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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4

    <384 – 도서관의 서고>

     

    “무슨 저딴 기술이 다 있어?”

     

    한눈에 사기성을 눈치 챈 걸까.

    즈앙의 입이 부루퉁하게 튀어나왔다.

     

    “멀리서 자신의 발밑과 공간을 동조시키고 발로 짓밟기만 하면 된다니. 완전 사기잖아.”

     

    솔직히 할 말이 없다.

    사기가 맞으니까.

     

    “공간적성이 1000점을 넘으면 따라할 수 있어!”

    “그 적성은 어떻게 올리는데?”

    “공간적성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으면 돼!”

    “…재능이 없으면?”

    “다른 속성내성을 올리듯이 관련된 환경을 경험해야겠지? 공간적성이라면 다양한 공간을 경험하고.”

     

    습도가 높은 공간.

    오존이 높은 공간.

    열기가 높은 공간.

    접할 수 있는 공간은 많다.

     

    “그런 공간을 몇 개나 접해야 하는데?”

    “최소 1000개!”

    “최대는?”

    “10만개!”

    “포기할래.”

     

    즈앙은 깔끔하게 손을 털었다.

    잘한 결정이었다.

     

    “누구에게나 적성은 있지. 여우가면 암살자아가씨는 단념이 빨라서 다행이네.”

     

    피투성이가 된 테트라포스를 질질 끌고 다가온 벨벳 선배의 등장에 즈앙이 가면을 꾹 눌러썼다.

    겁에 질린 표정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강자 앞에서 필사적으로 버텨보려는 몸부림이다.

    발만 까딱해도 자신을 짓뭉갤 수 있는 강자 앞에서 초연하기란 쉽지 않지.

     

    “벨벳 선배님. 혹시 취침시간에 기숙사를 떠나 멋대로 도서관에 가려던 우리도 학칙위반으로 공격하실 건가요?”

    “내가? 너희를? 왜?”

    “그 선배는 학칙을 위반했다고 그렇게 만드셨잖아요.”

    “얘는 3학년. 너희는 1학년. 아무리 학칙을 어겨도 이렇게까지 곤죽을 만들지는 않아.”

     

    벨벳 선배의 손에 들린 테트라포스가 보란 듯이 좌우로 흔들렸다.

     

    “한 가지 큰 오해가 있나본데. 학생회는 너희를 악이라고 규정하지 않는단다.”

    “정말요?”

    “호기심 많은 아이에게 무슨 죄가 있겠니? 그 손으로 열어서는 안 될 금서를 열어서 고통 받는 것은 결국 자기자신이 될 뿐인데.”

    “…”

    “학생회의 학칙은 어디까지나 저학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이 선이 깨지는 순간, 아카데미 내부와 외부의 차이가 사라지지. 우리야말로 이 아카데미의 질서를 지키는 수호자이니 너희는 너무 학생회를 적대시하지 말렴.”

    “넹!”

     

    시원스레 대답하는 내 모습에 즈앙이 오크노디가 이럴 리가 없는데, 라고 말하듯이 나를 응시했다.

    등 뒤에 선 즈앙의 손을 찾아 허우적거리던 손에 마침내 손이 잡혔다.

     

    “!”

     

    놀란 눈을 한 즈앙.

    그녀의 손을 펴보라고 툭툭 건드리자 첫날밤에 겁먹은 처녀처럼 조심스럽게 손가락이 벌어졌다.

    생각보다 부드러운 즈앙의 손바닥 위로 열심히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글씨를 썼다.

     

    -일단 선배를 멀리 보내자

     

    선배가 뭐라고 하든 네라고만 하면 이 악몽같은 시간과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의도가 전해졌는지 이번에는 즈앙이 손가락을 들어서 내 손바닥을 짚었다.

    그리고는 꾸깃 살을 비틀어 꼬집었다.

     

    “아얏.”

    “저런. 재단의 꼬마아가씨는 부상을 입었나보구나.”

    “그, 그게 아니라 아얏.”

    “고통을 참는 재주가 비상하다던 이야기와 다르게 의외로 감정표현이 솔직하네. 훗. 그런 솔직한 아이, 싫어하지 않아.”

     

    두 번이나 꼬집다니.

    즈앙 너 나중에 혼날 줄 알아!

     

    “장난이나 치면서 놀았던 오크노디가 나빴어.”

    “우씨. 장난이 아닌데!”

     

    투덜거리는 우리의 대화를 직전의 싸움을 말하는 거라고 생각했는지 선배가 호기심을 보였다.

     

    “그래… 구두. 분명 환풍구 어디선가 구두소리가 들렸지. 그 소리는 너희가 날 부른 거니?”

    “넹!”

    “1학년에게 내 이야기를 하는 3학년이 있다니 놀랍네. 동급생에게 패배한 사실을 굳이 후배에게 밝히다니, 부끄럽지도 않은 건가?”

    “선배는 엄청나게 강하니까요!”

    “그래봤자 우물 안 개구리야. 적어도 이 아카데미에는 나보다 강한 학생이 세 명은 있는걸.”

     

    4학년을 통틀어도 고작 자신의 위를 셋밖에 없다고 자부하는 그 오연한 태도는 어찌 보면 오만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녀는 실제로 강한 사람이다.

    괜히 서귀연의 안데르센 대공자와 5인의 얼간이들을 잘못된 선택을 한 사람 취급했던 것이 아니다.

    저런 무서운 선배의 광산노예가 될 것을 자발적으로 선택하다니, 힘으로는 절대로 못 벗어나는데 나중에 어떻게 풀려나려고 그럴까?

     

    “뭐, 이것도 인연이겠지. 수배학생의 체포에 협력한 보상으로 작은 선물을 줄게.”

     

    벨벳 선배가 손목에 찬 마법시계로 무언가를 조작해 우리에게 건네주었다.

     

    [학생회 임원 벨벳이 <학생회 견학> 기회를 제공합니다.]

    [유효기간이 30일 남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듣기 좋은 말만 하네. 체육대회 때랑은 다르게.”

    “헤헤.”

    “앞으로도 고학년 수배범이 귀찮게 굴면 마법시계로 학생회에 신고해. 구두소리만 들었다가는 도와주러 오던 다른 학생회 회원까지 달아날지도 모르니까.”

    “넹!”

    “그렇게 피투성이가 되도록 고전하지 말고. 그러다 미치광이한테 걸려서 덜컥 죽기라도 하면 너만 손해잖아? 생각하니 더 괘씸하네.”

     

    애꿎은 테트라포스 선배를 벽에 투쾅 투쾅 처박아대던 벨벳 선배의 시계에서 알림이 울렸다.

     

    “아참, 내 정신 좀 봐. 과제하러 가야 하는 걸 잊고 있었네. 그럼 꼬마아가씨들, 밤놀이는 적당히 즐겨.”

    “넹!”

     

    싹싹하게 대답만 하니 선배님은 금방 관문을 떠났다.

    눈치를 보던 즈앙이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조심스럽게 가면을 들어올렸다.

     

    “무서운 선배였어.”

    “그렇지?”

    “3학년은 이 새벽에 과제를 해야 하는 것도 무섭고.”

    “그것도 무섭긴 하네!”

    “애들이나 모으자.”

     

    즈앙의 재촉에 왔던 길에 흩어졌던 도로시네 파벌과 아이린네 파벌을 다시 규합했다.

     

    “세상에, 오크노디! 너 옷이 완전 피투성이잖아!”

    “이거? 괜찮아. 하나도 안 아파!”

    “엄청나게 아파 보여!!”

     

    도로시는 기겁을 했다.

     

    “그 선배, 아이를 상대로 이렇게까지…”

    “아이린? 나 완전 괜찮아요!”

    “…그래. 넌 언제나 괜찮아야겠지. 재단의 수석장학생이니까. 몹쓸 소리를 해서 미안해.”

    “???”

     

    아이린은 자기가 더 괴로워했다.

    열심히 놀고 피도 잔뜩 수집했는데 다들 왜 저러지?

     

    “몸에 튄 피 때문에 그렇잖아.”

     

    즈앙의 핀잔에도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내 피도 아닌데?”

    “남의 피여도 그 정도 출혈이면 보통은 걱정해.”

    “정말? 여태까진 아무도 걱정 안 했는데.”

     

    <근 력올인한방캐릭이좋아 해병>시절에는 저 괴물이 이 정도 출혈로 과연 쓰러질까 하는 미심쩍은 시선이나 받았지, 걱정은 언감생심이었다.

     

    “실은 나도 그랬어. 스승님은 엄살 부리지 말라더라.”

    “그렇지? 그게 정상이지?”

    “킥킥. 맞아. 우리가 정상이야.”

     

    언제 싸웠냐는 듯이 다시 동질감을 느끼며 화해한 우리들.

     

    “히에엑! 오크노디가 유령이 됐어!!”

    “으얏! 눈 아파!!”

    “받아랏, 유령을 성불시키는 하얀 조명!!!”

     

    마지막으로 합류한 손오천과 티토소가 무리에게 눈뽕공격을 당하기도 했지만.

    테트라포스 선배의 힘을 빌려 보스몹을 싹 쓸어버린 덕분에 길은 모두 열렸다.

    따가운 눈을 부비적거리며 나아가니 어느덧 퀴즈관문은 모두 종료.

     

    [퀴즈 코너! 돌발이벤트를 완료했습니다.]

    [보상으로 지능경험점이 10 상승합니다.]

     

    [2학년이 되기 전에 도서관에 도달했습니다.]

    [조기도착 보상으로 1만 포인트를 습득합니다.]

    [원정에 참여한 조직원들의 충성도가 상승합니다.]

     

    마법시계를 내려다본 조직원들이 모두 기뻐했다.

     

    “도전과제를 달성했다고 포인트가 들어왔어.”

    “아카데미의 숨겨진 보상인가 봐.”

    “3학년은 미술실도 있다는데 나중에 거기도 몰래 숨어 들어갈까?”

     

    태연하게 사망플래그를 심는 조직원들의 대화에 느슨하게 풀어졌던 긴장의 고삐줄을 잡아당겼다.

     

    “다들 너무 안심하지 마. 도서관에 가는 길이 험난한 이유는 도서관이 그만큼 위험한 곳이라서 관문을 돌파할 실력이 없는 사람을 거르기 위함이니까!”

    “이것보다 더…?”

    “도서관, 봤으니까 그냥 돌아갈까…?”

    “혹시 책을 연체하면 장기로 대가를 받는 거 아니야…?”

     

    잔뜩 들떴던 조직원들의 사기가 몰라보게 떨어졌다.

    갑자기 커져가는 불안함!

    이에 조용히 무임승차하던 헥토르가 나섰다.

     

    “여기까지는 덕분에 편하게 왔군. 그건 고맙게 생각하지. 이쯤에서 우리는 별개로 행동하겠다.”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의 조직원들을 구해주는 김에 겸사겸사 구출당한 헥토르가신단은 도서관 앞에서 헤어졌다.

     

    “그러세요!”

    “너희는 적이지만 오늘의 빚은 언젠가 갚겠다.”

     

    당당하게 헤어지는 헥토르가신단이 향하는 곳은 도서관의 <일반서고>.

     

    “뭐야, 저 녀석들. 폼 잡으면서 헤어져놓고 안에서 책 찾다가 다시 만나는 거 아니야?”

    “풉. 완전 쪽팔리겠다.”

     

    티토소가마저 해맑게 웃을 정도로 우스운 촌극처럼 보이지만 고인물인 내 눈에는 아주 슬프고 안타까운 비극으로 보였다.

     

    “으휴. 뉴비들이 앞장서면 꼭 저런다니깐.”

    “오크노디. 먼가 잘못됐어?”

    “일반서고는 누구 기준의 일반일까?”

    “어… 학생들?”

    “여기 들어오는 학생은 최소 몇 학년?”

    “이, 이학년…”

     

    티토소가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럼 쟤들은… 살아서 나올 수 있어?”

    “발을 들인 책장이 그나마 만만한 편이면!”

    “그럼 우린 어디로 가?”

     

    자쿠가 무슨 뻔한 소리를 하냐며 티토소가를 타박했다.

     

    “동화책을 구하러 왔는데 당연히 ‘어린이서고’로 가야지.”

    “아닌데요? ‘고고학’서고로 갈 건데요?”

    “동화책을 무슨 고고학 코너에서 구해?”

    “요정들은 그림책밖에 못 읽어요!”

    “…그림책은 어린이서고에도 있지 않은가.”

    “그림체가 다르잖아요!”

     

    보던 그림체 아니면 적응 못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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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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