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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2

    설마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니.

    아까 어딘가에 걸린 것 같던 엘리베이터도, 이 녀석의 소행인가?

     

    대체 어째서 눈치채지 못했지?

    어쩌면, 아까 조금 마셨던 안개의 마취효과에 감각이 둔해진 것일까?

     

    어보미네이션.

    그 불쾌하게 뒤섞여버린 흉몰은, 제작자의 끔찍한 미술적 감각을 제대로 보여주는 듯 했다.

     

    그것은 몸통에 비해 머리는 비대했고, 드문드문 사람의 얼굴이 몸 이곳저곳에 박혀 있다. 하반신은 수많은 팔과 다리가 뭉쳐서 지네와도 같은 형태를 이루고 있었으며, 두 팔은 수많은 손과 팔이 이어져 거인의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끔찍한 것은 바로 그것의 얼굴이었는데, 수많은 눈과 코, 입과 귀를 본래 그것이 있어야 할 위치로 대충 옮겨서 마구 붙여놓은 것 같은 생김새였다.

     

    전체적으로 마치 수많은 시체를 뒤섞은 뒤에 각 신체부위를 분류에 맞도록 분리하고 재배치하여, 커다란 거인의 모습으로 빚어낸 듯한 모습.

     

    —–!!

    “큭……!”

     

    어보미네이션의 수많은 입에서 동시에 터져나오는 비명인지 함성인지 모를 소음에, 루크는 인상을 찌푸렸다.

    예민한 청각을 지근거리에서 흔들어대는 느낌이 굉장히 불쾌했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서는 귀를 막아버리고 싶었지만, 틈을 내보일 수는 없었으므로 귀를 움직여 닫는 것 정도로 만족해야했다.

    도망칠 공간도 협소한 이 장소에서는, 섣불리 움직이면 오히려 당하고 말 테니까.

     

    그 모습에 흑마법사, 세이어가 웃으며 권유했다.

     

    “자, 이제 어쩔거지? 나한테는 어보미네이션이 있지만, 너는 이제 인형도 없고, 마법도 쓸 수 없어. 이래도 승산이 있어 보이니? 지금이라도 얌전히 투항하면, 정말 아프게 하지 않을게.”

     

    귀가 먹먹한 와중에 들려온 제안은 생각할 가치도 없는 내용이었기에, 루크는 헛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훗, 재밌군.”

    “뭐가?”

    “전에도 너는 그런 식으로 권유했었지. 당연히, 거절했지만.”

    “흐음, 그래서. 이번에는?”

     

    루크는 그에게 대체 무슨 대답을 기대하는 거냐는 듯, 너무나 당연한 것을 말한다는 식으로 답했다.

     

    “물론 거절한다.”

    “유감이네.”

     

    루크의 답과 동시에 먼저 움직임을 보인 것은 어보미네이션이었다.

    그 동작을 읽어낸 루크는, 한발 빠르게 먼저 숨을 집어 삼켰다.

     

    “후웁!”

     

    —!

     

    곧 그것이 거대한 팔을 휘둘러왔다.

    육중하지만, 결코 둔중하지는 않은 공격.

    루크는 체내의 마나를 순환시키며 그것의 동작에 집중했다.

     

    서클은,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한다.

     

    ‘헤이스트, 인핸스바디, 스트랭스, 샤프니스.’

     

    체내에 마나를 순환시켜 힘을 강화시키고, 속도를 끌어올리며, 감각을 날카롭게 벼려낸다.

    그와 동시에 루크는 한 발을 뒤로 빼며, 그것이 공격하는 경로를 파악한다.

    그렇다면 이제는 행동할 차례.

     

    지금으로선 이것이 최선이니 어쩔 수 없지만, 최소한 저 더러운 흉물에 손을 사용하고 싶지는 않았다.

     

    ‘흠, 육탄전은 취향이 아니지만…….’

     

    하지만 어보미네이션과 루크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체급차가 있었다.

    그렇기에, 제대로 충격을 집어넣기 위해서는 속도와 중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다면…….

     

    -쿵!

     

    루크는 그것보다 한발 빨리 땅을 딛는다.

    그러자, 일점으로 압축된 강력한 충격에 의해 바닥에 발이 박힌다.

    그렇게 중심이 되는 발을 바닥에 단단히 박아 넣은 뒤.

     

    -후웅-!

     

    몸을 돌리는 것으로 그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회피한 뒤,

     

    “—!”

     

    동시에 땅을 딛은 발을 축으로 삼아 회피할 때 이용한 회전력을 그대로 유지하며 발을 돌려찬다.

     

    -콰직, 쾅!!

     

    그야말로 깔끔하고 정확한 돌려차기.

    만약에 공격이 급소에 들어갔다면, 어지간한 생물은 그대로 절명할 수 있을 위력이었다.

    —-!!!

     

    그러자 어보미네이션은 루크에 의해 부러진 팔을 붙잡은 채 괴로운 비명을 질렀다.

    수십개의 입이 외치는 고통에 찬 비명소리는, 그야말로 지옥의 절규와도 같았다.

     

     

    “흠…….”

     

    하지만, 루크는 위력에 만족하지 못했다.

    본래 루크가 노리던 것은, 골절이 아닌 절단이었으니까.

     

    ‘흠, 어보미네이션은 타격으로는 제압하기 어려운데…….’

     

    그 예상대로.

    괴물은 조금 괴로워하는 듯 보였지만, 역시나 피부가 조금씩 뒤틀려가며 부러진 뼈를 고쳐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저 재생력이 녀석을 죽이기 까다롭게하는 원인 중 하나다.

     

    루크의 서클은 그 설계부터 온전한 마법사의 것.

    체내의 마나와 현상보다는 체외의 마나와 현상을 다루는 데에 완벽하게 특화된 것이었다.

     

    만약에 예전의 소드마스터를 겸하던 육신처럼 육체강화를 보조할 ‘오러 서클’을 따로 형성할 수 있었다면 기를 둘러 보다 강력한 위력을 낼 수 있었겠지만, 지금까지는 서클을 향상시키는 데에 사용할 시간도 부족한 상황이었으니 아쉬움은 뒤로 해야겠지.

     

     

    어쨌든, 각력으로 인한 절단은 실패로 돌아갔으니 이제 남은 방법은 세가지가 있다.

     

    첫째, 화력으로 찍어누른다.

    하지만 그것은 현재 이 주변을 감싼 마나 차단의 안개 때문에 약간 문제가 있다.

     

    마계와 비슷한 환경이 된 지금, 이곳에서 어보미네이션을 죽일 수 있을 정도의 화력을 투사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루크라고 해도 그만큼 긴 캐스팅시간이 필요한데, 과연 그동안 녀석과 세이어가 가만히 있을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둘째, 신성력을 사용해 정화시킨다.

    신의 뜻을 거부하는 언데드와 신에 대한 믿음 그 자체를 다루는 신성력은 아주 강력한 상성이다.

    따라서, 신성력을 해방하면 녀석을 흔적도 없이 소멸시키는 것 따위는 일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을 쓰고 난 뒤가 문제.

     

    신성력의 영향을 받아 판단력이 떨어진 자신이 무슨 행동을 보일 지 자신도 모른다.

    그리고 어보미네이션을 제거하더라도 세이어는 그냥 일반적인 언데드가 아니기 때문에, 신성력이 제대로 통할지가 의문이다.

    따라서 만약 신성력으로 세이어까지 없애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오히려 이후 아주 불리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셋째, 세이어를 죽인다.

    만약 여기서 어보미네이션에게 지시를 내리는 존재인 세이어를 죽이면 어보미네이션은 통제를 잃는다.

    그리고 목적없이 날뛰는 괴물은, 마법사가 상대하기 너무나 쉽다.

    조금 거리를 벌린 뒤에, 느긋하게 캐스팅하여 구워버리면 그만이니까.

     

    문제는, 녀석이 아직 무슨 수를 숨겨두고 있는 지 모른다는 것, 그리고 어보미네이션이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리가 없다는 것.

     

    루크는 괴로워하며 비명을 지르는 어보미네이션을 살폈다.

     

    그런데 어보미네이션은 아직도 부서진 팔을 쥐고 수많은 눈에서 눈물을 쥐어짜고 있었다.

    만들어진 지 얼마되지 않아 통각이 남아있는 것일까?

    엄살이 꽤 심하다.

     

    ‘아니면, 드래곤 피어의 영향인가?’

     

    아까부터 루크는 드래곤 피어를 전혀 조절하지 않고 있었다.

    녀석의 만행에 분노하기도 했고, 그것을 제어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하고 있었으니까.

    어쩌면 급하게 제작된 괴물이라서 그런지, 그런 본능적인 부분이 제거되지 못한 것은 아닐까?

    그렇게 되면 어보미네이션도 결국엔 동물적인 감각이 강한 괴물인지라, 아마 상위존재의 압박감은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거라면 최고지만.’

     

    그 때, 느릿한 박수소리가 한 쪽에서 들려왔다.

     

    -짝, 짝, 짝.

     

    “대단한데! 그 작은 몸에 그런 힘이 숨겨져 있었을 줄이야! 역시, 마법을 쓰지 못해도 숨겨둔 비장의 수가 있었던 모양이구나?”

    “…….”

     

    마치 재밌는 구경이라도 하는 사람같다.

     

    “대체 무슨 여유지, 세이어?”

     

    루크는 움직일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는 그 괴물을 뒤로하고 세이어를 향해 몸을 돌렸다.

     

    -투둑-.

     

    그렇게 땅에 박아 넣었던 발을 다시 빼내고, 루크는 세이어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한다.

     

    “이제 그대가 한 말을 그대로 돌려줄 시간이군.”

     

    한 걸음.

     

    “그대를 지켜줄 괴물도 움직일 생각이 없는 것 같고……, 마법을 쓰지 못 하는 건 너도 마찬가지 아닌가?”

     

    다시 한 걸음.

     

    “그럼, 그대는 이제 어쩔거지?”

     

     또 다시 한 걸음.

     

    그렇게 천천히 한 걸음씩 다가오는 루크를 향해, 세이어는 한 손을 저으며 말했다.

     

    “음? 아니. 잠깐만. 네가 하는 말 중에는 틀린 게 하나 있어.”

     

    -철컥-.

     

    세이어의 로브 속에서, 묘한 쇳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내가 언제 마법을 쓸 수 없다고 했어?”

     

     

    –탕!!

     

     

    ——

     

    돌연 공간에 울려 퍼지는 귀를 찢는 듯한 파열음.

    “……뭣?”

     

    당황하는 루크.

     

    마법이라니, 어떻게?

    말도 안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약 마법이었다면 마력시를 지닌 자신이 놓쳤을 리가 없다.

    하지만 마력시에는 어떠한 정보도 읽히지 않았다.

    루크는 마법의 전조도, 그 어떤 이상현상도 확인할 수 없었다. 

    이건 대체 무슨 마법이지?

    알 수 없었다.

    전혀, 어떤 것도 알 수가 없었다.

     

     

    “…….”

     

    뺨을 스치는 따듯한 감촉에, 루크는 천천히 손을 들어 뺨에 가져다 댄다.

    설마, 아니겠지.

    다음 순간, 그 감촉을 닦아낸 손을 눈 앞으로 가져온 루크는 이내 눈썹을 크게 찌푸렸다.

     

    “……!”

     

    허나 그것은 우려했던 대로, 자신에게서 나왔음이 확실한 피였다.

    ‘내 실드가……, 뚫렸다?’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다치지 않을 것이라는 단단한 믿음이, 눈앞에서 부서진 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하하! 삽화로 액션을 때우는 작가입니다.
    아, 근데 이건 이중으로 죽을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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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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