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8

       

       빠악 –

       

       딸랑 –

       

       한대를 칠 때마다 스켈레톤들이 우르르 무너져 내렸다.

       

       한 방에 스무기.

       

       스켈레톤들을 조종하던 네크로맨서가 의식을 잃으며 통제권을 상실한 것이리라.

       

       이것만 해도 굉장한 일이었다.

       

       기사도 마법사도 아닌 일반인이 언데드를 상대로 이렇게 선전하는 경우는 드무니까.

       

       어디까지나 일반인의 기준으로 말이다.

       

       꽈과광 —!

       

       콰광 – !

       

       방금까지 내가 서 있던 곳에서 스켈레톤들이 터져 나갔다.

       

       마법으로 강화된 뼈고 나발이고 그냥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파라몬 영감의 망치질이었다.

       

       “그래도 다행이군.”

       

       “뭐가요?”

       

       “난 자네가 망자의 육신이니 부수면 안 된다고 할 줄 알았네.”

       

       “허…”

       

       사실 스켈레톤을 부순다는 게 꺼림칙하기는 했다.

       

       언데드라는 이름의 몬스터가 되었지만 그 근본은 사람의 유골이니까.

       

       “그랬다면 지금 보다 상대하기가 곤란했을 것이네.”

       

       빠악 –

       

       방울이 스켈레톤의 머리를 후려치자 뼈무더기가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아마 이편이 더 나을 거예요. 자기 몸이 언데드가 되었는데 부수는 게 낫지…”

       

       빠악 –

       

       투두둑 –

       

       후둑 –

       

       “생각보다 잘 싸우는군.”

       

       사실 검술 같은 건 배운 적이 없지만 딱히 상관이 없었다.

       

       나는 움직이는 스켈레톤과 싸우는 게 아니었으니까.

       

       딸랑 –

       

       영기가 주변으로 퍼지자 스켈레톤들이 정지했다.

       

       내가 하는 전투는 이런 식이었다.

       

       스켈레톤을 멈춘 후.

       

       빠악 –

       

       위로한다.

       

       이렇게 하면 위로가 된 스켈레톤들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화르르륵 –

       

       퍼엉 –

       

       “앗, 뜨거!”

       

       클로셀 영감이 날린 파이어 볼 이었다.

       

       태연한 얼굴의 클로셀 영감이 말을 걸었다.

       

       “그게 위로가 맞기는 한 건가? 죽은 사람 때리는 걸로 밖에는 안 보이는군.”

       

       “이렇게 때리면 네크로맨서도 맞잖아요. 원흉때려잡는 거라…괜찮을 걸요?”

       

       자기 몸을 언데드로 만든 썩을 놈을 대신 때려 준다는데 거절할 망자가 있을까?

       

       어떻게 하나 같이 미련없는 육신들만 모아 온 건지 신기할지경이다.

       

       딸랑 –

       

       “윽…”

       

       영기가 빠져나가며 쩌릿한 통증이 생겨났다.

       

       이렇게 멈추기 힘들 거나 안 멈추는 스켈레톤은 고위 네크로맨서의 언데드라고 추정된다.

       

       이런 놈들은 굳이 잡아 둘 필요가 없었다.

       

       “아무 영감님이나 좀 도와줘요!”

       

       꽈아아앙!

       

       파편이 튀며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잡아 오겠네.”

       

       파라몬 영감이 하늘로 뛰어오르며 어딘가로 쏘아졌다.

       

       네크로맨서가 숨어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을 것이다.

       

       빌어먹을 산봉우리까지 가는 길은 생각보다 길었다.

       

       마법으로 날아가면 될 일이지만 그 조차 여의치가 않았다.

       

       듣기로는 저 위에 있는 놈 중에 제법 강한 놈이 있다는 것.

       

       비행을 하게 되면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빠악 –

       

       후두둑 –

       

       “이걸 언제 다 뚫고 가…”

       

       순간 거무튀튀한 마나가 나에게로 날아들었다.

       

       이건 저주 마법이 아니다.

       

       굉장히 성가신 마법.

       

       내 주위로 투명한 막이 생겨나며 주위의 뼈들이 모조리 폭발했다.

       

       콰과광 –

       

       “후우…”

       

       “이건 어떻게 못 막아 내겠는가?”

       

       “폭발을 제가 어떻게 막아요.”

       

       “강한 것 같으면서도 약하군.”

       

       클로셀 영감에게서 마나가 휘몰아쳤다.

       

       내 머리카락이 어지럽게 흩날릴 정도로 강한 파동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형체를 갖추는 순간.

       

       방금 있었던 뼈 폭발과는 비교도 안 되는 폭음이 주위를 울렸다.

       

       꽈아아앙 –

       

       신들린 상태가 아니었다면 고막이 터졌을지도 모른다.

       

       폭발이 일어난 곳에 거대한 구멍이 생겨 있었다.

       

       그곳 어딘가에 분해된 네크로맨서가 있을 것이다.

       

       “여전히 치졸한 방법만 쓰는 족속들이군.”

       

       네크로맨서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까 나에게 맞아 기절한 놈들이 얼마나 쭉정이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은 그 마법만큼이나 음습한 전투 방법을 가지고 있었다.

       

       어딘가에 숨어 언데드를 보내며 저주를 날린다.

       

       혹은 더러운 마법을 쓰며 피해를 입힌다.

       

       지금까지 겪은 전투가 대부분 이런 식이었다.

       

       불덩어리를 하나 더 날려 보낸 클로셀 영감이 마음에 안 드는 듯 혀를 찼다.

       

       “그냥 봉우리째로 무너뜨리면 안 되는가?”

       

       “거기 살아 있는 엘프가 있다니까요?”

       

       “끄응…”

       

       “봉우리를 무너뜨릴 정도면 그냥 날아가도 되는 거 아니예요?”

       

       “그렇게 하면 높은 확률로 셋중에 하나는 죽네. 아마 그건 자네이겠지.”

       

       순간 산봉우리 쪽에서 살벌한 악의가 느껴졌다.

       

       이미 어린 엘프에게서 나오는 감정이 한을 벗어나고 있었다.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영안으로 느끼는 산봉우리가 아까보다 검게 물들었다.

       

       이대로라면 저 엘프를 살려도 정신이 온전치 못 할 것이다.

       

       “영감님, 그냥 날아가시죠.”

       

       “농담이 아닐세. 저 정도의 강자를 상대로는 하늘에서 자네를 지킬 수가 없네.”

       

       “제가 명줄이 길어요. 할 일이 많아서.”

       

       딸랑 –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이 있다.

       

       일을 꾸미는 건 사람이나, 이루는 건 하늘이다.

       

       고단하기만 한 무당팔자중에 그나마 나은 사실.

       

       가끔은 하늘이 내 편을 들어 준다는 것이다.

       

       아직 나의 무업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내 명이 끊길 리가 없다.

       

       “….이래도 되겠지…?”

       

       솔직히 말하면 배를 째라고 신령님께 몸을 들이미는 형국이다.

       

       “좀 혼나도 생명은 구해야지.”

       

       딸랑 –

       

       혹시나 해서 방울을 흔들어 보니 신령님의 분노는 안느껴졌다.

       

       일단 곧 죽을 팔자는 아니라는 소리다.

       

       오히려 머릿속에 선명한 그림이 떠올랐다.

       

       도대체 그때 왜 그런 점사가 나왔나 했더니···.

       

       “영감님, 저 안 죽으니까 일단 가시죠.”

       

       “…뭔가 방법이 있을 거라 믿겠네.”

       

       클로셀 영감과 내 몸이 산봉우리를 향해 떠올랐다.

       

       “파라몬 영감님은요?”

       

       “알아서 올 것이네. 그 친구 혼자라면 비슷하게 도착하겠군.”

       

       스으으 –

       

       마나가 몸을 감싸며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이 정도라면 금세 산봉우리에 도착할 것이다.

       

       방해만 없다면···.

       

       “그래서 대책이 뭔가?”

       

       “음….”

       

       “없다고 말하지 말게. 벌써 큰 마법이 날아오고 있으니.”

       

       영감의 말대로였다.

       

       산봉우리에서 거대한 기운이 날아오고 있었다.

       

       죽음을 응집시켜 놓은 듯한 기운.

       

       검은 형태의 마법이 우리를 향해 날아왔다.

       

       “데스 블레이드…최소 6써클이로군…”

       

       몸이 어지럽게 회전하며 땅으로 떨어졌다.

       

       어떻게 마법을 한번 피해냈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스쳐 간 마법이 방향을 바꿔 우리를 향해 날아왔으니까.

       

       “조금만 시간을 끌어 주세요!”

       

       “…그게 쉬운 줄 아는가!”

       

       또다시 간발의 차이로 마법을 피해냈다.

       

       저 마법은 물론이고, 문제가 하나 더 생겼다.

       

       죽은 와이번들이 언데드가 되어 하늘에 나타난 것이다.

       

       열 마리가 안 되어 보이긴 하지만 지금은 저것도 큰 문제였다.

       

       “…저건 어떻게 위로가 안 되겠는가?”

       

       “예…”

       

       “잠깐 하늘 높이 올라가겠네.”

       

       “아니요! 이대로 쭉 가야 해요!”

       

       잠시 망설이던 영감이 곧장 방향을 돌렸다.

       

       산봉우리를 향해서.

       

       앞에서는 와이번이, 뒤에서는 마법이 우리를 포위했다.

       

       영감 또한 나름의 대비를 하는지 마나를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필요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크리스!!”

       

       멀리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와 함께 마법이 터져 나갔다.

       

       콰앙 –

       

       “허…”

       

       “괜찮을 거라 했죠?”

       

       “그녀가 올 줄 알고 있었는가? 정령 때문에 알아채지도 못 했군.”

       

       앞에서 다가오던 와이번들의 날개가 찢겨져 나가고 있었다.

       

       거대한 새의 모습을 한 정령에 의해서.

       

       “네. 제 귀인이거든요. 그것도 점지 된 귀인. 어쩐지 씨앗으로 점지를 주더라니…”

       

       정령의 위에서 아이린의 목소리가 들렸다.

       

       “가지의 흔들림을 따라 왔어요! 어서 빨리!”

       

       날아오는 마법을 막아 내는 아이린의 모습이 위태로웠다.

       

       처음만났을때보다 현저하게 기운이 약해져 있었다.

       

       세계수의 잠식이 상당 부분 진행 된 모양이다.

       

       방해가 사라지자 봉우리에 도달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그곳은 이미 아비규환이 펼쳐지고 있었다.

       

       폭음이 터져 나오고 땅거죽이 뒤집어졌다.

       

       이미 널브러진 언데드들과 네크로맨서들이 이곳의 격전이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나타내고 있었다.

       

       “데스나이트…!”

       

       파라몬영감의 망치를 받아내는 언데드.

       

       검게 물든 갑옷을 입고 있는 데스나이트에게서 서늘한 죽음의 기운이 느껴졌다.

       

       내 눈을 잡아끄는 건 따로 있었다.

       

       데스나이트가 쥐고 있는 검.

       

       분명히 본 적이 있었다.

       

       꿈에서 파라몬 영감의 심장에 박혀 있던 검이 딱 저렇게 생겼었다.

       

       안 그래도 검을 쓰는 걸 본 적이 없는 영감인데 심장에 검을 박고 있어서 의아했었다.

       

       그게 저것일 줄이야.

       

       “이런…”

       

       다급하게 주위를 훑어본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예지몽에서 본 것과는 장소가 달랐다.

       

       아마 내가 세계수의 허주에게 죽임을 당했다면···.

       

       엘프의 숲을 침략한 저들에 의해 일어날 일이었을 것이리라.

        

       아이린을 빼고는 모두가 멀쩡했다.

       

       “자네… 혼자서 저 엘프를 구할 수 있겠나? 옆에있는 저자는 상당한 강자라네.”

       

       “…”

       

       어린 엘프는 넋이 나간 채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미 정신이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저렇게 계속 증오와 절망을 뿜어내는 걸 보면···.

       

       딸랑 –

       

       다행히도 아직 미약한 영혼이 느껴졌다.

       

       상처 입었으나 무너지지 않은 영혼이다.

       

       “저주를 걷어내야 해요.”

       

       “…자네만 할 수 있는 것이로군.”

       

       “아니요. 아직은 저놈을 죽이면 풀려요.”

       

       “금방은 힘들 것이네. 엘프의 곁에서 떨어트려주겠네.”

       

       쿠구구구구 –

       

       클로셀 영감에게서 마나가 터져 나왔다.

       

       영감의 몸이 사라짐과 동시에 엘프의 곁에 있던 네크로맨서의 몸도 사라졌다.

       

       번쩍 –

       

       우르릉 –

       

       지금 저 둘이 펼치는 전투가 인간의 것이라 할 수 있을까.

       

       번개가 휘몰아치고 바람이 땅을 갈라 놓았다.

       

       불의 벽을 뚫고 땅이 솟아올랐다.

        

       인간이 싸운다기보다는 자연재해가 맞부딪치는 느낌.

       

       조화를 잃은 기운들 덕에 머리가 아찔해졌다.

       

       “크리스님! 저들은 제가 막을 테니…아이를 부탁해요.”

       

       어린 엘프를 향해 다가가는 언데드를 날려 버린 아이린이 얼른 가라는 듯 손짓을 했다.

       

       딸랑 –

       

       나는 지체할 것 없이 몸을 날렸다.

       

       이 엘프의 영혼이 꺼지기 전에 저주를 걷어내야 한다.

       

       엘프의 몸에 손이 닿는 순간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하이엘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표지를 바꿔 보았습니다!

    소소하게 잘 나온 것 같아서 기쁘네요!

    독자님들 마음에도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e check love fortune, career fortune, financial fortune, compatibility, physiognomy, and points of interes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