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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3

    세이어의 손에는, 기묘하게 생긴 지팡이가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이 상황을 만들어낸 물건이라는 사실은 너무나도 명확했다.

     

    “이런, 나름대로 몸통을 조준해서 쏜 건데, 빗나가 버렸는걸. 역시 이건 쓰기 어렵다니까.”

    “감히……!”

     

    자신의 피부에 상흔을 냈다는 것에 분노한 루크가 그렇게 몸을 움직이자,

    -타앙–!

     

    다시 한번 반복되는 찢는 듯 한 폭발음과, 귓가에 피이잉-하고 퍼지는 이명.

    그리고 또 한번 자신의 주변을 스쳐가는 그 느낌에 루크는 완전히 몸을 굳혔다.

     

    “어, 어-. 다가오지 마. 이거, 한번만 쏠 수 있는 거 아니거든.”

    “네 놈…….”

     

    루크는 씹어 뱉듯이 작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의 말 대로, 섣불리 움직일 수는 없었다.

    녀석이 정확히 어떤 수단을 가진 것인지 알 수 없는 이상, 움직이는 것은 독이다.

     

    “후우…….”

     

    루크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

     

    그래, 그렇다.

     

    아무리 그토록 소중하게 관리해온 자신의 피부에 상흔을 내었다 할 지라도, 지금은 분노라는 감정에 잠식되어선 안 된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분명 분노하기는 하였으나, 무차별적인 분노는 상황을 해결해주지 않는다.

     

    이런 때일수록 신중하고 냉정하게 이성을 되찾아야 하는 법이지.

     

    루크는 천천히 상황을 되짚기 시작했다.

     

    일단, 저것은 자신의 실드를 꿰뚫었을 정도이니 충분한 살상력을 지닌 공격으로 보였다.

    하지만, 죽일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그의 공격에는 살의가 담겨져있지 않았으므로.

     

    세이어는 지팡이를 반으로 쪼개듯 꺾어 지팡이 안에 들어있던 무언가를 빼내고 능숙한 손동작으로 주머니에서 비슷하게 생긴 다른 것을 끼운 뒤, 다시 로브 안쪽에 그것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넋을 잃은 것 같네. 지팡이의 소리가 너무 시끄러웠나? 하지만, 얼른 정신 차리는 게 좋을 거야.”

     

    그 능숙하고 복잡하면서 여유로운 동작은, 마치 하나의 장난감을 다루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드는 것은 호기심.

    아무리 위험한 상황이더라도, 호기심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은 마법사라는 종족의 비애다.

     

    저 공격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작업인 것일까?

    그렇다면, 적어도 쇠뇌나 대포와 같이 탄약 등, 사용할 수 있는 횟수가 존재한다는 말이다.

    녀석이 물건에 집어넣는 탄약으로 보이는 저것, 엘리베이터에서 보았던 그 작은 약통과도 비슷한 크기와 모양이다.

    뭔가 연관이 있나?

     

     

    “오오. 눈빛이 달라졌는 걸, 이게 뭔지 궁금해서 참을 수 없어진 모양이지?”

    “…….”

     

    루크는 대답하지 않았으나, 세이어는 다 안다는 듯 웃으며 대답했다.

     

    “후훗, 그 정도는 알려줄게. 드워프의 지팡이, 헬켄사의 걸작품이지. 조금의 마나도 필요로 하지 않는 제품이야.”

    “드워프의 지팡이……?”

     

    드워프의 지팡이에 대한 지식을 전쟁사를 통해 머리로는 어느정도 알고 있던 루크는 속으로 납득했다.

     

    ‘과연, 마력시로 파악할 수 없었던 것은 그 이유인가.’

     

    헬켄 산.

    과거 드워프들의 성지이자, 대륙에서 가장 뛰어난 대장장이가 기거하던 장소.

     

    허나 긴 세월이 지나며 그곳은 이제 산이 아니게 되었다.

    드워프들은 산을 깎고 건축물을 올려 산 전체를 헬켄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공방으로 만들었고, 그렇게 대륙 최대 규모의 첨단 공방이 된 헬켄은 또 수많은 발명품들을 낳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은밀한 발명품이 바로 이것.

     

    폭발력을 이용해 투사체를 발사하는 소형 대포, 통칭 드워프의 지팡이.

    타 종족에 비해서 마법적 재능이 부족했던 드워프는, 오래 전 있었던 종족간의 전쟁 속에서 그렇게 자신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독자적인 기술을 만들어 내었던 것이다.

    활보다 다루기 쉽고, 석궁보다 사거리가 길며, 또 마법만큼 위력이 강하다.

     

    모든 것이 기계적으로 작동하는 만큼, 마나의 환경에도 상관없이 동일하게 작동하기에 신뢰도 또한 높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 굉장한 무기이기는 하지만 마법이 거의 모든 기술을 대체할 수 있고, 부품이 세세하여 관리하기 어려우며, 소리도 크고, 전쟁이 끝난 지 오랜 시간이 흘러 꾸준히 제작라인이 축소되고 군수품을 외부로 잘 수출하지 않는 드워프들의 성격으로인해 사용되는 탄약을 구하기도 까다롭다는 문제가 있었기에, 지금에 와서는 지팡이에 비해 너무나도 비싸고 까다로운 무기가 되었다.

     

    허나 마나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빠르게 작동하는 구조를 필요로 하는 자들에게는 그야말로 최고의 선택이었으니…….

     

    특히 마나가 불안정하여 마법을 사용하기 까다로운 곳.

    즉, 데이그란트를 비롯한 침식지역에서는 비싸고 구하기 어렵더라도 굉장히 유용한 무기였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으로서는 발사 딜레이라던가, 준비동작, 위력이나 효과 중 어느 것 하나 아무것도 알 수 없는 기술.

    그렇기에 너무나 불리했다.

     

    “…….”

     

    자신을 제압할 방법을 모색중인 루크의 눈빛을 읽은 세이어는 과장된 손짓을 하며 말했다.

     

    “자아, 그럼! 다시 경기를 시작해 볼까? 부디 검투사는 관객에게 눈 돌리지 말라고.”

     

    —–!!

     

     

    루크가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부러진 팔을 완전히 회복한 상태의 어보미네이션이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제는 완전히 고통으로부터 벗어난 듯 보인다.

     

    ‘…….’

     

    “칫-.”

     

    루크의 반응과 함께, 어보미네이션이 손을 휘둘러왔다.

     

    ——–

     

    -퍼억-!!

     

    묵직한 타격음.

     

    “꺄앗–!”

     

    하지만 이후 울려퍼진 것은 어보미네이션의 수많은 함성과 같은 소음이 아니라, 어린 여자아이의 높고 날카로운 비명소리였다.

     

    -퍽, 데구르르.

     

    제아무리 루크가 막대한 마나와 전투경험을 지니고 있다고는 해도, 결국은 무투가가 아닌 마법사였다.

    틈을 봐서 강한 마법을 캐스팅하려고 해도, 그 때마다 세이어의 그 도구를 이용한 견제가 들어오는 탓에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알다시피 녀석의 그 안경은 마력시와 같이 어느정도 마법의 전조를 파악하는 기능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어보미네이션은 아까 쓰러지고 난 뒤부터 전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듯 보였다.

    아무리 견제를 모두 피하고 공격을 쏟아 붓는다고 한들 어떤 타격반응도 없이 공격을 속행해오니, 루크도 공격을 결국 허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슬슬 몸이 무거워지고 있다.’

     

     

    털썩-!

     

    천천히 몸을 일으키던 루크는 쓰러지고 말았다.

    슬슬, 힘이 부쳐온다.

     

    “크윽…….”

    “몸이 무겁니? 하긴, 그렇게 움직였으니, 슬슬 효과가 나올 때도 됐지.”

    “무슨……?”

    “아까 너한테 쏜 총알, 그거 사실은 굉장히 강력한 마취탄이었거든. 아무래도 스친 거라 역시 약효가 좀 늦게 돌았나보네.”

    “……!”

     

    루크는 그의 말에 이를 악물었다.

    즉, 처음부터 죽일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말이었다.

    과연, 공격에 살기가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이 때문이었나?

    ‘약이라.’

    만약에 그 탄에 사용된 것이 일전에 보았던 그 약품의 내용물이 맞다면, 탄에 마력감쇄가 적용되어 자신의 실드를 관통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 가능성은 높다.

    자신의 실드를 관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것 때문이었군.

    괜찮은 정보를 얻었다.

    허나, 방법을 알았다고 해서 딱히 상황이 바뀌는 정보는 아니다.

    “…….”

    그렇다고해서 아직 끝난 것은 아니었으니, 희망은 남아있다.

     

    루크는 바싹 엎드린 채, 몸으로 가려 그의 각도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조심스레 바닥을 더듬었다.

     

    ‘있다.’

     

    그것은, 방금 전까지 리브가 사용했던 무기.

    어보미네이션의 몸에 가려져 주우러 갈 수 없었던 전투용 나이프였다.

    하지만 이는 어보미네이션을 자르는 데엔 터무니없이 작은 칼날.

    검기를 다룰 수 없는 이 몸은, 리브와는 달리 이런 나이프를 쥔다고 저 거구를 베어낼 수 없다.

     

    그래도 인간의 목을 동강내는 데엔 여전히 충분한 길이.

    처음에는 죽일 생각이 없었기에 굳이 집어 들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를 확실히 죽여야했다.

     

    애초에 처음부터 이것을 노리고 일부러 공격을 받아서 이곳으로 날려온 것이다.

     

    마법은 사용하기 전에 들키고, 신성력은 그야말로 최후의 수단이다.

    아직 그에게 내보이지 않은 수단은……. 용의 일부 뿐.

    하지만, 녀석의 손에 저 지팡이가 있는 한, 용은 도움이 전혀 안 된다.

    몸집이 커져 봤자, 피탄범위가 늘어날 뿐이니까.

     

    아마, 금세 녀석의 마취탄에 범벅이 되어 정신을 잃고 말겠지.

    지금으로는 그를 방심시키는 것이 최선의 수다.

     

    “그래도 그 몸으로도 꽤 오래 버텼어, 굉장해. 그나저나…….”

    “…….”

    “아아, 굉장한 가치다. 네 몸, 너무나도 연구해보고 싶은 걸.”

     

    자신을 핥는 듯이 내려다보는 시선.

    루크는 품 안에 숨긴 나이프를 더욱 강하게 고쳐쥐며, 목소리를 날카롭게 쏘아냈다.

    “변태자식, 네가 그러라고 매일 정성들여 가꾸어온 몸이 아니다.”

    “이런, 난 그렇게까지 어린 여자애 취향은 아니라고. 뭐, 어린 아이를 제물로 쓰는 걸 선호하기는 하지만……. 그런 걸로 종종 그런 오해를 받으면 참 속상해.”

     

    억울하다는 듯이 과장되게 중얼거리는 그의 목소리에는, 억울하다는 감정이 조금도 섞여 있지 않았다.

    뭐, 애초에 그의 목소리엔 감정이 하나도 드러나지 않았지만.

     

    -저벅, 저벅…….

     

    그렇게 루크는 한 걸음씩 가까워지는 그와의 거리를 속으로 재며, 쏘아질 나이프의 경로를 계속해서 수정해나갔다.

     

    ‘조금만, 조금만 더…….’

     

    그러다 멈칫.

     

    세이어가 발길을 멈추었다.

    그에 루크는 속으로 크게 당황했다.

     

    ‘설마, 기습이 들킨 건가?’

     

    아니, 그랬다면 다시 그가 가진 ‘드워프의 지팡이’가 불을 뿜었을 것이다.

    지금은 단순하게 생각에 잠긴 모양.

     

    “흐음, 잠깐. 이렇게 자세히 보니……. 나도 뭔가 떠오르는 것 같은데?”

     

    색이 다른 두 눈동자와, 풍성한 느낌의 백금발 머릿결. 이것만 보아서는 단순히 특이한 고양이 수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소녀의 분위기가 너무나도 낯익다.

    이는 분명 오랫동안 보아온 듯한 느낌인데…….

     

    ‘어디서 봤지? 내가 예전에 고양이를 다룬 적이 있었나?’

     

    긴장되는 침묵, 그리고 그것을 깨트린 것은 세이어의 박수소리였다.

     

    -짝-!

     

    “아아!”

     

    그 순간, 그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한가지 생각.

     

    “그 마력량과 심장, 이제 알겠다.”

     

    그는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너, 도망쳤다는 바로 그 ‘샘플’이구나?”

     

    ‘샘플?’

     

    샘플이라니, 그건 또 무슨 말인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머글은 아니고 드워프의 지팡이입니다!
    헬켄 산, 거기는 작품 초기부터 드워프의 성지로 루크에게 몇번 언급된 곳이죠?

    그리고 놀랍게도, 헬켄의 이니셜을 따면 HK네요!
    지저스!!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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