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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

       

       

       

       

       

       38화. 낡은 단검 ( 4 )

       

       

       

       

       

       움브라는 멀리서 일어나는 흙먼지를 보며 웃었다. 드디어, 마침내. 데모닉이 오고 있다.

       

       그 녀석은 악마가 된 이 몸뚱어리를 보고 무슨 표정을 지을까?

       

       절망에 찬 표정? 화를 낼까? 아니면, 울어버릴까? 

       

       썩어 문드러진 심장이 두근거리며 뛰는 기분마저 들었다. 움브라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표정이 달아오르며 손끝이 쩌릿하게 저려올랐다.

       

       좌절감에 찬 표정의 데모닉이라니! 혼자 보기 아까운 풍경일 것이 분명하다. 

       

       

       《참으로, 참으로 기대가 되는구나.》

       

       

       움브라는 점차 가까워져가는 흙먼지를 보며 조바심을 냈다. 이토록 기대되는 순간이 얼마만이던가?

       

       

       ㅡ촤악!

       

       

       저 멀리서 들려오던 발소리가 마침내 움브라의 앞에 도달했다. 길게 발을 끄는 소리. 자욱하게 흙먼지가 퍼지며 시야를 가렸다.

       

       

       《음. 맘에 안 드는구나. 네 녀석의 표정이 궁금한데.》

       

       

       움브라의 눈썹이 꿈틀거리며 손을 들어 올리려 할 때ㅡ

       

       

       ㅡ촤학!

       

       

       흙먼지를 뚫고 매서운 신성력의 검기가 날아왔다. 극도로 압축된 신성력이 움브라의 목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

       

       

       주르륵하고 시뻘건 핏방울이 흘러내렸다. 새빨간 피가 방울방울 흘러내린다. 조금 더 깊었으면 목이 잘렸으리라.

       

       

       ‘과연, 그게 네 대답인가?’

       

       

       움브라는 흘러내리는 피를 손으로 슥 닦았다. 이렇게 빨간 피를 흘려본 게 얼마만이던가? 

       

       움브라의 혀가 꿈틀거리며 손에 묻은 피를 핥았다. 비릿한 향과 맛… 달콤하기 그지없었다.

       

       

       《섭섭하구나. 그래도 이 몸뚱어리가 너의 혈육 아니었나?》

       

       “…닥쳐라, 악마야. 내가 반드시 네 영혼을 찢어서 개먹이로 줄 것이다.”

       

       

       흙먼지 속에서 데모닉의 대답이 들려왔다. 애써 평정을 가정했지만, 인간의 마음에 기생하는 악마는 누구보다 감정에 예민했다.

       

       

       ‘분노, 절망, 후회, 두려움… 달콤한 감정이구나.’

       

       

       악마의 귀는 데모닉의 목소리에서 작은 떨림 하나 놓치지 않았다.

       

       이윽고 흙먼지가 가라앉고 데모닉의 모습이 드러났다. 멀리서 뛰어와 연신 땀이 흐르고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애써 무표정을 노력하며 움브라를 바라보지만. 

       하지만 움브라는 느낄 수 있었다.

       

       이 몸을 바라보는 데모닉의 눈동자가, 감정이.

       거칠게 요동치고 있다.

       

       움브라는 입꼬리를 길게 찢으며 광소했다.

       

       

       《재밌구나, 재밌어! 아내도 지키지 못했고, 그렇게 지키려고 한 딸마저 잃어가는 심정이 어떠냐?》

       

       “…”

       

       

       데모닉은 대꾸하지 않고 묵묵히 검을 겨누었다. 더 이상 한 마디 말도 섞지 않겠다는 무언의 표시. 움브라는 즐겁게 웃었다.

       

       

       《매정한 아비로고. 제 딸마저 죽이려하느냐?》

       

       《저승에 있는 네 아내가 통곡을 하겠구나! 딸을 죽이려 드는 아비라니, 세상에 이런 비극이 또 있을까?》

       

       “…결코 곱게 죽이지 않을 것이다.”

       

       

       빠드득 이 갈리는 소리가 울렸다. 데모닉의 뒤에 있던 루엘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케,케니스가 팔라딘님의 딸이요…?”

       

       

       동요가 가득한 떨림. 데모닉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 나중에, 나중에 설명하겠다.”

       

       

       그럴 수 있으면ㅡ 데모닉은 뒷말을 삼켰다.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다, 눈앞의 악마를 상대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움브라와 데모닉의 짧은 대치가 이어졌다.

       

       

       ㅡ팟!

       

       

       데모닉이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바람처럼 가볍게 휘둘러진 검.

       검에는 극도로 압축된 신성력이 강철보다 단단하게 맺혀 있었다.

       

       

       캉ㅡ!

       

       

       땅에서 얼음이 솟아나 검을 가로막았다. 쩌적ㅡ하고 얼음이 검을 타고오르다가, 응축된 신성력에 녹아내렸다.

       

       

       “흡!”

       

       

       쏜살처럼 내리꽂히는 검의 난격. 허나 움브라는 그림자로 몸을 피해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나타났다.

       

       

       “거기냐!”

       

       

       재빨리 땅을 박찬 데모닉은 순식간에 움브라와의 거리를 좁혔다. 가히 빛과도 같은 속도. 

       

       

       《하하, 재밌구나!》

       

       

       움브라는 연신 그림자에 몸을 숨기며 데모닉을 이리저리 피해 다녔다. 술래잡기라도 하는 듯, 즐거운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도망만 다닐 셈이냐!”

       

       《그럴 리가.》

       

       

       움브라도 마냥 도망만 다니지는 않았다.

       

       

       ㅡ스아아악

       

       

       “…젠장.”

       

       

       일대의 땅을 어둠이 덮어나갔다. 하늘에 태양이 떠 있음에도, 새까만 땅거미가 내려앉기 시작했다.

       

       

       “흐읍!”

       

       

       빠르게 땅을 박차며 어둠을 피해 뒤로 물러나는 데모닉. 저 그림자는 움브라의 손발과도 같으니.

       함부로 달려들면 개미지옥의 개미처럼 죽어갈 것이다.

       

       

       ‘같잖은 수작을…’

       

       

       데모닉의 눈이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 대로를 넘어서 숲까지 넓어지고 있는 땅거미. 저 멀리 얼음기둥에 갇혀 있는 성기사들. 

       

       원군이 오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 허나 저 대악마에게 시간을 더 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장담할 수 없다.

       

       

       ‘어떻게든 싸워야 하는가.’

       

       

       데모닉의 목에 걸린 로켓 브로치가 찰랑하고 흔들렸다. 또다시 소중한 것을 잃을 수는 없으니.

       

       데모닉은 이를 꽉 물고 까만 그림자로 뛰어들 준비했다.

       

       

       “파,팔라딘님! 제가 도와드릴게요!”

       

       “… 루엘 사제. 사제는 전투 훈련도 받지 않았으니, 무리할 필요 없다. 다치지 않도록 저 뒤에ㅡ”

       

       ㅡ화아악!

       

       

       이어지는 데모닉의 말은 퍼져나가는 빛에 끊어졌다. 꾸물거리던 땅거미가 작은 빛에 치이익ㅡ하고 타들어갔다.

       

       

       “이건…”

       

       

       루엘이 들어 올린 ‘샛별의 지팡이’가 작은 빛을 발하고 있었다. 어두운 새벽에 떠오르는 샛별처럼, 어둠을 밝히는 작은 별이 지상에 떠올랐다.

       

       

       “흐으읏!”

       

       

       양손으로 지팡이를 높이 들어 올린 루엘은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지팡이를 흔들었다. 매달린 샛별이 시계추 모양으로 흔들리며 넓게 빛을 흩뿌려 나갔다.

       

       

       ㅡ치이익

       

       

       땅을 뒤덮은 그림자가 숭숭 구멍이 뚫리며 타들어 갔다. 저 멀리 솟아난 얼음기둥들도 빛에 닿자 천천히 녹아내렸다. 

       

       

       콰앙ㅡ!

       

       

       녹아내린 얼음기둥을 뚫고, 프리가가 뛰쳐나왔다. 성난 짐승 같은 기색의 프리가. 도끼가 흉흉한 날을 빛냈다.

       

       

       “너 이 씹새끼! 모가지 딱 대! 넌 진짜 뒤졌어!”

       

       

       성난 프리가의 뒤로 단장과 성기사들이 나타났다. 성기사들은 빠르게 데모닉의 뒤로 모여 들었다.

       

       그 광경을 태연하게 바라보고 있던 움브라의 눈이 작게 찌푸려졌다. 위기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눈빛. 마치 귀찮다는 표정이었다.

       

       

       《… 또 더러운 느낌의 무기구나. 도대체 어디서 저런 무기들이 나타난 거지? 신이 다시 나타나기라도 했나?》

       

       

       땅에 내려앉은 작은 샛별에 그림자가 지워지고, 얼음이 녹아내려도 움브라는 태연했다.

       

       자신은 지옥의 대악마, 악마들의 왕. 본신의 힘을 온전히 쓸 수 없는 상황이지만, 벌레 같은 인간들을 상대로 질리가 없었다.

       

       

       ‘만에 하나 당한다 하더라도… 지옥에 있는 본신에 영향은 없으니.’

       

       

       이것은 자신에게 유희나 다름없었다. 즐겁고 재밌는 놀이.

       

       

       《이제 재롱잔치는 다 끝난 건가?》

       

       

       ㅡ쯔저적

       

       

       천천히 타고오르는 까만 얼음이, 움브라의 몸을 뒤덮기 시작했다. 흡사 갑옷처럼, 얼음으로 된 갑각이 자라났다. 

       

       얼굴을 완전히 가리는 까만 투구. 그 형태는 마치 성난 악마의 얼굴과도 같았다.

       심약한 루엘은 그 모습을 보고 오들오들 떨었다.

       

       

       《그깟 그림자와 얼음이 없어도… 벌레 몇 마리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다.》

       

       

       움브라의 목소리가 투구에 웅웅 울리며 기분 나쁘게 퍼져나갔다. 

       

       

       “아,악마! 케,케케케니스를 어떻게 한거예요!”

       

       

       루엘이 파랗게 질린 얼굴로, 하지만 두 눈은 똑바로 움브라를 바라보며 외쳤다. 샛별의 지팡이를 들고 있는 두 손은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꽉 쥐고 있었다.

       

       

       《… 케니스?》

       

       

       까만 투구를 뒤집어쓴 움브라가 잠시 고개를 기울였다.

       

       

       《아아… ‘이것’ 말인가?》

       

       

       ㅡ쩌어억

       

       

       움브라의 배가 세로로 쩌억 갈라졌다. 갈라진 몸통의 양옆으로 갈비뼈가 이빨처럼 꿈틀거렸고, 새빨갛고 기다란 혀가 꾸물거렸다. 마치 아귀의 입속 같은 풍경. 그 속은 심연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 안에, 몸 안쪽 깊숙한 어둠 속에. 

       

       작은 황금빛 구슬이 있었다.

       

       

       “이 씹어먹을 악마가!!”

       

       

       데모닉이 말릴 새도 없이 빠르게 뛰쳐나갔다. 움브라의 도발에 눈이 돌아간 모습.

       

       

       《하하하하! 이게 그렇게나 소중했나? 그럼 잘 간직했어야지!》

       

       

       ㅡ콰앙!

       

       

       데모닉의 칼을 팔의 갑주로 막은 움브라. 작은 충격파가 둘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ㅡ투쾅! ㅡ쾅!

       

       

       이윽고 둘은 흐릿한 잔상을 남기며 공방을 이어 나갔다. 수십합이 눈 깜짝할 사이에 오고 갔다.

       

       

       “단장! 우리도 가자!”

       

       “예! 성기사 전원! 검을 들어라!”

       

       

       프리가는 용 사냥꾼의 도끼를 들고, 난전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찰나의 순간에 삶과 죽음이 오가는 전투가 이어지고, 루엘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열심히 샛별의 지팡이를 흔들었다.

       

       

       ㅡ화아악!

       

       

       이 작은 별빛이 부디, 헤매고 있는 케니스에게 닿기를 바라면서.

       

       

       짧은 팔로 지팡이를 열심히 흔들었다.

       

       

       

       

       ***

       

       

       

       

       둥실둥실 몸이 가볍다. 물 속에 누워 있으면 이렇지 않을까? 몸을 살짝 밀어내는 움직임에 두둥실 떠다닌다.

       어머니의 뱃속에 있는 듯한 편안함… 영원히 눈을 감고 이 평온함을 즐기고 싶다.

       

       

       부그르륽ㅡ

       

       “으읍?!”

       

       

       공기 방울 올라가는 소리에 번쩍 눈을 떴다. 공기 방울 소리? 그게 뭔 소리야. 그게 왜 들려.

       

       

       “흐읍?”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본다. 물, 물, 물.

       온통 까만 물과 흙 밖에 안 보인다. 다큐에서 본 심해의 모습이 이랬는데.

       

       

       부그르륿ㅡ

       

       “으븝.”

       

       

       물 속인데, 숨이 막히지는 않는다. 또 꿈인가?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몸에 힘을 빼고 가만히 누웠다. 바닷속에서 흔들리는 해초의 심정으로. 나는 지금 한 줄기의 미역이다.

       

       이 편안함이 나쁘지 않네.

       

       

       ㅡ반짝

       

       “읍?”

       

       

       저 멀리, 시커먼 물속에서 작은 빛이 반짝거렸다. 무시하고 가만히 누워 있었다.

       

       

       ㅡ반짝 ㅡ반짝

       

       

       연신 반짝거리는 불빛. 도대체 뭐가 있는 거야?

       호기심이 귀찮음을 이겼다. 나는 천천히 발을 놀려 반짝거리는 불빛으로 향해 어둠을 헤쳐나갔다.

       

       그리고 그 불빛의 끝에서…

       

       

       “…이게 뭐야?”

       

       

       이상한걸 발견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최근 주인공에 대한 댓글이 많습니다!! 못난 글쟁이… 최근 고민이 아주 많습니다!!! 자면서도 고민을 하고있을 정도!!

    진심어린 조언의 댓글!!!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악!!!! 사랑합니다!!!!!

    ㄴㅇ0ㅇㄱ!!! 아닛!! 이게 무슨 일입니까!!!!

    – ‘신선우’님!!! 2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후원펀지!!! 후원펀치!!! 너무나 강력하군요!!! 정기 후원이라뇨!!! 못난 글쟁이에게 쓰지 마시고, 캔맥주라도 하나 사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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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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