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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2

       ……이건 진짜 미안한 말이긴 하지만, 미아를 안심시키는 것은 매우 간단했다.

        

       일단 뭐라도 입에 물려주면 되었으니까.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면서, 사실 조금 이르긴 하지만 슬슬 길거리에 붕어빵 파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어렸을 때만큼 자주 마주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집에서 걸어서 30분 정도 되는 곳까지 나가면 큰길가에서 파는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평소에 현금을 조금씩이나마 가지고 다니는 나였기에 붕어빵 사 주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

        

       처음 보는 음식이라 그런지 처음 받았을 때는 다소 경계하는 표정이었지만, 나, 앨리스, 클레어가 각자 하나씩 들고 맛있게 먹기 시작하자 미아도 따라 먹었다.

        

       “뜨거우니 조심해서 드세요.”

        

       ……라는 말을 한 것은 조금 늦은 타이밍이었다. 미아는 이미 붕어빵을 한 입 베어 물고는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입을 호호 불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그게 또 잘 먹는 방법이긴 했다. 애초에 추울 때 먹는 거니, 막 받아서 겉이 바삭바삭하고 속이 뜨거울 때 조금씩 깨물어 먹는 게 잘 먹는 방법이지.

        

       그래도 처음엔 너무 뜨거운지 당황했어도, 계속 먹으면서 조금씩 익숙해져 가는 모양이었다. 안에 들어있는 팥 맛의 단맛을 제대로 인식한 다음에는 행복한 표정으로 열심히 먹었다.

        

       “이 안에 채워진 건 뭔가요?”

        

       뜨거운 것을 호호 불어가면서 먹는데 열중한 미아와는 다르게, 샤를로트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아직 붕어빵을 입에 물지는 않은 채였다.

        

       “……샤를로트. 제국 사람들인 우리 입맛을 의심하는 건 잘 알겠지만, 이건 괜찮을 거야. 애초에 여기는 제국이 아니잖아.”

        

       “…….”

        

       그러고 보니 이것저것 주는 대로 잘 먹는 클레어와 앨리스가 오히려 특이하다고 해야 할까.

        

       물론 영상이라 조금 과장된 면은 있겠지만, 한국 음식을 처음 먹는 외국인 영상 같은 것을 보면 특히 서양 사람들은 처음 보는 음식을 과하게 경계하는 면이 있었다.

        

       뭐랄까, 음식에 대한 고정관념이 심하다고 해야 하나.

        

       특히 자기네 나라 음식에 자부심이 강한 사람들일수록 그게 심한데, 어쩌면 그 ‘과장된 모습’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세계관에서 넘어온 사람들이니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다.

        

       “팥입니다.”

        

       “……팥이요?”

        

       “단팥을 더 달게 만든 겁니다.”

        

       “그러니까, 콩을 달게 먹는다는 뜻인가요?”

        

       “……기왕이면 일단 먹어보시고 말씀해주지 않으시겠습니까?”

        

       나는 정중하게 부탁했다.

        

       “…….”

        

       내 설명을 듣고 나서 오히려 붕어빵에 대한 편견만 심해진 듯 샤를로트는 경계하는 표정으로 붕어빵을 바라보다가, 겨우 한 입을 베어 물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몇 차례 씹어보고는,

        

       “……맛있네요.”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렇지?

        

       그런데 왠지 앞으로도 이런 상황에 계속 직면할 것 같은 분위기라서 나는 조금 긴장했다.

        

       *

        

       “저건 뭐죠?”

        

       “크로플입니다.”

        

       “크로플?”

        

       “크루아상 반죽을 와플 기계로 눌러서 만들어낸 퓨전 음식이죠.”

        

       “……어째서요?”

        

       “……어째서라뇨?”

        

       샤를로트의 혼란스러운 표정에 나도 혼란스러워서 걸음을 멈췄더니, 샤를로트는 매우 복잡한 얼굴로 말했다.

        

       “크루아상을 먹고 싶으면 크루아상을 먹으면 되고, 와플을 먹고 싶으면 와플을 먹으면 되잖아요? 어째서 크루아상을 만들기 위해 만들어둔 반죽을 굳이 와플 기계로 찍어 먹는 거죠?”

        

       매우 심각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는 샤를로트를 보고 나는 깨달았다.

        

       아, 그러고 보니 벨부르는 프랑스만을 배경으로 한 나라가 아니었지, 하고.

        

       크루아상이 정확히 어느 나라 음식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감은 일단 프랑스어 비슷하니 대충 그쪽 음식일 거라고 치고.

        

       와플은 애초에 벨기에 요리로 유명한 음식이었다.

        

       애초에 한국인으로서는 ‘둘 다 빵’이라는 감성이니 그냥 그 반죽으로 그렇게 만들어도 별 상관없는 게 아닌가 싶지만, 바게트를 만드는 방법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는 프랑스가 아닌가. 어쩌면 이 사람들 입장에서는 매우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샤를로트의 시선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했다.

        

       ……음, 그러니까.

        

       김치를 돈가스 다지는 망치로 두드려 먹는다고 생각하면 되는 건가?

        

       ……왜?

        

       라는 말이 바로 생각나는 것을 보니 꽤 그럴싸해 보이기도 했다. 물론 김치는 딱히 반죽이 아니긴 했지만, 하여튼간에.

        

       “만든 사람이 맛있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이상하게 보인다’라는 것까지는 대충 이해할 수 있다 쳐도, ‘어째서?’라는 말에는 나도 대답할 수 없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으려니, 옆에서 그 논쟁을 하는 것을 보고 있던 클레어가 물었다.

        

       참고로 클레어는 우리가 대화하는 사이에 이미 하나 사서 입에 물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있는 미아도 이미 크로플을 오물거리며 우리 대화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야 맛있기야 하겠죠. 맛있는 거 두 개를 합쳐두었을 테니까요.”

        

       샤를로트는 크로플을 아주 맛있게 먹는 미아를 착잡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맛있는 거 두 개니까 합쳤겠지.”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앨리스가 결국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토스트 샌드위치 위에 장어 젤리를 올려 먹는다고 생각해봐. 너는 그게 맛있을 것 같아?”

        

       “……아뇨, 예시가 영 이상한 것 같은데요.”

        

       하지만 그 예시는 꽤 효과가 있긴 했다.

        

       결국 샤를로트는 그다지 납득한 표정은 아니었지만, 더 이상 따지는 것을 포기했으니까—

        

       *

        

       “이상해요.”

        

       —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뭐가?”

        

       한동안 돌아다니다가 카페에 들어와 자리에 앉아 넘어온 상대가 소피아가 아닌 샤를로트라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사이, 샤를로트는 우리가 들고 온 쟁반에 있는 디저트를 보고 딴지를 걸었다.

        

       참고로 우리가 시킨 음료는 프라푸치노 하나와 에스프레소 하나, 아메리카노 세 개였다. 에스프레소는 샤를로트가 문화충격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리고 프라푸치노는 단것을 좋아하는 미아에게 우리가 추천한 음료였다.

        

       소피아가 아니라 샤를로트라 다행이라고 생각한 이유도 거기 있었다. 소피아라면 ‘에스프레소에 물을 탄 음료’인 아메리카노를 보고 기겁할 테니까.

        

       ‘다소 과장된 스테레오 타입’에 정확히 들어맞는 샤를로트를 보니 소피아도 만만치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본격적인 프랑스 요리는 한국에 거의 없었고, 대부분은 디저트에 국한되어서 조금 나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건 마카롱인가요?”

        

       샤를로트는 눈을 의심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샤를로트가 가리킨 것은, 마카롱 사이의 필링을 잔뜩 채워 넣어 매우 두꺼워진, 소위 말하는 ‘뚱카롱’이었다.

        

       “……뚱뚱하니까 뚱카롱이라고 하더군요.”

        

       “뚱카……”

        

       샤를로트는 손가락으로 콧잔등을 꾹꾹 누르며 물었다.

        

       “어째서죠?”

        

       “아마 필링이 많으면 맛있다는 개념이 아닐까요?”

        

       “……안에 들어가는 게 많다고 무조건 맛있을 리가 있나요? 음식이라는 건 균형이 생명인 거잖아요? 저건 너무 과하지 않나요? 아니, 애초에 코크는 부서지면 가루가 나오잖아요. 게다가 한입에 들어가지 않으면 물었을 때 필링이 좌우로 마구 삐져나오지 않나요?”

        

       전부 그럴싸한 말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차마 해줄 말이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이렇게 만든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째서인지 이런 모양의 마카롱이 한국에서 유행했고, 그래서 카페 여기저기 들여놓고 팔고 있을 뿐, 거기 내가 기여한 바는 극히 미미하다. 나는 1년에 마카롱을 2개 먹을까 말까 한 사람이었다. 설령 내가 그렇게 먹은 마카롱이 뚱카롱이었어도 대한민국 전체 마카롱 시장에 유의미하게 이바지하지는 않았을 거다.

        

       “대체 어째서?”

        

       그리고 그런 뚱카롱을 하나 집어서 맛있게— 그것도 요령 좋게 하나도 흘리지 않고 먹는 클레어와 그 옆에 앉아서 신기하다는 듯 그 광경을 쳐다본 뒤 자기도 뚱카롱을 입에 물었다가 입술에 필링을 잔뜩 묻히고 만 미아를 보면서, 샤를로트는 망연자실하게 중얼거렸다.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는 마십시오. 아마 벨부르 전통 요리 대부분은 저런 식으로 변형되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이쪽에서는 그렇게 많이 퍼지지는 않아서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아메리카노 잔에 꽂힌 빨대를 빨았다.

        

       솔직히 지나가는 한국인 붙잡고 ‘디저트 외에 프랑스 요리 먹어본 적 있어요?’ 하고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 없을걸.

        

       물 대신에 와인 넣고 만든 요리가 있다고는 들었지만 정작 먹어본 적은 없다. 어디서 파는지도 모르겠고.

        

       “……아뇨, 그 말은 그것대로 전혀 기쁘지 않은데요.”

        

       나의 말에 샤를로트는 멍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래도 너무 나쁘게만 생각하지는 마, 샬럿.”

        

       그리고 그런 샤를로트의 옆에 앉은 앨리스는 여유롭게 빨대로 잔을 저으며 말했다.

        

       “어차피 이쪽 세상에서 네가 아는 요리는 전부 ‘프랑스 요리’지 ‘벨부르 요리’는 아닌걸. 그러니까 여기서 이상하게 변형된 요리가 있어도 근본적으로 ‘벨부르 요리’가 변형된 건 아니야.”

        

       “……그건 그거대로 영 기분이 이상한걸요.”

        

       놀리는 듯한 앨리스의 말에 샤를로트는 차마 반박하지 못하고 한탄하듯 말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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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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