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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5

    <385 – 사람 잡는 책>

     

    운빨로 아카데미 졸업하기에는 수많은 기능만큼이나 다양한 기능판정이 있다.

    그중 ‘마법’이나 ‘지식’과 관련된 분야의 판정은 몸을 쓰는 분야보다도 악명이 높은데, 그만큼 배울 것이 급격하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뉴비들은 그래서 마법을 못 쓰지!’

     

    원리를 알고 술식을 꼼꼼하게 새기면 마법시전의 난이도가 쉬워진다.

     

    [술식이 완벽하게 새겨졌습니다.]

    [문제난이도가 하락합니다.]

    [마나회로의 구성이 완벽합니다.]

    [문제난이도가 하락합니다.]

    [난이도가 논외의 수준으로 저조합니다.]

    [문제풀이가 생략됩니다.]

     

    ━━━

    【매직미사일 캐스팅 문제】

    문제 : 1+1= ?

    정답 : ? = 2

    ━━━

     

    이것을 맞추기 어려워할 사람은 없다.

    셈을 막 헤아리기 시작한 3살 아이도 맞출 수 있다.

    반대로 미숙한 뉴비가 끙끙거리면?

     

    [술식의 재료가 저급합니다.]

    [문제난이도가 상승합니다.]

    [술식이 엉망진창으로 새겨졌습니다.]

    [문제난이도가 상승합니다.]

    [마나의 순도가 형편없습니다.]

    [문제난이도가 상승합니다.]

    [마나회로의 구성이 엉성합니다.]

    [문제난이도가 상승합니다.]

    [보유마나가 저조합니다.]

    [문제난이도가 상승합니다.]

     

    ━━━

    【매직미사일 캐스팅 문제】

    시간제한 : 5초

    문제 : 클로버에 들어갈 규칙을 찾으시오.

    28500♣5=0

    2850♣4=2

    285♣3=0

    28♣2=0

    2♣1=0

    정답 : ♣에 들어갈 규칙은 <앞의 수를 뒤의 수로 ÷를 한 후 남은 숫자를 구하시오> 이다.

    ━━━

     

    수능문제 풀다가 게임하러 들어온 수험생이나 대학생, 수학선생이나 고시공부 하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이런 문제들을 기민하게 맞출 일반인은 드물다.

    사람의 두뇌는 익숙한 일에 더욱 빠르게 돌아가고 생소한 일에 둔하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술식은 더럽게 못 짜면서 수학천재인 인도인 플레이어는 뇌지컬로 모든 문제풀이에 성공해서 마법을 1초 만에 전부 캐스팅하기도 하지만 내가 흉내 낼 기예가 아니다.

     

    ‘그런 인간은 이세계인이었어도 대마법사가 되었을 재능이지!’

     

    나처럼 평범한 고인물은 그냥 문제풀이의 난이도를 조절해서 나올 문제와 정답의 경향성을 외우는 정도밖에 못한다.

    그게 문제풀이랑 뭐가 다르냐고?

    매번 모르는 문제가 나오는데도 전부 맞추는 거랑 아는 문제만 맞추는 건 당연히 천지차이지!

     

    ‘문제는 마법판정에서 펼치는 마법이 복잡하고 어려울수록 출제되는 마법난이도가 오르듯이 지식판정도 요구되는 지식이 복잡하고 어려울수록 출제되는 지식난이도가 오른다는 것!’

     

    그리고 지금, 우리는 지식판정을 요구받고 있다.

     

    【고고학서고】

    [대여를 원하는 책의 지식판정을 실행하여 성공할 시, 해당 책이 서고에서 일시적으로 축출됩니다.]

    [단, 지식판정에 실패하면 엉뚱한 책이 대신 튀어나올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주의하십시오. 도서관의 보안수칙에 의거하여 지식판정에 실패한 대상은 침입자로 간주, 열람자에게 피해를 주는 함정서적이 잔뜩 존재합니다.]

     

    서고 앞에 대놓고 붙은 주의문을 보고 동화책이 절실한 도비는 애처롭게 떨었다.

     

    “저 이거 못 뽑아요. 고고학 기능은 경험치 훈련 한 적도 없어서 지식판정 못 한다고요…”

    “강의 공부하느라 책 많이 읽었는데 독서기능으로 판정하면 안 돼?”

     

    티토소가가 천진한 질문을 던졌다.

    나야 쿨하게 대답했다.

     

    “해봐!”

    “…안 할래.”

     

    역시 티토소가.

    무해한 소동물답게 위험을 감지하는 감각이 좋다.

    반면, 무식해서 용감한 사람도 있다.

     

    “배짱은 쥐방울만도 못한 것들이 잔뜩 있구나. 으하핫, 이 몸이 단숨에 동화책을 뽑아주마!”

     

    손오천은 배짱 좋게 서고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판정창이 떠올랐다.

     

    [뽑고자 하는 서적에 대한 정보를 떠올리거나 마나패널에 입력하십시오.]

     

    ━━━

    입력정보 : 동화책

    키워드 : 요정, 아무거나, 많이

    ━━━

     

    [지식판정을 실행합니다.]

     

    그깟 책이야 대충 검색해서 뽑으면 그만이지.

    전자도서관 대여시스템마냥 만만하게 생각하고 덤벼든 손오천의 앞으로 엄청난 양의 판정이 해킹당한 컴퓨터의 에러코드마냥 무서운 속도로 불어났다.

     

    [정보의 범위가 광범위합니다.]

    [판정난이도가 상승합니다.]

    [<고고학> 지식이 부족합니다.]

    [판정난이도가 상승합니다.]

    [<요정> 지식이 부족합니다.]

    [판정난이도가 상승합니다.]

    [<전설> 지식이 부족합니다.]

    [판정난이도가 상승합니다.]

    [<대괴수> 지식이 부족합니다.]

    [판정난이도가 상승합니다.]

     

    “어어?”

     

    뭔가 잘못 됐음을 직감한 손오천.

    그가 손을 올린 마나패널이 무섭도록 진동했다.

     

    ━━━

    고대의 고고한 동화들이 당신의 손길을 거부합니다.

    요정들의 발자취가 당신을 비웃으며 날아갑니다.

    전설의 흔적이 금서 <우자의 비극>을 꺼내듭니다.

    어느 대괴수가 군침을 흘리며 <드레아골의 가죽서적>을 얹습니다.

    ━━━

     

    “어어어?”

     

    얼 타는 사이에 고고학서고에서 제멋대로 뽑혀든 두 권의 서적.

    하나는 우스꽝스러운 녹색과 적색의 광대장식이 달린 사진집에 가까웠고, 다른 하나는 괴물가죽에 흉흉한 이빨이 달린 사람 잡는 책이었다.

    사진집은 스스로 펼쳐지며 손오천의 넋을 텅 빈 사진에 채워 넣으려 들고 가죽서적은 손을 씹으려고 이를 크게 벌렸다.

     

    [정신저항에 실패합니다.]

    [근력이 일시적으로 저하됩니다.]

    [살기저항에 실패합니다.]

    [근력이 일시적으로 저하됩니다.]

    [위계저항에 실패합니다.]

    [근력이 일시적으로 저하됩니다.]

     

    “미친. 내 몸이 왜 이래. 움직이지가…!”

    “넵, 여기까지!”

     

    정말로 호된 꼴을 겪기 직전에 손오천의 다리를 붙잡아 뒤로 넘어뜨렸다.

    서고의 마나보드에 손을 얹은 자세에서 겨우 풀려난 손오천이 뒤로 넘어진 자세로 마나보드 안에서 입맛만 다시는 책을 보며 진저리를 쳤다.

     

    “저딴 게 무슨 책이냐! 교수의 함정도 저렇게 위험하지는 않겠다.”

    “읽으라고 있는 책들이 아니니까 그렇죠!”

    “아주 지독한 꼴을 겪었군. 두 번 다시 도서관의 마나패널에는 손을 대지 않겠어.”

     

    면전에서 호된 꼴을 겪은 손오천을 봐서 그런지 다른 학생들도 행동거지가 조신해졌다.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서고에 실오라기 하나라도 닿을까 봐 걸음과 간격마저 조심조심한다.

    역시 예절이란 야만의 폭력에서 비롯되는 걸까?

     

    “동화책 꺼내기에 도전할 다른 분은 없으세요?”

    “흠흠. 제가 도움이 될 수 있겠네요. 지금은 아니어도 한때 공작가문이었던 세비체 가문의 교육은 허투루 받은 것이 아니니까요.”

    “와, 아카디아 언니!”

    “그럴 필요 없어. 당신은 몰락한 가문의 부흥에 매진하기도 버거운 처지. 위험을 무릅쓰지 말고 여긴 나한테 양보해.”

    “와, 아이린!”

     

    일전에 두 사람이 말했던 대로 도서관은 고위층의 전유물.

    공작가의 공녀와 대공가문의 대공녀는 영지 내에 전속도서관 하나쯤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아카데미의 것만큼은 아니어도 나름 지식판정을 하는 행위가 생소하지는 않을 정도의 시설을 갖췄겠지.

     

    [아카디아가 <카하란 대사막 벽화>를 대여합니다.]

    [아이린이 <얼어붙은 시간>을 대여합니다.]

     

    두 사람은 성공적으로 마나패널로부터 각각의 동화책을 얻을 수 있었다.

     

    “동화책이라며?”

    “저딴 게 동화책?”

     

    만화책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그림책은 될 줄 알았더니 어디서 벽을 통째로 뜯어온 것처럼 보이는 벽화의 등장에 모두들 숨이 턱 막혔다.

    아이린이 든 것은 한술 더 떠서 혼돈스러운 색채가 끊임없이 소용돌이치는 무지개색 물이 담긴 커다란 물통이었다.

     

    “요정들의 기준으로는 이게 동화죠. 입체적으로 깎여나간 그림을 손으로 훑으며 벽화에 새겨진 감정기복을 읽어내니까요.”

    “그런 발전된 정령들보다 더욱 원시적인 시대의 정령들의 과거를 담아낸 것이 <얼어붙은 시간>이라 불리는 물통 속의 소용돌이야.”

    “성과가 두 배라서 잘 됐네, 도비!”

     

    동화책을 얻게 된 도비가 하나도 행복하지 않은 얼굴로 물었다.

     

    “그래서 동화책을 읽어달라고 하면 저걸 제가 어떻게 읽어드려야 합니까?”

    “고고학 기능으로!”

    “저는 고고학을 배운 적이 없는데요.”

    “정령어 기능!”

    “정령과는 연도 없었고요.”

    “그럼 도서관 온 김에 하나 배우세요!”

     

    사실 도서관에는 소위 말하는 <스킬북>이라는 녀석들도 있다.

    열어보면 아직 배우지 못한 기능을 습득할 수 있고, 기존에 보유한 기능의 경험치가 쑥쑥 상승하기도 하는 대단한 책이다.

    즉석에서 마나패널을 뒤적이다가 스킬북을 찾아 넘겨주자 도비가 넋 나간 얼굴로 물었다.

     

    “무슨 스킬북이 1초 만에 나옵니까? 설마 처음부터 알고 계셨던…?”

     

    혼란스러워하는 도비에게 다가간 자쿠가 어깨동무를 하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눈치 안 챙기냐?”

    “!?”

    “오크노디가 재단의 보급품을 넘겨줬으면 입 다물고 그냥 받아. 쓸데없이 주목 받게 만들지 말고.”

     

    정령한테 잡혀죽기 싫어서 재단에 코가 꿰이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인가… 도비는 착잡한 마음에 한숨을 내쉬며 스킬북을 받았다.

     

    [스킬과 관련된 지식이 전무합니다.]

    [습득시간이 길어집니다.]

    [지능판정에 실패했습니다.]

    [습득 시에 발생하는 고통이 커집니다.]

    [재능의 편린이 보입니다.]

    [수명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으아아아악!!!”

     

    스킬북을 쥔 채로 갑자기 처참한 비명을 내지르며 온 몸을 비트는 도비.

    마치 금서를 펼친 것처럼 괴로워하는 모습에 손오천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저놈 저거, 내가 열어보려던 것처럼 함정서적을 열어보고 있는 거 아니냐?”

    “아닌데요? 스킬북은 원래 저래요!”

    “아니 무슨 스킬북이 사람을 잡게 생겨먹었냐?”

    “원래 보물은 주인을 가린다고 그랬어요. 능력 없는 사람이 욕심을 부렸으면 저 정도 고통은 각오해야죠!”

    “아니 쟨 니가 읽으라고 준 거잖아, 이 무친 쥐방울 녀석아…”

     

    [도비가 정령어 기능을 습득합니다.]

     

    잘됐네. 이걸로 도비는 한밤중에 찾아온 정령들에게 암살당할 걱정이 없어져서!

     

    “도서관에 온 목적은 달성했는데 다들 온 김에 책 한 권씩만 빌리고 돌아갈래요? 뭣하면 기능스킬북 하나씩 찾아드릴 수도 있는데!”

     

    과제에 치여서 먼 길 함께 왔던 학생들이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강의에 쓸 참고서적이 필요 없다니 참 이상한 뉴비들이네!

     

    “아참. 도비. 책은 이제 돌려줘!”

    “네!? 책 빌리러 왔잖아요. 이걸 왜 벌써 돌려줘요!”

    “아카디아랑 아이린이 대여한 책을 정령들이 돌려주지 않아서 연체료를 지불하게 되면 두 사람이 무지무지 화가 날 텐데 그래도 괜찮으면 안 줘도 돼!”

    “…”

     

    도비는 훌쩍이며 책 아닌 책을 돌려주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규칙이 헷갈리지 않도록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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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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