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86

       “어떻습니까?”

        

       “어…… 맛있…… 는 데요?”

        

       미아는 나의 시선이 부담스럽다는 듯 내 눈치를 흘끗흘끗 보면서도 열심히 입을 오물거렸다.

        

       뭔가 작은 설치류가 생각난다고 하면 상대방한테 실례겠지.

        

       “제가 이상한가요?”

        

       “아뇨, 이상하지 않아요.”

        

       내가 미아의 얼굴을 너무 뚫어져라 봐서 그런지 미아가 그렇게 반응하자, 샤를로트가 나를 흘겨보며 말했다.

        

       “언니, 솔직하게 말해 봐. 역시 무슨 생각이 있는 거지?”

        

       “네 얼굴이 꼭 뭔가를 꾸밀 때의 얼굴이거든.”

        

       클레어와 앨리스도 한마디씩 했다.

        

       내 얼굴을 거의 완벽하게 읽어내는 앨리스는 그렇다 쳐도, 내 포커페이스가 이제는 클레어한테도 먹히지 않는다는 것은 조금 충격이었다.

        

       지금 우리는 한 토스트 가게에 와 있었다.

        

       동네 맛집 같은 곳은 아니다. 전국에 매장이 꽤 있는 프랜차이즈 토스트 가게고, 사실 따지자면 토스트를 이용한 샌드위치 판매점에 가까웠다.

        

       두꺼운 빵 가운데를 잘라 속을 채워 넣고, 그 위에 반숙된 달걀노른자를 올려주는 형태의 샌드위치였는데, 사실 이 샌드위치는 나도 처음 먹어보는 것이었다. 이 나라에서 파는 음식은 많고, 당연히 나도 그 모든 음식을 먹어본 것은 아니니까. 베트남식 쌀국수도 대학교 졸업하고 나서야 먹어봤을 정도니.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작 먹어볼까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다 같이 지나가다가 보여서 들어온 것이다.

        

       주변에는 사람이 꽤 있었는데, 이쪽에 관심을 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아무래도 식사하는 곳이었으니 당연하였지만.

        

       “사실 뭔가 생각하는 것이 있기는 합니다만.”

        

       나는 미아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말했다.

        

       “아, 나 알 것 같아.”

        

       클레어가 한 손을 들어 보이면서 말했다.

        

       “먹방이지?”

        

       “……클레어, 당신은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조금 줄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이쪽으로 넘어온 지 시간이 조금 흘렀다고 하더라도, 클레어의 적응 속도가 너무 경이롭다. 특히 이런 쪽의 지식을 습득하는 속도는 무서울 정도였다.

        

       다시 생각해보면 처음에 방송을 해보고 싶다는 아이디어도 클레어의 반응에서 나온 거였지.

        

       “나는 평소에 언니보다 훨씬 더 활동적으로 움직이는데?”

        

       “…….”

        

       그 말에는 나도 할 말이 없었지만.

        

       “클레어의 말이 맞습니다.”

        

       나는 말을 돌리기 위해서 그렇게 말했지만,

        

       “뭐가 맞다는 말이야? 네가 클레어보다 움직이는 걸 귀찮아야 한다는 거?”

        

       어째 잘못 걸린 것 같았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여기 온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애더러 방송에서 뭔가 하라고 하면 그것도 문제 아냐? 적어도 적응 기간은 줘야지.”

        

       앨리스의 말에 미아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너는 먹방이 뭔지도 모를 거 아니야.

        

       하긴, 다시 생각해보면 먹방이 뭔지도 모르는 애를 데리고 먹방을 하겠다는 것도 조금 비인간적인 처사 같기도 했다.

        

       “그보다,”

        

       앨리스는 그렇게 말하며 내 옆구리를 쿡 찔렀다.

        

       “……뭐 하시는 겁니까?”

        

       “음, 먹고 뒹구는 것에 비해서 살이 딱히 찌지는 않았는데.”

        

       “이렇게 보여도 여러분을 열심히 쫓아다니고 있기는 합니다만.”

        

       그렇다.

        

       나는 나름대로 클레어와 앨리스가 활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따라잡으려 노력했다. 여의도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건, 한강 변을 미친 듯이 돌아다니건.

        

       나도 살찌고 싶은 건 아니거든.

        

       전생의 나였다면 이미 아저씨라고 불릴 나이이기도 했고, 살을 뺀다고 해서 외모의 수준이 딱히 대단히 나아지지도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어서 관리 같은 것은 건강에 영향이 없을 정도로만 시도했겠지만, 이렇게 원판 좋은 몸을 가진 뒤로는 나름대로 현상 유지를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야, 관리가 안 되면 아깝잖아.

        

       딱히 화장 같은 것은 하지 않지만 말이다.

        

       참고로 클레어와 앨리스는 슬슬 이쪽 세상의 화장품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돌아갈 때 잔뜩 사 가야겠다.”라고, 무슨 한국 관광 온 일본인 관광객 같은 말까지 했을 정도니까.

        

       “그래도 옆구리가 너무 말랑하지 않아?”

        

       “그건 살이 쪄서가 아니라 근육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그게 문제야.”

        

       앨리스가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이자, 클레어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래! 그 생각이구나!”

        

       “……무슨 생각 말씀이십니까?”

        

       “운동! 운동하는 영상 생각하는 거지?”

        

       “죽어도 안 합니다.”

        

       “죽어도 하기 싫을 만큼 운동이 싫어요?”

        

       샤를로트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해서,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운동은 하겠지만, 몸을 만들기 위한 운동은 하지 않겠습니다.”

        

       “어째서?”

        

       이번엔 앨리스가 미간을 모았다.

        

       “왜냐하면, 운동은 힘들기 때문입니다.”

        

       “…….”

        

       잠깐 내 주변이 침묵에 휩싸였다.

        

       기분 탓인지 내 주변뿐만이 아니라 가게 전체가 침묵에 휩싸인 것 같기도 했다.

        

       ……설마 관심 없는 척하면서 은근슬쩍 귀를 기울이고 있던 건 아니겠지?

        

       아니, 뭐, 솔직히 나라도 엄청 신기하긴 하겠지만.

        

       우리가 법적으로는 한국인이라는 걸 알면 더 신기할 거다. 참고로 미아와 샤를로트의 주민등록증은 아까 나오기 전에 찾았다. 어째서인지 책상 가장 아래쪽 서랍에 나란히 들어있더라.

        

       “언니, 아제르나에 있을 때는 그것보다 힘든 일들도 했잖아?”

        

       “그것과 이것은 다릅니다. 그건 좋건 싫건 원하는 바를 위해서는 해야만 하는 일이었고, 운동은 무조건 제가 선택으로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미아?”

        

       “네, 네!?”

        

       내가 갑자기 자길 끌어들이자 미아는 기겁했다.

        

       참고로 우리가 대화하는 와중에도 태연하게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기에 지금은 거의 다 먹은 상태였다. 애매하게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먹은 덕에 제일 아랫부분의 식빵 부분만 남았지만, 미아는 딱히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막 그 부분을 입 안으로 넣어 처리하려던 미아는 얼어붙은 채 나를 보았다.

        

       “그거 아십니까? 사람의 관절은 모두 수명이 있습니다. 오래 쓰기 위해서는 최대한 덜 쓰는 쪽이 안전합니다. 그런데 운동은 그런 관절에 부하를 주죠.”

        

       “사이트에서 찾아보니까 관절에 무리 없이 몸매 가꾸는 법도 많이 나와 있던데?”

        

       “맞아, 언니. 계단 오르기나 달리기 같은 것도 사실은 관절에 큰 무리가 안 간다더라.”

        

       “그렇다는데, 어쩌시겠어요?”

        

       은근슬쩍 참전한 샤를로트가 웃으며 물었다.

        

       “……저처럼 운동 초보인 사람이 갑자기 운동 영상을 찍어서 올리면 사람들이 보지 않을 겁니다.”

        

       “원래 그런 영상은 미숙련자가 고통받는 것을 보기 위해서 보는 거 아니야?”

        

       “앨리스, 당신도 스마트폰 사용하는 시간을 조금 줄여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나는 진지하게 물었다.

        

       클레어의 적응 속도에만 감탄하고 있었는데, 다시 보니 앨리스도 그런 쪽으로 생각보다 많이 알아낸 모양이다.

        

       “뭐, 좋아.”

        

       내가 완강하게 거부하자, 앨리스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고 잔뜩 긴장하던 미아도 어깨에서 힘을 풀고, 입 안에 남은 식빵 조각을 한 번에 넣었다.

        

       그게 들어가는구나. 아니, 양 볼을 빵빵하게 부풀린 걸 보면 들어가는 게 말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평소에 우리가 운동하는 걸 나름대로 따라 하려고 하고는 있으니 그 노력을 보아서라도 본격적인 운동은 시키지 않을게. 확실히 건강에 문제가 되지만 않는다면 이 이상 하는 건 취미의 영역이지.”

        

       “말이 통해서 다행입니다.”

        

       나도 어깨에서 힘을 조금 풀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 게임은 살 거야.”

        

       앨리스는 씩 웃으면서 나에게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주었다.

        

       “…….”

        

       나는 잠깐 앨리스가 손에 들어 보인 스마트폰 화면을 확인하고,

        

       “이미 산 것으로 보입니다만?”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니까 살 거라고 한 거지. 참고로, 내 돈으로 산 거니까 너무 걱정할 건 없어.”

        

       “……그럼 당신 돈으로 산 것이니 저는 굳이 쓸 일이 없겠군요.”

        

       “네가 직접 틀지 않으면 그렇겠지.”

        

       “…….”

        

       너무 순순하게 그렇게 말해서 나는 잠깐 그 말 뒤에 숨은 진의를 의심해보았다.

        

       하지만 앨리스는 그저 얼굴에 생글생글 웃음을 띤 채 나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뭘 샀다는 거죠?”

        

       “이거.”

        

       앨리스가 샤를로트에게 스마트폰을 건네자, 옆자리에 앉은 미아가 고개를 빼 들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뭐죠?”

        

       “별건 아니고, 그냥 게임이야.”

        

       ‘그냥’ 게임은 아니지.

        

       ‘체감형’ 게임이다.

        

       하지만 뭐, 내가 직접 틀지만 않으면 내가 할 일은 없다고 했으니까.

        

       설령 기기에 게임을 실행해두고 슬립모드로 해놨다 하더라도, 기기 자체를 만지지 않으면 될 일이다.

        

       “그럼, 기왕 이렇게 된 거 운동할 때 입을 옷을 사러 갈까? 시청자들이 보기 좋은 옷을 사두는 게 좋지 않겠어?”

        

       “제가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습니까? 게임은 주로 당신이 하게 될 텐데요.”

        

       “과연 그럴까?”

        

       과연 그렇지 않을까?

        

       *

        

       [실비아가 방종 때까지 ● 피트 어드밴처 플레이]

        

       경쾌한 소리와 함께 모니터에 그런 미션이 떠올랐다.

        

       그리고 미션 시작 금액은 무려 십만 원이었다.

        

       “…….”

        

       “안 하려고?”

        

       내 시선을 받은 앨리스가 나를 보며 씩 웃어 보였다.

        

       이걸 노린 거구나.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