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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4

       *** ***

         

       내가 시체 처리를 마치고 철혈서를 숨긴 뒤에 가장 먼저 간 곳은 바로 모용서가 머물고 있는 객잔이었다.

       

        바로 모용세가의 직계와 상황을 공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시기적절하게도 내가 모용서를 찾아갔을 때, 광산 시찰을 마친 모용연화와 모용찬경 역시 모용서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비무를 벌이기로 했다고요?”

         

       “예. 그 때문에 이리 숙부를 찾아왔습니다.”

         

       모용연화의 입을 통해 광산에서 있었던 일을 전해들었다.

         

       모용모는 분타의 사람들이 광산의 실태를 목격하고 나면 마음을 고쳐 먹을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정말로 광산 시찰로 인해 분타주와 방계들의 의견 대립이 시작될 줄이야.

         

       그런 상황을 바라고는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아니면 철저하게 비밀을 유지하면서 쌓여 있던 방계들의 불만이 이번 사태로 기폭된 것일까.

         

       어쩌면 둘 다 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찌 그들의 수는 파악하셨습니까?”

         

       “…예.”

         

       나는 이야기를 가볍게 각색해 들려주었다. 아무래도 철혈서가 내 말을 듣는다는 것은 너무 수상해 보이니 그 부분만 철혈서가 너무 지쳐 의욕이 없었던 것으로 수정했다.

         

       “말도 안 돼….!”

         

       당연한 말이지만 세 사람은 기함을 토해냈다.

         

       충격적인 소식을 들은 모용서는 한동안 이마를 감싸쥔 채 말이 없었다.

         

       분타에서 뭔가 뒤가 구린 수를 쓰고 있으리라는 예상 정도는 했겠지만 분타가 꾸미고 있었던 일은 상정할 수 있던 상황중에서 최악이었으니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숙부님. 이미 이런 상황은 각오했던 것이 아니었습니까.”

         

       반의 반 각도 안 된 사이에 팍삭 늙어버린 모용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대책…대책을 세워야지…”

         

       그런 모용서를 바라보던 모용연화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대협.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감사합니다.”

         

       “..감사할 것까지야 있겠소.”

         

       모용서가 피로한 안색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연화의 말이 맞소. 혈교와 연류된 일을 무림에 폭로하셨다면 그야말로 무림의 영웅이 되셨을 수 있었을 텐데. 그 유혹을 떨치고 우리 모용세가와의 약속을 우선해 주셨으니 어찌 감사를 표하지 않을 수 있겠소.”

         

       세 사람이 벌떡 일어나 포권을 해 보이는 것을 보며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혈교의 비밀을 폭로한다라.

         

       세 사람은 충분히 내가 그런 선택지를 택할 수 있으리라고 여겼지만 사실 나는 그럴 수가 없는 처지였다.

         

       이번 일이 공론화되면 모든 상황이 철저하게 조사될 터.

         

       그렇게 된다면 철혈서가 나를 따르는 사실 역시 밝혀질 테고 혈인을 상대로 어떻게 정보를 빼냈는지에 대해서도 자세한 조사가 들어오겠지.

         

       나 역시도 철혈서가 왜 내 말을 듣고 적대하지 않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저 외가의 핏줄 때문이 아닐까 추측할 뿐.

         

       혈교 때문에 눈이 시뻘개진 자들 앞에서 ‘내 핏줄의 절반은 혈교의 것이요’를 선언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뻔한 이야기였다.

         

       이번 일이 모용세가의 손에서 비교적 조용히 수습되는 것은 나 역시 바라는 일이었지만 그 이유를 시원하게 말할 수 없었으니 만능 핑계를 입에 담았다.

         

       “섬서분타가 혈교와 연류되었음을 공론화시킨다면 분타에 피바람이 불 것은 자명한 일이었습니다. 내 의형제인 모용모가 무고함을 익히 알면서도 어찌 그럴 짓을 할 수 있겠습니까.”

         

       “허어…! 명예보다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시다니…! 진정한 대협!”

         

       …내 말에 감동을 받은 듯한 모용서의 눈이 사정없이 떨렸다.

         

       “지금 사태의 결말이 어떤 식으로 나더라도, 모용세가는 대협의 편이 될 것임을 이 모용서의 이름을 걸고 약속드리겠소!”

         

       “…감사합니다.”

         

       본의 아니게 모용세가의 직계들과 끈끈한 신뢰관계를 다진 뒤에 본격적인 대책수립을 시작했다.

         

       “가장 온건한 해결 방법은…역시 결자해지겠지요.”

         

       모용연화의 의견에 모용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비무에서 필히 승리하고…분타를 흔들어 정말로 혈교와 내통한 자들을 추려내야겠군.”

         

       나 역시 모용서의 의견에 동의했다.

         

       혈교와 내통한 자들을 추려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무에서 패배해 버리면 아무래도 그림이 요상해진다.

         

       마치 직계가 방계에게 패배해서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는 것 같은 구도가 되어버리니까.

         

       방계들 역시 중진들이 성과를 냈으니 일단 중진들의 편을 들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되어버리기도 하고.

         

       비무에서 패배하면 일이 어떻게 흘러가더라도 지저분해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니 비무를 한다면 꼭 승리를 거두어야 하는데…

         

       “이길 수 있겠습니까?”

         

       내가 볼 때 비무의 승산은 높지 않았다.

         

       우선 절정간의 대결이라 할 수 있는 모용찬경과 모용석질의 대결.

         

       두 사람을 여러 번 보아온 나는 이 대결의 결과를 익히 짐작할 수 있었다.

         

       첫 번째 비무는 모용찬경이 질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직계가 익힌 무공이 방계가 익힌 무공보다야 더 절학일 테지만 절정 정도의 경지에서는 솔직히 압도적인 이점도 아니다.

         

       반면 두 사람의 나이 격차는 확연하다.

         

       애초에 모용찬경은 아직 약관이 지나지 않은 나이. 성장기라 할 수 있는 나이에 두 살 차이는 큰 격차다.

         

       불안 요소는 또 있다.

         

       내가 보고 경험한 모용석질은 친 분타주 성향이 무척 강했으니 어쩌면 일주일 사이에 혈교의 격발공이라도 익혀올지 모를 일이다.

         

       다음으로는 모용연화.

         

       모용세가를 대표하는 후기지수답게 무르익은 초절정이지만 그렇다 한들 혈교의 무공을 단련해온 중진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

         

       쉬이 판단할 수 없는 일이었다.

         

       모용서는 그나마 승리가 확실한 패라고 할 수 있었다.

         

       모용진객은 화경 초입이고 모용서는 완숙의 경지에 달한 화경.

         

       그 비술이라는 것을 동원하더라도 쉬이 뒤집기는 힘든 격차겠지.

         

       모용서가 확실하게 득점을 한다 쳐도 둘 중 한 사람이 이겨 줘야 하는데…딱히 전망이 좋지는 않았다.

         

       “이겨야지요.”

         

       모용연화가 결의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비무에서 이기는 것만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요.”

         

       “그렇군요.”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어차피 비무에서 승리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단이 없었으니까. 쓸데없는 걱정은 모두 접어 두고 조금이라도 승률을 끌어 올리는 것이 올바른 판단이겠지.

         

       “그나마 혈교의 무공을 한 번이라도 견식해 본 바.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 싶습니다만…”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일주일.

         

       섬서분타와의 비무를 대비한 특훈이 시작되었다.

         

       *** ***

       

       “본인은 찬경이에게 판을 뒤집을 수 있는 특별한 수를 연마시키겠습니다. 대협께서는 연화의 수련을 도와주시지요.”

         

       “알겠습니다.”

         

       나와 모용서는 각기 모용연화와 모용찬경을 분담해 맡았다.

         

       모용서의 표정은 아직 허용되지 않은 직계의 비전절기라도 전수해 줄 기세였으니 기대해 보아도 괜찮지 않을까.

         

       아무튼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지.

         

       나 역시 혈교의 무공을 알려 주기 위해 모용연화와 마주섰다.

         

       “우선은 실력을 한번 보여줄 수 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스르릉!

         

       모용연화가 검을 뽑아들며 기수식을 취했다.

         

       단번에 패도일휘검의 기수식임을 알아볼 수 있는 특징적인 자세.

         

       모용세가.

         

       요녕에 적을 두고 있는 모용세가는 사실 거리만 따지면 새외새력으로 분류가 되어야 할 정도로 중원무림의 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진 세가였다.

         

       그만큼 중원무림의 일반적인 무학과는 다른 독특한 무공체계를 취하고 있었다.

         

       “본가의 무공에 대해서는 알고 계십니까?”

         

       “물론입니다. 패도일휘검과 반연무월검. 견식해 보겠습니다.”

         

       모용연화가 고개를 끄덕이며 곧바로 달려들었다.

         

       망설임없이 거리를 좁히는 모용연화의 기세는 가녀린 여성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패도적이었다.

         

       마치 호랑이가 뛰쳐올라 나를 덮치는 것만 같은 맹렬한 기세.

         

       패도일휘검의 정수를 담은 공격이 떨어져 내렸다.

         

       쿠웅!!

         

       검을 들어 첫 공격을 막아낸 뒤에도 모용연화의 공격은 끊이질 않았다. 정수리를 쪼갤 기세로 들이닥친 검은 그 힘의 방향을 바꾸어 교묘하게 내 옆구리를 노리고 송곳니처럼 쏘아졌다.

         

       훌륭한 연계.

         

       과연 명가의 후기지수라는 말이 절로 머릿속에서 떠오를 정도로 깔끔하게 이어지는 연격에 나는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까아아앙!!

         

       의도적으로 몇 번 공세를 허용하며 모용연화의 공격을 받아 준 나는 이어지는 모용연화의 공격을 강하게 받아쳤다.

         

       공세의 흐름이 끊어지고 그 틈새 사이로 뻗어지는 내 검.

         

       내가 공세를 취하리라는 것을 파악한 모용연화의 눈이 빛나며 순식간에 태세가 바뀌었다.

         

       강맹한 검력을 지닌 채 뿌려진 내 검과 모용연화의 검이 맞닿았다.

         

       그리고 그 순간.

         

       카가가각!!

         

       내 검은 그 투로를 벗어나며 모용연화의 검면을 긁는 것에 그쳤다.

         

       반연무월검이 발현한 이화접목의 이치에 따라 내 검로가 뒤틀렸기 때문이었다.

         

       완전히 성질이 다른 무공을 순간적으로 전환하며 마치 하나의 무공처럼 사용하는 것.

         

       그게 바로 모용세가가 추구하는 무학이자 동시에 모용세가만의 절기였다.

         

       나는 내 검의 투로를 완전히 틀어버린 모용연화의 반연무월검의 묘리를 몸으로 느끼며 연무장에 남아있던 조법의 흔적을 머릿속으로 되새기며 팔에 힘을 더했다.

         

       그 흔적으로 유추할 수 있는 조법의 위력은 지금 내가 뿌린 공격보다 더 위였으니까.

         

       콰앙!!

         

       “읏!”

         

       내 검격에 충격을 받은 모용연화가 뒤로 물러섰다. 갑작스럽게 치고들어온 내 검격을 온전히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버티셔야 합니다. 혈교의 무공을 익힌 이상 상대는 수상한 징조가 드러나기 전에 연화님을 제압하고 비무를 끝내려 할 테니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아마 신체나 기운을 격발시키는 수단을 사용할 것입니다.”

         

       모용연화는 파르르 떨리는 자신의 팔을 보고는 입술을 깨물었다.

         

       사실 지금 내가 뻗은 일격은 연무장에 새겨져 있던 흔적보다도 더 강한 위력을 품고 있었다.

         

       현 모용연화가 받아내기에는 가혹한 공격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혈교의 비술이라는 것까지 감안해본다면 이 정도는 충분히 받아칠 수 있어야 중진들을 상대로 우세를 점칠 수 있을 터였다.

         

       모용연화는 왼 팔로 떨리는 자신의 오른팔을 꾸욱 쥐어 진정시킨 뒤 다시 기수식을 잡았다.

         

       “다시, 부탁드리겠습니다.”

         

       의지를 불태우는 모용연화를 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투지를 보인다는 것은 긍정적인 징조였으니까.

         

       “그럼 가겠소.”

         

       내 검이 다시 모용연화를 향해 쏘아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쪼까 늦었습니다!

    고맨나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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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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