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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6

       본인이 엔리와 함께 만들었던 볶음밥은 그리 특출나게 맛있지는 않았다.

       

       여태까지 먹어보았던 여러 현대의 음식들과 비교한다면 평범하다 이야기하는 편이 옳을 것 같았지.

       

       허나 본인은 그 볶음밥을 먹고서 감동과 감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내가 내 손으로 만든 음식에서 그런 맛이 난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기에.

       

       본인은 말이다. 무림의 세계에서 수도 없이 음식을 만드는 것에 실패했다.

       

       물론 고기를 굽는 것 정도야 할 수 있었지만 그것이 무슨 요리인가!

       

       제대로 된 음식. 현대의 음식처럼 다채롭고 화려한 음식을 만들려던 본인의 시도는 수도 없이 실패로 돌아갔으며 현대에 올 때까지 환단을 먹으며 사는 삶을 만들어 버렸지.

       

       그렇기에 본인은 현대에 오고 나서도 음식을 만드는 데에 도전하지 않았다. 본인이 만든 음식으로 귀중한 한 끼를 버리고 싶지 않다 생각했으니 말이다.

       

       허나 보라. 본인도 제대로만 한다면 충분히 맛난 것을 만들 수 있지 않은가.

       

       하하. 무어냐. 본인은 과정과 절차를 몰랐을 뿐이기에 실패를 반복했던 것 뿐이었더냐?

       

       이는 마치 무공을 익히는 것과 비슷한 일이구나. 본인은 재능 없는 요리사였기에 제대로 된 스승 없이는 스스로 깨칠 줄 몰랐던 게야.

       

       허나 이제는 다르다. 엔리에게 최소한의 가르침을 얻은 나는 요리를 할 줄 알게 되었으니!

       

       이 기쁨을 함께하기 위하여 자택으로 돌아오자마자 바루와 백호에게 볶음밥을 해주었던 본인이었으나 정작 그 두 사람의 반응은 좋지 못했다.

       

       

       “…어찌 하여 밥을 볶은 것인데 간식마냥 단 것이냐?”

       “그것 뿐만이 아니다. 볶음밥에선 나선 안 될 맛이 나. 아라님. 중간에 맛을 보셨습니까?”

       “왜 봐야 하지? 충분히 맛있을 게 분명한데.”

       “쯧. 난 이런 건 못 먹는다.”

       “…아. 저. 그게. 저도.”

       

       두 사람의 반응이 격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본인이 맛보기에도 볶음밥은 그리 맛있지 못했으니까.

       

       흐음. 늦은 시간이라 활력을 돋우기 위하여 설탕을 좀 넣은 것이 과했던 것인가.

       

       본인이 어찌하여 실패했는지를 이해한 본인은 이번에는 배웠던 내용 그대로 볶음밥을 해주겠노라 두 사람에게 이야기를 해주었지만 두 사람 모두 기겁을 하며 거절을 했다.

       

       덕분에 난 제대로 된 실력을 시연할 기회를 얻지 못했지.

       

       제기랄. 두고 보자꾸나. 내 언젠가 그대들이 먹고 싶다고 빌만한 음식을 만들었을 적에 되갚아주도록 하겠다!

       

       이러한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일이 지나간 후에. 나는 바루를 데리고서 화룡무인의 세상으로 향했다.

       

       이전부터 데려가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본인은 바루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걸 기다릴 생각이었다. 본인이 직접 데리고 온 것인데 멋대로 데려가는 건 예의가 아닌 듯 했으니.

       

       허나 그럴 수가 없게 된 이유는 백호가 본인에게 간곡히 부탁을 한 까닭이었다.

       

       ‘지금 바루의 실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부디 화룡무인의 세상으로 돌아가 한 번 얼굴을 비춰 주시지요.’

       

       물론 본인은 백호의 부탁을 간단히 무시할 능력이 있었지만 바루는 아니었다.

       

       신수인 백호를 존경하고 있는 그녀는 백호의 간곡한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내 옷깃을 잡아 당겼지. 그래서 난 어쩔 수 없이 차원을 넘어 화룡무인의 세상으로 향해야만 했다.

       

       “그 녀석이 무어라 하건 무시해도 괜찮았을 터인데.”

       

       백호 녀석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간절한 부탁과 더 간절한 부탁뿐이니까.

       

       그 이외에 어떤 것도 하지 못하는데 굳이 부탁을 들어 줄 이유가 있는가. 무복으로 옷을 갈아입으며 바루에게 물었더니 바루가 헛웃음을 흘렸다.

       

       “어차피 바란다면 언제건 왔다 갔다 할 수 있지 않은가.”

       “그거야 그렇다만.”

       “그리고 말이다. 본인은 그대의 친우이기 이전에 신령이다. 본인이 관리하는 산이 어찌 되어있는지 확인을 해야지.”

       “그 관리라는 것. 오래 전에 내팽개친 것이 아니었나?”

       “…그대는 대체 날 뭘로 보는 건가!”

       

       버럭 성을 내는 바루를 그녀의 돌산에 내려다 주고 온 나는 화산 쪽으로 발을 옮겼다.

       

       무복을 입고 있는 작금의 본인은 VR세상에서 쓰던 것과 비교해 머리가 짧아졌을 뿐인 상태.

       

       그. 요즈음 말로 커스터마이징을 바꾸었다 그러면 다들 알아서 이해를 해 줄 것이다.

       

       “화령님!”

       

       그리 생각하며 가뿐한 걸음으로 화산의 부지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나를 찾아 달려온 것은 설아였다.

       

       그녀는 화산에 속한 이들과 뒤섞여 수련을 하다 나를 보자마자 달려왔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지금의 나라면 그녀의 안에 있는 광신의 희미함도 지워버릴 수 있을 것임을 말이다. 당장 그럴 필요가 없으니 그러지는 않겠지만.

       

       오랜만에 만나 반갑다고 꼬리를 흔들어대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서 한 걸음을 더 내딛었더니 어디선가 은인이 나타나 정중하게 포권을 취했다.

       

       “고금의 제일인을 뵙습니다.”

       “은인이시여. 분명 존대를 하지 말아 달라 부탁드렸을 터인데요.”

       “죄송합니다마는. 무의 극에 이르신 분께 어찌 건방진 말버릇을 사용하겠습니까. 이해해주십시오.”

       

       몇 번인가 회유를 해보았지만 은인의 태도는 완고했다.

       

       과거 화룡무인의 육신을 사용하던 때에야 애써 반말을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도저히 무리라고.

       

       당신의 본신을 눈앞에 두고 있으면 하늘의 높이가 보이지 않는데 어찌 그러겠느냐고.

       

       이 이상 은인에게 반말을 강요했다가는 은인께서 심대한 마음의 고통을 받을 듯 싶어 그냥 존댓말을 쓰시라 그랬다.

       

       어찌하겠는가. 본인의 욕심으로 은인께 피해를 끼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나. 부탁을 들어주어 감사하다며 정중히 인사를 건네는 은인을 보다 재미난 것을 발견했다.

       

       “무언가 깨달음이 있으셨습니까?”

       “예. 제일인께서 보여주신 압도적인 무위를 보고서 자그마한 배움이 있었습니다.”

       

       흐음. 이대로 나아가신다면 머잖아 환골탈태를 겪으시겠구나. 그 길을 알려주면 더 빠르게 도달할 수 있겠지만 그건 예의가 아니지.

       

       정진하시라는 이야기를 남기고 그 앞으로 향했더니 다음에 나타난 것은 지존이었다.

       

       녀석은 또 다시 본인과 도박판을 벌일 생각이었던 것인지 잔과 주사위를 들고서 모습을 드러냈지만 본인과 눈을 마주치자마자 그대로 굳어버렸다.

       

       “…허. 그 때에도 괴물 같다 생각했거늘 정신을 차리고 보니 더하군. 그대가 진정 인간인가?”

       “그럼 무엇인가. 본인을 무의 신이라고 부를 텐가?”

       “그리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진지하게 들어.”

       

       녀석의 황망한 눈을 보면서도 난 별 걱정을 하지 않았다. 이 녀석은 신의 앞에 있다면 그 아래에 굴복하는 게 아니라 거기까지 다다르고자 하는 녀석일테니 말이다.

       

       그리고 뭣보다.

       

       “도박의 신이라는 호칭은 어떤가. 그는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만.”

       “무슨 헛소리를. 도박에 신 따위는 없다!”

       

       여전히 날 상대로 손장난에서 이겨먹겠다 그러는 놈을 무어 걱정할까.

       

       버뜩 소리를 내지르는 녀석을 보고 웃다가 조금 있다가 한 판 놀아주겠다고 한 나는 화산의 한 가운데로 향했다.

       

       백주 녀석은 바루를 만나러 간 듯 하고. 백화령 그 녀석이 안 보이는 건 천마신교의 본관에 있다는 소리일 테니 나중에 얼굴이나 구경하러 가야겠군.

       

       일단 해야 할 일을 끝마친 후에 말이야.

       

       계속해서 앞으로 걸은 나는 화산 부지의 가운데. 화산의 유저들을 가르치고 있는 학영충이 있는 곳에 도달했다.

       

       녀석은 저 멀리에서 내가 올 때까지 정중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문주시여.”

       “그래.”

       

       학영충의 인사를 대충 받아주면서 유저들의 면면을 살폈다.

       

       이 곳에 자리한 것은 대부분은 먼 과거부터 화산의 무공을 익히던 자들이었다.

       

       시유검이나 설아 정도가 예외일까. 화산의 무공을 정진하는 데에 열정을 바치고 있는 이들은 과거와는 비할 대 없을 정도로 무공에 완숙해 있었다.

       

       학영충에게 듣자 하니 이 중에 세 명은 자하신공의 초입에 들어서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던가.

       

       이들이 이렇게까지 노력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매화검법을 배우기 위하여.

       

       학영충이 이들을 가르치는 이유도 같다. 매화검법을 배우기 위하여.

       

       과거의 본인도 그에 대해 알고는 있었다마는 시연을 해 보이는 건 어려웠다.

       

       천마신공을 다루는 본인으로써는 매화검법을 완성시키는 것이 불가능 했으니까.

       

       허나 지금은 아니다.

       

       작금 본인이 이른 경지는 세상의 규칙을 재편하는 수준에 이르렀으니. 본인이 지닌 내기로도 세상에 매화를 수놓는 것은 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잠시 수련을 멈추도록.”

       

       그러니 보여줄 생각이다.

       

       “내 매화검을 시연해주도록 할 터이니.”

       

       저들이 목표로 하는 것을.

       

       저들이 닿고자 하는 것을.

       

       저들이 간절히 바라는 것을.

       

       “이를 눈에 새기도록 하라.”

       

       학영충의 허리춤에 있는 검을 빼든 나는 그를 두어번 휘두르는 것으로 상태를 확인했다.

       

       나쁘지 않군. 저 놈이 무공에 미친 놈이긴 하다마는 그래도 무인이기는 해. 오래 쓴 검임에도 새것과 다를 바가 없으니 말이다.

       

       아쉬운 부분이 없기는 하다만 그래도 이 정도면 본인의 손에 들리기에 충분하지.

       

       고개를 끄덕인 본인은 검을 치켜든 채 가만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두가 본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을 머리에 새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좋아. 어디 한 번 시작을 해볼까.

       

       “우선은 본래의 매화검부터 보여주도록 하마.”

       

       자. 세상이여. 본인의 아래에 굴복하라. 본인이 바라는 것처럼 모습을 바꾸어라.

       

       본인의 내기로 매화를 수놓을 수 있도록 하거라.

       

       규율을 재편하고서 두 손으로 검을 쥐었다.

       

       무거울 필요는 없다.

       

       강할 필요도 없다.

       

       빠를 필요도 없다.

       

       지금 이 순간 본인은 한 그루의 매화나무일 지어니.

       

       검이라는 가지를 휘두를 때에 매화가 흩날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터.

       

       본인이 가뿐하게 검을 휘두르자 본인의 검로를 따라서 자색의 내기가 흩날리며 잎의 형상을 갖춘다.

       

       화산의 한 가운데에 때 늦은 봄이 찾아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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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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