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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3

       “하지만, 그래도 말이야, 샬럿.”

        

       한바탕 이 세상에 의문을 남긴 샤를로트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앨리스는 샤를로트를 놀리듯 말했다.

        

       “결국엔 모두 맛있었지? 먹긴 먹었잖아.”

        

       “……맛있기야 했죠. 그야 원본이 맛있는 거니까.”

        

       샤를로트는 그런 앨리스에게 새침하게 말했다.

        

       앨리스와 클레어가 왔을 때는 은근한 국뽕의 맛을 보았지만, 샤를로트의 반응은 매우 신선했다.

        

       무조건 이 나라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고, 대부분의 기술력에 대해서는 신기함을 느끼면서도, 자기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가차 없이 말하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샤를로트답기도 했다.

        

       특히 음식에 대한 눈이 매우 높아서, 자기가 알고 있는 ‘서양 음식’의 범주를 벗어나게 변형된 음식은 매우 기이하다는 눈으로 보았다.

        

       피자에 감자를 올린 것을 보았을 때라던가.

        

       애초에 피자는 프랑스 음식도 아닌데.

        

       “저녁은 평범한 것으로 준비해드리겠습니다.”

        

       “그건 감사하네요.”

        

       샤를로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물론 평범하다는 뜻은 이 나라를 기준으로 평범하다는 뜻입니다.”

        

       “……지금 저를 놀리는 건가요?”

        

       놀리려고 한 말이 맞기는 하다만.

        

       물론 그렇다고 진짜로 이상한 것을 먹일 생각은 없다.

        

       샤를로트나 미아를 나의 자매라고 받아들인 적은 없다. 클레어와 앨리스를 보는 시선과는 매우 다르게 보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둘이 소중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사실, 엄청나게 반가웠다. 무려 한 달 만에 만나는 거니까. 그것도 어느 정도는 ‘평생 못 만나는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사실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반갑게 느껴졌다.

        

       그저 대놓고 티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그건 클레어와 앨리스도 마찬가지라서, 앨리스는 아까부터 샤를로트에게 자꾸 말을 걸고 있었고, 클레어는 미아의 손에 자꾸 먹을 것을 쥐여주고 있었다.

        

       “이 나라의 음식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싫으신가요?”

        

       “…….”

        

       내가 그렇게 말하자 샤를로트는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엄밀히 따지면, 샤를로트는 이곳에 오고 싶어서 온 것이 아니다.

        

       클레어와 앨리스는 나를 찾기 위해 자발적으로 넘어왔지만, 샤를로트와 미아는 타이밍이 나빠 넘어온 사례였다.

        

       그나마 미아는 이 세상에 대한 경계심보다는 호기심이 강해 보였다. 온갖 맛있는 먹거리를 먹인 것이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지.

        

       하지만 샤를로트는 여전히 경계심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경계심은 오늘 종일 샤를로트가 보아온 기이한 음식에서 기인하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이곳이 나의 고향이라는 것은 이미 말해두었다.

        

       그러니 내가 이 나라의 음식을 먹여주고 싶다고 말했을 때는 차마 대답하지 못하는 것이다.

        

       혹시라도 아제르나 제국의 음식 같은 음식이라면 매우 먹기 힘들겠지만, 그렇다고 부정하기에는 여러모로…… 음, 탈룰라라고 해야 하나. 물론 샤를로트는 그 단어까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한 음식은 아닙니다. 보편적으로 좋아할 만한 맛이고요. 너무 맵거나 짜지도 않을 겁니다. 약속할게요.”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요.”

        

       샤를로트는 작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리고 손으로 이마를 문질렀다.

        

       “오늘은 제가 너무…… 신경이 곤두서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이 나라에서 변형된 음식은 이 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어레인지 된 음식이겠죠. 세상의 모든 음식은 각 지역에 맞게 변형되기도 하는 법이니, 사실 제가 그렇게까지 예민하게 굴 건 아니었어요.”

        

       음…… 그래도 이해는 간다. 사실 오늘 샤를로트가 본 음식들은 ‘지역별 바리에이션’이라기보다는 그냥 ‘이거 맛있으니 넣어볼까’에 가까웠으니까.

        

       크로플의 경우는 조금 전에 스마트폰으로 살짝 검색해보니 외국이 원조라는 것 같지만, 그런 변명은 통하지 않겠지. 샤를로트에게 이 세상은 그 자체로 ‘외국’이었으니까.

        

       “무슨 음식인데?”

        

       오히려 나의 설명에 혹한 사람은 클레어인 듯 싶었다. 심지어 그 옆의 미아도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이렇게 보니 두 사람이 조금 닮았네.

        

       음, 그러고 보니까 클레어와 앨리스 두 사람에게는 아직 소개해주지 않았던 것 같기도 했다.

        

       “이 근처에 있는 집인데, 정작 두 사람한테도 소개해주지 않았네요. 기왕 이렇게 된 거, 바로 가도록 하죠.”

        

       나는 그렇게 말하며 앞장섰다.

        

       *

        

       자취방 근처에는 대단한 맛집이라고 할만한 곳이 얼마 없었다.

        

       근처에 그럭저럭 대학생들이 살긴 했지만, 대학생들이 언제나 그렇듯 주머니는 가볍다. 그러니 근처 상권은 대부분 적은 돈으로 가볍게 때우는 집이나, 아니면 다 같이 모여 먹는 고깃집, 술집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혼자 자취하는 나는 고깃집은 자주 가지 않았지만, 그런 식으로 싼 가격의 집이 많다는 것은 좋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생활비를 내고 비상금을 저축하고 나면 내가 쓸 돈은 조금 빠듯했으니까.

        

       술은 마시지 않았지만 오타쿠이다 보니 취미로 나가는 돈이 마냥 적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런 싼 집 사이에서도, 유독 가격이 비싼 집이 하나 있었다.

        

       딱히 고급스러운 외관을 한 곳은 아니다. 사실 인테리어만 보면 여느 밥집과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파는 음식이 다소 비싼 음식이었다.

        

       음식집 이름은 서울면옥.

        

       그렇다. 냉면집이다.

        

       물론 냉면은 샤를로트에게 권하기 어려운 음식이었다. ‘면 요리=뜨거운 요리’라는 개념이 잡혀있는 서양인들 중에선 냉면이나 막국수의 컨셉을 보고 기겁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으니까.

        

       하지만, 보통 ‘진짜 냉면집’은 냉면만 팔지 않는다.

        

       맛있는 육수를 끓이기 위해서는 좋은 고기가 있어야 하고, 좋은 고기로 육수를 내는 집은 당연히 그 고기로 훌륭한 요리를 한다.

        

       이 식당은 갈비찜과 갈비탕을 함께 하는 집이다.

        

       오늘 내가 네 사람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음식은 갈비탕이었다.

        

       그릇당 가격이 일반적인 국밥에 비해서도 상당히 비싼 편이라 자주 오지는 않지만, 한겨울에 가끔 이게 아니면 안 될 때가 있었다.

        

       아직도 그대로 있어서 다행이네.

        

       누가 봐도 유럽계 코카시언 다섯 사람이 우르르 들어가니 식당 아주머니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이쪽을 보았다.

        

       “갈비탕 다섯 개요.”

        

       나는 자연스럽게 말하며 자리에 앉았다.

        

       본격적으로 저녁 식사 시간이 되기 직전에 와서 그런지 아직은 아직 자리가 꽤 있었다.

        

       “아유, 한국말을 어떻게 그렇게 잘해요?”

        

       아주머니는 빠르게 우리에게 다가오며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는 4인용 테이블과 2인용 테이블을 붙여 자리를 마련해주셨다.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우리 외국인 아니에요. 한국인이에요.”

        

       사실 미아와 샤를로트의 신분증은 찾지 못했으니 확실한 건 아니지만. 뭐, 샤를로트와 미아의 말도 이곳 사람들이 듣기에는 그냥 한국어일 테니까.

        

       “한국인? 아, 미안해요. 내가 착각했네요.”

        

       “괜찮아요. 종종 듣는걸요.”

        

       아주머니는 바로 미안하다는 듯 그렇게 말했고, 나는 웃으며 대답했지만, 상황이 민망했는지 얼른 자리를 떠났다.

        

       그렇지. 사실 한국인 데다가 우리가 오해받기 좋은 외모라 그렇지, 만약 미국이었다면 대놓고 인종차별이었을 테니까.

        

       “갈비탕?”

        

       미아가 물었다.

        

       “소갈비를 오랜 시간 우려낸 스프입니다.”

        

       “오.”

        

       내 설명에 미아는 눈을 빛냈다.

        

       “고기 육수로 만든 요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나라에나 있는 법이니까요.”

        

       나는 내 대각선 자리에 앉은 샤를로트를 보면서 말했다.

        

       “확실히, 제가 듣기에도 몹시 안전한 음식이네요.”

        

       샤를로트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내가 들은 이야기인데, 갈비탕과 뼈해장국, 혹은 감자탕은 세상 어느 나라에서 살던 외국인이 와도 먹히는 음식이라고 했다. 하긴, 고기 듬뿍 넣고 끓여낸 음식이니 누가 싫어하겠는가. 그렇다고 지나치게 자극적인 것도 아니고.

        

       시선을 돌려 클레어와 앨리스를 봤더니, 두 사람 다 잘했다는 듯 만면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

        

       “역시, 제가 너무 괜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네요.”

        

       식당을 나오며 샤를로트는 말했다.

        

       얼굴이 조금 붉은 것은 따뜻한 국물 요리를 든든하게 먹었기 때문만은 아니리라.

        

       “그러게. 편견이고 뭐고 없이 엄청나게 열심히 먹었으니까.”

        

       앨리스가 놀리듯이 말하자, 샤를로트의 얼굴이 더 붉어졌다.

        

       “그, 그건 어쩔 수가 없었는걸요! 뼈에 붙은 고기를 자를 포크와 나이프가 없었으니까!”

        

       가위로 자르면 되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뼈 한쪽을 잡아야 했다.

        

       게다가 내가 먼저 손에 갈비를 들고 뜯어버려서, 샤를로트는 그게 진짜로 그렇게 먹어야 하는 것인 줄 알고 따라 해버린 것이다.

        

       “앨리스, 너무 놀리지 마. 어차피 여기서 우리는 귀족도, 왕족도, 황족도 아니잖아?”

        

       “맞아, 그렇지.”

        

       “……두 사람 다, 너무 편하게 지내는 거 아닌가요?”

        

       샤를로트가 조금 어이없다는 듯 그렇게 말했지만—

        

       “저, 저는 조금 편하게 지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요.”

        

       미아의 말에 입을 살짝 벌렸다.

        

       미아는 오늘 내내 꽤 조용했다. 입 안에 뭔가 없을 때도 말을 하기보다는 세상 자체를 구경하는 데 신경 썼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이야기는 다 듣고 있었던 모양이다.

        

       “저는…… 사실 괜찮은걸요. 이쪽에서는, 그, 가문의 이야기 같은 것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무엇보다 조금 시간을 보내고 돌아가더라도 저쪽에서는 시간이 거의 지나지 않았을 테니까요.”

        

       “…….”

        

       샤를로트는 입을 벌린 채 멍하니 미아를 바라보고 있다가, 이내 눈을 감고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눈을 다시 뜨고 우리를 본 샤를로트는 조금 미안하다는 듯 말했다.

        

       “……미안해요. 저는…… 아무래도 너무 급하게 굴었던 모양이네요.”

        

       “응, 맞아. 그리고, 여기 있다고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던 건 아니거든.”

        

       그런 샤를로트에게 클레어가 웃으며 말했다.

        

       “방송으로 돈도 벌고 있으니까. 생활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잖아?”

        

       그리고 클레어는 우리 세 사람 중 그 방송 시간을 가장 순수하게 즐기고 있었다.

        

       “……방송?”

        

       그리고 샤를로트는 방송에 대해서 하나도 몰랐고.

        

       ……그러네. 모르네.

        

       그런데 이거 가르쳐 주는 건 좀 재미있을 것 같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얼마 전까지 로지텍 마우스 종특인 더블클릭 현상에 시달리다가 얼마 전에 마우스를 바꿨는데, 아직도 그 더블 클릭 현상이 머리 깊게 새겨진건지 클릭한 번 할 때마다 심장이 벌렁거리네요.

    그것때문에 글을 날려버릴 뻔 한 적이 몇 번 있어서…

    이번 마우스는 조금 더 오래 가기를 바랄 뿐입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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