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84

       생각해보면 아제르나는 전기가 없어 참 많은 것이 없는 세상이었다.

        

       방송의 역사가 어느 곳에서 시작되었는지 물어본다면 사람마다 대답이 제각각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아마 ‘라디오’를 연상할 거다.

        

       라디오 전파를 송출하고 수신할 수 있게 되면서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걸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게 되었고, 거기서 음악을 틀어주거나, 사연을 읽어주거나, 토크쇼를 하거나, 아니면 목소리로만 이루어진 드라마를 들려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제르나에서는 그 ‘라디오’가 발명되지 않았다.

        

       물론 라디오의 기술이 20세기 극초반에 완성되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증기기관으로 이루어진 세상이라고 그런 것이 영영 없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설령 전기를 이용한 장치들이 영영 발명되지 않는다고 해도, 극단적으로 마법이라는 것이 존재했고, 그 마법을 이용한 전화도 있었으니 그걸 응용한다면 어떻게든 될지 모른다.

        

       하지만 가능성은 가능성일 뿐. 어쨌거나 아제르나에서는 아직 글로 소식을 전했다. 그러니까 현대인이 말하는 ‘방송’이라는 개념은 애초에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는 소리다.

        

       “그러니까, 서커스의 광대와 비슷한 건가요?”

        

       “…….”

        

       음, 뭐.

        

       배우라고 하기에는 조금 그렇고, 말하자면 광대 비슷한 것이기는 하지만, 요즘 시대에 방송하는 사람들을 대놓고 광대라고 부르는 것은 너무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긴, 샤를로트가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 맞긴 하지. 아제르나에서는 아직 10대 중반의 신세대지만, 21세기를 기준으로 하면 백수십 년 전의 사람이니까.

        

       게다가 그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왕족이었으니 더하면 더했을 거다.

        

       오히려 방송이라는 것을 보고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클레어나 앨리스 쪽이 더 신기하지.

        

       “그럼 그 방송이라는 곳에서 여러분은 무엇을 하나요?”

        

       “주로 게임을 하거나, 대화를 나누거나, 무언가 물건을 보여주죠.”

        

       혹은 뭔가 먹을 수도 있고.

        

       미아가 왔으니 먹방의 가능성이 매우 크게 열렸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그래도 미아가 어디까지 먹을 수 있을지는 확인해봐야겠지만.

        

       원래 뭔가 조금씩 자주 먹는 사람은 막상 한꺼번에 많이 먹이려고 하면 탈이 나는 경우가 많다. 여기까지 온 아이를 아프게 할 수는 없으니, 그건 주의해야겠지.

        

       “그것만으로 돈이 되나요?”

        

       “…….”

        

       그러게.

        

       우리 방송이 재미있나? 사실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우리가 본격적으로 코미디를 하거나 농담으로 사람을 웃기는 컨셉은 아니었기 때문에, 방송을 다시 보기로 봐도 딱히 재미있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도 조회수는 그럭저럭 올라가고, 시청사 수도 꾸준히 계속 늘어나는 것을 보면 나름대로 매력은 있는 모양이겠지.

        

       ……그것도 아니면 그냥 우리 예쁜 얼굴을 보러 들어오거나.

        

       “돈이 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게임은 노는 것이라고 했죠? 놀면서 돈을 번다는 건가요?”

        

       뭔가 사기꾼에게 속은 사람을 보는 것 같은 눈인데, 이걸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게 계속 의심만 하지 말고, 직접 보는 건 어때?”

        

       옆에서 그 광경을 보다 못한 클레어가 그렇게 말했다.

        

       “이제 슬슬 방송 시작 시간이라.”

        

       “좋아요.”

        

       샤를로트는 숨을 내쉬며 말했다.

        

       “정말이지, 이쪽 세상은 설명을 들어도 하나도 모르겠네요.”

        

       그러게. 나도 설명하면서 하나도 모르겠다.

        

       세상은 참 복잡하구나, 라는 것을 그저 다시 한번 깨달을 뿐이다.

        

       “그럼, 어쩔 거야?”

        

       “네?”

        

       앨리스의 말에 샤를로트가 눈을 깜박였다.

        

       “방송에 같이 나올 거야? 아니면 옆에서 먼저 보고 있을래?”

        

       “…….”

        

       샤를로트는 입가에 손을 올리고 잠깐 고민하다가,

        

       “……정말로 그 방송이라는 것으로 돈을 벌 수 있다면, 제가 함께하는 쪽이 도움이 될까요?”

        

       “아마 무조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안 그래도 싱크로율이 천장을 뚫은 코스프레 삼인방이라서 유명해지는 참인데, 여기서 두 명이 더 추가되면, 그것도 무려 그 게임 시리즈의 히로인 두 사람이 더 추가된다면 더욱 화제가 될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샤를로트가 이 세상에 대해서 보이는 반응 하나하나가 무척 재미있었다. 그런 반응만 주기적으로 보여줘도 무조건 도움이 될 거다.

        

       “그렇다면, 저도 함께 하도록 하죠. 여기서 공짜로 먹고살 수는 없으니까요.”

        

       가슴을 펴며 말하는 샤를로트가 참 갸륵했다.

        

       “좋습니다, 그럼.”

        

       나는 바로 방송 준비를 했다.

        

       *

        

       [사람이 늘었다?]

       [샤를로트다]

       [ㄷㄷㄷㄷㄷ]

       [샤를로트?미아?]

        

       “어쩌다 보니 함께 지내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나는 옆으로 살짝 몸을 비켜 두 사람을 화면에 보였다.

        

       미아는 자기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 비친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한 건지 화면 안의 자신을 빤히 바라보았다.

        

       카메라 안에서 자세를 잡기 쉽게 거울에 비치는 것처럼 좌우를 반전시켜놓긴 했지만, 화면 안의 자신이 조금 더 늦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거울은 아니다’라는 것을 인지한 모양이다. 게다가 옆에선 사람들의 말이 올라가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저게 ‘채팅’이라는 말이네요.”

        

       샤를로트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한국어를 할 줄 모르니, 당연히 샤를로트 눈에는 외계어로만 보일 거다.

        

       “읽는 법은 천천히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해요. 저도 최대한 도움이 되도록 해보죠.”

        

       [얘도 컨셉이냐고ㅋㅋㅋㅋㅋㅋ]

       [진짜 이세계에서 왔냐고ㅋㅋㅋㅋㅋ]

       [근데 퀄리티는 좋다]

        

       “뭐라고 하는 건가요?”

        

       방송을 켜기 전에 채팅에 대한 설명을 간략하게 들은 미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우리 모습이 우리 같아서 좋대.”

        

       “……저희 모습이 저희 같은 것은 당연한 게 아닌가요?”

        

       미아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채팅장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미아 최고다!]

       [ㄱㅇㅇ]

       [ㄱㅇㅇㄱㅇㅇ]

       [700]

        

       미아는…… 여러 가지 의미로 매니아가 조금 있는 캐릭터였다.

        

       “이건 뭐라고 하는 거죠?”

        

       “미아가 귀엽다고 합니다.”

        

       샤를로트의 질문에 대답했더니, 샤를로트의 눈이 가늘어졌다. 채팅을 읽지는 못하지만, 내용을 알고 나자 바로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샤를로트, 미아나 우리나 나이 차이는 거의 안 나잖아.”

        

       “하지만 외모라는 게 있죠.”

        

       [합법?]

        

       나는 그 채팅을 친 사람을 밴 했다.

        

       ……일단 주민등록증에는 성인이라고 되어있었고, 아마 미아도 주민등록증이 발견되면 거기엔 성인이라고 쓰여있겠지만, 나는 아직 우리가 10대 중반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나라 법으로 합법이라도 도덕적으로 대놓고 선을 넘는 거잖아. 당연히 안돼.

        

       “앞으로는 이 두 분도 저희와 함께 방송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한 방송 안에서 다섯 명이 언제나 등장하는 게 어려울 수 있으니 중간중간 교대하며 방송할 수도 있습니다……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건 없으니, 계획이 생기면 공지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ㅔㅔ]

       [ㅇㅋㅇㅋ]

        

       나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서 다행이다.

        

       물론 이 두 사람도 한국인이 되어있을 테니, 그 이야기를 알리면 그때부터는 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 없었지만.

        

       “그럼…… 좋습니다. 조금 전에 우리가 우리처럼 생긴 것이 왜 이상하냐고 물어보셨습니다만, 그 이유를 바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테이블 옆에 있던 게임 패키지를 들었다.

        

       바로 게임으로 들어가지는 않는다. 그러면 도중에 힘이 빠지니, 우선은 한 시간 정도 토크로 예열 후 게임 플레이에 들어간다.

        

       나름대로 인터넷을 뒤져보며 찾아본 방송 방법이었다.

        

       “이건…… 당신이네요.”

        

       패키지에 그려진 나를 보고 샤를로트가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여기엔 나도 있고, 앨리스도 있어.”

        

       클레어가 샤를로트의 어깨 너머로 패키지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조금 멀리 떨어지긴 했지만 확실하게 클레어와 앨리스가 그려져 있었다.

        

       그 둘 뿐만이 아니다. 그 많은 주요 등장인물이 다 그려진 표지였으니까. 물론 그 가운데 가장 크게 그려진 게 실비아였고, 그래서 반발도 심했다는 모양이다.

        

       “……저도 있네요.”

        

       “그렇습니다.”

        

       나의 대답을 듣고, 샤를로트는 조금 이상하다는 듯 미간을 찡그린 채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남들 앞에서 이렇게 당당하게 해도 괜찮은가요?”

        

       “어차피 진지하게 믿는 사람도 없을 테니까요.”

        

       “여, 여기는 마법도 없다고 했죠?”

        

       나는 미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컨셉확실하고]

       [진짜 웬만한 버튜버보다 철저한거같음]

        

       그야 본인들이니까.

        

       오히려 평범한 척하라면 역으로 어색해질걸.

        

       “이게 저희가 방송에서 자주 플레이하는 게임입니다.”

        

       “……우리가 등장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연애도 하고요.”

        

       “…….”

        

       샤를로트가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의 미아를 한 번 봤다가, 앨리스와 클레어 쪽을 보았다.

        

       두 사람 모두, 나의 말에서 어떤 아이디어를 발견한 모양이었다.

        

       그렇다.

        

       나와 앨리스는 서로를 공략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었는데, 여기에 다른 후보가 생긴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차피 스토리는 아직 반 정도 남았으니, 조금 빡빡하긴 해도 공략이 가능하지 않을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