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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0

       

        

        

        

        

        

       “카토님 이제 큰일났다, 히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기도 당해봄www

       -거 큰일났다고 말하는 것치곤 좀 표정이 밝지 않습니까?

       -남의 불행=나의 행복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후임 들어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모니, 근 몇 개월 동안 가장 환하게 웃다.

        

        숨길 수조차 없고 숨길 생각조차 없는 하모니의 웃음이 화면 너머로 송출되는 순간 이어지는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 굳이 말하지조차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수만 명에 달하는 트수들의 눈 앞에 몇 개월 분량에 달하는 무지막지한 기억들이 스쳐지나간다.

        

        당연하겠지만, 하모니도 마찬가지였다. 과거 뉴욕과 연결된 다리를 브루클린을 통해 힘겹게 건너가 태어나서 생전 처음 잡아보는 총을 들고 힘겹게 적군이랑 맞서 싸운 뒤, 안전구역에 널브러져 있던 와중 처음으로 만난 유저와 함께 난관을 헤쳐나간….

        

        근데 그게 유진 쌤이었지.

        

        

        

       “카토 씨는 탄창 안 떨구죠? 그럼 됐어요.”

        

        

        

       -탄창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흑역사’

       -(대충 죽일듯이 하모니 노려보던 유진쌤)

       -격세지감 제대로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팩트)그때 이후로 아직 열 달도 안 지남

        

        

        

        그 말대로였다.

        

        한 해가 다 가기까지 아직 3개월이나 남은 시점이었다. 하모니와 유진이 처음으로 만났었던 때가 8월 중순이었으므로 어림짐작하자면 세 달 가량 남은 것이었다 – 그러나 그 안에 하모니를 파이널 챔피언십 선수들에게도 종종 복수를 성공하는 실력자로 만들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당장 그녀 자신도 믿기지 않는 판에.

        

        아무튼, 탄창 드립은 하모니의 스트리밍 방 안에서만 통하는 일종의 역린이자 밈이기도 했다. 비얌과 처음 만났을 때 행했던 실수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 물론 시청자도 하모니도 전혀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었다.

        

        진지하게 받아들여봤자 수류탄으로 시청자들의 뚝배기를 반갈죽해버리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선생님이 벌써 15렙을 열었네요. 항상 풀악셀만 밟는 분이라 그럴 것 같긴 했는데 역시…부지런하게 따라가야 될 것 같은데.”

        

        

        

       -뭐지? 자기도 풀악셀을 밟겠다는 것인가?

       -이미 지도 150km 밟고 있으면서 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리빙포인트)이사람은 지금 수류탄 낚시로만 열일곱 명을 잡았다

       -또 뭔 짓을 하려고 ㅋㅋㅋㅋㅋ

       -님도 매판마다 제투히 하고 오잖아요 씌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그러던 와중 유저 밴딧 플레이 쿨타임이 다 되었기에, 하모니는 그 자리에서 일어서서 매칭을 돌리기 시작했다.

        

        유진이랑 엇비슷하지만 다른 행보.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양반은 15렙을 찍는 동안 단 한 번도 유딧으로 플레이한 적이 없었지만, 하모니는 오히려 그 반대였다. 그다지 좋다고 할 수 없는 총에 탄환 혹은 탄창 몇 개, 변변찮은 방탄조끼 한 벌과 잡템 정도만을 들고 들어가 적을 잡는 것이었다.

        

        온갖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그러던 와중 매칭이 끝났고, 그녀는 쇼핑몰의 외곽에서 눈을 떴다.

        

        적당한 12게이지 펌프액션 샷건과 탄환 스무 발 가량, EU 기준 레벨 3도 안 되는 방탄복 한 벌과 전술 조끼만이 하모니가 소지 중인 모든 아이템이었다.

        

        

        

       “남은 시간 20분이라. 널널하네요. 후딱 들어가야지.”

        

        

        

        이제는 익숙하다 못해 구조가 훤히 보일 정도의 대형 쇼핑몰. 이미 입구 언저리에서는 신나게 교전 소리가 들리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은 채 최대한 외지고 어두운 길을 따라 올리브로 들어갔다. 아직 파밍하지 않은 잡템들이 소수 남아있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낚싯줄, 혹은 트랩을 만들기에 최적화된 아이템들이 하나둘씩 하모니의 손에 들린다. 상인들조차 받아주지 않는 여러 가지 자잘한 것들을 사용하여 사람이 오가는 길목에 설치하기 위함이었다.

        

        수류탄이 있으면 좋았지만, 없어도 크게 상관은 없었다.

        

        

        

       “유딧은 대개 헤드셋이 없으니 이런 걸로 파악하는 게 낫더라구요.”

        

        

        

        그리 말하면서 그녀는 동선이 여럿 겹치거나 좋은 아이템들이 잘 나오는 지역의 입구에 오만가지 트랩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심상찮은 속도였다.

        

        하모니는 유진의 피지컬과 뇌지컬 중 후자를 물려받았고, 그 중에서도 우수한 손재주를 십분 발휘하기에 실로 최적화된 인재였다 – 대개 사람들이 잘 오지는 않지만 크게 상관은 없었다. 한 명이라도 걸려들면 끝이기 때문이었다.

        

        올리브에서 벗어난 그녀가 주변을 조심스럽게 살피며 울티마 몰 안으로 들어선다. 물론 직접적으로 아이템을 파밍하기 위함이 아니라 에스컬레이터나 여러 길목 언저리에 트랩을 설치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대략 5분도 되지 않아 10개 가량의 소음 트랩이 곳곳에 지뢰마냥 놓여졌고, 하모니는 그 누가 보아도 아무도 주목하거나 보지 않을 틈새 사이에서 소리가 들리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짤랑!

        

        

        

       “…2층이랑 연결된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온 것 같은데.”

        

        

        

       -진짜 귀신이다 귀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혹시 심리학과 수석이신가요??????

       -사람 나다니는 길목이라고 해도 트랩설치가 쉬운 게 아닌데 참 ㅋㅋㅋ

       -이런사람이 어디 테러리스트 소속이었으면 세상은 이미 혼란했을 것이다

       -3분도 안 기다렸는데 바로 하나 걸렸네 ㅋㅋㅋㅋ

        

        

        

        척하면 척이었다.

        

        하모니는 에스컬레이터 뒷편에서 조심스럽게 기어나온 순간 올리브로 이어지는 입구로 쓰윽 사라지는 인영. 조명이 옅어 그닥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크게 상관은 없었다. 몸이 두툼하고 머리 실루엣이 부자연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요컨대 이를 풀어 이야기하면 가방과 헬멧까지 알차게 쓰고 다닌다는 소리였고, 다시 말해 이는 유저를 의미했다.

        

        

        

       ‘…교전은 기다림의 미학이라더니, 진짜 어디까지 맞는 말을 하신 건지 원.’

        

        

        

        참을성 있게 인내하고, 주위를 넓게 바라보며, 가장 적절할 때 움직여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이지만, 그 말이 몇 번씩, 혹은 게임을 할 때마다 통용된다면 이는 잔소리가 아닌 복음이 되고 – 하모니는 유진복음을 절대로 간과할 생각이 없었다.

        

        놀랍도록 조용히, 그리고 스피디하게 뒤를 밟는다. 순식간에 올리브로 향하는 통로를 가로지른 하모니가 다시금 벽에 기대어 다음 소리를 기다린 순간, 이번에는 달그락 하는 소리가 들린다. 모든 트랩에 있어 소음의 주체는 각기 달라야만 했다. 그래야만 위치 식별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둔탁한 음색으로 미루어볼 때, 이는 플라스틱 병으로 만들어놓은 사무실 방향이었다.

        

        그녀의 행선지가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흐음….”

        

        

        

        사무실 내부에서 연이어 들리는 군홧발소리. 누군가가 내부를 신나게 뒤적거리고 있는 사이 하모니는 파손된 소음 트랩의 위치를 확인했다. 들어간 위치를 확인한 순간 그녀는 안의 유저가 반대 방향으로 나갈 것을 직감했다.

        

        사전 공부에 따르면 EU는 일종의…파밍 루트가 정해진 게임이었고, 대부분의 유저들이 효율적인 파밍 동선을 준수하는 경향이 높다는 대전제를 감안했을 때, 왔던 곳으로 다시 나가는 건 좀 더 비효율적이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나가는 문의 바로 옆에서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퍼엉!

        

        

        

       “아아악!”

        

        

        

        선명한 샷건 발포음, 그리고 거의 동시에 울려퍼지는 묵직한 목소리. 유저에게 통각 기능이 없는 것과는 별개로, 아바타가 맞았을 때 어쩔 수 없이 나는 자동재생 피격음 비슷한 것이었다.

        

        여성적인 음색이 가르랑거리며 고통 섞인 신음을 토해낸다. 한쪽 무릎이 완전히 박살나버린 것이었다. 방탄복으로 방어할 수 없는 구역 전반에 열두 개의 쇠구슬이 흩뿌려졌고, 적군은 그 순간 기동성을 상실했다. 앞으로 그대로 고꾸라진 탓에 총을 사격할 여력도 없었다.

        

        그러나 하모니는 거기서 멈출 생각이 딱히 없었으며, 반대쪽 무릎에 영거리 사격을 박아넣은 다음 오른손을 밟아 혹시나 있을지도 모르는 반항을 미연에 방지했다.

        

        슬슬 상황이 파악되었는지 으허엉 하는 한탄을 시작 중인 여성 아바타의 유저의 뒤통수를 슬그머니 바라본 하모니가 입을 열었다.

        

        

        

       “총이랑 뚝배기, 방탄조끼, 수류탄만 주면 얌전히 보내드릴게요.”

        

       “그게 다 벗겨먹겠다는 거잖…힉!”

        

        

        

        유진 가라사대, 불평불만이 있는 사람에게 샷건을 겨누면 친절한 답변이 돌아오리니.

        

        오늘도 유진복음은 정상 작동 중이었고, 하모니는 선지자 비얌의 예지력에 마음 속 깊이 찬사를 보냈다. 항상 맞는 말만 하는데 이 사람을 어떻게 숭배하지 않고 배겨.

        

        하지만 오늘은 다른 뜻으로 낸 놀람의 표현이었다.

        

        

        

       “와, 나 하모니 눈나한테 주거써어….”

        

       “자꾸 이상한 소리 할래요?”

        

       “아유, 아닙니당. 총이랑 방탄복, 뚝배기, 수류탄 다 가져가세요. 대신 저 빤쓰에 글카 있는데 그건 안 가져가실 거죠?”

        

       “빨리 치료하고 탈출이나 하세욧!”

        

        

        

        깡!

        

        아직 방탄헬멧을 쓰고 있는 유저의 머리 위에 하모니의 개머리판이 설렁설렁 날아들었고, 얇은 깡 소리와 함께 헬멧 아래에서 으겍 하는 귀여운 신음성이 울려퍼졌다.

        

        그리하여 그녀 – 혹은 그 – 는 낑낑대며 각종 보호장구류, 그리고 꽤나 모딩이 잘 된 SVD 한 정과 탄창 여러 개와 수류탄 두 개를 헌납했고, 하모니는 만족스럽게 그걸 받아들고는 덧붙였다.

        

        

        

       “나중에 탈출하기 전에 한두 개는 바닥에 버려둘 테니, 보험 받으세요.”

        

       “헉, 감사합니다.”

        

       “이제 엉덩이에 총알 박히기 전에 얼른 가요.”

        

       “돔 황 챠 – !”

        

        

        

        그리하여 빤쓰에서 수술 도구까지 꺼내어 다리를 정상화시킨 유저는 도끼 하나만을 든 채 호다닥 밖으로 도망갔고, 하모니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덧붙였다.

        

        

        

       “자, 그러면 이제 돈 벌러 갑시다.”

        

        

        

       -현실도네이션 미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살려는 주네 ㅋㅋㅋㅋ

       -합법적이고 정당한 대화 ㅇㅈ합니다

       -이게 매드맥스식 대화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할말은많지만 나보다 강하니 아무말도 하지 않겠다 ㅋㅋ

        

        

        

        하모니, 오늘도 제투히 성공.

        

        

        

        

        

        

        

        

        

        

        한편,

        

        

        

       “뱀끼야아아아악-!”

        

       “한 열두 시간 정도 박으니 드디어 한 번 보네요.”

        

        

        

        유진과 카토그래퍼.

        

        이 둘은 드디어 메카 유진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으부에에에….”

        

       “벌써 늘어지면 안 되죠. 힘내요.”

        

        

        

       -카토쉑 근래 가장 빡세게 게임하는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사람을 잡으면 파밍이다

       -제발 파밍멈춰!!!!!!!!!!!

       -메카비얌 진짜 드럽게 안나오네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엔 뜬다! 진짜임(아닐수도있음)!

        

        

        

        카토와 함께 합방을 시작한 지 어언 11시간 45분 22초가 지나가고 있을 무렵. 예쁘장하게 생긴 아바타가 쇼핑몰에 스폰하자마자 그대로 바닥에 드러눕는다. 린스와 트리트먼트를 떡칠한 것처럼 찰랑찰랑한 머리카락이 풀바닥에 사정없이 닿으니 약간 정신이 아득해졌지만…VR이라 다행이다.

        

        좌우지간 카토는 슬슬 한계였다. 오늘만 해도 나와 함께 오만가지 맵들을 싸돌아다니면서 대략적으로…한 800만 크레딧 가량을 벌었나? 처음에만 해도 음식런, 잡템런, 장독대런 등등을 소개해주던 그였지만 철인을 가볍게 능가하는 내 체력에는 결국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었나보다.

        

        물론 당연하게도, 나는 하드코어 모드였다.

        

        

        

       “진짜 몸이 강철로 되어있으세요?”

        

       “그럼 연비가 안 좋았겠죠.”

        

       “응갸악….”

        

        

        

        흐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사실 내가 교전 빡세게 일어나는 곳만 골라서 끌고 다닌 것도 있긴 하니 엄밀하게 말하면 내 잘못이 절반 이상이었다. 그리하여 딱히 일어나라고 재촉할 생각은 없었다. 오늘 메카 비얌이 나오지 않으면 내일 다시 찾으면 되었으니까.

        

        그러던 와중 카토는 자세를 잘못 잡아서인지는 몰라도 뜬금없이 담이 왔다며 바닥에서 구갸악 갸아아악 하는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기에, 하는 수 없이 꼬리로 허리를 휘감아 강제로 일으켜주었다. 하여간 손 많이 가는 사람이야.

        

        그 뒤 말을 이었다.

        

        

        

       “이번 판에도 없으면 내일 따로 찾아봐야겠네요. 합방이라고 말해놓고 철인3종경기를 뛰게 만든 것 같아서 어째 미안해지는데.”

        

       “어허허헣.”

        

       “대충 괜찮다는 뜻으로 알아들으면 되나요?”

        

       “으악, 아니에요!”

        

        

        

        이럴 때는 또 칼같이 대답하는구만. 하기야 여기서 대답하지 않으면 내일도 유진-캠프에 끌려갈 수 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좌우지간 이번 판이 마지막 판이었기에, 간만에 깔쌈한 총을 좀 가지고 와봤다. 물론 내 기준에서 깔쌈한 총이라는 건 당연히 라푸아 발사기였다. 특히나 오늘은 지난 번 상점에도 팔지 않고 놔두었던 헌터가 쓰던 특제 탄환이 든 탄창 2개도 가져왔으므로 무서울 게 없었다.

        

        물론 나도 한정 탄환의 아까움이라는 건 아는 사람이었기에, 오늘 하루 동안 번 돈으로 AP탄 30발 정도를 사서 카토가 가져다준 다른 탄창에 끼워놓았다.

        

        

        

       “아니, 선생님. 자브랄로 입으셨으면서 왜 이렇게 빨라요!?”

        

       “후딱 오셔요.”

        

        

        

        헥스그리드 입었으면서 나보다 느리구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구에 도달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서서히 스폰되기 시작한 밴딧들이 영어 욕설을 내뱉으며 이쪽을 향해 총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묠니르는 등에 걸어둔 뒤 MP7을 꺼내서 머리에 작은 구멍을 하나씩 내주었다. 탄환 값 때문이었다.

        

        일주일 좀 넘게 플레이를 한 탓에 나도 슬슬 가성비가 뭔지는 따져보기 시작하는 초보 EU 유저가 된 셈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그 말을 그대로 입에 담으면 채팅창이고 카토고 ‘초보?’ 하고 갈고리를 걸어댈 테니 구태여 덧붙이지는 않았다.

        

        좌우지간, 오늘은 쇼핑몰에 서식하는 보스를 좀 잡으러 왔다.

        

        

        

       “어떻게 보스 킬 퀘스트가 이렇게 빨리 나오는지 원. 듣자 하니 로그 보스들도 같이 나온다는데, 이번 판에 뜨려나요.”

        

       “글쎄요. 나오면 잡고 아니면 탈출하면 되는 거죠. 무장도 좋으니 잘하면 쉽게쉽게 갈 수 있겠어요.”

        

       “하하.”

        

        

        

        그 말대로, 오늘 쇼핑몰에 마지막으로 방문한 건 내 킬퀘스트 때문이기도 했다.

        

        쇼핑몰에서만 나오는 보스인 ‘매드 트리거’가 3인조 로그 보스 세 명과 연합해서 쇼핑몰을 두 번째 로그 기지로 탈바꿈시킬 준비를 한다나 어쩌나 하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고, 그걸 막기 위해서 내가 파견된 것이었다.

        

        보스 서칭은 내가, 카토는 후방을 경계하며 총소리를 듣고 호다닥 몰려올 유저 혹은 밴딧을 처리하거나 내게 재깍재깍 브리핑하는 것이었다. 그 와중 브리핑이 어수룩하다거나 하면 내가 그 부분을 살살 지적해주는 식이고.

        

        카토의 실력 밑바탕은 그렇게 천천히 쌓여가는 중이었다.

        

        

        그렇게 대략 15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오라는 보스는 오지 않고 세네 명 가량으로 이뤄진 다인큐가 더 자주 보이는 수준이었고, 그리하여 우리는 다가오는 모든 유저들의 몸 혹은 머리에 한 개 또는 여러 개의 바람 구멍을 내줌으로서 강제 로비 사출쇼에 참여시켰다.

        

        듣자 하니 보스 스폰 확률이 15%라고 했었나. 퀘스트 때문에 추가적인 보스 스폰 확률이 생겨났다는 메시지를 보긴 했지만 그럼에도 확률의 벽을 넘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그래도 무장을 보니 탄환값 이상은 안정적으로 벌어갈 수 있을 것 같았고.

        

        

        아이템을 가방에 꾸깃꾸깃 집어넣으며 덧붙였다.

        

        

        

       “이번 판도 별다른 일 없이 지나갔네요.”

        

       “으아, 그러게요오…오늘 정말 재밌었어요. 한 한 달 정도 뒤에 다시 뵐 수 있으면…으갹.”

        

       “어딜 가려구요.”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설프게 엔딩크레딧 올리고 도망가려는 카토쉑 컷!

       -으림도없지wwwww

       -?? : 너 납치된거야….

       -이미 비얌의 눈에 찍혀버렸는데 어디를 도망가려고 ㅋㅋㅋㅋㅋㅋㅋ

        

        

        

        그 말대로.

        

        으에에…하면서 삶의 모든 희망을 잃어버린 듯한 카토의 등을 툭툭 치며 그래도 좀 살살 해주겠다고 덧붙였고, 그리하여 그는 헛된 기대와 함께 그 자리에서 일어섰다.

        

        탈출 지점이 동일했기에 슬슬 쇼핑몰에서 나가려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순간.

        

        

        

       ───기이잉!

        

        

        

        찰칵.

        

        쇼핑몰 외부로 나가는 모든 문이 차단되며, 이번에는 헬리콥터의 프로펠러 소음 대신 – 창공에서 육중한 수송기 엔진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정확히 쇼핑몰 위를 가로지르는 수송기 궤적, 그리고 하늘 위로 보이는 하나의 점.

        

        그것이 점점 커지기 시작하더니-

        

        

        

       -쿠웅!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천장의 유리 및 철제 골조를 사정없이 짓이기며 바닥에 착지했다.

        

        무기질적인 눈매. 그럼에도 나를 쏙 닮은 모습. 고가치 연구시설에서 촬영되었다는 다크 존 측 제공 사진과는 사뭇 다르게 생겼지만 – 요컨대, 다운그레이드 – ,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로 강인해보이는 외관.

        

        메카 유진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뱀끼야아아아악-!”

        

       “한 열두 시간 정도 박으니 드디어 한 번 보네요.”

       

        

        

        찰캉.

        

        즉시 탄창을 특수 AP탄이 든 것으로 갈아끼우며 덧붙였다.

        

        

        

       “어디 한 번 얼마나 강한지 측정해봅시다.”

        

        

        

        뱀 vs 뱀.

        

        물러설 수 없는 승부의 시작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뱀끼야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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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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