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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6

    <386 – 원정의 성과>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이 도서관에서 돌아온 뒤, 지젤은 몇 가지 정보를 입수하였다.

     

    ━━━

    도서관으로 가는 길과 관문돌파에 대한 도로시의 팁이 담긴 정보보고서

     

    도서관에서 동화책을 빌리는 방법에 대해 아카디아와 아이린이 진술한 지식판정 정보보고서

     

    오크노디가 알려준 도서관에서 얻을 수 있는 기능스킬북 종류에 대한 정보보고서

    ━━━

     

    세 종류의 보고서 중 가장 필요했던 정보는 첫 번째 정보였다.

    도서관은 많은 1학년들이 필요를 느낌에도 위치를 찾지 못해 찾아가지 못한 장소였으니까.

     

    “이사벨. 당신이 생각하기에는 어떻습니까?”

    “뭐가?”

    “도서관에 대한 정보. 저로서도 의문점은 많지만 이 보고서를 읽고 가장 크게 느낀 사항은 이것입니다. 불필요할 정도로 바깥세계의 시스템이 유사하게 도입되었다는 사실.”

    “내 머리는 당신 머리처럼 똑똑하지 않아. 썰고 볶는 거라면 잘하지만.”

    “…완전히 요리사로 전직하셨군요?”

    “의외로 소질에 맞아서.”

     

    이사벨의 은근한 미소는 지젤이 보기에도 퍽 좋았다.

    무언가에 몰두하는 사람은 멋진 법이다.

     

    “이 아카데미는 아무래도 교육기관으로서의 목적이 분명하게 존재하나봅니다.”

    “그게 뭔 하나마나한 소리야? 생일은 내가 태어난 날이라는 말처럼.”

    “중요한 정보입니다. 적어도 앞으로 이 아카데미에서 어떤 어려움이 존재하는지를 다소 추측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우리 꼬마아가씨처럼 말입니다.”

     

    오크노디처럼 불가해한 정보력을 일정부분에서나마 발휘할 수 있다.

    이사벨은 감히 엄두도 못 낼 오만한 선언을 지젤은 감히 장담했다.

     

    “그럼 우리 똑똑한 만학도께서는 어떤 걸 추측하셨을까?”

    “하하. 언제 적 별명입니까? 입학시험도 끝난 지 한참 지났는데.”

    “그냥. 아직 실감이 안 나서 그래. 우리가 입학하고 이렇게 많은 시간이 지났다는 게.”

    “당신도 많이 강해지지 않았습니까.”

    “그렇긴 하지. 2학기가 되어서 강의를 들으면서 화염내성을 올려서 지금보다 높은 화력으로 불맛이 좋은 요리도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런 의미의 강함을 칭찬하는 건 아니었는데. 정말 요리에 푹 빠졌군.’

     

    하여튼 모든 출제자에게는 문제를 내었다면 정답을 발표할 의무가 있다.

     

    “저는 ‘학생회’의 역할에 대해 짐작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어떤 ‘학생회실’을 누리고 있을지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학생회? 우리에겐 너무 먼 이야기잖아. 2학년의 학년수석 만델라 카스테라 선배가 학생회에 들어간 것도 최연소 사례라고 들었는데.”

    “정말로 그럴까요? 교수들의 반응을 보면 당신도 아실 텐데요. 우리 기수는 제법 특별하다는 사실을.”

     

    용사 이슈타르와 그녀를 능가하는 잠재력의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가 존재하는 세대.

    학생회 진출은 이사벨의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찾아올지도 몰랐다.

     

    “그럼 학생회는 바깥세상의 무엇에 대응하는 존재인데? 도서관은 실제로도 도서관이 있지만 아카데미 밖에서 학생회는 없잖아.”

    “하지만 수많은 학생들… 각 직업, 각 계층의 실력자들을 대표하는 행정조직이라면 분명히 존재합니다. 우리는 그 조직을 국가라고 부르죠.”

    “뭐? 그럼 학생회라는 건…”

     

    지젤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계패권의 중심에 선 국가. 제국의 시스템에 대응되는 존재. 만일 기프트 아카데미의 학생회에 들어갈 수 있다면 제국이 어떤 식으로 운영되며 어떤 약점을 지니고 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

     

    이사벨은 기겁하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척탐지스크롤(반경 25m)>

    <마나탐지스크롤(반경 25m)>

     

    제국의 흥망성쇠를 논하는 자, 감히 제국인의 앞에서 이를 들켜서는 아니 된다.

    빠르게 두 장의 스크롤을 찢으며 주변에서 전해지는 정보를 확인한 이사벨.

    반응은 깨끗했지만 과할 정도로 아무 기척도 감지되지 않은 천장을 향해 이사벨이 모험가용 단봉을 꺼내들어 쿵 천장을 올려쳤다.

     

    <진동모드 ON>

     

    드드득.

    가파르게 진동하며 천장과 연결된 공간에 무엇이 있는지 손끝의 감각으로 전해진다.

    기척차단이나 마법적 차단으로도 막아낼 수 없는 밀착진동의 감각에 이사벨이 옷 안에서 칼케이스를 꺼내 고기용 칼을 쥐었다.

     

    “이사벨.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엿들은 사람이 있어.”

     

    힘껏 찌른 고기용 칼이 천장을 뚫고 파고들어 잠금장치를 부쉈다.

    쿵!

    천장뚜껑이 주저앉으며 벌어진 틈새를 향해 연이어 다용도 칼이 연결부위를 절단했다.

    와르르.

    잔해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눈을 좁히며 신중하게 먼지더미 사이를 노려보던 이사벨의 손이 득달같이 과도와 감자칼, 가위를 집어던졌다.

     

    따다당!

     

    요란한 소리와 함께 연달아 튕겨 나오는 날붙이들.

    이사벨은 동요하지 않았다.

    투척은 적이 도망치지 못하고 강제로 응수하게 만들어 간격을 좁힐 수단일 뿐.

     

    <이사벨류 요리검술>

    <마수 뼈 절단 칼>

     

    크고 단단한 마수의 뼈도 절단하는 요리용 칼을 단숨에 상대의 허리춤을 향해 휘둘렀다.

     

    카앙!

     

    회심의 일격치고는 너무나도 간단하게 이사벨의 궤적을 읽어내고 한발 먼저 자세를 고쳐 합을 주고받는 반동으로 무장해제를 노리는 상대의 받아치기.

    매서운 반격은 이사벨의 허를 찔렀지만 이 일격에 실린 이사벨의 힘도 상대의 허를 찔렀다.

     

    “엄청나게 강하네.”

    “즈앙?”

     

    <무장해제>는커녕 <반동>도 아닌 <경직>에 그친 즈앙의 받아치기.

    이사벨은 그냥 밥을 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즈앙에게는 상당한 충격이었다.

     

    “이런 곳에서 뭘 하고 있던 거야. 어째서 우리 대화를 엿들었고.”

    “그쪽의 고용주한테 할일 없을 땐 자기 천장에서 빈둥거려달라고 부탁 받았거든? 괜한 쥐새끼가 접근하지 않도록.”

    “즈앙의 말이 맞습니다. 설마 이사벨이 즈앙의 존재를 감지해낼 줄은 생각도 못했던지라 말씀드리지 않았던 것이 화근이었군요.”

     

    즈앙만이 아니라 지젤도 이사벨의 전투력을 얕본 것은 마찬가지였다.

    요리사가 아닌 에소니아 모험단의 예비단장으로서도 이사벨이 이 정도로 강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이사벨은 그런 이들의 반응에 도리어 어이없어했다.

     

    “모험단 출신을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어지간한 정규용병대도 엄두도 못 낼 위험한 곳을 전부 드나들어왔는데 이 정도 재주는 있어야지.”

     

    재주의 방향이 보조직업을 넘어서 주직업에 가까워지는 요리사로서의 역량에 영향을 받는 것 같지만 지젤은 그 사실까지 지적하지는 않았다.

    요리를 하고 있지 않아도 칼 든 사람의 심기를 거스르는 말은 굳이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니까.

     

    “즈앙이라면 괜찮겠지. 오크노디의 친구니까. 그래도 조심해. 제국을 위협하는 말을 당신처럼 노골적으로 수상하고 꿍꿍이를 감춘 사람이 입에 담으면 누구라도 진지하게 들을 테니까.”

    “이런. 제 평가가 많이 야박하군요.”

    “그 실눈이나 어떻게 해결하고 말하던가. 누가 봐도 힘을 숨긴 사람처럼 보여서 나도 가끔씩 꺼림칙한 기분이 들거든?”

     

    하물며 제국진영의 학생, 그것도 삼대공신가문의 일원이나 매스각키 황녀같은 거물이 들으면 필시 단단히 문제가 생길 것이 틀림없다.

    그들이 가문이나 황실에 편지 한 통만 보내어도 제국 차원에서 진지하게 압박이 들어오더라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애초에 그 학생회 이야기, 나 때문에 꺼내게 된 거거든?”

    “즈앙 네가?”

    “오크노디랑 내가 이런 걸 받았어.”

     

    수령일로부터 30일 내에 사용해야 하는 <학생회 견학허가권>.

    제국에 대응되는 학생회의 실체를 간접적으로 접할 기회가 예상보다 더욱 빠르게 다가왔다.

     

    “도비 군에게는 몇 번 감사해도 모자랄 아주 큰 수확이죠.”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무너진 천장 잔해를 쓸던 이사벨이 문득 호기심을 느꼈다.

     

    “그래서 그 도비 군은 결국 어떻게 된 거야?”

     

     

    * *

     

     

    지젤이 도서관으로 보낸 후속부대 덕분에 도비는 다시 동화책을 입수했다.

    정령들과의 굿모닝 선물협약을 지켜낸 도비는 성공적으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당신은 불쌍한 도비의 생존을 도왔습니다.]

    [포인트를 1500 습득합니다.]

    [착한아이 경험치+3]

     

    일련의 사건을 일단락하고 챙긴 보상도 짭짤했다.

    교수님의 연구실에 갇힌 학생을 잠깐 도와준 것만으로 이렇게 많은 보상을 얻다니.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여러 교수님의 연구실을 순회하며 노예들을 돕는 배려심을 발휘해봐야겠다!

     

    [착한아이 경험치가 일정량을 돌파하기 직전입니다.]

    [앞으로도 선행을 계속 한다면 착한아이 기능이 진화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거, 조금 재미난 기능이 나타났다.

    흐음.

    나쁜아이의 진화상태인 무서운아이는 페널티가 엄청난 기능이었지.

    착한아이의 진화상태는 얼마나 보상이 짭짤할까?

     

    “도비. 동화책 읽기는 잘 되어가?”

    “정령어지식이 부족해서 잘 읽을 수가 없어서 형편없다고 매일 얻어맞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처음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불쌍한 도비의 일과!

     

    “그럼 모처럼이니 에프터케어서비스로 기능훈련이나 도와드릴까요?”

    “아니, 그건 좀… 스킬은 이제 습득하기도 무섭고 기능레벨 올리기도 무서워요. 정령한테 맞고 있으면 정령친화력도 오르고 속성친화력도 오르고 맷집도 오르고 포인트 잔고도 오르는걸요.”

    “그런 장점이!”

    “반대로 기능스킬북은 앓아눕느라 맞지도 못하고 치료비로 잔고가 더 줄어들잖습니까.”

     

    그렇구나.

    그럼 이렇게 해야겠다.

     

    “그럼 제가 대신 때리고 포인트 드리면서 맷집 올려드릴게요!”

    “어?? 아니 얘기가 왜 그렇게 흘러가지…?”

    “맞으면서 포인트 받는 게 좋아서 기능훈련을 하지 않는다면 죽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고통스럽게 맞으면서 고통내성도 올리는 편이 좋잖아요?”

    “…”

     

    훈련을 도와주니까 뉴비도 분명 좋아하겠지?

    아니면 뭐 어쩔 건데.

    맷집훈련을 받든가.

    정령어 기능훈련을 받든가.

    고인물이 소매넣기 하는 훈련코스 둘 중에 하나 고르는 것 말고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착한아이가 되고 싶은 무서운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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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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