스크바만큼 좋은 곳도 없다.

       

       예카테린부르크는 확실히 좋은 도시긴 하지만 러시아의 수도로 삼기에는 조금 애매하다고 할까.

       

       

       “페트로그라드는 위치가 너무 열악하지 않습니까? 비록 제가 핀란드 여왕을 겸한다고 해도 외국 땅과 너무 붙어 있고. 전쟁이 터지면 적함대의 포격에 노출됩니다. 더군다나 궁전을 제외하고는 도시가 입은 피해가 꽤 큰 편입니다. 모스크바도 그렇고요. 두 도시를 재건할 때까지는 에카테린부르크를 수도로 두는 편이 나을 듯합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급한 문제가 있을 텐데요.”

       

       

       수도 문제보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앞에 말했듯 앞으로의 러시아가 갈 방향이다.

       

       나는 입헌 군주제 아래에 합중국을 제안했다.

       

       물론 표면상이고, 어쨌든 사회주의 물이 살짝 있는 사상집합체다 보니까.

       

       합중국이 되어도 미국 같은 느낌이 되고 나는 쫓겨난다-엔딩으로 보고 있다.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애써 가라 앉혔다.

       

       소비에트가 없다면 무엇이 튀어나올까.

       

       

       “예. 이미 중론을 모았습니다.”

       

       

       벌써? 빠르네.

       

       슬슬 마음의 준비를 할 때가 된 모양이다.

       

       

       “그래. 어디 들어 봅시다.”

       

       

       그래. 나는 언제나 눈물 한 방울 찔끔 흘리며 다른 나라로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자, 이제 수고하셨습니다. 앞으로의 러시아는 민주주의 공화국이 될 운명입니다. 라거나 새로운 사회주의 러시아에 황실은 존재해서는 안 됩니다. 부디 다른 나라로 망명해주시길 그런 걸 듣는다거나.

       

       여기서 내 망명이 결정나면 핀란드 여왕직도 내던지고 바로 영국으로 가 버리는 건-

       

       

       “두마의 중론은 같습니다. 황녀님께서 차리나가 되어 주십시오.”

       

       

       뭐?

       

       지금 내 귀가 제대로 들은 것이 맞나.

       

       그래. 이런 건 제대로 따지면서 말을 해야지. 아마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만 차리나가 되어달라 하는 거면 말이 안 되니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슴에 손을 올리고 당당히 말했다.

       

       

       “저는 나라를 말아먹은 아버지의 딸입니다. 내전에 수습한 공이 있어서라면, 제 아버지가 저지른 것을 치운 것으로 생각하면 되지 않습니까.”

       “이미 대러시아의 수백만의 백군은 모두가 하나 같이 황녀님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있으며, 황녀님께서는 각종 개혁안을 발표하여 당면한 러시아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서고 계십니다. 지금 상황에서 그 누가 국가 원수가 된들 황녀님보다 나아가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래. 그렇다는 말이지.

       

       내가 지금 내 귀로 들은 것이 맞나?

       

       말이 되는 게 맞나 싶어서 다시금 물었다.

       

       

       “그럼 내게 당신들의 차리나가 되어달라 부탁하는 겁니까. 그럼 합중국 제안을 두마에서 수락했다는 뜻이군요.”

       “예. 황녀님.”

       “그나마 입헌 군주제라 다행이군요.”

       

       

       두마가 있고, 나는 두마에 권력을 줄 생각이니. 내가 차리나가 된다고 해도 입헌군주제 아래에 영국처럼 되겠지.

       

       싫든 좋든 내 로마노프의 상징성은 내버리기에는 너무 가치가 높아졌다는 소리다.

       

       

       “네. 여제의 자리에 올라 영국의 바다에서 타이가까지. 러시아 전역의 차리나가 되어주십시오.”

       

       

       말 하나는 좋은데 말이다.

       

       이걸 사회주의 세력까지 동의한 거라 봐야 하나?

       

       녹군들도 볼셰비키만 아닐 뿐이지 사회주의를 바라는 놈들이 아닌가.

       

       

       “만장일치입니까? 단 한 명도 불만이 있어서는 안 될 겁니다.”

       “모두가 같은 생각입니다. 지금의 난국을 해쳐나가기 위해서는 강력한 지도자가 나와야 합니다. 케렌스키는 나약하여 볼셰비키에게 권력을 잃었지만, 차리나께서는 직접 빨갱이의 반란을 진압하셨습니다.”

       

       

       나는 살기 위해 볼셰비키를 제압했다.

       

       솔직히 말해서 볼셰비키 놈들 하는 짓 보면 내가 망명가도 NKVD를 보내서 납치해 죽이려고 들지도 모르거든.

       

       실제로 적백내전 후 외국에서 백계러시아인의 조직을 만들었다가 NKVD에 납치되어 소련에서 처형당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그런 마당에, 황족이라고 가만히 두겠나.

       

       그래서 내가 적백내전을 승리로 이끈 건, 내 미래를 위해서도 굉장히 좋은 선택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차리나까지 되라니.

       

       독소전은 독러전이 되려나.

       

       독러전이 나올지도 알 수 없지만,

       

       실제 역사처럼 히틀러가 커지기 전에 밟아야 한다.

       

       라인란트 재무장을 못 하게 반대하거나 체코 찢을 때 가이다 장군을 앞세워서 독일을 조진다거나 그래야 할 텐데.

       

       일단 그건 아직 먼 이야기다.

       

       지금 당장은 내가 팔자에도 없는 여제에 올랐다는 거지.

       

       전러시아의 차르, 차리나.

       

       

       “그렇게 봐준다니 다행이군요.”

       

       

       아, 답이 없는데. 정말.

       

       내가 왜 팔자에도 없는 황제짓을 해야 하나.

       

       나 원래 진짜 진지하게 이곳에 있을 생각 없었다고.

       

       욕먹는 한이 있더라도 내전 중에 도망쳐야 했나.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그렇지.

       

       

       “대관식은 좋은 날을 잡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치릅시다.”

       “예. 폐하.”

       

       

       대러시아합중국, 또는 연방제국으로 불리는 나라가 출범하는 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현재 우크라이나는 드네프르 강을 중심으로 서쪽이 친영 정부의 우크라이나 공화국, 동부에는 백군의 영향을 받는 마흐노의 자유지구(아나키즘)이 있습니다.
    그외 벨라루스는 붉은군대가 점령했다가 자연스럽게 백군의 손에 넘어갔고, 발트 3국, 폴란드도 친영 정권이 있습니다.

    대러시아합중국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의 오스트리아 내 독일계 외 다른민족들에게도 대등한 권리를 부여하는 ‘대오스트리아합중국 개혁안’의 러시아판이라 보시면 될듯합니다.

    그리고 독일이 저꼴이라 아돌프 상병이 원래 역사처럼 퓌러가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아나는 역사를 아는만큼, 그나마 알고 있는 히틀러를 상대하고 싶겠지만, 실제 역사에서 바로 진압당하는 룩셈부르크의 공산 혁명이 이번에는 엄청 준비된 거다 보니… 아무래도 아돌프의 루트도 좀 바뀔 듯합니다.

    플러스를 아직 달지 않는 이유는 옆동네에서 생각보다 성적이 괜찮아서 그런 것도 있습니다.

    대역물은 몇개 완결 낸 적은 있지만 ts대역은 처음이라 솔직히 여주 대역에 가까운데, 옆동네 성향상, 한 선작 50도 안 될 거 같았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될지 몰라서 그런 것도 있고. 외주는 ai로 쓰기에는 좀 너무 양산형 같고,

    제가 노피아 플러스 첫작부터 40~80짜리 외주를 많이 넣었는데, 이번 거엔 60짜리 넣고 싶어서 좀 고민 중에 있습니다.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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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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