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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2

   샬롯과 릴리쉬가 첫 번째 불꽃을 꺼트린 것에 이어.

   절검과 수호검, 마주의 활약 덕분에 두 번째 불꽃이 꺼졌다.

     

   두 번째 고치로 돌입한 그를 보며 세 사람은 지친 표정으로 물러섰다.

   워낙 거센 전투였다 보니 셋 다 만신창이였다.

     

   그들을 서둘러 신성 왕국 프리만 출신인 마리아가 치료하는 사이.

     

   어느새 아르골의 앞에 무황 발록 발하임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세 번째 불꽃을 꺼트리는 것은 그의 몫이다.

     

   그러니 발록이 조용히 침묵한 채 고치를 보던 순간.

     

   쩌적!

     

   이윽고 갈라진 고치를 찢고, 불붙은 왕관이 드러났다.

     

   이제 남은 불꽃은 일곱 개.

   아까보다도 더 거세게 타오르는 푸른 불꽃 사이, 아르골의 얼굴이 드러났다.

     

   이전과는 다르게 염소 모양의 뿔이 커다랗게 솟아난 아르골은 이제는 인간형과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무수히 많은 팔을 상체에 잔뜩 달고, 그러한 손에는 새까만 흑도가 수도 없이 쥐어져 있었다.

   게다가 하체는 완전히 뭉개져 이제는 검은 연기의 형태로 공중에 떠 있었다.

     

   누가 봐도 괴물에 가까운 형태가 된 아르골이 유일하게 이전과 같은 수십 개의 눈동자만을 이리저리 굴렸다.

   그러고는 눈앞에 있는 발록과 마주치더니 커다랗게 포효를 내질렀다.

     

   녀석이 내지른 포효는 오러로 방어하고 있지 않았다면 고막을 찢어버릴 정도로 거센 포효였다.

     

   그 탓에 치료를 위해 데려온 프리만의 대주교, 마리아는 신성 보호막을 펼치며 현재 아르골의 저주 때문에 오러를 잃은 이들을 보호했다.

     

   “시끄럽군.”

     

   그런 아르골의 포효를 정면에서 맞으면서도 발록은 변하지 않는 표정으로 검을 들었다.

   그러자 그의 검에서 올라온 푸른색의 기류가 낮게 휘몰아친 순간.

     

   서걱!

     

   어느새인가 아르골의 팔 한 짝이 잘려 나가며 바닥을 뒹굴었다.

     

   수십 개 달린 팔인 만큼 하나 정도 없어진다고 해서 문제는 없겠으나.

   그 행동은 아르골을 열받게 하기에 충분했다.

     

   쿵쿵!

     

   아르골의 여러 개의 팔이 바닥을 짚음과 동시에 아르골이 앞으로 몸을 숙이며 포탄처럼 쏘아졌다.

     

   빠르다.

   두 번째 불꽃을 꺼트렸을 때보다도 훨씬 빨라진 아르골이 발록을 덮쳤다.

     

   그 앞, 발록은 검을 당긴 자세 그대로 조용히 숨을 당겼다.

     

   파가가가가가각!

     

   그 순간 아르골의 몸 여기저기에 순식간에 검상이 나타났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른 검무였다.

     

   모두가 경악하듯 두 눈을 커다랗게 뜬 순간.

   발록이 바닥을 박찼다.

     

   발록은 흐트러진 인영과 함께 아르골을 정면에서 돌파했다.

     

   콰앙!

     

   그러자 아르골을 뚫고 지나온 발록이 바닥을 쿵 하니 짓밟았다.

   아르골의 몸은 어느새 수십 개로 갈라지며 양단이 되어 있었다.

     

   드득!

     

   그러나 아르골도 이제는 달랐다.

     

   겨우 이 정도 베기로 죽지 않는다는 듯.

   녀석은 몸이 분열된 것을 자기 손으로 짓눌러 이어 버렸다.

     

   그러고는 이내 목을 180도 꺾어 버리며 발록을 향해 흑도를 휘둘렀다.

     

   콰앙, 콰앙, 콰아앙!

     

   휘둘러진 흑도가 주변을 초토화해버렸다.

   얼마나 무지막지한 힘을 담은 것인지 악마성 전체가 거세게 울렸다.

     

   게다가 아르골은 검을 휘두를 때마다 그 덩치가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마치, 자신에게 시간을 주면 줄수록 더 강해진다는 듯이.

   녀석은 끝도 없이 커지는 몸과 함께 흑도를 미친 듯이 휘둘러댔다.

     

   그렇게 휘두른 흑도로 인해 자욱한 연기 사이.

   푸른색의 빛이 아주 잠시 스쳐 지나간 그 순간.

     

   파가가가가가각!

     

   아르골의 팔과 흑도마저 네모난 정육면체로 잘려 흩날렸다.

     

   “그기기기기기긱!”

     

   아르골이 입안 가득 분노를 담아 포효했다.

   동시에 놈의 입에서 쏟아나온 빛의 광선 줄기가 끝도 없이 쏟아지며 바닥을 박살 내놓았다.

     

   그사이, 녀석의 몸에서는 무한으로 재생되는 팔이 돋아났다.

     

   핑!

     

   아르골이 계속 공격을 퍼부으려던 찰나.

   아르골이 쏟아낸 광선 하나가 그대로 갈라졌다.

     

   그리고 갈라진 광선 사이로 뻗어 나온 참격 하나가 아르골의 머리에 직격했다.

     

   퍼걱!

     

   아르골의 이마가 일부 찢겨 나가며 검은 핏물이 흘렀다.

   충격으로 젖혀졌던 고개를 녀석이 다시 내리려던 순간.

   발록은 어느새 그의 앞에 도달해 있었다.

     

   파가가가각!

     

   아르골의 머리가 순식간에 수십 개로 갈라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아르골이 자기 머리를 이어 붙이려 하자 발록은 녀석의 갈라진 머리 안으로 검을 들이밀었다.

     

   “어디까지 복구할 수 있을지 궁금하군.”

     

   그는 살벌한 말과 함께 검속에 푸른색의 빛을 빛냈다.

     

   크라슈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크라슈의 친형이자 검왕.

   라이 발하임이 스킬 레피텐을 이용해 복사하여 사용했던 빛의 검.

     

   그 당시, 라이는 그 검을 미완성이라 일컬었다.

     

   그 말 대로다.

   라이의 빛의 검은 직선적인 움직임 밖에 못하는 데다가 형태 또한 미완성이었다.

     

   그러나 라이에게 그 검을 직접 하사한 발록은 다르다.

     

   발록의 검에 담긴 빛이 검과 완전히 일체화되며 10대 천검을 넘어선 하나의 검을 완성 시키고 있었다.

     

   발록의 절대적인 출력을 한계까지 응축시켜 담아낸 검.

   발록의 오리지널 검 비기.

     

   극의(極意)

     

   이 순간 주변 모든 세상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새하얀 공간 안.

   발록과 아르골만이 그 새하얀 세계 위에 서 있었다.

     

   발록의 검, 극의가 세상의 모든 어둠을 강제로 몰린 것이다.

     

   극의의 힘에 고스란히 노출된 아르골이 잿가루가 되어 갔다.

     

   끝없이 커졌던 녀석의 몸은 어느새 발록보다도 한없이 작아져 자그마한 미니어처가 되어 갔다.

     

   녀석은 몇 번이고 뭉치고, 합쳐지고를 반복했지만 극의에 앞에 이는 너무나 무의미한 짓이었다.

     

   끊임없이 뭉치기를 반복하던 아르골의 재생력은 끝내 극의를 넘어서지 못하고, 결국 완전히 소멸했다.

     

   파스스-

     

   아르골의 잿가루가 극의 바깥으로 흘러나오며 벽면에 붙었다.

   그리고 벽면을 따라 만들어진 것은 고치였다.

     

   당연하지만 아르골의 머리 위에 달려 있던 푸른 불꽃은 조금의 잔적도 남기지 못했다.

     

   소멸했다가 겨우 고치로 다시 되돌아오고 있는 아르골을 보며 발록은 검을 거두었다.

     

   오러가 신기의 영역에 돌입한 만큼 발록의 오러는 다른 이들과 같이 지워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영향이 없지는 않은지 발록의 존재감이 아까보다 줄어들었다.

     

   발록은 무표정하게 고치를 보고는 이내 전왕을 돌아봤다.

     

   “네 차례다. 전왕.”

   “예, 오래 기다렸네요.”

     

   발록이 돌아서서 걸음을 옮기자 전왕이 주섬주섬 활을 꺼내 들었다.

     

   어느새인가 고치는 또다시 갈라지고 있었다.

   참 순식간에도 부활하는 놈이었다.

   하지만 이는 녀석의 크나큰 패착이었다.

     

   활을 꺼내든 전왕이 화살 하나를 활에 끼워 넣었다.

   그 화살은 이전에 그가 사용하던 일반 화살과 색깔이 달랐다.

     

   눈에 띄게 화려할 정도로 황금빛을 담아낸 화살인 탓이다.

   그는 활시위를 최대로 당겼다.

     

   그 순간 전왕의 몸에서 이전과는 다른 기운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에게서 쏟아나오는 폭발적인 기운이 악마성 전체를 흔들어 놓기 시작했다.

     

   전왕이 발록보다도 더 뒤에 배치된 이유가 무엇인가.

   그가 다루는 비기는 꽤나 특별한 비기가 하나 있다.

     

   전왕이 평소에 싸우는 모습을 보면 많은 이들이 고개를 기울인다.

   그도 그럴 게 저 정도 오러와 출력으로 천하십강이라고 라는 의문을 품는 탓이다.

     

   실제로 전왕의 전투력은 일반 기사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

   기껏해야 활을 좀 잘 쓰는 기사 정도.

     

   그러나 그 실체를 아는 이들이라면 오히려 그런 전왕을 두려워할 것이다.

   그가 단 한 번 날릴 수 있는 화살이 얼마나 괴랄한 위력을 품고 있을지 모르니까.

     

   단 한 발의 화살.

   그 화살을 위해 전왕은 평소에 자신이 지닌 오러를 화살 하나에 대부분 담아내고 있다.

     

   이게 그의 평소 출력이 형편없는 이유다.

   화살 하나에 막대한 양의 오러가 항상 소비되고 있으니 평소에 낼 수 있는 출력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전왕은 평소에 늘 잠을 자두고 있다.

   그는 잠을 자는 행위를 통해 늘 오러를 보충하고 있다.

     

   이마저도 오러를 보충한 뒤 전부 화살에다가 때려 박고 있으니.

   전왕이 평소에 매일 같이 잠에 취해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그가 이렇게 화살을 만드는 이유는 단 하나.

     

   도저히 기사들과 병사들로는 감당할 수 없는 침식종이 나타났을 때.

   이 화살을 이용해 단 한 방으로 끝장을 보기 위함이다.

     

   실제로 그의 화살은 여러 번 금역의 전선을 구해냈다.

   단 한발의 화살이 막대한 위력을 지녔다 보니 전선의 인명 피해를 상당히 줄일 수 있던 덕분이다.

     

   그리고 지금.

   전왕은 자신의 화살 ‘필살(必殺)’을 꺼내 들었다.

     

   발록이 마경 전선에 합류한 이후.

   전왕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필살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저, 매일 같이 필살에 오러를 담아둘 뿐.

   그는 평범한 화살과 소량의 오러를 사용해 발록과 함께 전선을 지켰다.

     

   이 시간은 약 1년에 다다른다.

     

   그 말은 즉.

   지금 전왕이 쥐고 있는 필살은 무려 그의 오러 1년 치를 쌓아놓은 괴랄한 오러의 화살이라는 것이다.

     

   전왕이 오늘날까지 오러를 참았던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오늘 악마왕을 위해서다.

     

   “오래 기다렸다.”

     

   전왕의 전신이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기 시작했다.

   필살에서 나오는 황금의 기류가 너무 거센 탓에 그의 몸도 영향을 받는 것이다.

     

   “나도 이렇게나 모아본 건 처음이라서 말이야.”

     

   전왕이 필살을 이제 막 고치에서 나오려는 아르골에게 겨누었다.

   여섯 개의 푸른 불꽃을 띄운 아르골이 갈라진 고치 사이로 얼굴을 내밀었다.

     

   그러나 녀석이 내밀자마자 마주한 것은 황금색으로 타오르고 있는 전왕이었다.

     

   전왕의 손끝이 완전히 황금으로 뒤바뀐 그 순간.

   아르골이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며 소리를 내질렀으나 때는 늦었다.

     

   “시원하게 날려주마.”

     

   이윽고, 전왕이 활시위를 놓았다.

     

   그리고 폭풍이 모든 걸 집어삼켰다.

     

   필살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위력의 화살이 악마성의 성채를 절반을 날려 버리며 휘몰아쳤다.

   그 막대한 위력 앞에 아르골을 잡으러 온 인원들도 튕겨 날아갈 뻔하였다.

     

   필살의 빛이 겨우 꺼져 갔을 때쯤.

     

   “흐응.”

     

   검을 바닥에 박고 버틴 샬롯이 흥미로운 얼굴로 그 광경을 보았다.

     

   필살의 방향에 있던 모든 것이 완전히 붕괴한 채 하늘을 드러냈다.

   지평선 끝까지 하늘 위를 가득 메웠던 먹구름이 소멸한 채 마경의 음침한 하늘이 드러났다.

     

   부서진 성채 안으로 휘날려온 바람이 모두의 머리카락을 흩날린 순간.

   어느새 또다시 고치가 되어버린 아르골이 거기에 있었다.

     

   전왕의 필살 한 방에 완전히 소멸하였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위력이었다.

     

   그리고 그런 아르골의 고치 바로 앞.

   크라슈가 손을 뻗은 채 서 있었다.

     

   크라슈의 손은 이미 아르골에게 닿아 있었다.

     

   “고생했다.”

     

   크라슈는 아르골에게 툭하니 말을 이으며 머리카락을 백색으로 물들였다.

   그러곤 돋아난 뿔과 함께 신기로 치환된 백염을 거세게 태웠다.

     

   “잘 가라.”

     

   이윽고, 크라슈가 아르골의 고치 안에 백염을 전력으로 쏟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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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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