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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4

       “안타깝게도 오늘은 혼자서 움직여야 할 것 같구나.”

       

       엔리에게 요리를 배우기로 한 날. 나는 바루를 내버려두고 떠나야만 했다.

       

       오늘 나와 엔리가 하는 것은 단순히 요리를 배우는 것 뿐만이 아니라 마이튜브에 올라갈 영상을 찍는 일.

       

       바루가 영상 속에 등장했다가는 여러모로 소란이 일 것이 분명하니 그녀를 데리고 갈 순 없는 것이다.

       

       본인과 항시 함께하는 바루이니만큼 아쉬워하리라 예상했던 본인이었지만 바루의 행동은 본인의 예상과 전혀 달랐다.

       

       “잘 다녀오거라!”

       

       그녀는 흔쾌히 나를 보내주고는 VR기기에 누워버렸던 것이다.

       

       아니. 아니.

       

       허?

       

       바루가 떼를 쓸 때를 대비하여 머릿속에 새겨두었던 여러 변명이 쓸데없어져버리는 바람에 그대로 굳었더니 바루가 고갤 갸웃거렸다.

       

       “무어냐. 잘 다녀오래도?”

       “…본인이 떠나는 게 별로 아쉽지 않은가.”

       “음? 뭐어. 그대가 옆에 있는 편이 더 즐겁기는 하다마는 그대가 없다 하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은 많으니 말이다.”

       

       아피스. 그것이 문제로군.

       

       바루는 또 다시 그 세계로 들어가 유희를 즐길 생각인 게야.

       

       최근 바루는 VR게임에 푹 빠져 있는 상태다.

       

       현대에 관해 조금도 모르던 아해가 어찌 그리 적응을 잘 하는지. 틈만 나면 VR세계로 뛰어들어가는 통에 VR기기를 하나 더 사야 하는가 하고 고민을 하게 될 정도였지.

       

       그녀의 심정도 이해는 된다.

       

       주변의 피해도, 자신의 소모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것이 아피스라는 세상이다.

       

       실전의 경험을 바라던 바루의 입장에서는 그토록 만족스러운 곳이 없을 터이니 마음껏 힘을 펼치는 게 즐겁겠지.

       

       허나 그래도 말이다. 본인보다 VR게임을 더 사랑하는 듯한 그 태도는 너무하지 않으냐? 조금 서운할 것 같다만.

       

       “빨리 가기나 하거라. 올 때에 맛있는 것을 가지고 오도록 하고.”

       “하아. 알겠다. 그러마.”

       

       바루 녀석. 현대의 모습에 너무 빨리 익숙해지는 것 아니더냐?

       

       저러다 무림에 돌아갔을 때에 얼마나 커다란 박탈감을 느끼려고 저러는지.

       

       적당한 시일을 봐서 한 번 무림에 돌려보내야겠구나. 그래야 그 때에 느낄 충격이 덜할 터이니. 바깥으로 나온 본인은 훌쩍 허공을 날았다.

       

       이전의 본인은 다른 인간들에게 들켜 일이 귀찮게 흘러갈 것을 걱정했다마는 지금은 아니다. 본인은 바란다면 그 누구에게도 감지되지 않을 수 있으니까.

       

       가벼운 걸음으로 엔리가 이야기해 준 장소에 도착을 한 나는 하늘 위에서 건물을 내려다 봤다.

       

       이 곳은 엔리가 거주하는 빌라가 아닌 거대한 건물이었다. 방송인들이 촬영을 할 때에 쓰는 건물이라고 들었다마는 꽤 크구나.

       

       훌쩍 아래로 내려와 건물 안으로 발을 옮겼다.

       

       그 안에는 여러 사람들이 있었다.

       

       대개는 본인과 초면인 사람들이었지마는 가끔 본인이 아는 얼굴이 존재하기도 했다.

       

       이전 아피스 대회에서 엔리의 적으로 등장했던 사람이라거나,

       

       쓰레드에서 본인을 쓰러트리기 위한 공대의 선두에 선 자라거나.

       

       방송인들이 주로 쓰는 건물이라는 게 이런 의미인가. 자취를 완전히 감추어두어서 다행이군. 그렇지 않았더라면 본인이 들어오자마자 큰 소란이 일었을 것이야.

       

       어디 보자. 엔리가 이야기하기를 3층으로 와서 전화를 달라고 했었지.

       

       “벌써 오셨어요?! 금방 엘리베이터로 갈게요!”

       

       승강기의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으려니 머잖아 엔리가 모습을 드러냈다만 정작 그녀는 나를 앞에 두고서도 날 알아보지 못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고개를 갸웃거릴 뿐.

       

       그 어리숙해 보이는 모습이 재미 있어서 가만 구경하고 있으려니 엔리가 조심스레 내 쪽으로 다가왔다.

       

       오. 눈치를 챘는가?

       

       “저기. 죄송한데 이 근처에서 화령 씨랑 닮은 분 못 보셨나요? 진~짜 똑같이 생겼거든요?”

       

       이상해 보일 수도 있지만 자신은 진짜 진지하고 진중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엔리의 설명을 들은 순간 난 웃음을 참는 데에 실패하고 말았다.

       

       아. 너무도 재미난 촌극이다마는 이 이상 장난을 치면 엔리가 화를 낼 것 같으니 그만하자꾸나.

       

       주변에 펼쳐두었던 것을 거두어 들였더니 엔리가 눈을 끔뻑였다.

       

       “아…라씨?”

       “네. 엔리가 찾던 아라입니다.”

       “에? 아니. 엑?! 방금 전까지 다른 사람이었는데!?”

       “다른 사람으로 보이게 신경을 썼으니까요.”

       

       정확하게는 여기에 있는 게 이상하지 않은 당연히 있어야 할 사람으로 인식을 조정한 것이다마는 뭐 결과적으로는 비슷한 것이니.

       

       “으으. 이런 장난치지 말아 주세요. 진짜 깜짝 놀랐다구요!”

       “아하하. 미안해요.”

       

       엔리의 투정을 받아주면서 그녀를 따라 건물의 안을 걸었다.

       

       엔리가 소속된 매니지먼트의 건물이라는 겉이나 속이나 꽤 괜찮은 건물이었다.

       

       엔리의 이야기를 듣자하니 VR시대가 시작되기 전부터 마이튜버들을 지원해주던 곳인지라 시설이 좋을 수밖에 없다나.

       

       안내의 끝에 도착한 곳은 상당한 규모를 지닌 주방이었다.

       

       본인이 요식업이라는 것에 대해 그리 잘 알지는 못한마는 이 정도 크기면 어지간한 식당의 주방과 비교하더라도 부족함이 없을 것 같구나.

       

       그러한 풍경에 감탄사를 내고 있으려니 저 안에서 한 여자아이가 손을 흔들었다.

       

       저는 분명 지난 번 엔리냥이를 할 때에 촬영을 도맡아주었던 녀석이구나.

       

       그리고 그 옆에 있는 것은 한식이군.

       

       “미리 와서 준비하고 계셨어요?”

       “그래야죠. 브이로그 찍어달라 부탁드리자마자 기획을 가져와 주셨는데. 부탁한 입장에서 열심히 해야죠.”

       

       밑준비는 이미 끝난 상태라는 한식의 말에 헛웃음이 절로 새 나왔다.

       

       준비가 철저한 것이 나쁜 일이라 할 수는 없다만서도 내 한 가지 순수한 의문이 생기는 건 어찌할 수가 없구나.

       

       “이걸 브이로그라고 할 수 있나요?”

       

       내 지난번 한식 그대에게 부탁을 듣고서 브이로그란 것에 대해 알아봤다. 그는 일상의 풍경을 촬영하는 것이지 않나.

       

       내 견식이 짧아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마는 지금 이 풍경은 아무리 보아도 일상과는 거리가 멀지 않은가?

       

       이런 내 의문에 답해준 것은 엔리였다.

       

       “그런 거 신경 쓰지 마세요! 어쨌든 재미있으면 그만이라고요!”

       

       마이튜브는 원래 좀 날것처럼 보여야 재밌다는 엔리의 말에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뭐어. 그녀가 그렇다면 그런 것 아니겠는가.

       

       지난 번 엔리냥이를 할 때에 걸쳤던 여우 가면을 쓰고서 주방에 선 나는 엔리에게 가장 중요한 물음을 던졌다.

       

       “그래서 오늘 할 요리는 뭐죠?”

       “잘 물어보셨어요! 오늘 할 요리는 바로! 에그프라이와 냉동 볶음밥이랍니다!”

       “네?”

       

       순간 본인이 엔리가 한 말을 제대로 들었나 싶어 되물어 보았다.

       

       에그프라이라는 것은 계란을 구운 요리를 말하는 것일 테고. 냉동볶음밥이라 함은 그냥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면 그만인 즉석식품이지 않나.

       

       그를 요리라 할 수 있는가?

       

       “원래 쉬운 것부터 시작을 해야 한답니다!”

       “너무 쉽잖아요.”

       

       지금 그대는 본인을 다섯 살짜리 아이로 보는 것인가?

       

       유치원에 다니는 녀석도 집에 혼자 있으면 그 정도 음식은 해먹을 수 있을 터!

       

       본인이 대놓고 싫은 티를 내자 갑자기 엔리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화령 씨. 잘 들어보세요! 여기엔 다 깊은 의미가 있다고요! 에그프라이는 별 거 아닌 요리 같아 보이지만 프라이팬을 다루는 법. 기름을 두르는 법. 불조절을 하는 법. 익기를 확인하는 법 같은 요리의 기본을 알려주는 요리라고요!”

       “냉동볶음밥은 뭔데요.”

       “여러 기기를 다루는 법을 알려드리는 거죠! 화령 씨라면 분명 전자레인지를 터트려먹을 수 있는 분이시니 제가 잘.”

       

       슬쩍 살기를 흘리는 것으로 엔리의 말을 끊어버린 나는 가뿐하게 고갤 돌려서 한식이 서 있는 곳을 바라봤다.

       

       “잠시 카메라 좀 꺼주실래요? 교육이 필요할 것 같아서.”

       “카메라 끄지 마세요! 저 죽어요! 진짜 사람이 죽는다니까요?!”

       

       안타깝게도 한식은 내가 한 말을 농담이라 받아들인 듯 웃으며 카메라 속 화면을 바라 볼 뿐이었다.

       

       하아. 이래서 현대인은 안 된다니까.

       

       진심으로 진득한 교육을 해 줄 생각이었는데.

       

       짜증을 담아 엔리를 내려다 보았더니 녀석의 어깨가 점차 쭈그러 들었다. 가면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시선이 따가운 게지.

       

       “진짜 저 두 개만 준비한 거 아니겠죠?”

       

       만약 그렇다면 내 진심을 다해 화를 낼 생각이다마는.

       

       “그으게.”

       

       엔리는 차마 대답을 하지 못하고 시선을 피했다.

       

       대충 이해했다. 오늘 촬영할 것은 본인이 사람을 요리하는 방법이겠구나.

       

       근처에 꽂혀 있는 식칼을 하나 꺼내어 대충 현란한 움직임을 보여 주었더니 엔리가 기겁을 하면서 뒤로 물러났다.

       

       “농담! 농담입니다! 진짜 농담이에요! 저 냉동볶음밥은 실패했을 때를 대비한 준비물! 냉장고 안에 진짜 볶음밥을 하기 위한 준비물이 들어 있답니다!”

       

       무어냐. 그렇다면 진즉에 그리 말하면 될 것을. 꺼내들었던 식칼을 깔끔하게 넣었더니 엔리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가 말이다. 엔리 저 녀석은 본인이 어떤 존재인지 알면서도 어찌 저리 장난을 칠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구나.

       

       간이 큰 것인지 아니면 본인의 위험성을 잘 모르는 것인지. 저런 태도가 마음에 드니 굳이 무어라 하진 않겠지만.

       

       “일단 냉장고에서 재료를 꺼내 볼까요?”

       

       냉장고에 들어있는 재료들은 하나 같이 평범한 것들이었다.

       

       양파라거나. 당근이라거나. 호박이라거나. 김치. 그리고 계란.

       

       대충 프라이팬에 집어 넣고 볶아버려도 충분한 맛을 낼 것 같은 물건들 뿐이긴 하다마는 제일 중요한 게 보이지 않는구나.

       

       “밥은 어디에 있죠?”

       

       볶음밥을 할 것인데 밥이 없어서야 되겠는가. 내가 물음을 던지기 무섭게 엔리가 기다렸다는 듯 발치 아래에서 포대자루를 꺼냈다.

       

       “밥도 해야죠.”

       

       그녀는 여기 모두가 먹을 수 있도록 4인분의 밥을 짓겠다 말하곤 밥을 하는 방법을 보여주었다.

       

       쌀을 계량하는 법. 씻는 법. 물조절을 하는 법.

       

       처음의 장난스러움 때문에 걱정스러웠다만 여러 곤란한 일이 발생했을 때 어찌 해결하는 지 알려주는 엔리는 꽤나 훌륭한 스승이었다.

       

       “자. 이제 밥솥을 조작하기만 하면 끝이긴 한데요. 아라 씨가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잖아요?”

       “제가 조작하라고요?”

       “네! 마무리를 지어주세요!”

       

       엔리의 등에 떠밀린 나는 생에 처음으로 밥솥 앞에 서게 되었다.

       

       어. 음. 버튼이 참으로 많구나.

       

       일단은… 그래. 전원을 키고. 쌀밖에 들어가지 않았으니까 백미? 백미겠지?

       

       음? 왜 백미에도 종류가 많은 게지?

       

       이건 또 뭐고 저건 또 무엇이라는 말이더냐. 그냥 백미로 통일하면 안 되는 것인가?

       

       그를 앞에 두고서 이리저리 고민하던 나는 이내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고 직감에 따라 버튼을 눌렀다.

       

       현대의 기술이 저 알아 해주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었다.

       

       – 띡!

       

       내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

       

       밥솥이 제대로 작동을 한 것이다.

       

       하하! 보라. 현대의 문물에 익숙해진 본인에게 이는 별 것도 아니지!

       

       어깨를 피며 고개를 들었더니 엔리고 한식이고 그 옆의 여자아이고 간에 하나 같이 웃음을 짓고 있었다.

       

       무어냐. 왜 그런 부드러운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게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현대문물을 상대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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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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