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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0

    <380 – 마음 속 퀴즈의 정답>

     

    “오크노디. 도서관으로 가는 길은 왜 이렇게까지 험난한 거야?”

     

    줄곧 그것이 그리도 궁금했는지 빛나는 조명과 함께 티토소가가 고개를 불쑥 내밀었다.

     

    “으악. 눈부셔.”

    “앗, 미안! 은밀함의 회색빛으로 바꿀게.”

     

    딸칵.

    빛의 채도가 낮아지자 눈이 한결 편해졌다.

    호기심 가득한 티토소가의 맨얼굴도 훨씬 잘 보였다.

     

    “도서관이 위험하니까 그래!”

    “지금 지나온 관문보다도?”

    “당연하지.”

    “왜?”

    “도서관은 지식의 보고잖아?”

    “그렇지?”

    “가치 있는 지식은 노리는 사람도 많겠지?”

    “응응.”

    “그런 사람들을 격퇴하려면 이런저런 보안수단이 존재할 테고.”

     

    여전히 감을 못 잡는 티토소가를 위해 그냥 대놓고 말해주었다.

     

    “보안수칙을 어기면 감금방이나 퍼즐방, 기믹의 숲같은 관문에서 나온 곳에 던져지는 거야!”

    “우와. 최첨단 보안시설! 재밌겠다.”

    “거긴 진심으로 탈출하지 않으면 일주일 뒤에 자동적으로 내보내주는 뉴비구제방책도 없어!”

     

    누구나 자신이 범법자가 될 거라 생각하기 전에는 법의 무서움을 깨닫지 못한다.

    티토소가 역시 자신처럼 착한 사람이 도서관의 보안수칙을 어길 일이 무어가 있겠냐며 밤에 잠에서 깬 애기마냥 눈망울이 말똥말똥했다.

     

    “근데 뉴비는 보안수칙을 몰라!”

    “어… 그럼 보안수칙은 어디서 찾는데?”

    “도서관에서!”

    “그럼 사서한테 물어봐서 보안수칙을 찾으면 되잖아. 머가 문제야?”

    “사서한테 들키는 건 보안수칙 위반이야!”

    “엥?? 그럼 보안수칙은 어떻게 찾아?”

    “사서 몰래!”

    “…이상해!!!”

     

    곰곰이 생각하던 티토소가가 빽 소리쳤다.

     

    “방문객한테까지 엄격하면 도서관을 연 이유가 없잖아. 새로운 이용자는 이용할 수가 없는걸!”

    “그게 도서관의 존재의의야.”

    “거짓말. 세상에 그런 도서관이 어딨어?”

    “의외로 많아요.”

    “동감해.”

     

    뒤에서 듣던 아카디아 언니와 북부대공녀 아이린이 동의를 표했다.

     

    “공작령 시절의 공작가 서고는 사전에 배부된 등급에 따라 임대할 수 있는 서고에 차이가 있었죠. 그 등급은 공작령 내에서의 신분과 직급에 따라 결정되고요. 등급을 배부 받지 못한 이들은 모두 원천적으로 출입이 금지되죠.”

    “북부대서고도 마찬가지야. 언제 마족이 잠입해서 귀한 지식을 빼돌리거나 그 지식으로 빚어낸 무기를 우리에게 겨룰지 모르니까. 신용할 수 있는 자가 아니면 출입도 이용도 허용하지 않아.”

     

    각국의 왕실비고나 제국의 황실비고는 더하면 더했지, 저거보다 덜하진 않다.

    도서관이란 21세기 지구의 공공도서관마냥 모두에게 개방되는 그런 존재가 아닌 것이다.

     

    “이상해. 우린 1학년인데! 학생한테는 열어야지.”

    “학생한테는 개방되었죠. ‘보안수칙’을 아는 기존의 고학년들한테요.”

     

    아카디아는 자조어린 웃음을 지었다.

     

    “회원제 시설이 으레 그렇듯 자격을 지닌 기존회원의 추천이나 소개, 지식전수를 받지 않으면 신입들은 도서관을 이용할 수 없죠. 바깥세상의 축소판을 용케도 아카데미 내에 구현했네요. 상류사회를 모르는 학생들도 알 수 있게끔요.”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서인지 티토소가도 우물쭈물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판타지 세계를 산다면 당연히 알 수밖에 없겠지.

    신분제가 만연한 세상에서 차별과 억압, 기득권의 갑질과 절대적인 지식의 우위는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으니까.

    단지 포인트 만능주의에 가려진 아카데미의 실체, 세상의 모든 악의를 먼저 마주보게 만드는 구조가 이제야 티토소가의 눈과 머리에도 들어왔을 뿐이다.

     

    “저기, 다들 잡담 중에 미안한데 이 앞으로 네 번째 관문이 나왔어.”

     

    누군가를 제물로 바치고, 지식이 요구되는 퍼즐을 맞추고, 불길한 숲을 지나쳐야만 도달할 수 있는 도서관원정대의 네 번째 관문.

    우리를 맞이하는 것은 커다란 푯말과 수많은 갈림길들이었다.

     

    [돌발이벤트 <퀴즈 코너!> 발생.]

     

    ━━━

    [퀴즈 코너!]

    이 앞으로는 대량의 퀴즈가 산재해있습니다.

    정답을 맞히면 도서관에 도달하는 속도가 빨라지지만 오답을 고를수록 길이 점점 험해집니다.

    지식의 문이란 올바름을 추구하는 자에게 열리는 것.

    여러분의 올바름은 도서관으로 향하는 마지막 시련의 문을 열어낼 정도로 충분히 강할까요?

    혹여나 지식이 부족하다하여 실망하지 마세요.

    길의 끝에는 분명히 도서관이 기다리고 있답니다.

    단지 무지한 자에게 문이 열리려면 아주 오랜, 그리고 고된 여정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죠!

    ━━━

     

    도로시가 냉큼 문제가 적힌 푯말 앞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뒤따라온 학생들도 입을 틀어막고 경악했다.

     

    “퀴즈 0001…?”

    “문제가 천의자리까지 있단 말이야?”

     

    이런 거, 뉴비들이 보면 당혹스러울 만도 하지.

    설문조사에 응답하면 천원을 드립니다, 라는 말에 혹해서 들어갔더니 질문지를 고봉밥처럼 쌓아놓고 200개가 넘는 항목을 클릭하게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

     

    “그래서 다들 어느 쪽으로 할래요?”

    “어느 쪽이라니?”

    “빠르게 정답을 맞추고 보스전으로 할래요, 오래 즐기면서 지구전으로 할래요?”

     

    재촉하는 내 물음에 손오천조차도 이제는 도서관으로 가는 관문의 기믹을 온전히 이해했다.

     

    “어이 쥐방울. 빨리 가면 그만큼 개고생이고 돌아가면 덜 고생이다 이거냐?”

    “마자용!”

    “네가 해왔던 걸 보면 돌아가는 게 정답 같기는 한데 우리도 전력이 이만큼이다. 한 번쯤은 지름길로 가는 것도 괜찮지 않겠냐?”

    “머 겪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죠!”

     

    뉴비가 의욕을 가지는데 말릴 이유가 없다.

     

    ━━━

    [퀴즈 0001]

    발헤르미나 해안에서는 심해어가 표층까지 올라온다.

    혹자는 지진을 피해 물고기가 올라온 것이라고 하고, 혹자는 해양대괴수의 준동을 피해 달아난 것이라고도 한다.

    해양학자들은 이 심해어들을 허접물고기라고도 부르는데 이들이 표층까지 올라온 이유는 무엇일까?

    ━━━

    [1번 푯말]

    모성애 : 뱃속에 품은 알을 심해의 포식자들로부터 지키기 위해서

    ━━━

    [2번 푯말]

    허접 : 해류가 조금만 난폭해져도 감각기관인 수염이 제 기능을 못하는 허접♡ 부평초처럼 떠돌다가 해류에 휩쓸려 수면까지 딸려오는 족밥♡

    ━━━

    [3번 푯말]

    그냥 : 그러고 싶은 기분이라서.

    ━━━

     

    “알기 쉬운 힌트.”

    “숲지기의 감은 이쪽이 정답이라고 하고 있어!”

    “난 여기가 재밌어 보인다.”

     

    원정대의 표가 갈렸다.

    모성애의 도로시, 허접의 아이린, 그냥의 손오천.

     

    “오크노디가 골라. 어디가 정답이야?”

     

    나 이거 알아. 한 명 고르면 두 명 호감도 떨어지는 억까패턴 맞지?

     

    “셋 다 맞으니까 다 따로 가자!”

     

    세 사람은 툴툴거리면서도 자신들을 따를 아이들을 모았다.

    이윽고 원정대는 세 개의 무리가 되어 쪼개졌다.

    신이 나서 각기 다른 길로 사라지는 모습들을 보니 내가 다 뿌듯하다.

     

    “역시 진짜 정답은 따로 있었지?”

     

    마지막까지 남은 즈앙이 묻는 말에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푯말을 뒤집어봐!”

     

    ━━━

    정답은 4번.

    ━━━

     

    “4번 푯말은 없는데?”

    “없으면 찾아야지.”

     

    그 말에 무언가를 깨달은 즈앙이 마나를 눈에 모아 서치아이, 견문안을 펼쳤다.

    천장 높이 뚫린 길을 보며 즈앙은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저기가 지름길이구나?”

    “응. 가볼래?”

    “티토소가는 안 데려가도 돼?”

    “티토가 가기엔 좀 위험해!”

    “그럼 더 구미가 당기네.”

     

    즈앙이 푯말을 딛고 사뿐히 뛰어올라 천장통로에 도달했다.

    나 역시 기능작으로 키운 도약기능을 이용해 올라가고는 두 사람만의 지름길을 사용했다.

     

    “오크노디. 아래가 보여.”

    “지름길의 특권이야!”

     

    환풍구 그릴뚜껑 아래로 드문드문 보이는 아래에서는 푯말을 앞두고 끙끙거리는 학생들과 오답을 골라 몰려드는 몬스터를 때려잡으며 문제 풀 시간을 버는 손오천, 해맑은 얼굴로 오답을 고르는 티토소가의 모습이 보였다.

    티토소가를 지능캐로 착각한 손오천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겠다!

     

    “오크노디. 저기 저 애들.”

    “어라? 우리 애들이 아니네?”

    “헥토르가신단이야.”

     

    공교롭게도 도로시가 향하는 방향에 헥토르가신단이 있었다.

    이들을 인솔하는 이는 놀랍게도 유이.

    인기투표 여캐랭킹 2.5티어의 인물이었다.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암만 억까를 당해도 도로시의 랜덤스타팅 버프를 덩달아 받은 덕분인지 헥토르가신단 내에서도 체급이 꽤 높아보였다.

    그래봤자 나보다는 못하겠지만!

     

    ‘응?’

     

    그런데 딱 한 명.

    눈에 걸리는 사람이 있었다.

    헥토르가신단의 모두의 뒤에 선 채로 마치 양떼를 우리를 향해 몰듯이 압박을 주는 사람.

    진녹색의 더벅머리와 커다랗고 동그란 안경.

    사람 좋은 친절한 미소와 그렇지 못한 냉혹한 눈매.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한 사람이 되었다.

     

    “으앗, 테트라포스!”

    “왜 그래. 아는 선배야?”

    “엄청나게 잘 알지. 위험한 선배인걸.”

    “어느 정도로?”

    “저 선배한테 세 번 죽었어!”

     

    즈앙이 픽 웃었다.

     

    “이젠 안속아. 지금 내 눈앞에 멀쩡하게 살아있는 오크노디가 어떻게 죽었냐고 물으면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에 재단의 훈련을 통해 아카데미 내의 위험요소를 미리 경험했다고 말하려던 거였지?”

    “…응!! 바로 그거야!”

     

    꽤나 살벌해 보이는 광경인데도 즈앙은 부상을 잔뜩 입은 학생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즈앙의 시선이 오래 머무는 곳은 서로를 부축하며 걸음을 맞추어 절뚝거리거나 머리가 어지러워 앞을 보지 못하는 약골을 인도하는 친구였다.

     

    “흐응~ 즈앙은 그런 게 하고 싶었구나?”

    “오해야. 저런 약골들이 부럽다는 생각 따위, 할 리가 없잖아?”

    “히히. 난 아무 말도 안했는데!”

     

    인상을 찌푸리며 이마 위로 올려두었던 가면을 눌러쓰는 즈앙.

    좋아, 선심 썼다.

     

    “자.”

    “뭐해?”

    “부축해줄게.”

     

    환자 수발드는 것처럼 자세를 취하자 어이없다는 눈으로 흘겨보던 즈앙.

     

    “부축은 부상을 당해야 받는 거야.”

    “그런가?”

     

    난 그냥 호감도 올리고 싶을 때 받았는데.

    90% 확률로 오르라는 호감도 대신 공포유발 기능이나 복종도가 오르기는 했지만.

     

    “저 선배랑 싸우면 분명 엄청나게 부상당하겠지.”

    “그럴지도?”

    “물론 딱히 부축을 받고 싶은 건 아니야.”

     

    즈앙은 섬세한 소녀의 마음을 가지고 있구나.

     

    “알았어. 선배를 공격하다가 혼란을 틈타서 즈앙에게 부상을 입힐게!”

    “…그렇게까지 억지로 부상을 입지 않아도 돼.”

     

    역시 감정을 잃은 천재암살자는 발상부터 남달라.

    즈앙의 중얼거림에 뭔가 뿌듯해졌다.

    천재라니, 나 칭찬 받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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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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