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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1

    <381 – 도로시의 기지>

     

    문제의 정답을 맞힐수록 도로시는 피냄새와 돈냄새가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꼈다.

     

    ‘유이. 금역에서의 삶밖에 모르던 우리에게 그 너머를 알려주었던 외부인이자 밖에서 온 친구.’

     

    그녀를 떠올리는 도로시의 마음은 실로 복잡했다.

    유이는 록펠을 빼앗으려던 원수다.

    자신이 있을 곳을 빼앗으려던 나쁜 년이다.

    그렇지만 새로운 세상을 알려주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기프트 아카데미의 존재도, 오크노디와의 만남도 이루어질 수 없었다.

     

    ‘다시 만난다면…’

     

    다시 만난다면이라니.

    만나서 뭘 어쩌겠다는 걸까?

    스스로도 모를 복잡한 마음은 이윽고 다음 퀴즈장소에 도착하는 순간, 명쾌하게 해소되었다.

     

    ‘아. 그랬구나.’

     

    자신이 아닌 다른 학생들과 함께 하는 유이.

    한때 그녀에게 세상의 전부였던 숲을 떠나게 만들 정도로 진솔한 설득을 해냈던 정직함.

    도로시를 숲 밖으로 인도했던 길잡이는 이번에도 학생들을 인도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그 광경이.

    이제는 부럽다거나 질투가 생기지도 않았다.

    그저 무심하고 남의 일처럼 보였다.

     

    ‘나는 확인하고 싶었던 거였어.’

     

    금수림에서 유이가 자신들에게 베풀었던 은혜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도움을 베푸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의도가 분명하게 느껴지는 표정에서 자신도 이용당했을 뿐임을 깨닫고 싶었다는 것을.

    이제는 유이의 호의가 마음 속 미련이자 망설임으로 남아있지 않음을.

     

    “도로시!”

    “유이.”

    “염치없는 부탁이라는 건 알아. 그래도 부탁할게. 오크노디의 도움이 필요해.”

    “뭐 때문에?”

    “도서관에 도달하기 위해서.”

     

    말과 달리 몸에 바짝 붙인 그녀의 손이 자아내는 수신호는 다른 의도를 전하고 있었다.

     

    대적불가. 위험대상. 10시 방향 25m 이내.

     

    수신호가 가리키는 대상은 3학년 선배.

    도로시의 코를 찌르던 피냄새를 가장 많이 몰고 다니던 사람이었다.

    유이의 눈은 불안에 떨렸다.

    도움을 요청하지만 그녀도 알고 있다.

    이것이 얼마나 염치 없는 행동인지.

    헥토르가신단 소속 가신들의 눈도 불안에 떨렸다.

    자신들이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과 적대관계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적의 구조요청을 받는다고 순순히 도와줄까?

    역으로 공격하지나 않으면 다행인데.

    작전이 잘못되었다고 후회하는 이들마저 있었다.

    솔직히 도로시도 같은 생각이었다.

    바보들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숲에서도 평소에 우리 영역을 습격한 못된 짐승은 혼쭐을 내주는데!’

     

    사람이라고 다를까?

    심지어 헥토르가신단의 헥토르는 카시아라는 아이를 굉장히 괴롭히고 다닌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렇지만 궁지에 몰린 사람을 보면 때로는 오크노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크노디는 참 종잡기 어려운 친구다.

    모르는 게 없고 뭐든지 척척 잘하는 아가씨.

    명랑하게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잔혹한 손속을 지닌 독심가.

    그녀라면 도왔을까, 외면했을까?

     

    ‘오크노디는 약한 사람은 돕지 않아! 재미있지 않다면. 유이가 날 재밌게 해줄까?’

     

    그렇지 않다.

    유이는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그녀를 무시했다.

     

    ‘가끔 오크노디는 재밌지 않아도 사람을 도와. 도움이 되는 사람이니까!’

     

    유이는 나한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그건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유이에게는 보물이 잔뜩 있으니까.

     

    ‘보물 하나 줘. 그러면 지난 일은 잠시 잊고 이번 한 번만 특별히 도와줄게.’

     

    도로시는 유이의 발이 가벼워지는 신발을 가리켰다.

    유이는 입술을 질끈 깨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교섭성립.

     

    이유는 모르겠지만 3학년 선배는 적이 되었다.

    도로시가 그를 가리키며 말했다.

     

    “모두들 저 선배를 쓰러뜨려야 다음 길로 갈 수 있어!”

     

     

    * * *

     

     

    “과연. 이번엔 그런 종류의 시험인가.”

    “시험관 노릇을 대신하는 3학년이라. 아무리 3학년이라도 이 많은 수를 모두 감당할 수는 없겠지.”

     

    도로시를 따라왔던 모브와 자쿠가 다른 하급반 학생들과 함께 전진했다.

    모브는 몰랐지만 이 무리에는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장학생들로 이루어진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 내의 비밀조직, <비밀장학결사>회원들이 대거 있었다.

    이유는 물론 자쿠가 비밀장학결사 내의 2인자이기 때문이다.

    1인자가 명목상의 대장인 오크노디임을 떠올리면 사실상 자쿠가 이들을 이끄는 것이나 다름없다.

    보통 학생이 아닌 장학생들로서는 3학년 선배 앞에서도 겁도 없이 발칙한 생각을 품었다.

     

    ‘숫자로 밀어붙이면 지가 3학년이라도 맞는 거 말고 뭘 할 수 있는데?’

    ‘3학년은 칼로 쑤시면 뭐 피가 안 나오나?’

    ‘확 그냥 담가버리자.’

     

    학생이라기엔 지나치게 흉흉한 생각들!

    일제히 칼을 뽑아들며 달려드는 그들의 모습에 헥토르가신단의 가신들이 다급히 소리쳤다.

     

    “안돼!”

    “천천히 힘을 고갈시키지 않으면 이쪽이 당해!”

     

    장학생들은 비웃었다.

     

    ‘하. 뭐라는 거야?’

    ‘지들이 도와달라고 했잖아.’

    ‘꼬리를 마는 건가? 패배한 개들.’

     

    우리는 달라.

    무려 오크노디의 조직의 일원이라고.

    심지어 재단의 장학생이지.

     

    “하하하하!”

     

    그런 자부심으로 똘똘뭉친 첫 돌격에 테트라포스 선배는 당황하거나 피하기는커녕 제 자리에 선채로 박장대소를 했다.

    뭔가 잘못됐다.

    자쿠가 불안을 느꼈을 때는 이미 공적에 눈이 먼 장학생들의 칼이 선배를 덮쳤다.

    그와 동시에 금속에 대고 망치질을 하는 것처럼 격렬한 굉음이 연달아 십여 번 울렸다.

     

    “으아악!”

    “내 손!!”

    “크으으, 땅에 대고 망치질을 한 것 같아!”

     

    무기를 휘두른 손을 쥐고 울상을 짓거나 눈물을 찔끔 흘리는 장학생들.

    너무나도 강력한 반발력에 모두가 제 손을 움켜쥐며 괴로워하기에 바빴다.

     

    “아아, 이건 <메탈스킨>이라는 거다. 신체나 피부에 마나를 돌려 순간적으로 자신이 이해하고 구조를 덧씌울 수 있는 가장 단단한 금속의 방어력을 원하는 곳에 원하는 만큼 펼칠 수 있지.”

     

    망했다.

    그 많은 칼질을 당하고도 선배는 조금의 피해도 입지 않았다.

    오히려 공격한 1학년들만 데미지를 받은 상황.

    그러나 자쿠는 물러서서는 안 됨을 직감했다.

     

    “몰아붙여! 여기서 반격까지 당하면 끝장이다. 칼질을 멈추면 우리가 당한다!”

    “!!”

    “자쿠의 말이 맞아. 저 위력의 몸으로 공격을 해오면 버틸 자신이 없어.”

     

    장학생들이 눈빛을 달리하며 재차 달려들자 테트라포스는 과연 2학기에 접어든 1학년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작 한 번의 칼질만으로 두려움에 사로잡혀 달아날 녀석들이라면 피웅덩이에서 꿈틀거리는 신세로 만들어줄 작정이었다.

     

    “그래도 너무 놀 수는 없다고. 학생회 임원급의 존재감을 느낀 이상, 너희에게 발이 묶여있을 수는 없으니까. 놀아주는 건 여기까지다.”

    “실에 휘감기면 안 돼! 피하거나 전부 받아쳐!”

     

    유이의 외침이 무색하게도 크게 손을 펼친 테트라포스로부터 통로를 빼곡하게 채운 실들이 일제히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이런 걸 어떻게 피하란 말이야!”

    “으아아아아아!!”

     

    휘두른 검이 깡 소리와 함께 튕겨 나오는 강도의 <메탈스킨>이 실 전체에 실렸다.

    이런 건 받아내라고 받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차징 – 일점찌르기>

    <베그람 식 철벽방어술>

    <지형변경 – 요새화>

     

    누군가는 혼신의 힘을 다한 일격으로 적의 공격을 쳐내고, 누군가는 자신의 방어력을 높여 견뎌보고, 누군가는 지형지물을 동원해 참호를 만들었다.

    각기 다른 방식의 저항은 테트라포스의 일격에 잠시 버티는가 싶었지만 꼬리에 꼬리를 물듯이 이어지는 공세에 모조리 쓸려나갔다.

     

    “아, 아파아아…”

    “머, 머리가…”

    “뒤질 것 같아…”

     

    반죽음이 되어서 바닥을 나뒹구는 학생들 사이로 아직 버텨선 학생들이 몇몇 보이자 테트라포스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정말 제법인데? 지금 걸 버텨내다니.”

    “쿨럭. 지연전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저 선배는 시간이 끌리는 걸 두려워하고 있어. 우리를 죽이지도 못하고. 그러니 죽을 걱정은 접고 무조건 버텨.”

     

    한쪽 팔이 축 늘어진 자쿠가 피가 뚝뚝 흐르는 몸으로 서며 말했다.

    뒤늦게 달려온 헥토르가신단이 일격을 버텨낸 이들의 옆으로 달려와 대열을 갖추고 부상자를 뒤로 빼내기 무섭게 어마어마한 압력이 다시금 느껴졌다.

     

    “그럼 두 발째.”

    “딜레이도 없이 바로 그만한 출력을 또 쓴다고!?”

    “쯧. 원군인 줄 알았더니 짐만 늘었군.”

     

    망토를 흩날리며 앞장선 헥토르가 흩어지는 망토자락으로부터 순간적인 마나보정을 받아 한도 이상의 출력을 검 끝에 품었다.

     

    <트로이왕가 비전왕국검술>

    <앞장서는 검>

     

    자신의 망토보다 뒤에 선 자들의 수만큼 힘을 늘리는 강력한 보정을 지닌 검술.

    순간적으로 망토로부터 뻗어 나온 마나의 실이 모든 학생들에게 이어지며 트로이에게 힘을 전달하니 그 위력이 포피의 뿌리 하나를 물리칠 때보다 강해졌다.

     

    “호오. 왕가의 자식도 있었나?”

    “이것이 정명한 왕위계승자의 힘이오. 선배, 당신은 우리의 머릿수가 늘어나기 전에 결판을 내야만 했소. 합류를 허용한 것을 후회해야 할 것이오.”

    “좋은 걸 보여준 답례로 나도 근사한 기술을 하나 보여주지.”

     

    테트라포스의 수많은 실들이 위로 세운 그의 검지 위에 모여들며 하나의 거대한 선을 만들었다.

     

    [중첩][중첩][중첩][중첩][중첩]

     

    실 하나로도 그토록 무시무시한 위력을 내었던 것들이 모조리 하나로 뭉친다.

     

    “빌려 쓴 힘을 다루는 기술은 말이지. 너희 왕가의 고유기술이 아니야.”

    “왕가의 기술을 훔친 것인가!!”

    “하하. 착각하지 말라고. 오히려 각국의 왕실에서 이 기술을 세상으로부터 빼앗아 독점하려 들었지. 성난 시민들의 앞에 설 ‘혁명가’나 ‘찬탈자’가 그 힘을 들고 자신들을 노려서는 안 되기에.”

    “믿을 수 없다!”

    “부정해도 상관없다. 그런 실전된 기술도 ‘도서관’에서는 구할 수 있으니까. 너희가 아무리 왕가의 벽을 높이 세울지라도 기프트 아카데미는 벽을 허물 힘을 허락하지.”

    “그래봤자 당신의 뒤에는 아무도 없어!”

    “없어도 상관없어. 빼앗아 쓰면 그만이니까. 게다가… 아까 빼앗고 ‘남겨둔’ 힘도 잔뜩 있고.”

     

    아까라면 괴물나무를 상대할 때를 말하는 건가?

    헥토르는 믿을 수 없었다.

    그렇게나 강력한 일격을 사용했었는데.

     

    ‘그것조차도 힘을 아낀 일격이었다고!?’

    “죽지 않을 정도로만 때려주마.”

     

    헥토르의 새하얗게 빛나는 보검이 테트라포스의 새빨간 혈계철선과 격돌했다.

    엄청난 압력에 몸이 땅에서 붕 떠올라 튕겨져나갈 것만 같았다.

    버겁다.

    일격조차, 그 일격의 잠깐을 버텨내는 것조차.

    짓뭉개질 것처럼 후들거리는 그의 몸을 뒤에서 일어난 기운들이 지탱했다.

     

    “모브, 저 왕자가 쓰러지면 우리도 끝이다!”

    “알고 있어…!”

    “크으윽, 왕자님께 힘을 보태라!”

    “미친. 보물의 에너지잔량이 이렇게 빨리 까이다니, 말도 안 돼!”

     

    모브, 자쿠, 데이포보스, 유이.

    수많은 학생들의 힘을 보태고도 끝내 다 견뎌내지 못한 일격이 헥토르 왕자의 보검에 어린 빛을 짓뭉개며 마나실드로 그를 돕던 학생들과 함께 그들을 일제히 뒤로 날려 보냈다.

    지면을 기듯이 꿈틀거리던 자쿠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을 때에는 검은 꺾여도 몸마저 꺾이지는 않았던 헥토르가 막 테트라포스의 발에 걷어차여 자신의 옆을 스쳐 날아가는 광경이 보였다.

     

    “자, 후배들. 잠시 헌혈시간이 있겠습니다. 힘을 썼으면 다시 보충해야 하거든. 학생회에 쫓기는 불운한 선배에게 힘을 빌려주실까?”

     

    스물스물 거미줄처럼 실을 뻗어나가는 선배의 접근에 절망감마저 느끼던 그때였다.

     

    “멈춰요!”

     

    난리 통에도 참전하지 않았던 무리 내 최강자, 도로시가 마침내 목소리를 높였다.

     

    “우릴 습격하면 이걸 같이 부수게 될걸요?”

     

    도로시가 챙겨온 것은 도서관원정 최후의 관문 곳곳에 널린 푯말.

    아카데미의 <기물>로 판정을 받는 존재였다.

    푯말을 갑옷처럼 온 몸에 두른 도로시의 등장에 테트라포스가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후배. 내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정신이 온전치 않은 것 같은데. 그걸 뽑아온 시점에서 너부터 이미 기물파손으로 배상금을 내야하지 않나?”

    “나 때리면 기물파손으로 선배도 포인트 물어주는 거예요. 감당 되면 쳐보시던가!”

     

    포인트 자폭방어술이라는 전대미문의 방어술을 꺼내든 도로시의 기지 덕분에 당황한 테트라포스가 공격을 멈추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포인트 자폭방어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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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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