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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4

    “네가 바로 그 도망쳤던 샘플이구나? 이제 알겠어.”

     

    ‘샘플’이라는 세이어의 말은, 루크의 궁금증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했다.

    샘플이라고?

    대체 무엇의?

    만약 그의 착각이라고 치부 하더라도, 그 말은 너무나 의미심장했다.

     

    “무슨 뜻이지, 샘플이라니?”

    “너, 그 모습. 진짜가 아니지?”

    “…….”

     

    그것은 진실이었다.

    루크는 현재, 폴리모프로 자신의 모습을 살짝 바꿔놓은 상태였으니까.

    대표적으로는 뿔을 가리고, 목 언저리에 난 역린을 가렸다.

    이는 부자연스러운 뿔이 난 모습보다는 얼핏 봤을 때 일반적인 고양이 수인으로 보이는 편이 시선을 덜 끌기 때문이었다.

     

    또 성장을 조금 더 억제시켰으며, 신체 내부의 구조를 바꿔 자기 파괴적인 브레스가 목구멍에서 새어 나오지 않게 했다.

    이는 지나친 성장으로 오해를 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고.

     

    헌데, 세이어가 말하는 것은 조금 달랐다.

     

    “흐음, 나는 샘플이 인간의 모습을 취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뭐라고?”

     

    그 말은, 그가 자신의 본래 모습.

    즉, 인간이 아닌 다른 형태의 모습을 직접 보았다는 이야기였다.

     

    설마 이는 자신이 이 시대에 눈 뜨기 전, 그 모습을 칭하는 것인가?

     

    혼란스러운 상황에 루크가 입을 다물자, 세이어는 그것이 정곡을 찔린 반응이라 생각하며 옅게 미소지었다.

     

    “아아, 설마. 인간의 모습이 되면 눈치채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거야? 용의 심장을 가진 고양아.”

    “그, 그건…….”

     

    드래곤 하트, 그것은 결코 흔한 것이아니다.

    그것도 살아있는 생물의 심장에 박힌 것은 더더욱 일반적이지 않다.

     

    하지만, 그동안 ‘그’는 그 연구를 목적을 위해 수도없이 반복해왔다.

    그러는 와중에 많은 사고도 있었지만, 결국은 목적을 이뤄냈지.

     

    “돌아와줘서 기쁘네, 네 주인이 널 기다리고 있어.”

     

    그리고 그 모든 계획의 설계는, ‘샘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계획이 거의 막바지에 이르른 지금은, 딱히 그렇게까지 필수적인 재료는 아니게 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유용한 것이다.

     

    세이어의 음침한 미소에, 루크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아무래도 넌 많은 걸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예전에 만났을 때, 그렇게 쉽게 죽여선 안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때, 최대한 살려서 많은 정보를 빼내었어야 했는데…….

     

    ‘아니, 이 또한 기회다.’

     

    지금이라도 알았다면, 행하면 된다.

    루크는 마력을 끌어올리며 나이프를 더욱 강하게 쥐었다.

    약에 중독된 후부터 무언가가 조작을 방해하는 느낌에 자유롭지는 않았으나, 억지로 의지를 불어넣으면 아직 작동은 한다.

     

    “아직도 마력을 다룬다니, 대단한걸. 하지만 소용 없어.”

     

    하지만 안경을 통해 루크의 마력이 움직이는 것을 본 세이어는 그를 비웃으며 말했다.

     

    “그 마취약 말야. 원래 너 같은 드래곤 하트를 상대하려고 만들어진 거니까.”

     

    그렇다.

    이건 처음부터, 드래곤조차 잠재울 수 있도록 만들어진 마취탄이었다.

    그러니까 드래곤의 그 두꺼운 마력 방호를 뚫고, 그 거대한 몸집을 잠재우기 위한 목적으로 특별히 제작된 물건이라는 얘기다.

    저 작은 몸으로 지금까지 버틴 것만 해도 용한 거지.

     

    “…….”

     

    그의 말에, 루크는 더욱 눈살을 찌푸렸다.

     

    ‘드래곤 하트’를 상대할 수단이 있다는 것은, 그의 입으로 직접 이곳이 ‘드래곤 하트’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말한 것이나 다름이 없으니까.

    이는 즉, 도플갱어와 드래곤하트를 이용해 무언가를 벌였다는 말이 된다.

     

    그에, 루크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너희는 멸종한 드래곤을……. 불러낼 생각이었군.”

    “음, 비슷할지도.”

     

    세이어는 천연덕스럽게 어깨를 으쓱이며 루크에게 다가갔다.

     

    “그러니까, 너도 이만 포기하고…….”

    “닥쳐라!”

     

    그 순간, 루크는 폴리모프를 해제하며 몸을 움직였다.

    폴리모프에 사용했던 마력을 그대로 맹렬히 회전시키며, 숨겨둔 나이프를 세이어를 향해 베어낸 것이다.

    폴리모프로 묶여 있던 마력은, 아직 약품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순수한 상태였으므로, 루크의 의지를 완벽하게 투영하며 움직였다.

     

    하지만-.

     

    “알고 있었어, 그 정돈.”

     

     

    휙, 고개를 돌리는 세이어.

    그 탓에 칼날을 그의 얼굴을 크게 갈랐을 뿐, 목을 베어내지는 못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기다렸다는 듯 공격을 이어오는 어보미네이션.

     

    -퍼억!

     

    “큭……!”

     

    어보미네이션의 타격에 의해 멀리 날아가 벽에 부딫힌 루크는, 쉽사리 일어나지 못하는 듯 했다.

     

    “흠…….”

     

    어쩐지 나이프의 위치를 의식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정답이었나.

     

    세이어는 꽤 깊게 베어진 자신의 얼굴을 어루어만지며, 깔끔하게 양단이 나 바닥에 떨어진 마력 감지 안경을 내려다보았다.

    생각보다 더 빨랐네.

    이토록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굉장한 움직임이었다.

    눈치채지 못했다면 정말 죽었을지도 모른다 생각했을 정도.

     

    “하지만, 이제는 정말 못 움직이겠지.”

     

    그녀의 마지막 수단이 사라졌으니, 아마 이제는 순순히 투항을 해 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혹시 모르니 한 발 더 쏠까도 싶었지만, 저렇게 축 늘어진 모습을 보면 굳이 비싼 약품을 낭비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세이어는 루크의 몸을 들어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당장 숨이 끊기면, 모든 생물은 기절하니까.

    그것은 소모되는 비용도 없으니, 꽤 효율적인 방식이 아닌가.

     

    “유감이야. 네가 투항하기만 했어도, 난 정말 아프게 할 생각이 없었단 말이지.”

    “끅…….”

     

    루크의 몸이 속절없이 들어올려졌다.

    목을 향해 가해지는 압박감에, 루크는 서서히 정신을 잃어갔다.

     

    “그런데 이렇게 보니, 정말 별난 모습이야. 뿔 달린 고양이라…….”

     

    그 순간이었다.

     

    “흐, 흐흐흐…….”

     

    자신의 손에 목이 졸리며 웃는 루크의 모습에, 세이어는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응? 갑자기 왜 웃니? 아, 혹시 목이 졸리는 게 취향이었던 거야?”

    “큭, 헛소릴…….”

     

    루크는 두 손으로 세이어의 팔에 손톱을 박아 넣으며 이를 씹듯이 중얼거렸다.

     

    “이 거리에서는 절대 못 피하겠지.”

     

    “응? 내가 뭘 못 피한다는-.”

     

    그 다음 순간, 세이어의 눈이 보게 된 것은 한 줄기의 섬광.

     

     

    브레스였다.

     

    -파앗—!

     

    ——–

     

    “케흑, 컬록!”

     

    브레스.

    마력이 서서히 약물로 인해 굳어가는 와중에 떠오른 한가지 공격수단이었다.

     

    브레스는 기본적으로 마법이 아니라 신체 활동이다.

    따라서 드래곤하트의 마력이 모조리 제한되더라도, 여전히 브레스는 유효한 공격수단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일단 사용한 다음엔 입 안 상태가 말이 아니게 되는지라, 최후의 수단이기도 했다.

    게다가, 브레스를 내뱉기 위해서는 불길이 올라올 만큼 역린을 강하게 자극해 주어야 한다는 문제도 있었고.

     

    헌데, 참으로 얄궂게도.

     

    녀석은 일부러 자신의 목을 졸라서 기절을 시키려고 했던 것이다.

     

    덕분에 루크는 어떤 노력을 할 필요도 없이 역린을 자극했으며, 동시에 녀석의 지근거리에서 기습적으로 화염을 얼굴에 먹여줄 수 있었다.

    어린 여자아이의 무력한 모습에 방심했던 모양이지?

    본의 아니게 기만전술을 사용한 격이 되었다.

     

    “크윽……. 이래서 쓰고 싶지는 않았는데.”

       

    루크는 따끔한 목을 어루어만지며 깊은 불길을 내뱉었다.

    최대한 억제했음에도 입 안의 고통은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지만…….

     

    -화르륵–!!

     

    저기서 불타는 세이어의 얼굴을 보면 그래도 나름 만족스러운 상황이었다.

    이제 그도 두 눈을 잃었으니, 더 이상 자신을 귀찮게 할 수 없겠지. 

    뭐, 루크도 그를 죽일 생각은 없었다.

    그에게서 들어야 할 것이 꽤 많으니까.

    불사자인 자신도 회복하는 게 어려웠으니, 기껏해야 언데드인 세이어가 쉽사리 회복하지는 못 하리라.

     

    루크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세이어의 품에서 녀석이 쓰던 지팡이를 빼앗는다.

    녀석의 지팡이는 마력을 쓰지 않는 대신, 좌표를 지정하고 발사할 수 없어서 활이나 쇠뇌와 같이 육안으로 조준하고 발사해야 하는 물건으로 보였다.

    역시나 마력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다시 봐도 참 신기한 물건이로군.’

    이런 것들이 세상이 있는 줄 알았다면, 대응을 했을 텐데 말이다.

    그리고, 이 짜증나는 안개도 말이다.

    허나 존재를 몰랐는데 어떻게 대비를 하겠는가?

    이제는 다시 그런 실수를 하지 않는 수 밖에 없겠지.

    뭐 다른 일이야 어찌 되었든, 이제는 어보미네이션을 상대할 차례.

    루크는 사용 법을 모르는 지팡이를 일단 저 멀리 치워두고, 어보미네이션의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

    -쿵, 쿵, 쿵-!

     

    어보미네이션은 역시나 지휘자를 잃었기 때문인지, 누가 광휘룡의 자식이 아니랄까봐 브레스의 눈 부실 정도로 강렬한 섬광에 놀라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른 채 갈팡질팡하며 마구 난동을 피우고 있을 뿐이었다.

     

    루크는 약물의 영향을 받은 마나와 아직 운용할 수 있는 마나를 분류하고 재배치하기 시작했다.

     

    안경이 없으면 마나의 흐름을 전혀 읽을 수 없는 세이어다.

    헌데 심지어 시야까지 잃어버렸으니, 그는 루크에게 전혀 반응할 수 없었다.

     

    그리고 세이어의 성가신 방해가 없다면, 어보미네이션을 소멸시키는 것 정도는 너무나 쉬운 일이다.

     

    ‘움직일 수 있는 마나를 그러모으니, 그래도 5서클 마법 하나까지는 어떻게 가능하겠군.’

     

    그렇게 루크는 머릿속으로 사용할 주문을 조합하기 시작했다.

    캐스팅은 좀 걸리겠지만, 확실한 것이 좋겠지.

    속성은……. 불은 언데드를 죽이는 데에 탁월하지만, 이 곳이 밀폐된 지하공간이니 자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니 불을 제외한 바람과 얼음, 대지를 복합적으로 선택하고, 범위는 녀석의 신체를 확실히 소멸시킬 수 있도록 최소한으로 압축한다.

    그리고, 안정화.

    안개의 감각 교란으로 인해 좌표 생성이 용이하지 못하니, 신중을 기한다.

     

    그렇게 마법을 캐스팅하여 손 끝에 장전한 루크는, 어보미네이션을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다.

    그리고 어보미네이션의 체내에 좌표를 지정했다.

    보통 살아있는 생물의 내부에는 의지력의 간섭으로 인해 좌표를 설정할 수 없지만, 언데드인 녀석은 다르다.

     

    따라서 어느정도 수준 높은 마법사라면, 지성이 없는 언데드의 체내에 현상을 발생시키는 것 정도는 쉽다.

     

    ‘엘리멘탈 익스플로전.’

     

    이는 일반적인 연소작용이 아닌 원소의 강제적인 팽창으로 인한 단순한 파괴이며, 동시에 대상의 구조를 무너트리는 데에 탁월한 현상.

    그것이 어보미네이션의 체내에서 폭발하자, 그 폭발의 중심에 있던 머리가 소멸하고 그 주변의 육신들은 파편이 되어 사방으로 흩날렸다.

     

     

    -팍!

     

    —!

     

    -철퍽, 철퍽.

     

    이내, 마치 질척한 빗소리와도 같은 기분 나쁜 소음이 지하에 울려퍼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루크 데스빔.

    다다음편에 끝날거라 말씀드렸는데 어쩌다보니 끝이 안나서 한편 더 썼습니다.
    이제 진짜 끝났슴!

    ps. 어보미네이션 디자인을 좀 단순하게 할 걸 그랬나 싶네요. 다시 그릴 엄두가 안남;

    아무튼 이제 루크도 자신이 완전 무적이 아니라는 걸 알았네요.
    자! 이제 총을 연구하는거다, 루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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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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