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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5

       화령이 5일 휴방 공지를 올린 걸 확인했을 때 한식은 눈을 의심했었다.

       

       아무런 말도 없이 며칠 휴방을 하고 나서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기왕 쉬는 거 5일 정도를 더 쉬겠다고 말하다니!

       

       심지어 그 사유도 정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깨달음을 얻겠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이야기인가!

       

       사장님이 미치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이런 식으로 미치는 건 곤란한데?!

       

       한식은 지금의 직장에 만족하고 있었다.

       

       돈 많이 주지.

       

       영상 원본이 너무 뛰어나서 편집하는 재미있지.

       

       화령님 인기가 너무 좋아서 영상 올릴 때마다 조회수가 폭발하지.

       

       거기에 영상 올리실 때마다 요구조건도 그리 안 까다롭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열정 넘치고.

       

       영상편집자로써 일을 한 기간이 상당한 그다.

       

       당연 그의 주변 사람들 중에선 개인 마이튜브의 편집일을 하는 사람이 넘쳐나고 그들이 어떤 환경에서 일을 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한식은 안다. 지금의 환경이 얼마나 축복받은 환경인지를 말이다.

       

       현실이 이러하기에 한식은 할 수만 있다면 평생 이 마이튜브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괜히 그가 화령의 마이튜브를 키우는 데에 열정을 바치는 것이 아니었다.

       

       이 마이튜브가 커지면 커질수록 자신의 직장이 안정될 것이라 믿었기에 아피스 리그에서 일을 할 때보다도 더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근데 그러는 와중에 사장님께서 이런 폭탄 발언을 하시다니!

       

       한식과 함께 일을 하는 이들은 이를 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여태 열심히 방송 하셨으니까 화령님께서도 좀 쉬셔야죠.’

       ‘화령님이 대체 가능한 분이 아니라서 며칠 쉬는 걸로 크게 지장이 있을 것 같지도 않고요.’

       ‘영상 만들 소스도 많이 남아 있잖아요? 정 안되면 하이라이트만 뽑아서 편집해도 괜찮고.’

       ‘여태 매일매일 영상거리가 넘쳐서 힘들었으니까. 숨 쉴 시간을 얻었다고 생각하죠?’

       

       두 사람의 이야기에 틀린 구석은 없었다.

       

       화령이라는 사람은 살아 숨 쉬는 것만으로 마이튜브 각을 뽑아내는 괴인이자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압도적인 실력의 소유자.

       

       수많은 화제를 만들어 낸 끝에 굳건히 자리를 잡은 그녀가 며칠 쉬는 것 정도야 크게 문제될 것이 아니다.

       

       시청자들이 불만을 내뱉기야 하겠지만 시청자 수에 큰 변화가 있진 않겠지. 오히려 복귀 방송 때 시청자 수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한식도 이를 알고는 있었다. 영상 편집 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그다. 지금의 상황이 어떤 식으로 굴러가는 지 어찌 모르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호들갑을 떨어댄 이유는 이 업계를 너무도 잘 알았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며칠의 잠적. 거기에 이허 5일의 휴방.

       

       이것이 더 길고도 긴 휴식기가 될지 누가 안단 말인가.

       

       어쩌면 한 달에 한 두 번 방송을 킬까 말까 하는 사람이 될 지도 모르지.

       

       물론 화령은 그래도 괜찮다. 그래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방송을 찾아오리라.

       

       허나 한식을 비롯한 편집자들은 아니다.

       

       소스가 떨어지면 직장이 사라지고, 심지어는 마이튜브 자체가 폐쇄될 지도 모른다.

       

       한식은 그렇게 일자리를 잃어버린 이들을 수도 없이 보았다.

       

       그래서 그는 대뜸 화령에게 전화를 걸어서 그녀를 독촉했다. 영상거리가 꽤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다.

       

       화령이 이 이상 휴식을 길게 이어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지금에 와서 생각을 해보면 그는 기우였다.

       

       화령은 정말 단순히 휴식을 취하고 싶었을 뿐이었던 것 같으니.그렇지 않고서야 먼저 요리 방송을 하겠다고 이야기를 할 리 없잖은가.

       

       이번 영상도 꽤 괜찮을 것 같네. 화령님의 은근히 귀여운 모습에다가 엔리 씨의 하이텐션까지. 편집만 잘하면 충분히 재밌을 거야.

       

       밥솥 버튼을 누르고 의기양양해하는 모습만 하더라도 꽤 웃겼으니까.

       

       이번에는 야채 손질인가. 화령님께서 저 칼질에서 실수할 리는 없겠지?

       

       한식은 카메라 너머로 화령이 야채를 써는 모습을 보았다. 정확하게는 시작과 끝만을 보았다고 해야 하리라.

       

       그녀가 칼을 들었다가 내려놓았을 뿐인데 도마 위에 있던 양파가 자그마한 큐브가 되어서 무너져 내렸으니까.

       

       화령님. 현실에서도 저런 걸 하실 수 있구나. 아무리 생각해도 평범하신 분은 아냐.

       

       진짜 어디에서 뭘 하다 오신 건지 궁금하다니까. 말씀해주시는 게 아니라면 굳이 묻지는 않겠지만.

       

       “화령 씨?!”

       

       깔끔하게 잘린 양파를 보고 굳어 있던 엔리가 소리를 드높인다.

       

       “왜 그러세요? 이렇게 하라는 거잖아요?”

       

       “물론 그렇긴 한데요. 엄청나게 잘 하시긴 하셨는데요. 좀 평범하게 해주시면 안 될까요?”

       “이 정도면 평범하지 않나요?”

       “…이게요?”

       

       한식은 엔리의 어이없다는 듯한 목소리에 동의했다.

       

       조각이 되어버린 양파의 어디에 평범함이 존재한단 말인가. 저런 건 과거 잔뜩 과장되어 있었던 요리 만화에서도 등장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허나 화령은 그리 생각하지 않는 듯 했다. 그녀는 너무도 당당하다는 듯 어깨를 피고 있었으니까.

       

       “그럼요. 완전 평범하죠.”

       

       엔리는 그 모습에 할 말을 잃은 듯 황망히 화령의 가면을 쳐다보기만 했다.

       

       저 표정 좋네. 클로즈업 하자. 자막으로는 뭘 넣는 게 좋으려나.

       

       “저거 영상에 쓸 수 있을까요.”

       

       한식이 어떻게 편집할지 생각을 하던 때에 옆에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엔리가 데리고 온 여성 편집자였다.

       

       “왜요?”

       “그게 저거 영상에 넣으면 조작이니 편집이니 하는 이야기를 들을 거 같잖아요.”

       “그래서 좋은 거에요.”

       “…네?”

       

       이 사람은 때가 좀 덜 탔네. 메인 편집자는 아니겠고 카메라 다루는 실력이 괜찮은 걸 보면 외부 영상 찍는 걸 전문으로 하는 사람인가.

       

       “좋은 쪽으로건 나쁜 쪽으로건 화제가 되면 사람들이 모이고, 사람들이 모이면 조회수가 올라가니까요.”

       

       물론 지금 화령이 보여주는 저 화제성은 좋은 화제성이었다.

       

       저 모습으로 인해 불판이 타면 1차적으로 사람들이 모일 것이고.

       

       그 불판에다 저게 진짜라는 걸 보여주는 영상을 찍는 것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을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서 다른 요리나 검술 관련 채널과의 합방까지 노려볼 수 있을 테니까.

       

       물론 화령님께서는 굳이 불판을 만들지 않아도 될만한 체급을 지니고 계시지만 그래도 화제가 되어서 나쁠 것은 없잖은가.

       

       “엔리님 메인 편집자님한테 영상 보여드리면 기뻐하실 걸요.”

       “그럴까요?”

       “그럴 거에요.”

       

       설명을 끝마친 한식은 다시금 카메라 속의 화면을 살폈다.

       

       잠시 굳어 있었던 엔리가 정신을 차리고 화령에게 따져 묻는 중이었다.

       

       “대체 화령님 기준에서 평범하지 않은 게 뭔데요?”

       “보여드려요?”

       “…뭘요?”

       “평범하지 않은 거.”

       

       화령은 말을 함과 동시에 당근 하나를 손에 집어 들었다.

       

       저걸로 뭘 하려고 그러시는 거지?

       

       본능적으로 생겨난 호기심 때문에 자연스레 시청자가 되고 만 한식은 화령의 손 위에 들린 당근을 집중해서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화령의 손 위에 있던 당근이 조각이 나서는 바닥에 떨어졌다.

       

       “…어?”

       

       한식은 영상을 찍는다는 것도 잊어버린 채 조각난 당근을 바라봤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칼을 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손을 움직인 것도 아니다.

       

       그저 가만 손 위에 당근을 올려뒀을 뿐인데 갑자기 그 당근이 조각이 난 것이다.

       

       마치 쇼츠 영상에 나오는 마술처럼.

       

       저를 눈 앞에서 봤는데 어찌 놀라지를 않겠는가!

       

       “원하신다면 이것보다 더 평범하지 않은 것도.”

       “아뇨! 됐어요! 인정할게요! 칼 쓰는 거면 평범하다고 인정할 게요! 그러니까 이 이상 기행을 벌이지 말아주세요!”

       

       뭐지?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한식이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진 일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서 눈을 끔뻑이던 그 때에 옆에 있던 엔리의 편집자가 그의 옆구리를 찔렀다.

       

       “저것도 쓸 수 있어요?”

       

       저거? 갑자기 당근이 조각나는 마술 영상?

       

       “…저건 못 쓰죠.”

       “화제가 될 텐데요?”

       “그것도 정도가 있어요.”

       

       앞서 양파가 갑자기 조각나버리는 것은 눈으로 믿기 어렵지만 화령이라면 그럴 수 있다 수준이다.

       

       허나 지금 보여주는 것은 다르다. 현실에 버그를 낸 것만 같은 저 모습은 개인의 기술이 아니라 마법이나 마술이라 말해야 믿을 수 있는 수준.

       

       저걸 영상에 넣었다간 불판이 아니라 캠프파이어가 벌어질 게 분명한데 어찌 저걸 써먹겠는가.

       

       “화령님께서 벌이는 기행이 현실에서도 그대로 이루어 질 줄이야.”

       

       한식은 헛웃음을 흘리다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 진짜 화령님은 정체가 뭐야? 정말 무림에서 온 천마라도 되는 거야?

       

       점점 복잡해지는 생각에 머리카락을 휘젓던 한식은 이내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고민해봐야 답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았으니까.

       

       *

       

       엔리는 이전에 아라로부터 그녀의 요리 실패담에 관해 들었다.

       

       그녀가 아직 무림에 머무를 적.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그 모든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고 결국 환단을 먹는 걸로 끼니를 때우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말이다.

       

       엔리의 입장에서는 저를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막말로 바닷가에서 물고기를 잡아 소금을 뿌려 굽기만 해도 꽤 그럴 듯한 음식이 되지 않던가.

       

       허나 함께 요리를 시작하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엔리는 아라가 왜 실패만을 반복했는지를 깨닫게 됐다.

       

       아라는 그냥 요리에 대한 상식 자체가 부족했다.

       

       “강불로 계속 하시면 안 돼요!”

       “…이렇게 하면 빨리 되는 거 아닌가요?”

       “아니에요! 그럼 다 탄다고요!”

       

       불조절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야 당연했고.

       

       “그거 넣으면 안 돼요!”

       “네? 이럼 더 맛있지 않을까요?”

       “맛 없어요! 뭐든 간에 많이 넣는다고 좋은 게 아니라고요!”

       

       레시피를 준수하지 않는 것이야 일상다반사였으며.

       

       “맛을 보셔야죠.”

       “에이. 제가 누군데요. 이 정도는 다 감으로 할 수 있어요.”

       “무공은 잘 다루시지만 요리는 못 하시잖아요!”

       

       요리를 해 본 적도 없으면서 모든 걸 감으로 해결하려 했으니.

       

       자꾸만 탈선하려는 아라를 붙잡느라 고생한 엔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단순한 볶음밥을 하는 것 뿐인데 왜 이런 전쟁을 벌여야 하는 걸까.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엔리의 부단한 노력 덕분에 요리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단 것이었다.

       

       지금 아라가 하는 웍질만 끝나면 볶음밥이 완성되니까.

       

       책상에 기대어서 아라를 바라보던 엔리는 그녀가 장인처럼 보인다는 생각은 했다.

       

       요리는 더럽게 못 하지만 몸을 움직이는 것은 뭐든 잘 하는 아라다.

       

       당연 웍질을 하는 것도 금방 감을 잡았고 몇 번 움직여보는 것만으로 전문가의 수준에 도달했다.

       

       저 모습만 찍어서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면 오랜 기간 주방에서 일한 셰프라고 말해도 믿지 않을까? 정작 그 속에 든 건 요리치지만.

       

       “이게 제가 한 요리군요.”

       

       마무리가 된 볶음밥은 멀쩡한 음식이었다만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말이 아라와 엔리가 함께한 요리지. 맛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부분은 모두 엔리가 도맡아 했으니까.

       

       “맛있어요.”

       

       허나 엔리는 그런 말을 꺼내지 않았다.

       

       굳이 모진 말을 꺼내어서 가면 아래로 드러난 아라의 웃음을 망치고 싶진 않았으니까.

       

       뭐. 과정이 어쨌든 결과만 좋으면 된 거 아니겠어?

       

       “고마워요. 엔리 씨.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어요.”

       “잘 됐네요.”

       “다음 번에는 제가 엔리 씨에게 볶음밥을 해드릴게요!”

       “…네?”

       

       네?

       

       아니.

       

       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살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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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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