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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5

       

        

        

        

        

        

       “매버릭의 동향에 대해 조사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네.”

        

       “…?”

        

        

        

       -아니 뭐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슨 상인이 직접 찾아오기까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주 급하기 짝이 없는 표정www

       -이 사람은 항상 남들과는 다른 길로 빠져서 좋아 ㅋㅋ

       -윾진쉑 당황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모니 및 다이스와 고기 파티를 마치고 난 다음 날, 방송을 켜고 EU에 들어가자마자 단장이 나를 반겼다. 사실 반겼다고 말하기도 뭐한 것이, 접속한 뒤 기어 박스 인근을 거닐고 있자니 어디선가 호다닥 나타난 것에 가까웠다.

        

        좌우지간, 어차피 게임이니만큼 이 사람이 이 안으로 어떻게 들어왔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쓸 필요가 없었다. 더 중요한 키워드가 말 속에 박혀있기 때문이었다 – 매버릭. 본래 스토리라인에서는 그냥 평범한 상인 한 명이지만 내 시나리오 루트에서는 달랐다.

        

        딱 잘라 어떻다고 말하기는 조금 어렵겠지만, 확실한 건 그는 선인과 악인 중 명백한 후자였고, 다른 7명의 상인들은 그를 견제하는 중이었다.

        

        이렇게 직접 찾아온 걸 보아하니 슬슬 임계점에 도달한 것 같지만. 

        

        

        그닥 멀쩡하다고 할 수는 없는 테이블에 마주본 채 앉았다.

        

        설명이 시작된다.

        

        

        

       “내 직책이 무엇인지 아나?”

        

       “고급 의자 위에서 거들먹거리는 위치라는 건 대충 알지요.”

        

       “신랄하군. 대충 그 정도로 이해해주게. 그리고 대충 눈치를 챘겠지만, 이런 직위에 앉아있다보면 가끔…부수적 피해를 대비해야만 하는 경우도 생기지. 혹은 그런 상황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한다든지.”

        

       “부수적 피해라.”

        

        

        

        매버릭의 동향 및 부수적인 피해에 대한 언급. 사실상 이런 걸 언급했다는 건…이런 경우엔 보통 하나의 결론을 향해 귀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 전자는 원인이었고, 후자는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결과였다.

        

        캐시 멘도자도 아니고 이 사람이 내 앞에 찾아온 이유는 단장이 최악의 경우 촉발될 수도 있는 후자의 가능성을 수습해야 하거나, 혹은 일부 책임을 져야만 하는 위치에 앉아있는 사람이기 때문이겠지.

        

        거기까지 대강 짐작하고는 덧붙였다.

        

        

        

       “어떤 상황인지는 대충 알 것 같네요. 어떤 정보를 입수하셨길래 그러시는지?”

        

       “매버릭이 아르테미스와 접촉했네.”

        

       “그건 꽤나 인상적이군요. 그닥 좋은 느낌이 들지는 않는데.”

        

       “그 말대로지.”

        

        

        

        이어지는 설명.

        

        그는 A4용지용 봉투에서 몇 장의 종이를 꺼내어 내게 보여주었다. 일종의 사진이었다. 구체적으로는 항공 촬영 사진이었고, 우측 하단에 이런저런 글씨가 쓰여진 것으로 미루어보아 UAV 같은 정찰 수단을 동원하여 찍은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내용. 언젠가 상인들이 보여주었던 투박한 외형의 사람 – 매버릭이 고가치 연구시설 인근에서 수십 명의 무장병력을 이끌고 안으로 들어가는 사진이 나와있었다. 물론 들어가서 몰살당했다면 이 사람이 내게 찾아올 이유조차 없었겠지.

        

        그 다음 장. 대략 1시간 가량의 텀을 두고 찍힌 사진. 하나는 들어가는 사진이었고, 다른 하나는 나오는 사진이었다.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저 자가 아르테미스에게 뭘 불었을까요?”

        

       “그게 짐작이 되질 않네. 어쩌면 신변 보호와 조직 온존을 위해 아르테미스에 몸을 의탁했을 수도 있겠지. 이쪽의 감시망에 놓인 이후로 조직을 정리한 건 기정사실이었으니.”

        

       “흐음.”

        

        

        

        그 또한 가능성 있는 말이긴 하지만, 나는 이런 경우 대개 상상했던 것보다도 더 엿같은 상황이 닥쳐온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예상되는 결론 중 하나가 있다면….

        

        

        

       “거기서 끝나지 않을 거예요.”

        

       “그게 무슨 소린가?”

        

       “매버릭이 만약 모종의 대가를 치뤘다면, 아르테미스의 총구가 향할 곳은 어딜까요?”

        

        

        

        차도살인지계.

        

        그가 아르테미스에게 무엇을 약속했는지는 확실하지 않고, 실제로 저쪽이 이곳을 습격할 가능성을 확실히 보장하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였다. 대개 저런 사람들은 얌전히 당해주는 대신 꽤나 많은 것을 희생해서라도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그저 맵 좀 싸돌아다니며 부탁받은 만큼만 해준 나로서는 이들이 얼마나 그 양반을 배제해왔으면 그리 될까 싶기도 했지만, 뭐어. 이제 와서 그닥 신경쓸 바는 아니겠지. 지금 이 상황이 내 시나리오가 원하는 바라면야.

        

        모든 걸 이해한 단장은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별 신경조차 쓰지 않은 채 입을 열어 물었다.

        

        

        

       “그래서, 이번엔 뭘 부탁하러 오셨을까요.”

        

       “고가치 연구시설에 가주게.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아와줬으면 하는군. 관련 녹취록 같은 게 있으면 가져와주게나. 아마 내부 방어 병력이 심층 시설을 열 수 있는 키카드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지. 꽤 여러 번 다녀와야 할지도 모르겠어.”

        

        

        

        그와 동시에 그가 테이블 위에 무언가를 올려놓았다.

        

        여러 개의 키카드였다. 고가치 연구 시설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입장 권한이었다. 기억하기로는 플리마켓에서 꽤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일단 테이블 위에 놓여진 갯수는 척 보아도 10개 이상이었다.

        

        이번에도 아주 단단히 준비를 했나보구만.

        

        

        

       “좋은 결과를 가져와보도록 하죠.”

        

       “부디 너무 늦지 말게.”

        

        

        

        그 말만을 남기고 슬그머니 사라지는 단장, 그와 동시에 손목시계로부터 떠오르는 미션.

        

        고가치 연구시설로 들어가 최소 25명 이상의 방어 병력 혹은 유저를 잡은 후, 랜덤으로 팝업되는 심층 구역 접근 키카드를 획득하여 통제실로 들어간 뒤 특정 날짜의 음성 녹취록을 복사해올 것. 복사를 위해 대용량 군용 USB가 하나 필요하며, 사망 시 회수 불가능.

        

        해당 부분을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대용량 군용 USB라, 이게 플리마켓에서 하나에 얼마더라….”

        

        

        

       -1판 1USB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한판에 15만 크레딧씩 나가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쩐지 입장권 10개씩 뿌린다 했네 단장 이 십새1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플러스마이너스 제로인wwww

       -팩트)안죽고 탈출하면 사라지지도 않는다

        

        

        

        그도 그렇긴 하네.

        

        아무튼 게임 시작한 지 몇 분도 안 되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결론적으로는 여태까지 하던 대로만 하면 그만이라는 소리였다 – 보이는 모든 것들을 때려잡고 싹 쓸어오면 그만이겠지.

        

        요 몇 주간 EU를 꽤 많이 플레이했음에도 여지껏 단 한 번도 가지 않았던 고가치 연구시설, 다르게 말하면 인외마경. 보험을 통해 총기와 아이템을 회수할 수도 없지만 그만큼 수많은 고가치 아이템들이 나오는 바로 그 맵. 풀무장한 인원들이 득실거란다는 바로 그 곳.

        

        꽤 괜찮은 무기들을 무더기로 털어오기에는 이곳만큼 적합한 곳이 없지 않을까.

        

        

        기어 박스를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여러 정의 총이 있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내 선택은 단 하나였다. 가장 가까운 곳에 걸려있는 거대한 총기. 길이만도 49인치, 소음기까지 달렸기에 최소 1.3m가 넘는 전장의 반자동 저격소총.

        

        묠니르.

        

        고가치 연구시설 위로 천둥을 흩뿌릴 때가 되었다.

        

        

        

       “탄창은 넉넉하게 네 개 정도. 맵 구조도 확인해봐야 하니 한 10분 정도만 준비하면 충분하겠네요.”

        

        

        

       -ㅅㅂ 다들 랩에서 나가!!!!!!!!!!!!!!!!

       -이 무친룐 또 연구소 1짱먹으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 잡을라면 저거넛 데려와도 어려울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다 ㅋㅋ 충수유탄 들고 코너존버한다

       -총으로 날아오는 유탄을 맞춰서 터뜨리는 사람한테 존버가 통하긴 하냐??????

        

        

        

        오늘도 어김없이 이어지는 사실 기반의 음해를 뒤로 한 채, 신중하게 총기를 손질하고 탄창에 AP탄을 한 발씩 꽂아넣기 시작했다. 옛날처럼 M107CQB 바렛이었더라면 조금 더 즐거울 것도 같았지만, 아쉽게도 아직 50구경 총기는 나온 적이 없었다 – 러시아산 애쉬가 있긴 했지만.

        

        언젠가 그런 고화력 총도 나오기를 빌어보며 모든 아이템 및 등대에서 가져온 스페셜 아이템까지 몰래 가방과 허벅지의 다용도 파우치에 쑤셔넣었다. 숨을 한 번 들이마시고는 연구시설 내 지도를 펼쳤다. 실로 기괴복잡하기 짝이 없었기에 아마도 첫 판은 적당히 돌아다녀봐야 할 것 같았다.

        

        아무래도 생각보다 빨리 발을 들여놓게 되겠어.

        

        

        

       “돌입까지 10분 정도 걸릴 거라고 했던 말은 취소할게요. 한 번 직접 걸어다니면서 맵을 익혀보도록 합시다.”

        

        

        

       -청 천 벽 력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구라였습니다wwww

       -그래서 니들이 뭘 어쩔건데 ㅋㅋㅋ 비얌한테 무릎꿇고 살려달라고 아등바등 비는 것말고 니들이 뭘 할 수 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얌끼야아아아아악!!!

        

        

        

        시청자들이 좀 더 난리를 부리기 전에 후딱 들어가서 한 명이라도 잡아야 좀 조용해지겠구만.

        

        목적지를 고가치 연구시설로 설정해놓은 뒤 주머니에 키카드와 군용 대형 USB를 마지막으로 챙겼다. 올라탄 트럭이 지면을 힘차게 밀어내며 기지 밖을 빠져나가는 것을 끝으로 화면이 어두워졌다.

        

        연구시설 탐방 시작이었다.

        

        

        

        

        

        

        

        

        

        

        

        

        

        

        

        

        

        

       “천장에 파이프라인이 잔뜩 있는 걸 보니 지하인 것 같네요. 위층은 상상 이상으로 복잡했던 것 같으니 일단 아래층부터 살살 돌아보도록 합시다.”

        

        

        

        축축하고 꿉꿉한 공기. 코에서부터 느껴지는 탁한 콘크리트 냄새. 그닥 좁지 않음에도 좁아터진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 지하 통로가 눈을 뜬 나를 반겼다. 다들 연이어 스폰 중인지 아직까지 특징적인 진동이 느껴지거나 하지는 않았기에, 그 틈을 타 일단 주변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뛰지도 않고 가만히 멈춰있지도 않은…말 그대로 걷는 속도로 주변을 체크.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본 결과 나는 엘리베이터 기계실 앞에서 스폰한 것 같았다. 조금 앞으로 걸어가보니 중앙을 관통하는 듯한 양면 통로가 있었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듣자 하니 고가치 연구 시설은 그 이름답게 오만가지 좋은 아이템이 스폰하는 곳이었고, 다들 시작하자마자 그런 자잘한 물품들을 가방 안에 쑤셔넣기 위해 위층으로 달린다고 하지만, 일단 나는 아니었다.

        

        그래서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뭐냐 하니-

        

        

        

       ───쿠구궁!

        

       ───^$#!#%!…다! $#^#@…바랍니다!

        

        

        

       “위층은 벌써부터 시끌벅적하네요. 다들 기운도 넘쳐라.”

        

        

        

       -이게 랩이지 ㅋㅋㅋㅋㅋㅋ

       -소리 엄청 멀리서 나는데 레드룸 쪽인가?

       -소신발언)왠지모르게 야한 발언이라고 생각함

       -뭐라는거야 ㅆ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밍따위 일절 관심없는 무친비얌 출격wwww

       -누가 방송이라도 켜고 있나? 스피커 소리 같은데?

        

        

        

        시청자들은 오늘도 안정적으로 개소리 중이었다.

        

        딱히 급할 게 없었으므로 이동 속도는 아까와 동일하게 슬슬 걸어서. 누군가가 온다면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이런 공간은 소리가 무지막지하게 잘 울리는 곳이었고, 조금만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더라도 즉각 위치를 어림짐작 가능했다.

        

        헤드셋을 통해 잡히는 소리도 딱히 없었기에 슬슬 걷던 와중, 우측으로 반쯤 열린 통로가 보였다. 맵에 따르면 04번 통로라고 적혀있는 곳이었다. 그리하여 대강 기동 루트를 확정할 수 있었다.

        

        

        

       “보조 전기실 방향으로 갔다가 메디컬 계단 쪽으로 돌아서 올라가봅시다. 운이 좋다면 사람 한두 명쯤은 볼 수 있겠죠.”

        

        

        

        이런 살벌한 곳에서 사람을 본다는 게 운이 좋은 거냐면서 채팅창이 또다시 난리긴 했지만 이젠 드문 일도 아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순식간에 주변이 어두워진다. 그나마 사람이 나다니는 곳으로 사용되는 방금의 중앙 통로와는 다르게 여기는 아예 관계자만이 이용하는 것을 상정해둔 듯했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자 어둠 속에서 발광하는 야광 도료와 글씨 정도만이 보인 것도 그렇고.

        

        하지만 오늘만큼은 상황이 좀 달랐다.

        

        안쪽에 누군가가 있었다.

        

        

        

       “흐음….”

        

        

        

        발끝을 타고 퍼지는 진동에 의하면 세 명 가량. 그 강도가 굉장히 약했기에 하마터면 찾지 못할 뻔했다. 헤드셋조차 간신히 잡을 정도의 작은 소음이었으니까.

        

        하지만 조금 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게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슬슬 터벅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현재 나는 파이프 통로에 있었고, 적들은 철문 복도 건너편의 중앙 통로로부터 이쪽을 향해 점진적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발에 힘을 주고 사뿐사뿐 걷는다. 군홧발 소리가 나지 않게끔 조심스럽게 통로의 끝으로 이동한 뒤 건너편을 힐끔 살폈다. 두 개의 문 중 하나는 열려있었고, 그 건너편에서부터 소리가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다면 딱히 망설일 건 없었다.

        

        

        

       ‘수류탄은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니.’

        

        

        

        충족되어야만 하는 두 가지 전제 조건이 생겨난다 – 하나는 수류탄 핀을 뽑을 때 소리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복도를 가로질러 원하는 지점까지 굴러들어가기 전까지 땅에 떨어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까놓고 말하자면, 깊게 파들어가게 된다면 사격술에 준하는 정도로 연마해야만 하는 것이 바로 수류탄 투척술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조심스럽게 핀을 뽑은 뒤 안전손잡이까지 조심스럽게 땅바닥에 내려놓았다. 쇳소리가 나면 곤란했으니. 이미 그러한 일련의 행동 와중 자동으로 쿠킹이 완료되었고, 슬그머니 복도로 몸을 내놓음과 동시에 이제 곧 복도를 돌아나올 듯한 3인조의 예상 위치를 향해 단번에 쓰로잉.

        

        열려있는 한쪽 문으로 빨려들어가듯 날아간 수류탄이 벽에 닿기 직전까지 허공을 부유했고-

        

        

        

       ───콰아앙!

        

        

        

       “아아악-!”

        

       “이런 빌어먹을! 적습이다!”

        

       “케인이 당했다!”

        

        

        

        아쉽게도 세 명 중 한 명만 잡았나보다. 시작 타율이 그다지 좋지 않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것과는 별개로, 저렇게 대놓고 고래고래 영어로 소리를 지르는 걸 보니 유저는 아닌 듯싶었다. 파도처럼 몰아쳐 들어가 남은 두 명에 즉각 가슴팍에 구멍 한 발씩을 내준 뒤 무장을 살펴본 결과 이들이 이 맵에 상주하는 AI 방어 병력임을 알 수 있었다.

        

        잠시 살펴본 결과 그닥 맛있는 걸 들고 있지는 않았음을 확인. 그리하여 수류탄 세 개 가량만을 추가로 다용도 파우치 안에 수납한 뒤 보조 전기실을 가로질러 메디컬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갔다. 당연하겠지만 올라갈수록 아주 그냥 총소리가 끝도 없이 들려왔기에 나 역시 신중해야 했다.

        

        힐끔 고개만을 내밀어 블랙 통로와 격리 텐트, 그리고 블루 통로를 직통으로 확인. 오히려 총소리는 중앙 복도쪽에서부터 신나게 들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정면에 둘 있다! 수류탄 조심해!”

        

       “아까 MK47 든 애 한 명 더 있었어! 누가 격리 텐트 쪽 봐줘!”

        

       “방금 메디컬 쪽에서 소리 나지 않았, 우왁! 수류탄! 고개 숙여!”

        

        

        

        불과 십수 미터 옆에서 대규모 교전이 발생하고 있었다.

        

        수류탄이 계속 터지는 바람에 진동감지를 통한 위치 데이터는 몇 번이고 리셋되었지만 이렇게나 가까우면 그닥 신경쓸 필요가 없었다. 그리하여 이들을 어떻게 해야 최소한의 노력으로 잡아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사이,

        

        

        

       ───끼익!

        

        

        

        메디컬 계단 2층에서부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즉각 총구를 위로 조준함과 동시에 계단통 위를 확인, 막 아래쪽을 확인하려던 우회 인원 한 명의 머리를 통째로 날려버렸다. 하필이면 이쪽을 통해 우회했을 줄이야. 어쩔 수 없이 블랙 룸 쪽에 있는 세 명에게 소음 데이터를 제공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부터는 그 사실을 전제로 활동해야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큰 문제는 없었던 것이,

        

        

        

       “이번에도 수류탄으로 적당히 해결해보도록 합시다.”

        

        

        

       -어어 쟤 또 수류탄 들었따….

       -수류탄은 신이고 유진은 무적이다 ㅋㅋㅋㅋㅋ

       -얼굴 표정 하나도 안 변하는 거 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블랙방 청소당하기까지 1분도 안 걸린다고 예상해본다

       -비얌 잡으면 최소 250만크레딧!!!!!!!!!!!!!!!

       -(잡을수있다곤안함)

        

        

        

        안전손잡이가 분리되며 지연신관이 작동했다.

        

        이제 내 손 위에는 4초짜리 시한폭탄이 쥐여진 셈이었으나, 그걸 한 손으로 들고 복도로 힘차게 투척하자마자 적들이 기겁하며 블랙 룸 안으로 몸을 뺀다. 쾅 소리와 함께 살상구역이 형성되며 굉음이 일었으나 난 이미 왼손으로 두 번째 수류탄 장난질을 시전할 예정이었다.

        

        첫 번째 폭발이 채 가시기도 전 복도를 몇 번이나 구르는 수류탄 두 개. 폭발과 동시에 통로로 머리를 내밀며 막 자리를 옮기려던 1층 중앙 통로의 적 한 명을 즉각 조준. 방아쇠를 잡아뜯음과 동시에 총구를 마하 2.5 가량의 속도로 통과한 AP탄이 적의 팔뚝을 부수고 흉곽을 가로지른다.

        

        그리하여 그 자리에 풀썩 쓰러지는 적을 뒤로 한 채 블랙 룸으로 돌입.

        

        이제부터는 속도만이 모든 것을 죄우하는 CQB의 시간이었다.

        

        

        

        ───퍽! 퍽! 퍽!

        

        

        

        소음기라고 하기엔 너무 큰 소음이었지만.

        

        총기 길이도 너무 길었지만.

        

        맞추지 못한다면 역으로 당할 수도 있었지만.

        

        그 모든 것들이 흉부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 마치 거대한 창에 꿰인 것마냥 지면에 내동댕이쳐지는 적 셋과 함께 한낱 IF로 전락했다.

        

        

        

       -진자 시1발 너무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딴총으로 어떻게 로우레디를 ㅋㅋㅋㅋㅋ

       -‘속도’

       -무슨 ㅅㅂ 어린애 손목 비트는 것마냥 ㅋㅋㅋㅋㅋㅋㅋㅋ

       -이사람은 진짜 살아움직이는 천재지변이네 ㅋㅋ

        

        

        

       “…아니, 이건 반칙이죠….”

        

       “걱정 마세요. 여러분이랑 싸우던 친구들도 곧 로비로 보내줄 예정이니까.”

        

       “그게 아니라아….”

        

        

        

        꽥.

        

        가쁜 숨을 쌕쌕 몰아쉬던 마지막 친구가 눈을 감았다.

        

        아직 이곳은 더 많은 피를 원하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대용량 군용 USB는 실제 모티브가 된 게임 내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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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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