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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7

        

       “오오….”

         

       이아린이 진성의 정상적인 모습에 반응했지만, 옆의 친구들은 그녀와는 좀 다른 반응을 보였다.

         

       “어떻게 이런 거의 오빠가 저런 모습이지…?”

         

       그녀들의 입에서 절로 말이 튀어나왔다.

         

       어떻게 저 둘이 가족일 수가 있냐고.

         

       그녀들은 이아린을 한 번 바라보고, TV를 한 번 바라보았다.

       도저히 저 둘이 가족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이다.

         

       “이런 거라니!”

         

       그녀들의 말에 ‘이런 거’가 반발했다.

       자신이 뭐 어떠냐는 항의의 뜻을 담아서 말이다.

         

       하지만 그녀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네 평소 행실을 보면….”

         

       “네가 하고 다니는 거 보다 보니까 네 오빠도 짐승 같은…? 어, 짐승 같은 느낌일 줄 알았지.”

         

       “그런 거 있자너. 키는 2m 가까이 되고, 터질 것 같은 근육에 여자보다 커다란 가슴 근육에…. 팔뚝은 막 통나무만 하고, 얼굴은 야생에서 호랑이라도 잡아먹을 것 같은 그런 느낌? 그런 야만적인 느낌?”

         

       “삼국지의 맹획 같은 느낌 말하는 거지? 우락부락하고 수염 나고 웃통 까고 다니고….”

         

       “얘 또 삼국지 얘기하네. 우리는 삼국지 비유하면 누군지 모른다니까?”

         

       “맹획을 몰라?!”

         

       본래 형제자매는 서로 닮는 법이다.

       닮지 않는다고 해도 닮은 꼴이 되고, 공통점이 생겨나는 법.

         

       그렇기에 그녀들은 이아린이 말하는 ‘오라비’가 좀 우락부락할 것이라 여겼다.

       방금 한 말처럼 근육 돼지 수준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어느 정도 근육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대형견처럼 사방으로 쏘다니면서 사고를 치고 다니는 이아린의 오빠라면 그래도 어느 정도 근육은 있으리라 여겼다.

         

       그런데 그녀들의 고정관념과는 달리, TV에는 전혀 다른 모습의 남자가 비치고 있었다.

         

       호리호리하고 길쭉한 체형.

       운동해서 본격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그냥 평소에 관리를 잘 해왔다 수준의 적당한 근육.

       육식동물 같은 이아린과는 달리 초식동물…그것도 자그마한 동물을 연상케 하는 순해 보이는 얼굴까지.

         

       저 사람을 어떻게 이아린의 오빠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이 사방팔방 난리를 치고 다니는 고양잇과 맹수 같은 여자의 오빠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신기하네 정말….”

         

       저 모습을 보라.

       양복이 잘 어울리는 저 남자의 모습을.

       선해 보이는 얼굴에 긴장한 듯한 모습은 그녀들보다 연상임에도 불구하고 ‘귀엽다’라는 감상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저런 초식동물이.

       저 토끼 같은 사람이 어떻게 이 살아있는 맹수 같은 이아린의 오빠가 될 수 있단 말인가!

         

       방송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그녀들의 의문은 점점 커졌다.

         

       산을 오르기 전 차에서 내리는 진성의 모습.

       양복에 노란색의 꽃을 꽂고 나타나는 진성의 모습은, 야만적이고 원시적인 이미지의 주술사라기보다는 세련된 느낌의 마법사 같아 보였다. 게다가 양손에 들고 있는 통과 노트북 가방 때문인지, IT 업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회사원 같은 이미지도 주었고.

         

       “야, 아린아. 너희 오빠 좀 치는데? 번호…억!”

         

       그 때문일까?

       친구 한 명은 이아린에게 오빠의 번호를 알려달라고 말을 걸었다.

       평소에는 잘 보이지도 않는 애교까지 부려대면서 말이다.

         

       이아린은 그런 친구의 부탁에 무력으로 응수했다.

       주먹을 가볍게 말아쥐고는 번개같이 움직여서 그녀의 옆구리를 톡 친 것이다.

       물론 말이 ‘톡’ 쳤다는 것이지, 단련을 거듭하면서 바윗덩어리도 맨손으로 깨부술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한 주먹이었기에 돌로 옆구리를 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게다가 익히고 있는 무공 때문에 사람이라기보다는 짐승에 가까운 강력한 힘을 낼 수 있는 이아린이었기에, 그녀 기준으로의 ‘톡’은 맞는 사람 처지에서는 ‘톡’이 아니라 ‘퍼억!’에 가까운 것이었다.

         

       “끄아아앙….”

         

       이아린의 주먹을 얻어맞은 친구는 옆구리를 부여잡으며 바닥을 뒹굴었다.

         

       불시에 옆구리에 꽂힌 일격이었기에 더더욱 고통을 참을 수가 없었다.

         

       “크흠, 번호는 무슨. 오라비 성격 별로 안 좋으니까 만나서 좋을 일 없어. 그러니까 그런 부탁 하면 안 돼. 알게서?”

         

       이아린은 바닥에 뒹굴면서 엄살을 부리는 친구를 보며 민망한 듯 헛기침하고는 말했다.

       번호 알려줄 생각 없으니 그런 말 꺼내지 말라고 말이다.

         

       그렇게 단호한 말을 꺼낸 이아린은 고개를 천천히 돌려서 다른 친구들과 눈을 마주쳤다.

       너희도 저렇게 되기 싫으면 번호를 물어보지 말라고 말이다.

         

       하지만 단호한 말투로 경고하는 이아린의 얼굴에는 왠지 모르는 뿌듯함이 묻어 있었다. 웃음을 참는 것처럼 입가는 씰룩거리고 있었고, 그 때문인지 그녀의 발음이 살짝 새어버리고 말았다.

         

       “….”

         

       “….”

         

       “….”

         

       이아린의 친구들은 그런 아린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압박을 넣는다거나 불만을 표시하기 위해 바라보는 것이 아니었다.

         

       이아린의 모습을 보고 느낀 게 있었기 때문이다.

         

       “진짜 남매는 맞나보네.”

         

       “나 저런 반응 봤어. 우리 집 빌어먹을 원수가 자기 친구들한테 내 자랑 떠들 때 저런 표정이었어.”

         

       “이야. 쟤 오빠 대단하네. 아린이 저런 표정도 짓게 만들고. 같은 맹수인 줄 알았더니 아닌가 봐. 주술사가 아니라 맹수 조련사가 직업 아닐까?”

         

       자기 입으로는 험담을 내뱉으면서도 남이 높게 평가해주면 기뻐하는 꼴이 딱 가족의 모습이 아니던가. 게다가 주위 사람이 자기 혈육에게 접촉하는 것은 못마땅하게 여기면서도, 접근했다는 그 사실에 우쭐해 하는 것이 딱 남매 그 자체였다.

         

       그녀들은 평소의 천방지축으로 날뛰던 것과는 다른 면모를 확인하자 이아린을 묘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 시선이 어찌나 노골적이었는지 말로 꺼내지 않아도 그녀들의 속마음이 그대로 읽힐 지경이었다.

         

       저 짐승도 사람이기는 했구나.

         

       저렇게 사고치고 다녀도 가족끼리 사이는 좋았구나.

         

       쟤 오빠는 이런 사고뭉치를 데리고 다니느라 힘들었겠다.

         

       평소엔 무슨 맹수 같았는데 이렇게 보니까 조금 귀엽게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친구들은 시선으로 이아린에게 말을 전했고, 당연하게도 이아린은 그 말에 답해주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들이 말이 아닌 다른 수단으로 소통했듯, 이아린 역시 다른 수단으로 그녀들과 소통하기 시작한 것이다.

         

       “슉! 슉!”

         

       이아린은 보법을 밟으며 그녀들의 근처까지 다다랐고, 입으로 바람 소리를 내면서 잽을 날리기 시작했다. 권투 선수의 본격적인 잽이라기보다는 고양잇과 동물이나 곰이 손을 빠르게 뻗어서 후려치는 듯한 자세였다.

         

       하지만 그런 엉성해 보이는 자세와는 다르게 그 효과는 뛰어났다.

         

       눈에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를 가지고 있는 데다가, 일반적인 잽과는 다르게 구불구불 휘어지면서 움직이기에 타격점을 예측할 수 없었다. 거기다가 무공을 익히면서 단련된 이아린의 근육은 일반적으로는 내기 힘든 궤적을 그리기까지 했다.

         

       “악!”

         

       “꺅!”

         

       “합! 막았…악!”

         

       그 때문에 친구들은 속수무책으로 이아린의 응징에 당해줄 수밖에 없었다.

         

       “아니 무슨 플리커 잽(Flicker jab)을 무리(武理)까지 담아서 사용해?!”

         

       “야! 막았는데 다른 손으로 또 치는 건 반칙이지!”

         

       “저기, 아린아? 마법사라고 잽 대신에 딱밤 날리는 건 고마운데…. 힘 조절을 좀 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 머리가 울리는데…? 머리에 구멍이 뚫린 것 같아….”

         

       그리고 그렇게 응징이 이어진 뒤에 오는 것은 난장판.

         

       이아린에게 플리커 잽을 얻어맞았던 친구는 복수하겠답시고 자세를 낮춰서 이아린에게 돌진하며 레슬링 기술을 걸었고, 막았다가 또 다른 공격에 당했던 친구는 레슬링 기술에 당해서 바닥에서 발버둥 치고 있는 이아린에게 달려가서 문어처럼 달라붙었다. 팔다리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말이다.

         

       다른 친구들 역시 합세해서 이아린에게 반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슉. 슉. 슈슉.”

         

       딱밤을 얻어맞았던 마법사 여학생은 아까 이아린이 그랬듯, 입으로 주먹이 바람을 가르는 듯한 소리를 내면서 이아린의 옆구리를 검지로 콕콕 찔렀다.

         

       바람 소리에 맞춰서 말이다.

         

       학교는 평화로웠다.

         

         

         

        * * *

         

         

         

       저택은 평화로웠고, 학교도 평화롭다.

         

       그리고, 호텔 역시 평화로웠다.

         

       “흐음.”

         

       호텔의 최상층.

       아름다운 여성 둘과 소녀 한 명, 여자아이 한 명이 있었다.

         

       아름다운 꽃들.

         

       남자라면 한 번쯤은 시선을 줄법한 조합이었고, 조금 용기가 있다면 다가가 작업을 걸 미녀들이었다.

         

       하지만 저 꽃들에 독이 있고, 가시가 있으며, 스스로 걸어 다니며 사람을 잡아먹기까지 한다는 걸 누가 알고 있으랴?

         

       아름다운 외모만큼이나 위험한 것이 바로 마녀들이다.

         

       그리고 그 위험한 마녀들은 지금, TV를 보고 있었다.

         

       “방송 내용은 뭐…. 그럭저럭.”

         

       테이블에 앉아서 TV를 보고 있는 대마녀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냥 TV가 틀어져 있길래 보는 것이라는 것처럼 말이다.

         

       그녀의 한쪽 다리는 꼬아져 있었으며, 테이블 위에는 그녀가 호텔 측에 특별히 요청한 커피가 올라가 있었다.

       최고의 공신력을 가지고 있는 커피 품평회에서 COE(Cup of Excellence) 칭호를 받은 커피 원두를 일류 바리스타가 직접 로스팅해서 만든 커피였다. 게다가 재료가 범상치 않은 만큼 그녀가 받은 커피 역시 평범하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냥 기계에 넣고 내린 것이 아니라, 달군 모래 위에 제즈베(cezve)를 올려서 끓이는 전통적인 방식의 터키 커피였으며, 심지어 그것을 만든 사람 역시 일반적인 바리스타가 아니라 세계에 이름을 떨친 유명 바리스타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커피의 맛은 향만으로도 사람을 취하게 할 정도이기는 했으나….

       정작 그것을 마시는 오딜리아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커피의 맛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녀의 시선 끝에 있는 저 방송이 문제였다.

         

       “쯧. 아그네스야, 저기 괜히 이상한 여자를 끼워 넣은 걸 보렴. 저 여자 때문에 방송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산만해지지 않았느냐?”

         

       정확하게는,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여자 연예인, 차이네에 대한 불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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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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