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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0

       *** ***

         

       다음 날.

         

       모용연화는 모여든 방계들과 무인들을 두루 살폈다.

         

       좋지 않은 일로 소집당한 만큼 당연히 무인들과 방계들의 표정은 좋지 않았고 모용연화 뒤에 서 있는 모용모를 향해 적대적인 시선을 날리는 무인들도 적지 않았다.

         

       “영 분위기가 살벌하구만.”

         

       모용찬경의 투덜거림에 내심 동의한 모용연화는 가장 선두에 서 있는 분타주와 중진들에게 시선을 옮겼다.

         

       “같은 장소에 있음에도 참으로 오래간만에 보는군요.”

         

       “공사가 다망했을 뿐이오. 어제의 소란은 유감이군.”

         

       “무슨 일이 있었기에 중진 한 분이 나와보지 않으신 것인지 의문입니다.”

         

       “무공을 익히지 않은 범인들의 소란이었소. 다른 이들이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 믿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을 뿐이오.”

         

       모용연화는 가볍게 한숨을 내 쉬며 물러섰다. 어차피 이런 가벼운 입씨름으로 무언가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았으니까.

         

       “준비는 모두 되었습니까?”

         

       “굳이 요구하신 대로 경비 인력을 제외한 가용 인력은 모두 동원하였소. 왜 이만한 인원이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오.”

         

       비꼬는 듯한 분타주의 의견에 모용연화는 내심 동의했다.

         

       본인이 생각해도 그러했기 때문이었다.

         

       수많은 무인들에 방계들까지 그야말로 대인원. 고작해야 광산 시찰에 동원될 인원치고는 너무 많다.

         

       이토록 많은 인원을 끌어들인 것은 모용연화의 뜻이 아니었다.

         

       바로 어제, 호천안이 전음으로 요청한 사항이었다.

         

       ‘괜히 경계심만 이끌어낸 것이 아닐까요.’

         

       노골적으로 분타에서 사람을 빼내는 요구를 한 만큼 분타측에서도 그 요구에 경계심을 가지고 경비를 강화하지 않았을까.

         

       창백한 안색의 분타주, 모용진객의 얼굴에서 자신감을 읽어낸 모용연화는 불안감을 느꼈지만 이내 호천안의 얼굴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독였다.

         

       ‘그분께서 생각이 있으시니 이런 요구를 하셨겠지.’

       

       “출발하시지요.”

         

       “좋소.”

         

       수많은 무인들이 모용세가 섬서분타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 ***

         

       분타에 소란이 퍼지더니 이내 조용해졌다.

         

       드디어 모용연화가 이끄는 광산시찰단이 출발한 모양.

         

       분타의 사람들이 다 출동한 광산시찰의 결과는 내가 예상한 대로 펼쳐질까.

         

       그렇다면 꽤나 씁쓸한 이야기가 될 터였다.

         

       고개를 저어 상념을 털어낸 나는 조용히 착지해 허리를 두들겼다.

         

       “에구구…”

         

       반나절 넘게 이런저런 곳에 숨어 눈치를 보다보니 절로 머리가 지끈거렸다.

         

       잠입에 대한 압박도 압박이겠지만 섬서분타에 잡입한 이후 한 시도 쉴 수 없었으니 누적된 피로가 터져 나온 것이겠지.

         

       나는 모용연화를 떠올렸다.

         

       요조숙녀에서 여우의 모습으로 변신한 모용연화.

         

       그런 모용연화의 선택은 아주 탁월했다. 모용연화는 나를 휘두르는 척을 하며 내가 이상한 행동을 할 수 있는 당위성을 부여해 주었으니까.

         

       뿐일까.

         

       여자에 홀려 마구 휘둘리는 칠푼이라는 인식 덕분에 경계의 시선도 받지 않고 이곳저곳을 싸돌아다닐 수 있었다.

         

       그런 모용연화의 연기에는 아무 불만이 없었다.

         

       모용연화가 연기를 하고 있다는 점을 익히 알고 있는 나조차도 나를 휘두르며 진짜로 지금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명연기를 펼쳐 주었으니까.

         

       문제라면 연기가 주는 피로도가 문제였다.

         

       모용연화와 장단을 맞추기 위해서는 실제로 휘둘려야 했고 그 휘둘리는 행위 자체가 주는 피로감은 내 상상 이상이었다.

         

       그 와중에 분타 조사까지 해야 했으니 정신적인 피로가 쌓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연인 연기라는 거 쉽지 않군.

       

       실제 연인들 하듯이 하고 있는데 대체 연인들은 어떻게 이러고 사는지 몰라.

         

       그렇게 고개를 젓고 있자니 바깥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타주님께서 자리를 비우셨다! 비상경비체제에 돌입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겠지? 절대 방심하지 마라!”

         

       “예!”

         

       군기가 바짝 든 무인들이 대답했다.

         

       먼 거리에서 들려오는 무인들의 외침을 들으며 느긋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경비가 강회되건 말건 나는 이미 모용세가 무인들이 펼쳐놓은 경비의 영역 안쪽에 들어온 상태였으니까.

       

       집이 가장 어수선한 순간은 언제일까.

         

       답은 바로 자리를 비우기 직전이다.

         

       섬서분타의 중진들 역시 그러했다.

         

       내일 당장 자리를 비워야 한다니 무언가를 숨기는 입장에서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겠는가?

         

       경비 강화도 해야 하고, 혹시나 침입자가 들어왔을 때 단서가 될만한 것들도 정리해야고, 지금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논의도 해야 하고, 내일 벌어질 일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하고….

         

       그야말로 정신없는 반나절이었을 거다.

         

       당연히 그 주변도 어수선해지고 보고를 위해 드나드는 사람도 많고 경비도 사람이니 당연히 동요할 수밖에 없으니 자연스럽게 파고들 틈이 나왔다.

         

       섬서분타의 인원들 중에서 나와 같은 잠입 방식을 택하리라고 예상한 이가 있었을까.

         

       뭐 확신은 금물이지만 나는 아닐 것이라 예상했다.

         

       지금 내가 택한 잠입 방식은 현 섬서분타의 상황을 빠삭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하니까.

         

       사실 잠입해야 할 지역에 이렇게 미리 잠입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외부경비를 강화하기 전에 경비 영역 안을 철저하게 색적하고 확인하는 것은 경비의 기본 중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색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임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일주일이 넘는 조사 기간동안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가장 많이 마주한 이들이 누구였을까? 당연히 섬서분타의 무인들이다.

         

       그런데 그렇게 많이 마주친 일반 무인들 사이에서 중진들이 무엇을 꾸미고 있는지 아는 기색은 조금도 발견하지 못했다.

         

       소문이라는 건 단서라도 있으면 불어나기 마련.

         

       그런데도 한솥밥을 먹는 분타의 무인들이 중진들이 무엇을 꾸미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은 분타의 무인들과 아예 접점을 차단해 놓았다는 뜻이었다.

         

       가령 분타의 무인들이 접근할 수 없는 공백지대를 만든다던가.

         

       그 공백지대가 바로 중진 숙소 인근이었다.

         

       외곽만 철저하게 경비될 뿐 그 안쪽에서 이루어지는 경비는 그야말로 요식 행위에 불과했으니까.

         

       지금까지 철저하게 분타의 무인들을 배제해온 지역에 고작해야 하루 자리를 비운다는 이유로 공백지대를 개방하고 수색하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내 예상대로 섬서분타는 이 공백지대를 그대로 유지하는 선택을 했다.

         

       뭐 아예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오늘의 일 때문인지 어제 저녁 부산하게 이곳을 드나들던 방계들.

         

       꼼꼼한 방계 몇몇이 찜찜함을 느꼈는지 이 공백지역을 살피고 지나가가곤 했던 것이다.

         

       그러나 무인 한 명이 살핀다고 침입자를 딱 찾아낼 수 있다면 철저한 경비체계와 다수의 인력이 왜 필요하겠는가.

         

       너른 부지에 한두 사람의 이목을 피해 숨고 이동할 곳은 차고 넘쳤으니 어렵지 않게 숨어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속에서 수확도 있었다.

         

       이곳을 드나드는 방계들 덕분에 분타주와 중진들이 일을 꾸미는 곳이 어디쯤에 있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으니까.

         

       “후우.”

         

       중진들이 일을 꾸미는 곳으로 추정되는 건물은 일종의 휴식 장소였다. 혼자서 고즈넉한 휴식을 즐기기 딱 좋은 고서고 같은 느낌.

         

       아마 평시라면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척하며 방계중 한 사람이 경비를 서고 있지 않았을까.

         

       건물 내부로 진입해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건물을 뒤지자 손쉽게 숨겨진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양탄자를 걷어내니 그 아래 지하로 통하는 문이 있었으니까.

         

       적어도 지하 몇 층은 내려가야 할 정도로 깊이 내려가는 계단을 보며 나는 긴장감을 끌어 올렸다.

         

       아무리 모용연화가 명분을 쥐고 있다 한들 방계 한두 사람쯤 남기는 것은 충분히 가능했다. 그런데도 급소라 할 수 있는 이 건물에 사람 한명 세우지 않고 그 입구를 손쉽게 발견할 수 있게 내버려 두었다라.

         

       들어가는 것은 쉬워도 나가기는 어렵겠군.

         

       뭐 위험은 충분히 각오한 바였다.

         

       검을 뽑아들고 기감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린 채 계단을 밟으며 지하로 향했다. 시작부터 기관진식이 나올 것이라 예상했지만 긴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에는 그 흔한 침이나 화살 하나 날아오지 않았다.

         

       문을 열고 들어간 지하.

         

       나는 지하에 펼쳐진 광경에 눈을 부릅떴다.

         

       예상 그대로의 광경!

         

       내 눈앞에는 연무장이 펼쳐져 있었다!

         

       “역시나.”

         

       사실 모용세가의 분타주와 중진들이 몰래 무공을 익히고 있다는 것은 그 징조가 뻔해도 너무 뻔했다.

         

       무인들이 외부 활동도 안하고 분타 내부의 모처에 콕 처박혀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는가.

         

       무공 수련뿐이지 뭐.

         

       나는 눈에 내공을 집중하며 어둡기 짝이 없는 연무장의 흔적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분타주와 중진들이 무공을 수련한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가 될 만한 사안은 그들이 어떤 무공을 얼마나 수련했는가다.

         

       어떤 식으로 구한 무공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출처가 떳떳하지 못한 것은 확실하다.

         

       그렇지 않다면 모용모를 따돌리거나 이렇게 철저하게 숨어서 익힐 필요가 없었을 테니까.

         

       “휘유~”

         

       나는 연무장 곳곳에 난 상흔을 살피며 휘파람을 불었다.

         

       연무장 곳곳에 찍힌 깊은 상흔 때문이었다.

         

       분타주가 익힌 무공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상흔만으로도 무공의 위력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 상흔은 네 줄이나 다섯 줄로 패인 걸 보아서는 조법으로 추측되는데…

         

       “상승의 조법중에서 이렇게 패도적인 위력을 내는 것이 있나?”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일단 의혹은 의혹으로만 넘기기로 했다. 흔적만으로 넘겨 짚기에는 너무 불확실한 사안이었으니까.

         

       무엇보다 아까부터 내 신경을 건드리는 사안이 있었다.

         

       피 냄새.

         

       희미한 피 냄새가 이곳에서 감돌고 있었다.

         

       사실 이곳이 네 사람이 쓰는 연무장이라면 피 냄새가 나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격한 비무를 하다 보면 피를 흘릴 수도 있는 일이고 이곳은 깊은 지하니 그런 피 냄새가 빠지지 않을 테니까.

         

       그러나.

         

       분타주와 중진들이 숨겨진 연무장에서 만나 서로 무공을 연마한다는 가정 자체에 모순점이 있었다.

         

       섬서분타가 뭐 보통 부잣집인가? 광산업으로 돈을 쓸어담는 알부자 중의 알부자가 아닌가.

         

       분타주나 중진들의 숙소에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수련할 수 있는 연무장을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다.

         

       이런 수상쩍은 공간을 만드는 대신 자신의 숙소에 지하연무장이나 하나씩 건설하는 편이 훨씬 쉽고 빠르고 안전한 길이었을 텐데 어째서 이런 장소를 만들고 한곳에 모여 수련했을까.

         

       당연히 그럴 필요가 있어서였겠지.

         

       이 연무장은 그런 필요를 가리기 위한 장막에 불과하다.

         

       연무장을 구석구석까지 꼼꼼히 살피니 또 다른 비밀입구가 드러났다.

         

       마치 짐승이 파 놓은 것 같은 형상의 굴을 따라 움직이고 있자니 짐승 특유의 노린내와 피 냄새가 조금씩 짙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굴의 끝에 보이는 큰 공동을 보며 확신했다.

         

       이중 삼중으로 숨기고 또 숨겨 놓았던 섬서분타의 비밀이 바로 이곳에 잠들어 있을 것이라고.

         

       그리고 내가 그 공동에 들어가 마주한 것은.

         

       “크크크…네가 바로 그 쥐새끼로군.”

         

       눈이 시뻘건 혈인 한 사람과.

         

       찍찍!

         

       집채만한 쥐 마물 한 마리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번주내로 사과의 연참과 함께 꼭 정시연재로 되돌리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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