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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2

       *** ***

       

       호천안이 기절한 혈인과 철혈서에 발이 묶여 있을 때.

         

       모용세가의 광산에서는 한창 조사가 진행 중이었다.

         

       “인력사무소 수수료는 1할로 보고되어 있는데 2할을 거두고 있었군요?”

         

       소장이 땀을 뻘뻘 흘리며 변명했다.

         

       “그것이…곧 보고를 드리려고 했습니다요! 현장과 서류상의 시차라고 해야 할지…”

         

       “신입 광부들은 6할의 보수만 지급한다면서요? 언제부터 소장들이 광부들의 임금을 조절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는지 금시초문이군요. 그 권한은 어디까지나 감독관들의 권한이었던 것 같은데요.”

         

       인력사무소 소장들이 탈탈 털린 뒤 다음은 감독관들 차례였다.

         

       “소장들이 인부들에게 저렇게 보수에 대한 권한을 마구 휘두르고 있었는데 감독관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죠?”

       

       “저희는 정말로 몰랐습니다! 광산을 관리 감독하는 입장에서 작업완료패를 지급했을 뿐입니다. 소장들이 광부들에게 일당을 지급하는 것까지 간섭하는 것은…”

         

       “그렇군요. 그런데 수상할 정도로 광부들의 일당을 삭감한 적이 없군요? 관리 소홀인지 아니면…소장들과 담합하여 신입 일꾼들의 수당을 함께 나누어 가진 것이 아닌지?”

         

       “처,천부당 만부당한 말씀이십니다! 잘못한 이들이 있더라도 광산에서 땀흘린 일꾼들의 수당을 함부로 깎을 수 있겠습니까!”

         

       “말은 맞는 말이로군요. 그렇다면 다음입니다. 광부들에게 곡괭이를 돈 주고 빌려준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도구의 파손도를 고려한 상층부의 지시사항입니다. 장비를 무상으로 대여했을 때보다 압도적으로 파손율이 줄어들어 광산 운영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장비의 대여료는 1푼으로 정해져 있는데…어째서 공방에서 은자 한 냥에 납품받은 장비의 대여료로 동전 세 냥을 받은 걸까요?”

         

       “아, 아닙니다! 공방에서 납품받은 곡괭이의 가격은 은자 세 냥입니다!”

         

       “가관이로군요. 장부가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그대가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아주 엉망이에요.”

         

       모용연화가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광산운영이 엉망이라는 것은 이보다 명백할 수가 없겠군요. 중진 네 분은 저와 함께 계속해서 운영상의 문제를 다 확인하겠습니다. 나머지 분들은 모용씨를 중심으로 직접 광부들과 함께 시찰을 다녀온 뒤 보고서를 제출해 주세요.”

         

       모용찬경 그리고 나머지 모용씨들은 광부들을 대동한 채 광산으로 이동했다.

         

       “후우.”

         

       그런 무리에 섞여 산을 오르는 모용곽전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디 주인이 손을 뗐으니 광산이 예전과 같겠는가.

         

       그 정도 예상이야 하고 있었으나 직접 그 광경을 목도하고 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는 다 대업을 위함이다.’

         

       오죽하면 광부들이 들고일어났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모용곽전은 고개를 저었다.

         

       조금만 더 참으면 될 일이었다.

         

       ‘대업이 완성되면 더이상 세가 웅크려 있을 이유도 없고 그때부터 썩은 상인들을 몰아내고 광산을 정상화시키면 그만이야.’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인 모용곽전.

         

       지금 당장이야 부패한 상인들이 날뛰고 있지만 칼을 뽑아들면 썩은 짚단을 베어내는 것 따위가 뭐 그리 어렵겠는가.

         

       ‘광산이 건재한 이상 재기하는 건 문제가 아니다.’

         

       모용곽전은 광산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지금의 이 광산을 일구어냈기에 보낼 수 있는 믿음. 내가, 그리고 섬서분타의 방계들이 갖은 노력과 정성을 들여 쌓아 올린 광산이다.

         

       근래 시선을 떼었다고는 하나 고작해야 상인들의 횡포 따위에 무너질 광산이 아니다.

         

       그런 모용곽전의 믿음은 8번 갱도에 들어가자마자 박살났다.

         

       “…누가 이곳을 이렇게 넓게 팠나? 이래서야 붕괴 위험이 있지 않는가!”

         

       모용곽전의 굳은 얼굴에 감독관이 땀을 뻘뻘 흘렸다.

         

       “이, 이곳에 매장량이 풍부해서 그렇습니다.”

         

       “아무리 매장량이 풍부해도 갱도 전체가 붕괴할 수 있는 부분 아닌가!”

         

       “시 시정하겠습니다!”

         

       모용곽전은 연신 비지땀을 흘리는 감독관이 광산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광산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안다면 좀 더 그럴싸한 변명을 입에 담았을 테니까.

         

       “여기, 지지대는 왜 목재인가? 이곳은 본래 강철 지지대가 받치고 있었던 곳 아니었나?”

         

       감독관은 대답하지 못했고 감독관 대신 대답한 것은 광부 추씨였다.

         

       “아마 27번 갱도를 보강하는데 가져다 썼을 겁니다. 그쪽이 신규 갱도인지라 그나마 시찰을 다니는 곳이었으니까요.”

         

       모용곽전은 추씨의 대답에 머리가 띵해지는 것을 느꼈다.

         

       “…전에 쓰던 지지대를 뽑았단 말이오? 그런 위험한 짓을 하고도 새 지지대를 받치기는커녕 목재로 때웠다고?”

         

       추씨는 말없이 모용곽전을 바라보았다. 모용곽전은 그 시선에 답답함을 느끼곤 감독관들을 바라보았다.

         

       “이 일을 대체 누가 허락했는가? 그리고 그대들! 그대들은 눈 뜬 장님인가? 갱도에 이런 짓을 하는 일을 찬성…하!”

         

       화를 터트리려던 모용곽전은 할말을 잃었다.

         

       이 년이다.

         

       광산에 관심을 끊은 지 이 년이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이 자리에 있는 감독관중에서 낯이 익은 이가 한 사람이 없었다.

         

       “숙부님, 진정하시지요.”

         

       모용모가 성난 기색의 모용곽전의 앞을 가로막았다.

         

       “심각한 상황입니까?”

         

       모용모의 물음에 모용곽전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허허…”

         

       모용곽전은 자신과 함께 광산을 둘러보고 있는 다른 방계들을 바라보았다. 다들 안색이 굳어 있었다.

         

       그들 역시 대업이 시작되기 전에는 부지런히 광산을 살피던 이들.

         

       나름대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었다.

         

       “자네들. 이 갱도는 내가 살펴보겠네. 자네들은 다른 곳을 좀 봐주겠나?”

         

       “…알겠습니다. 광부 몇을 데리고 가도 되겠습니까.”

         

       “물론일세. 최대한 꼼꼼히 살펴 주게나.”

         

       방계들이 각자 갱도를 시찰하기 위해 흩어지고 모용곽전은 남아 있는 모용모를 바라보았다.

         

       모용모를 바라보며 모용곽전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모에게 지금까지 광산을 일구며 쌓아올린 지식을 전수해 주었다면 지금과 같은 일이 벌어졌을까.’

         

       모용모는 부지런히 시찰을 다녔지만 이런 위험 요소들을 짚어내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분타의 어느 누구도 모용모에게 광산에서 쌓아 올린 지식을 전수해 주지 않았으니까. 시찰을 부지런히 돌았다 한들 상인들은 모용모를 속일 만발의 준비를 해 놓은 상태였으니 어찌 안목을 기를 수 있었을까.

         

       만악 모용모가 광산을 보는 안목과 갱도에 대한 지식이 있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무리 상인들이 돈에 눈이 멀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한들 목전에서 타당한 지적을 당하면 어쩔 수 없이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겠지.

         

       그랬다면….

         

       “보아라. 바로 이곳. 암질이 바뀌는 것이 보이느냐?”

         

       “예.”

         

       “이런 암질이 바뀌는 곳은 갱도를 파거나 광을 파낼 때 다른 곳보다 몇 배로 주의해야 한다. 암질이 바뀌며 제대로 암반이 결합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지. 하부나 상부에 암질이 제대로 맞물려 있지 않아 위나 아래에 빈 공간이 있을 수 있으니 그대로 바닥이 무너지거나 천장이 무너지는 사고가…”

         

       그런 가정이 모용곽전의 입을 열었다.

         

       모용곽전은 모용모에게 자신의 지식을 전수해 주면서 생각했다. 앞으로 모용모가 광산을 시찰 할 때 더 많은 소음이나 소란이 날 것이라고.

         

       그리고 그런 모용모의 행보는 더욱더 대업에 큰 걸림돌이 되겠지.

         

       그런 사실을 짐작하면서도 모용곽전은 입을 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8번 갱도를 돌아다니는 내내 모용곽전의 입은 잠시도 쉬는 일이 없었다. 그만큼 지적해야 할 일이 많았으며 갱도를 돌아다니면 돌아다닐수록 모용곽전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한참 뒤.

         

       갱도의 시찰을 마친 모용곽전이 광산마을로 내려왔다. 모용곽전이 내려왔을 때는 이미 다른 방계들이 모두 시찰을 마친 뒤에 내려와 있었다.

         

       모용모에게 꼼꼼한 설명을 곁들이느라고 가장 먼저 시찰을 시작했음에도 가장 마지막에 내려온 모용곽전 일행.

         

       모용곽전은 보고를 듣기도 전에 심각한 안색으로 수군거리고 있는 방계들을 보면서 그 결과를 짐작했다.

         

       “보고하게.”

         

       “2번 갱도를 시찰하고 왔습니다. 오래된 갱도인지라 꽤나 깊숙이 내려갔더군요. 갱도도 좁아지고 균열도 몇 곳 보였습니다. 철광이 나오고는 있다고 하나 이 이상 들어가는 것은 위험해 보이더군요.”

         

       “정확히 말하게나. 자네가 보기에는 그저 위험해 보였나?”

         

       “…한나절의 시찰만으로는 이 이상 의견을 피력하기가 어렵습니다.”

         

       “…알겠네.”

         

       보고는 모두 대소동이했다.

         

       비단 8번 갱도만 문제가 있었겠는가.

         

       비용 절감과 채굴 실적을 위해 안전을 무시한 흔적이 광산 전체에 산재해 있었다.

         

       모든 보고를 받은 모용곽전은 얼굴을 쓸어내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방계들 역시 표정이 어두웠다.

         

       썩어빠진 것은 상인들의 마음가짐만인줄 알았거늘.

         

       그런 상인들에게 맡겨 놓은 광산 역시 상해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수고했네. 아직 분타주님과 연화님의 조사가 끝나지 않은 듯 하니 그쪽을 기다렸다가 복귀하도록 하지.”

         

       방계들과 무인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흩어졌다.

         

       광부 추씨는 우울한 안색의 모용곽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광산마을도 한번 살펴보시겠습니까?”

         

       “…그럽시다.”

         

       추씨는 앞장서 마을을 돌아보았고 모용곽전은 그런 추씨의 뒤를 따르며 추씨의 안내를 받았다.

         

       “소 요리를 기가 막히게 하던 오경객잔을 기억하십니까?”

         

       “그렇소.”

         

       “그 오경은 장사를 접고 내려갔습니다. 광부들의 처지가 팍팍해지면서 소 요리를 즐겨 먹을 여유가 사라졌으니까요.”

         

       “….”

         

       추씨의 말에 모용곽전은 질끈 눈을 감았다. 추씨는 그런 모용곽전을 보며 허허 웃었다.

         

       “대협께서 사 주시는 술 한잔이 그리웠습니다. 간만에 한 잔 하시렵니까?”

         

       “…시찰 중이니 과하지 않게 합시다.”

         

       추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허름한 주점으로 모용곽전과 모용모를 안내했다.

         

       “여기 화주 한병과 가벼운 안주를 내어 주게나.”

         

       “헤헤, 안주는 국물 요리랑 볶음고기로 괜찮겠습니까?”

         

       “그리 주시게.”

         

       “화주는 동전 다섯 냥, 안주는 각기 다섯 냥씩 동전 열 다섯 냥입니다요.”

         

       모용곽전이 잠시 멈칫했다. 그런 모용곽전의 멈칫거림이 무엇 때문인지 짐작한 추씨는 입을 열었다.

         

       “요새 이곳의 술값은 다 이 정도입니다.”

         

       “저희 주점은 싼 편이지요. 이제 다섯 냥에 화주 한 병을 파는 가게는 이 마을에서 이곳 뿐일겁니다요.”

         

       모용곽전이 잠시 모용모에게 시선을 주었다. 이 말이 사실이냐고 묻는 듯한 시선에 모용모는 고개를 끄덕였다.

         

       값을 치르고 화주가 먼저 배달되었다. 추씨는 모용곽전이 잡은 이 빠진 잔에 술을 채워넣었다.

         

       “요 근래 광산마을의 물가가 꽤 올랐지요. 그래도 뭐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새벽부터 하루종일 땀을 흘려 파김치가 된 몸은 하루 종일 아무 것도 안 먹었다고 아우성인데 두 시진은 넘게 걸어야 할 다른 마을까지 다녀올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모용곽전의 잔이 흔들렸다. 추씨는 그 흔들림을 모른 척하며 술을 마시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대협과 함께 2번 갱도를 파겠답시고 들락날락거린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거진 10년이 지났군요. 그때는 광산이 이리 커질 것이라고는 예상도 못했습니다. 허허. 많은 것이 바뀌었지요.”

         

       “그렇군. 벌써 10년인가…”

         

       모용곽전은 그때 그 시절이 떠올랐다. 그냥 광산이 늘어나고 커지는 재미에 흠뻑 빠져서 무공 수련도 잊고 이 광산을 돌보던 때도 있었지.

         

       모용곽전은 그 시절이 멀게만 느껴졌다.

         

       “허허, 이젠 저도 세 아이의 아버지입니다. 둘째 놈이 장성해서 벌써 무관에 가고 싶다고 칭얼거리더군요.”

         

       “그렇구려. 가족들을 보러 자주 가시는 편이오?”

         

       “뭐 몇 주에 한번 정도는 보러 가지요. 갈 때마다 자식놈들이 한 치는 커져 있는 것이 늘 새롭더군요.”

         

       모용곽전과 추씨는 잠시 옛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 일들도 있었습니까? 놀랍군요.”

         

       “허허허. 도련님께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셨겠지요.”

         

       “참으로 무식한 짓이었다.”

         

       두 사람은 모용모를 중간에 끼고 추억여행에 흠뻑 빠져들었다. 잠시 시간 가는 줄 몰랐던 모용곽전은 이미 날이 어두워진 것을 느끼고 정신을 차렸다.

         

       “이만 일어나 봐야겠군. 추씨는 어떻게 하시겠소?”

         

       “저야 오늘 안내를 마쳤으니 이 자리에서 남은 술과 안주나 축낼까 합니다.”

         

       “그렇구려. 오늘 안내 고마웠소.”

         

       “아닙니다. 저야말로 술값을 내주셨으니 감사해야 할 따름이지요.”

         

       모용곽전은 추씨와 주점에서 헤어진 뒤에 집합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는 분타주를 비롯한 방계들이 모여 무언가를 상의하고 있었다.

         

       “분타주님?”

         

       “이리 모이도록. 모용연화는 잠시 상단주들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

         

       모용곽전 역시 그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이미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상인들을 대거 물갈이되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 적당한 선에서 상인들을 정리하고 대계에 지장이 없도록 준비하게.”

         

       “예.”

         

       “광산 수익에 타격이 있겠지만 현재 지부의 자산은 충분하다. 동요하지 않고 지금과 같이 대계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도록.”

         

       분타주의 말에 모용곽전은 입을 열었다.

         

       “광산의 일에 직접 개입하지는 않으실 겁니까?”

         

       그리고 그런 모용곽전의 말에 분타주는 날카롭게 모용곽전을 노려보았다.

         

       “대계가 우선이다. 천려일실이라는 말을 모르나? 이런 사소한 일을 돌보기 위해서 우환을 남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소한 일입니까?”

         

       모용곽전은 한숨을 내쉬었고 심상치 않은 모용곽전의 태도에 방계들의 시선이 몰려들었다.

         

       “저는 이 광산을 직접 돌봐야겠습니다.”

         

       “모용곽전!”

         

       날카로운 중진들의 시선을 받으며 모용곽전은 추씨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추씨는 이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할 생각을 품고 있었다.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추씨와 나눈 대화에는 그런 생각을 품고 있는 기색이 역력하게 묻어났다.

         

       규모는 커졌지만 황량해진 광산마을의 정경 역시 떠올랐다.

         

       “광산은 대업을 이룬 뒤에 신경 써도 늦지 않다!”

         

       “늦습니다.”

         

       모용곽전은 갱도 내부를 떠올렸고 아무것도 모르던 감독관들과 치솟은 물가를 생각했다.

         

       상인들은 이 광산을 장악하기 위해 광산의 모든 인원들을 제 입맛대로 갈아치운 뒤 그 뿌리까지 손대길 주저하지 않았다.

         

       그 결과 지금의 광산은 어떤 모습인가.

         

       겉으로는 멀쩡할지 모르나 속으로는 금이 쩍쩍 가고 있었다.

         

       뿐일까.

         

       광산의 위험을 경고할 수 있는 감독관들은 이미 모두 사라진 지 오래였고 그런 모습을 보고 숙련된 광부들은 이 광산을 하나 둘 떠나고 있었다.

         

       광산은 이미 무너지고 있었다.

         

       “지금 당장 손을 대지 않으면 이 광산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됩니다.”

         

       어리석은 선택일지는 모르나 모용곽전은 자신의 땀흘려 키워온 광산이 이대로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만 볼 수 없었다.

         

       모용곽전과 모용진객이 정면으로 대립했다.

         

       “그대 역시 대업에 찬성했거늘 이제와서 이 무슨 짓이지? 광산에 아무리 열정을 쏟고 섬서 전체를 부흥시켰음에도 그저 운이 좋아 광산을 발견한 것에 불과하다 수군거리던 세인들의 손가락질을 잊었나?”

         

       “그걸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모용진객의 날선 어조에 모용곽전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손가락질에 너무 화가 나서 당연한 것을 잊었을 뿐입니다.”

         

       “뭐라?”

         

       “세인들이 뭐라 떠들던 이 광산은 섬서분타의 모두가 온 힘을 다해 이룩한 결과입니다. 운이 좋다? 10년도 안 되는 사이에 섬서의 심장으로 자리잡은 이 광산이 만들어진 것이 과연 운이었습니까?”

         

       모용곽전의 말을 들은 방계들은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분타 전원의 부단한 노력의 결과였습니다. 우리들은 어째서 상처받았습니까? 그 노력을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울분을 품은 것이 아니었습니까? 분타라서, 방계라서, 운이 좋아서. 그런 어처구니없는 핑계들로 인해 저희들이 노력이 폄하당하고 폄하당했기에 대계를 획책한 것이 아니었습니까?”

         

       모용곽전은 쐐기를 박았다.

         

       “그런데 지금 우리들은, 섬서 분타는 그 노력을 멈추고 있었습니다.”

         

       “어리석은 녀석!”

         

       “대계에는 찬성입니다. 그러나 광산 역시 돌봐야겠습니다.”

         

       “위험이 너무 크다! 어찌 그것을 모르느냐!”

         

       섬서분타가 문을 닫아걸고 조용히 비밀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광산의 모든 것을 상인들에게 일임했기 때문이었다.

         

       섬서분타가 직접 광산을 관리하게 되는 순간 섬서분타의 중진들을 만나고 싶어하는 이들이 부쩍 늘어날 것이고 중진들을 만나지 못한 이들이 나서지 않는 이유에 대해 궁금해하기 시작하겠지.

         

       뿐인가.

         

       방계들이 직접 광산을 돌보게 되면 진상 행동으로 떨어뜨려 놓은 무림의 세력과 다시 교분이 트이게 될 터고 무림 세력과 교분이 새로이 생기면 중진들이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방계들이 직접 광산을 관리한다는 것은 곧 비밀이 밝혀질 가능성이 급증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앞서 말했듯이, 광산을 돌보는 것 역시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이 결정이 대계에 방해가 될 수 있음은 알지만…지금 해야만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근처에 있는 무인들 그리고 모용연화를 의식한 모용진객이 차마 목소리를 높이지 못한 채 이를 갈고 있을 때.

         

       “그래도 한 사람 정도는 광산을 돌보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방계들 사이에서 들린 목소리에 모용진객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모용진객과 중진들의 살벌한 시선을 받은 방계가 흠칫하며 변명을 입에 담았다.

         

       “고작해야 이 년도 안 되는 사이에 광산이 이리 망가질 줄은 몰랐습니다! 당연히 유지될 줄 알았지요. 광산을 잃어버리면 대계가 성공한다 한들 원동력이 없어지는 것도 사실이고…”

         

       모용진객은 방계들의 얼굴을 살폈다. 광산을 직접 돌보자는 의견에 찬성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어리석은 녀석들! 네놈들이 대체 상인이냐 무인이냐!”

         

       모용곽전은 담담하게 반박했다.

         

       “무공을 익힌 열정만큼이나 광산에 열정을 쏟아부었으니 당연한 결과 아니겠습니까.”

         

       “이놈…!”

         

       모용진객이 무어라 입을 열 때였다.

         

       “바깥이 소란스러워서 도무지 대화를 할 수가 없군요.”

         

       모용연화가 나타났다.

         

       “본의 아니게 일부 엿들었습니다. 섬서분타에서 직접 광산을 유지하는 것은 찬성입니다. 상인들을 대거 갈아치운들 주인이 없는 광산에 도둑이 생겨나지 않을 리가 없지요.”

         

       “광산의 운영까지 개입하겠다는 것은 월권 행위요! 발언을 삼가 주시게!”

         

       “월권 행위라…분타의 의견이 수렴되지도 않은 채 분타주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 역시 월권으로 보이는데요?”

         

       ‘빌어먹을…’

         

       모용진객은 이를 갈며 머리를 굴렸다.

         

       모용곽전이 이리 정면으로 반기를 들 것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있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애초에 방계들은 적지 않은 세월을 광산에 투자했으니 기본적으로 광산에 정이 들었을 테고 그런 분타의 인원 중에서 광산에 애정이 각별한 이가 있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니 오늘의 시찰로 인해 방계들이 동요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지만 방계들의 흔들림은 모용진객의 상상 이상이었다.

         

       모용진객은 방계들이 어째서 이렇게 흔들리는지 그 원인을 금세 파악할 수 있었다.

         

       ‘제길….광산의 문제점이 너무 뚜렷한 것에 비해 저들에게 보여준 것이 너무 없었다.’

         

       신공의 진짜 위력을 접해 본 적이 없는 방계들.

         

       광산을 잃더라도 신공만 있으면 충분히 재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면 방계들이 지금과 같은 행동을 벌였을까.

         

       신공의 실체를 모른 채 광산을 잃을 위기만 부각되었으니 방계들이 흔들리는 것도 당연했다.

         

       ‘이런 외부의 자극 없이 계속 분타에서 웅크리고 있었다면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을!’

         

       모용진객의 날카로운 시선이 모용모를 향해 쏘아졌다. 호천안이 모든 일을 꾸몄다는 것을 알리 없는 모용진객의 입장에서는 모용모의 미꾸라지짓이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애꿎은 시선을 받은 모용모가 흠칫해 벽 뒤로 숨었다.

         

       그 모습을 본 모용진객은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

         

       흔들리는 방계들의 마음을 다시 휘어잡기 위해서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렇다면 친선비무를 제안하겠소.”

         

       “…친선비무 말인가요?”

         

       “찬경, 그대, 그리고 모용서까지. 모용석질과 중진 중 한명, 그리고 나. 삼 대 삼의 비무를 제안하오. 그대들이 이긴다면 광산 운영에 대한 의견을 수용하겠소. 그러나 우리들이 이긴다면 광산 운영에 끼어들지 마시오.”

         

       다소 뜬금없는 제안이었으나 아예 말도 안 되는 제안은 아니었다.

         

       무림세가에서 대립이 팽팽할 경우 비무의 결과를 통해 의견을 결정하는 경우는 적지 않았으니까.

         

       모용연화는 사나운 기색을 숨기지 않는 모용진객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제까지 꽁꽁 숨겨왔던 수를 풀어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는가.

         

       ‘그야말로 승부처로군요.’

         

       이 대전에서 패배한다면 섬서분타는 다시 모용세가로 숙이고 들어올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될 것이다.

         

       분타의 중진들이 구성원의 지지를 온전히 받지 못한 채로 건곤일척의 승부를 걸었으니 이 상태로 패배한다면 섬서분타의 구심점은 완전히 와해된다.

         

       반면 섬서분타가 승리를 거둔다면 지금 드러난 균열들이 합쳐지면서 더욱 골치 아픈 상대가 되겠지.

         

       많은 것이 걸린 승부였지만 모용연화는 망설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무림에서는 결국 무공으로 모든 것을 말하는 법이었으니 결코 피해갈 수 있는 승부가 아니었다.

         

       승부는 일주일 뒤.

         

       섬서분타의 삼림 속에서 많은 것이 걸린 비무가 성사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닷!

    다음편은 새벽에 올라갑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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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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