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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5

       *** ***

         

       호천안과 연화의 단련이 이어지길 한참.

       

       

       “후욱…후우욱…!”

         

       모용연화의 내공이 바닥남은 물론이고 신체적으로도 한계가 왔다 판단한 호천안은 검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잠시 쉬었다 합시다.”

         

       “예.”

         

       호천안은 모용연화와 휴식을 취하며 혈인과의 교전이나 연무장에 새겨진 흔적들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모용연화는 호천안의 설명에서 비무의 도움이 될 만한 점을 되물었다.

         

       그러나 대화는 짧게 끝날 수밖에 없었다.

         

       호천안이 혈인을 상대해 보았다고는 하지만 이성적으로 수를 주고 받은 것은 기껏해야 몇 수 되지 않았고 분타주와 중진들에 대한 정보라고는 연무장에 새겨진 상흔이 다였기 때문이었다.

         

       그 정보만으로도 상대방의 강함이 짐작이 되는지 모용연화의 얼굴에는 살짝 수심이 깃들었다.

         

       “쉽지 않겠군요.”

         

       “괜찮소. 지금부터 열심히 해 봅시다.”

         

       모용연화는 자신을 독려하는 호천안의 목소리에 아차 싶었다.

         

       어느 때보다 필승의 의지를 견고히 해야 할 때 이런 약한 소리를 하다니.

         

       “아, 죄송합니다. 약한 소리를 해 귀를 어지럽혔군요.”

         

       “아니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 아니겠소. 혈교의 무공을 폭발적이되 그 힘을 오래 유지할 수 없으니 그 점을 공략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오.”

         

       “예.”

         

       모용연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로는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호천안은 생각했다.

         

       이 침묵이 불편하긴 했지만 도무지 어떻게 대화를 이어나가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고.

         

       분타에서 연인 연기를 하며 쉴 새 없이 붙어다녔지만 그 행동들은 모두 연기. 모용연화의 얼굴은 익숙하나 연인이라는 가짜 관계를 벗어던지고 나니 서로 얼굴만 낯이 익었을 뿐 남는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모용연화 역시 호천안과 비슷한 생각을 품으며 어색함을 날려버리고자 입을 열었다.

         

       “…참으로 기묘한 일입니다. 그렇게 죽자사자 연인 연기를 했음에도 잠시나마 대화를 이어나갈 수 없다니요.”

         

       “그러게 말이오.”

         

       서로 쓴웃음을 주고받으니 경직된 분위기가 조금은 나아졌다.

         

       서로에 대한 어색함으로 공감대가 형성되다니 참 모순적인 상황이었지만 그 역시 대화를 이어나갈 소재였으니까.

         

       “새삼스럽지만 정말로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저야 그저 손짓만 하면 그만이었지만 뇌검낭인님께서는 그 연기에 맞추어 행동하셔야 했으니 꽤나 고생스러우셨겠지요.”

         

       “아니오, 정말 적절한 판단이었소. 연화 소저의 연기에는 정말로 감탄했소. 연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았으니 말이오.”

         

       “으음…음..예.”

         

       “그런 완벽한 연기를 펼쳤으니 분타 사람들이 완전히 속아 넘어갔고 그 덕에 편히 조사했으니 도리어 감사해야 할 일이오.”

         

       모용연화는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어디까지나 그때의 상황이 연기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며 순수하게 감탄사를 표하는 호천안의 시선을 받으니 알 수 없는 수치심이 물밀 듯이 밀려들어왔기 때문이었다.

         

       “호, 혹여 분타에서의 일이 소문이라도 난다면 대협의 명성에 크게 타격을 입을 일인데…장단을 맞추어 주셨으니 그저 감사한 일입니다.”

         

       “하하…남정네가 여자 때문에 한심한 짓을 벌인들 큰 흠결은 아니지 않소. 도리어 난 소저가 걱정된다오. 사실무근의 소문이 따라붙게 될 터인데 이번 작전 때문에 추문이 따라 붙지는 않을까 걱정이 드오.”

         

       “…사실무근입니까?”

         

       “음?”

         

       “아닙니다.”

         

       모용연화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모용연화는 자신을 의아한 눈길로 바라보는 호천안을 보며 문득 궁금했던 점이 떠올랐다.

         

       “광부들이 몰려왔을 때 저에게 전음을 보내셨지요. 최대한 많은 분타의 인원들을 광산으로 데려가라고요.”

         

       “그랬지요.”

         

       “이는 잠입을 위한 포석이었습니까? 아니면 방계들이 광산에 가면 동요할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었습니까?”

         

       “흐음…”

         

       호천안은 턱을 쓰다듬었다. 모용연화는 턱을 쓰다듬은 호천안의 몸짓에서 약간의 고민스러움을 감지해냈다.

         

       “굳이 따지자면 후자의 의도가 강했던 것 같소.”

         

       “…그렇습니까.”

         

       그 대답을 들은 모용연화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 한숨을 쉬시오?”

         

       “뇌검낭인님께서 저보다 더 섬서분타를 잘 이해하신 것 같아서요. 그 사실이 참으로 부끄럽고 안타깝습니다.”

         

       모용연화의 얼굴에는 진한 감정이 서려 있었다. 후회일지 안타까움일지 아쉬움일지 모를 감정을 품은 모용연화는 중얼거리듯이 말을 이어나갔다.

         

       “본가에서 출발할 때부터, 아니 섬서분타가 모용세가 본가임을 주장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부터, 어째서 섬서분타는 이런 행동을 벌이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어째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걸까.”

         

       모용연화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지금은 어째서 그런 선택을 한 것인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섬서분타에서는 혈교와 손을 잡는다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정도로 몰려 있었음에도 모용세가의 본가는, 저는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의 사태가 어찌 소저의 잘못이 될 수 있겠소.”

         

       “천하 모든 이들이 섬서분타를 손가락질하고 욕할 지언정 모용세가만큼은 섬서분타의 힘이 되어주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섬서분타의 고충을 이해하고 분담해 주었어야 해야 할 직계보다 뇌검낭인님께서 섬서분타를 더 깊게 이해한 실정이니…이 어찌 잘못이 아닐 수 있겠습니까.”

         

       호천안은 모용연화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딱히 나 역시 섬서분타를 깊이 이해한 것은 아니오. 아니, 인정하지 않는 쪽이었다고 볼 수 있겠지.”

         

       모용연화는 의아한 눈빛으로 호천안을 바라보았다.

         

       본가 출신이지 직계인 모용연화조차 몰랐던 방계들의 마음을 간파한 호천안이 아니었던가.

         

       그런 호천안이 섬서분타를 이해한 것이 아니라면 누가 섬서분타를 이해했다고 할 수 있을까.

         

       “내 기탄없이 말하지. 모용모가 내 일행을 찾아왔을 때. 나는 모용모가 그냥 운 좋아 광산을 발견한 벼락부자 출신의 철없는 도련님이라고 생각했소.”

         

       호천안은 그때를 떠올리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 뒤로 소저를 만나고 광산에 잠입했지. 사실 그때 광산에서 모용모를 만난 일은 사고에 가까웠소. 철없는 부잣집 도련님인 모용모가 광산에 나타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으니까 말이오.”

         

       “그랬습니까?”

         

       그 모든 것이 호천안의 철두철미한 계획인 줄 알고 있었던 모용연화의 눈이 커졌다. 그런 모용연화의 반응에 머쓱한 표정을 지은 호천안은 계속해 말을 이어나갔다.

         

       “어찌어찌 의형제임을 강조하며 모용모와 의기투합하여 잔을 나누었지. 그때 광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음에도 나는 별 감흥이 없었소. 그대와 모용서 대협에게 보고를 할 때도, 심지어 분타에 들어가 연인 행세를 할 때도 그러했지.”

         

       무엇이 그러했다는 것일까.

         

       모용연화는 호천안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 기색을 눈치챈 호천안은 쓰게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내 머릿속의 섬서분타는 그저 운 좋은 졸부에 불과했다는 뜻이오.”

         

       “…아.”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지. 광산을 발견한 것은 운이었을지 모르나 단시간 내에 섬서 전체에 영향력을 끼칠만한 광산을 완성한 것이 운으로만 될 일이었겠소? 지대한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결과였소.”

         

       섬서분타 사람들이 얼마나 노력했는가.

         

       그 노력을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모용세가의 광산 그 자체가 바로 섬서분타의 방계들이 쌓아올린 노력 그 자체였으니까.

         

       “그 당연한 사실을 깨달은 것은 바로 모용모와 함께 광산에 잠입했을 때였소. 정확히는 모용모의 곁에 이곳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광부들이 입을 열었을 때였지.”

         

       “오래된 광부들은 모용세가의 방계들이 나서준다면 광산이 이전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었소.”

         

       마음 속 한구석에 방계들에 대한 믿음을 간직하고 있었던 광부들.

         

       그런 광부들을 보고 나서야 호천안은 방계들이 이 광산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깨달았다.

         

       “온 천하에 위명을 떨치는 모용세가의 분타니까. 그런 모용세가의 방계니까. 거기에 운까지 좋았으니까. 섬서분타의 성공은 당연한 것이 되었고 그런 단어들에 가려진 방계들의 노력은 폄하되었지. 그저 현장에서 방계들과 함께 땀흘린 광부 몇몇만이 그들의 노력을 기억하고 있을 뿐 누가 그들의 노력을 인정해 주었겠소.”

         

       “모용모를 보았고 광산을 보았음에도 선입견을 벗어던지지 못하고 방계들의 노력을 보지 못했소. 그들의 노력을 기억하고 있는 광부들을 보고 나서야 나는 간신히 선입견을 벗어던졌지. 그렇기에 섬서분타에서 시위를 벌일 때 소저에게 전음을 보내 급히 계획을 수정한 것이오.”

         

       “방계들이 광부들과 모용모의 믿음처럼 열과 성을 다해 광산을 일구었고, 광산에 대한 애정이 가슴 속에 남아 있다면, 시찰로 인해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소.”

         

       모용연화는 입술을 꾸욱 깨물었다.

         

       “참으로…서러운 일이었겠군요.”

         

       호천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시찰을 다녀오고 보고서를 받았습니다. 광부들의 삶부터 광산의 안전과 설비는 물론이고 쌓아올린 체계와 운영까지. 섬서분타의 방계들이 그리 노력해 쌓아 올린 광산은 엉망이 되었더군요.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호천안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광산에 대해서는 잘 몰랐으나 상황이 어떨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으니까.

         

       주인이 등을 돌렸으니 어찌 광산이 제대로 돌아갔겠는가.

         

       “분타주와…방계들의 선택은 이런 결과를 바란 것이었을까요.”

         

       “아닐 것이라 믿고 싶군.”

         

       “예.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모용연화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검을 쥐었다.

         

       “분타의 선택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것입니다. 아무리 사연이 기구하다 한들 해야 할 행동과 하지 말아야 행동은 분별해야 하는 법이니까요.”

         

       “음.”

         

       “허나, 그 모든 대가를 치르게 한 뒤 저는 그들과 함께 이 모든 것을 수습하고 싶습니다. 이번에는 분타 혼자서가 아니라 본가와 함께 말이지요.”

         

       호천안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와 주시겠습니까?”

         

       “물론이오.”

         

       모용연화는 굳은 의지가 서린 표정으로 호천안을 바라보았다.

         

       “가혹하게 몰아붙여 주십시오. 반드시 이기고 싶습니다.”

         

       “그럼. 가겠소.”

         

       콰아앙!!

         

       호천안의 가차없는 일격을 받은 모용연화의 몸이 크게 밀려났다. 그러나 모용연화는 어떻게든 그 충격을 수습하며 자세를 유지하려 애쓰며 생각했다.

         

       이 모든 일을 온전히 수습할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진작에 지나갔다.

         

       비무의 승산도 그리 높지 않으며 비무에 승리하여 최대한 온전하게 사태를 마무리하더라도 섬서분타에는 큰 타격이 갈 것이고 광산의 정상화 역시 쉽지 않을 일이 될 것이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비무에서 승리하는 길만이…섬서분타의 방계들이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으니까.’

         

       가장 온건하고 가장 깔끔하게 마무리 된다면, 분타의 인원들은 다시 한번 기회를 가질 수 있을지 모른다.

         

       모용연화는 일이 그렇게 풀리길 바랬다.

         

       그들의 고충을 전혀 모른 채 그저 어리둥절한 눈으로 그들의 행동을 바라만 보았던 어리석은 직계가 낼 수 있는 최선의 결과였으니까.

         

       그렇기에 발끝에 힘을 주고 밀려나는 몸을 어떻게든 세워내고 다시 앞으로 달려들었다.

         

       “하아아압!”

         

       한층 더 가열된 모용연화의 기합성이 울려퍼지고.

         

       아까보다도 더욱 격렬한 수련이 이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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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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