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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0

   31마리의 최상위 악마계 침식종.

   놈들은 모두 지성을 갖춘 개체다.

     

   하지만 이건 인간의 지성과는 다르다.

   최상위 악마들이 발달 된 지성의 방향은 다름 아닌 침입자를 어떻게 죽일지다.

     

   그렇기에 그들이 가진 능력들은 하나 같이 침입자의 목숨을 앗아 가는 데 초점이 맞춰 있다.

     

   최상위 악마, 악몽왕이 하늘을 향해 손을 들었다.

     

   이윽고, 주위에는 새까만 안개가 자욱하게 채워져 갔다.

     

   마법사들이 급히 갖가지 마법들을 쏟아냈지만.

   악몽왕의 안개는 마법에 잠깐 저지당할 뿐 그대로 모두를 집어삼켰다.

     

   악몽왕의 검은 안개 속에 갇힌 이들은 자신에게 있어 가장 끔찍했던 악몽을 끊임없이 되새긴다.

   오러 조차 뚫고 들어오는 악몽왕의 검은 안개는 막을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이카루스가 악몽왕의 검은 안갯속에 빠져든 순간.

     

   후우우우욱!

     

   검은 안개가 일제히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극?”

     

   그 광경을 본 악몽왕이 당황했다.

     

   악마끼리 사용하는 언어를 그가 무어라 연신 외쳤지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검은 안개는 그대로 빨려 들어가 종적을 감췄다.

     

   콰앙!

     

   그 순간 검은 안개를 믿고 들어섰던 최상위 악마 하나가 발록의 검에 몸이 두 동강 나며 바닥을 굴렀다.

     

   최상위 악마답게 고작 그걸로 죽지는 않았지만.

   녀석은 본인이 가진 목숨 하나를 소비해야만 했다.

     

   다른 최상위 악마들도 마찬가지였다.

   자기가 각자 덮치려 했던 인간들이 제각기 협공하며 그들에게 맹공격했다.

     

   마치, 처음부터 검은 안개가 사라질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말이다.

     

   이는 처음에 당황해서 마법을 사용했던 마법사들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들은 언제 당황했냐는 듯이 아무렇지 않게 바로 최상위 악마들에게 마법의 목표를 잡았다.

     

   “라이크바르.”

     

   아슬란의 화염 마법이 최상위 악마 하나에게 작렬했다.

   그리고 튀어 나간 샬롯이 불타서 괴로워하는 최상위 악마를 갈라 버렸다.

     

   악몽왕이 크게 당황했다.

   전장의 상황이 이렇게 된 건 자신의 탓이 컸으니까.

     

   그리고 악몽왕의 눈에 한사람이 비쳤다.

   거기에는 검푸른 머리카락의 사내가 있었다.

     

   그는 악몽왕과 눈이 마주치더니 이내 비릿한 웃음을 그렸다.

     

   그의 이름은 크라슈 발하임.

   그를 향해 쏟아내는 저주는 전부 크라슈에게 공급되는 세계 침식의 힘일 뿐이다.

     

   검은 안개를 전부 삼킨 크라슈는 잘 먹었다는 의미로 자세를 잡았다.

   그러곤 삼켜낸 검은 안개를 모조리 아우라로 치환시킴과 동시에 백염의 불꽃을 만들어냈다.

     

   이윽고, 크라슈의 검이 악몽왕을 향해 휘둘러졌다.

     

   멸화침식(滅火浸蝕)

   일식(一式)

   멸화발검(滅火抜剣)

     

   예전과는 차원이 다른 백색의 참격이 악몽왕을 향해 뻗어져 왔다.

   악몽왕은 기겁하며 지팡이를 휘둘러 검은 악몽의 벽을 세웠다.

     

   그러나 백염의 참격은 이마저도 꿰뚫고, 악몽왕에게 덮쳐왔다.

     

   벽이 세워진 틈에 백염의 참격을 나름 회피하려 한 악몽왕이었으나 완전히 피하지는 못했다.

   그 결과, 악몽왕의 몸에 백염이 붙으며 그를 태워버렸다.

     

   “그이이이이이익!”

     

   아우라는 세계 침식종에게 극독이다.

   이를 태운 백염은 극독의 불꽃이다.

     

   그 결과, 백염이 옮겨붙은 악몽왕은 평생 느껴본 적 없는 작열감을 느꼈다.

     

   이제는 일식인 멸화발검마저 터무니없는 위력을 내는 크라슈다.

   그가 지금까지 삼켜낸 금역들의 힘은 고스란히 크라슈의 힘이 되었다.

     

   그리고 크라슈의 인영이 사라졌다.

   그는 최상위 악마들을 모두 뚫고, 어느샌가 악몽왕의 앞에 도달해 있었다.

     

   크라슈가 다루는 엑셀이 그에게 부여한 속도였다.

     

   코앞에 도달한 크라슈의 머리카락은 백발이 되어 흩날렸다.

     

   금역을 꼬박 2년을 가까이 전전했으니.

   이제 그는 신기의 출력 또한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그 말은 즉.

   이제 최상위 악마계 침식종 따위로는 크라슈를 막지 못한다는 소리와 같았다.

     

   “넌 목숨이 다섯 개였지.”

     

   크라슈는 하얗게 불타고 있는 악몽왕의 핵에 검을 깊숙이 파고 넣었다.

     

   “네 개 더 가져와.”

     

   그것을 끝으로 악몽왕이 그대로 불사 질러졌다.

   타오르는 백염 속 잿가루가 되어가는 악몽왕을 크라슈가 가볍게 밀어 넘어뜨렸다.

     

   그 광경은 다른 최상위 악마계 침식종들에게도 충격을 주었다.

     

   악몽왕은 자신들과 같은 최상위 악마다.

   그런 녀석이 이제 막 20대를 앞둔 이에 의해 저렇게 한순간에 죽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광경이었다.

     

   그리고 이는 이카루스에게 있어서는 이 모습은 사기를 끌어 올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크라슈는 본인 입으로 천상사강이 되는 것을 아직 이르다며 부정했다.

     

   그러나 이런 압도적인 힘을 보여줄 수 있는 건 크라슈밖에 없다.

   이제는 그 이름 높은 천하십강마저 그에게 한 수 접을 정도다.

     

   그렇기에 크라슈를 만나본 이들은 모두가 말한다.

     

   그의 힘이 설령 최흉의 씨앗을 흡수했든 무엇이든.

   지금 그만큼이나 천상사강이라는 자리에 어울리는 이는 없을 거라고 말이다.

     

   금역에서 크라슈가 보여주는 백염은 세계 연합 이카루스를 이끄는 희망의 등불이다.

     

   “와아아아아아!”

     

   이카루스의 기사들 입에서 사기가 가득 찬 함성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반대로 최상위 악마들의 기세는 그들에게 밀렸다.

     

   평생을 마경에서 군림할 거로 생각한 최상위 악마들.

   타 세계를 침입한 그들에게 끝이 드리운 순간이었다.

     

     

   * * *

     

     

   최상위 악마들의 저항은 거셌다.

   처음에는 사기가 조금 꺾였던 그들이지만 곧 죽기 살기로 전투를 치렀다.

     

   하지만 발록과 크라슈가 있는 이카루스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물론 그렇다 해서 모두가 살아남은 것은 아니었다.

   이카루스에도 사망자와 부상자는 존재했다.

     

   아무리 단련하고, 경험을 쌓았음에도.

   최흉의 씨앗이 발화한 금역에서는 희생자를 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동료의 죽음은 쓰라리다.

   이카루스에서도 여러 이들이 금역에서 서로와의 동료애를 다졌다.

     

   그런 동료가 한순간에 죽음에 이르는 광경은 당연히 크나큰 치명상이다.

     

   하지만 수많은 이들이 그 울분을 삼키고 일어난다.

   쌓인 울분을 푸는 날은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금역을 마친 날로 정했다.

     

   이카루스는 나아가야 한다.

   그들 모두가 자신들이 세계에 희망임을 자각하고 있는 덕분이다.

     

   희망은 굽어져서는 안 된다.

     

   이를 모두가 이카루스의 맨 앞에 선 크라슈를 보고 배웠다.

     

   자신이 쓰러지기 직전까지 금역을 전전하는 그를 보면 없던 마음가짐도 피어나는 법이다.

     

   그러니 그들은 절망하지 않는다.

   가장 앞에서 나아가고 있는 크라슈가 무너질 때까지 말이다.

     

   콰앙!

     

   악마성의 문이 박살을 낸 발록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따라 크라슈가 들어섰다.

     

   크라슈의 예리한 제 육감이 말해주고 있다.

     

   이 악마성 안.

   거대하기 짝이 없는 기운의 존재가 팔이 저릿할 정도로 느껴지고 있다.

     

   ‘악마 황제.’

     

   마경의 주인인 놈이 이곳 어딘가에 있다.

     

   곧이어 이카루스 단원들도 악마성으로 진입했다.

   그들 중 대부분은 오히려 악마성을 역으로 요새화 시키기 시작했다.

     

   크라슈가 최흉의 씨앗을 훔치기 시작했을 때.

   그 시간 동안 몰려올 악마계 침식종들과 대치하기 위함이다.

     

   물론 이는 악마 황제를 쓰러트리고 나서 가능한 이야기겠지만.

   이중 누구도 크라슈와 발록의 승리를 의심하는 이가 없었다.

     

   당연한 이야기다.

     

   두 사람이 패배하는 그 순간 마경을 나아갈 수 있는 이는 어디에도 없으니까.

   그러니 그들은 차라리 승리밖에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부터 앞서 말했던 대로 소수 인력으로 움직인다.”

     

   발록은 챙겨온 벽곡단을 입에 가볍게 던져 씹어 삼키고는 말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던 크라슈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

     

   ‘아버지가 벽곡단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니 지금 와서 조금 더 친근감 있게 보이네.’

     

   반신에 이른 발록이지만 그도 사람이다.

   에너지를 소모했으면 채울 필요도 있는 법.

     

   크라슈도 미리미리 물과 벽곡단을 먹어뒀다.

   앞으로는 꽤 긴 싸움이 될 테니 말이다.

     

   “수호검, 절검, 전왕, 릴리쉬 발하임, 샬롯 발하임, 마주, 마리아 아라카즘, 그리고 하링 라그렌. 이 인원으로 움직인다.”

     

   당연히 여기에는 크라슈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링 님, 크라슈 님 좀 옆에서 잘 지켜봐 줘요.”

     

   그사이, 카란디스가 하링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하링의 인비저블은 위급한 상황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러니 그녀가 크라슈의 곁에 따라붙는 만큼 미리 부탁해두는 것이다.

     

   “응, 걱정하지 마. 크라슈는 내가 목숨 걸고 지킬게.”

     

   하링은 양손에 힘을 꽉 주며 열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요. 하링 언니도 무사히 돌아와야 해요.”

     

   그 순간 비앙카가 하링의 말을 정정해줬다.

   하링이 비앙카를 돌아봤다.

     

   처음에는 하링과 비앙카의 사이는 어색함이 가득했다.

   일단은 연적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서로가 서로에게 친숙해지고, 서로의 공통된 마음을 알았다.

     

   비앙카가 가장 먼저 허락한 하링이었던 만큼.

   비앙카는 하링이 크라슈에게 얼마나 깊은 마음을 품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비앙카는 말할 수 있었다.

   돌아오는 건 크라슈뿐만 아니라 하링도 같아야 한다고 말이다.

     

   “응.”

     

   비앙카의 말을 들은 하링은 조금 감동한 얼굴로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그 모습을 크라슈가 볼을 긁적이며 보고 있으니 아슬란이 다가와 옆구리를 툭 건드렸다.

     

   “자기 여자들 보고 있으니 흐뭇하기라도 해?”

   “쓸데없는 소리 마라.”

   “부끄러워하기는.”

     

   아슬란은 그리 말해두고 그의 어깨를 툭 두드렸다.

     

   “크라슈, 이번 마경이 끝나면 나는 마황 님께 합류한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였던 만큼 크라슈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벨라는 금역 전선을 전부 대단위 마법으로 위협한 전적이 있다.

   또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는 걸 막기 위해 현재 마황은 금역 대신 세계 여러 곳곳을 전전하며 마법을 쓰고 있었다.

     

   거기에는 결계사와 마황의 딸, 바이오렌 또한 함께 있다.

   그동안 계속해서 단련해온 그녀만의 고유 결계를 마황과 함께 세계를 다니며 치고 있는 것이다.

     

   「그 자식은 짜증 나지만 너에게는 빚이 있으니까.」

     

   바이오렌은 그렇게 말하며 마황을 따라갔다.

   크라슈에게 받은 빚을 갚기 위해 그녀는 기꺼이 원수였던 마황과도 함께 움직인 것이다.

     

   아슬란은 이번 금역을 마친 후 그런 마황과 바이오렌을 돕기 위해 갈 예정이었다.

   그는 마황과 같이 고대 마법을 함께 연구한 이니까 말이다.

     

   “네게 늘 신세만 진다.”

     

   지금껏 아슬란에게 신세 진 게 많은 만큼 그리 말하자 아슬란이 짧게 웃었다.

     

   “크라슈, 내 인생은 네 덕에 구원받았다.”

     

   아슬란은 크라슈와의 첫 만남을 떠올리며 짧게 이야기했다.

     

   “그때 너에게 받은 만큼 너도 나한테 신세 잔뜩 져도 돼.”

     

   크라슈가 웃었다.

   하여튼 좋은 녀석이다.

     

   “잘 다녀 와.”

     

   크라슈는 고개를 끄덕이고, 발록 쪽에 모인 인원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런 그의 옆에 하링이 곧바로 따라붙었다.

     

   크라슈가 고개를 뒤로 힐끗 돌렸다.

   비앙카는 크라슈를 바라보며 양손을 꾹 쥔 채 고개를 끄덕였다.

     

   잘 다녀오라는 의미가 담긴 고갯짓이었다.

   그녀에게 따라 고개를 끄덕여준 크라슈는 모인 인원과 함께 앞으로 나아갔다.

     

   뚜벅-

     

   악마성 진입과 함께 저 멀리서 구두 굽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곧 악마성 안에 자욱하게 깔린 어둠 사이로 한 남자가 나타났다.

     

   바닥까지 기다랗게 늘어뜨린 검은색의 머리카락과 곱게 감긴 눈의 정장 차림의 남자.

   그가 곧 천천히 눈을 뜨자 거기에는 수십 개의 눈동자가 어우러진 징그럽기 짝이 없는 광경이 드러났다.

     

   “전원 전투 준비.”

     

   발록의 말에 이쪽 기세가 일제히 바뀌었다.

   오늘, 악마 황제 아르골을 무너뜨리고 마경을 닫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삽화 및 일러스트를 총정리해서 인스타에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인스타에 ‘무화꽃란’ 입력하시면 업로드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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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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