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387

       

        

        

        

        

       -[4번편집자 : 님들 유진쌤이 17대1로 싸우면 누가 이길 거 같음?]

        

       -[7번편집자 : 얜 또 갑자기 뭔소리래 ㅋㅋㅋ]

        

       -[2번편집자 : 팔 한 번 휘두르면 두세명씩 쓸려나갈듯]

        

       -[2번편집자 : 100명 정도 데려오면 그나마 60% 정도 가능성 있을지도]

        

       -[4번편집자 : 그러면 유진쌤도 총들고 17명도 총들면 누가이길거같음?]

        

       -[5번편집자 : 그건 후자…?]

        

       -[5번편집자 : 아니 설마]

        

       -[4번편집자 : 방금 방송에서 1 : 15로 이겼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모든 편집자들은 동일한 선상에서 일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이는 누군가는 기존에 하던 영상 작업 등으로 인해 유진의 생방송을 제때제때 챙겨보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소리였고 – 그리하여 스트리밍에 상주하며 편집점을 메모하고 영상을 녹화하여 1차 편집 결과물을 내놓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를 다듬는 사람도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느닷없이 채팅방에 들이닥친 1 : 15 승리 선언. 다시 말해 유진이 세션 하나를 통째로 털어버렸다는 말.

        

        물론 이들은 이름도 유명한 그 유진 사단의 소속 인원들이었고, 이제는 모든 걸 다 파괴하고 다니는 유진의 기행 및 슈퍼플레이에 익숙해질 만도 하-지 않았다.

        

        

        

       -[5번편집자 : ㅅㅂ 당장보러간다 몇시몇분부터보면됨???]

        

       -[4번편집자 : 6시간 15분 22초부터 랩 시작임ㅋㅋㅋ]

        

       -[6번편집자 : 진짜 볼때마다 새롭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9번편집자 : 아니 우스갯소리로 17대1로 싸워서 이겼다 이러죠 선생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할 때마다 새롭다.

        

        볼 때마다 새롭다.

        

        한 번 해외여행에서 좋은 기억을 남겼다고 해서 두 번째 해외여행이 기대가 되지 않는 게 아닌 것처럼, 매번 다채롭다 못해 신박한 방법으로 적들의 뚝배기를 고이 갈아버리는 유진의 모습은 경이로움을 넘어 우아하게 보일 지경이었다.

        

        유진이 방송을 켤 때마다 보이는 온갖 미친 짓거리로 인해 방송 때만 되면 스크롤이 멈출 기색조차 보이지 않는 이들의 채팅방이었지만, 오늘은 더했다. 아홉 명에 달하는 인원 전원이 아침부터 4번편집자가 녹화한 고가치 연구시설에서의 교전을 관람하기 시작한 것이다.

        

        애초에 영상이 그닥 길지조차 않았다. 유진의 교전 특징이었다. 시간이 곧 생명이라는 기조 아래 그녀는 랩에 떨어지자마자 고작해야 15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세션을 기어다니는 모든 적군의 엉덩이를 걷어차 황천길 혹은 로비로 직배송해버렸으니까.

        

        물론 길지 않다고 해서 내용도 적당적당하게 채워진 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3번편집자 : 아니 무슨 시작한지 2분도 안 되서 클라이맥스가]

        

       -[2번편집자 : 45초 안에 6명을 ㅋㅋㅋㅋㅋ]

        

       -[6번편집자 : https://gall.everythinginlife.com//darkzonstreaming << 여기 보니까 유진쌤이 잡은애들 그냥 유저도 아니고 대회 컨텐츠 준비하던 스트리머 애들인 거 같은데????]

        

       -[8번편집자 : 실력도 있으신 분들인데 하필 비얌쌤한테 걸려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

        

        

        

        가장 유유자적한 때가 오직 지하에서 스폰한 후 계단을 올라가기 전, 그 후 즉각적으로 시작되는 급발진. 2층 계단통에서 막 내려오려던 적군의 머리를 터뜨려버린 뒤 연속적인 수류탄 투척으로 근방에서 싸우던 이들 전원을 무력화, 그 후 블랙 룸으로 들어가 보이는 모든 걸 갈아버린다.

        

        그리하여 수류탄 몇 개만을 챙긴 뒤, 두 명 정도의 발에서 군화를 벗겨버리고는 천장 언저리에 매달고, 세션에 남아있는 이들의 움직임을 파악하고는 가방 안에 있던 클레이모어를 주섬주섬 꺼내 주요 길목에 적당하게 설치.

        

        그 후 매니저 룸에서 주변을 관찰하던 한 명을 쏴죽이고는 계단을 올라오는 친구의 목을 꺾어 천당으로 보내주었으며, 빙 돌아온 다른 한 명도 마저 보내고서는 클레이모어를 터뜨려 두 명을 사살. 그 다음 한 명을 쏴죽이는 것으로 1 : 3의 교전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정확히 3분 후, 세션은 조용해졌다.

        

        물론 레이더들의 머리에 구멍이 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었지만.

        

        

        그 광경을 보다 못한 누군가가 기어코 보이스 채팅을 열었고, 그제야 다들 한 마디씩 터뜨리기 시작했다.

        

        

        

       “아니, 선생님. 제발 좀 자중해주세요오….”

        

       “근데 어쩌다가 저렇게 된 거예요? 저 분도 나름 인지도 있는 스트리머인 걸로 아는데 어쩌다가 만난 거지. 사전에 약조했을 리는 없을 거고.”

        

       “그냥 뭐어…재수가 없었던 거죠. 길 가다가 지뢰 밟은 거죠. 근데 대전차지뢰였던 거고.”

        

       “와, 이해가 쏙쏙 되네.”

        

        

        

        그 말대로.

        

        본디 현실은 드라마보다도 더욱 드라마틱하다는 말도 있는 것처럼, 우연과 확률이라는 두 단어는 가끔씩 있어서는 안 되거나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일을 성사시키기 마련이었다.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재수없게 세션 전체를 채울 수 있는 16명 중 한 명이 우연하게 빠지고, 그 자리를 우연히 유진 씨가 꿰차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우연이 겹쳐서 나타난 일이라기에는 피해자들이 좀 많이…가혹한 운명을 겪었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정보가 하나둘씩 풀려갈수록 이들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해만 갔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이야, 이 분들 진짜…EU모드 외길 인생이네. 파이널 챔피언십 응원할 때 빼고는 거의 다 EU 영상밖에 없는데?”

        

       “완전…그거네. 평온했던 시골 변방에 닥친 자연재해 같은 거지.”

        

       “아이구야.”

        

        

        

        모르고 사실 수도 있었을 텐데 이를 어쩌나. 실제로 당사자와 인겜에서 만난 적은 없는 이들이었지만 어쩐지 그 기분을 알 것만 같았다. 아마 혹시라도 만나게 된다면 마음고생이 심했겠다며 따뜻한 음료수와 덕담 한 마디 정도는 건네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것과는 별개로 고민이 없는 건 아니었다. 우연에 우연이 겹쳐서 만나게 되어 몰살시켰다는 것까지는 어떻게든 참작이 가능했다고 쳐도, 그것을 유어스페이스에 업로드하는 건 다른 이야기였으니까. 싹 쓸려나간 장본인이 난색을 표한다고 하면 업로드는 어려울지도 몰랐고.

        

        그리하여 이어지는 말.

        

        

        

       “그럼 제가 이따가 유진 선생님한테 여쭤볼테니, 이 영상 작업은 잠깐 놔두는 걸로.”

        

       “오케이.”

        

        

        

        그렇게 이들의 대화는 끝이 났지만, 앞으로도 딱히 밝혀지지 않을 이들의 통찰력은 실로 정확하게 작용하였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겠지만 승리한 사람이 있으면 패배한 사람도 있는 법이었으며 – 평온했던 시골 변방에 닥친 자연재해라는 말처럼, 한 번 뱀의 이빨이 긁고 지나간 지역의 거주민은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그 증거로, 느닷없이 아침부터 스트리밍을 시작한 카토그래퍼의 개인 세션에는 어제의 피해자 중 두 명이 대자로 널브러져있었다.

        

        

        

       “으어어어….”

        

       “나 께임 안 해…응애….”

        

       “아침부터 세션에서 띵동 소리 준내 나서 와봤더니, 얘네들이 도대체 왜 이래….”

        

        

        

        카토그래퍼.

        

        본진은 에이펙스 프레데터였지만 동시에 미확인구역 탈출이기도 한 스트리머. 게다가 해당 영역에 유진이 난입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EU 모드는 그야말로 하는 사람만 하는…요컨대 코어 팬층이 있을지언정 만인에게 사랑을 받는 것은 아니었고, 관련 스트리머 역시도 한정적이었다.

        

        요컨대 카토, 그리고 어제 비 오는 날 먼지가 날 정도로 얻어맞았던 네 명의 스트리머는 구면 이상이었다는 소리였고 – 무엇을 숨기랴. 이들은 그저 어제 당했던 일의 충격을 핑계 삼아 카토의 세션에서 밍기적대고 있을 뿐이라는 소리였다.

        

        물론 시청자 뿐만이 아니라…거의 그 누구보다도 가장 먼저 유진의 칼날을 정면에서 마주한 카토로서는 동료 스트리머들의 앙탈이 그저 가소로울 뿐이었다.

        

        

        

       “누가 보면 몸에 낚싯줄 감겨서 대가리 뚫리고, 눈에 칼 박혀 죽고, 도끼 한 방에 몸이랑 머리 분리되고, 미간에 개머리판 맞아서 죽은 줄 알겠네.”

        

       “…너 그러고 살아왔니?”

        

       “그 사람한테 당한 거 전부 합치면 내 시체는 가루도 안 남을 걸. 그러니까 괜히 센치해진 척하지 말고 니네 세션으로 꺼져, 엉덩이 발로 까기 전에.”

        

        

        

       -죽음부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살다살다 윾진한테 죽은 횟수도 자랑의 대상이 되는 시대가 왔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신발언)자랑할만하다고 생각함

       -그동안 얘가 넘어온 가시밭길이 몇개인데 꼴랑 대가리에 구멍 뚫린 것만으로 징징wwww

       -카토쉑 아주 기세등등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진짜로 발로 걷어찬 건 덤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쉽게 돌아가지 않았고, 하는 수 없이 그는 한숨을 내쉬며 옷을 주섬주섬 입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위에 방탄조끼, 그리고 탄창 등등을 수납할 수 있는 전술조끼와 완벽히 모딩된 총까지 갖춰 입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십수 초만에 조금 늙어버린 듯한 카토와 시선을 마주친 동료 스트리머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입을 열어 물었다.

        

        

        

       “…너 어디 가…?”

        

        

        

        그러자 그는 피식 웃으며 덧붙였다.

        

        

        

       “니들 때려잡은 사신 분이랑 트레이닝하러 간다.”

        

        

        

        그 말만을 남기고 카토그래퍼는 당사자가 있는 세션으로 사라졌다.

        

        온 세상이 유진이었다.

        

       

        

        

        

        

        

        

        

        

        

        

        

        

        

        

        

        

        

        

        

       “그런 퀘스트라인도 있다니, 여전히 평범함과 담을 쌓고 다니시네요.”

       

        “남들과는 다른 길을 가는 거죠. 겸사겸사 괜찮아보이는 새싹도 줍고.”

        

       “아….” 

        

        

        

        천재의 시각은 역시 다른 법인가-라고 하기엔 그 뒤에 덧붙인 말이 실로 부담스럽기 짝이 없다. 그런 생각을 하며 카토는 벽면에 몸을 기대고는 숨을 깊게 내쉬었다. 누가 보아도 고단함에 차 한숨을 터뜨리는 것처럼 들렸지만 당연하게도 유진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새싹이라, 새싹…여지껏 다크 존을 하면서 실력이 있다는 소리는 꽤나 많이 들어보긴 했지만, 하나의 새싹이라고 치부된 적은 말 그대로 처음이었다. 방송을 하게 될 시 최소 하루에 한 번 정도는 자기도 VRFPS 응애라면서 뉴비 코스프레를 하긴 하지만, 막상 그게 진짜로 다가오니 기분이 묘했다.

        

        그렇다고 해서 부정할 수 있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었지만.

        

        

        

       ‘실력적으로 보면 나도 새싹이 맞긴 한데….’

        

        

        

        맞기야 하지만 그 사실이 주어졌을 때 납득하는 건 또 다른 이야기긴 하지.

        

        그리 생각한 그가 끙차 하고 몸을 일으켰다. EU 모드에서도 가장 큰 가방이 실로 빵빵하게 부푼 상태였다. 소위 말해 버섯가방이라고 불리우는 그것이었다. 물론 최소 500만 크레딧 가량의 아이템이 들었음에도 유진은 그것을 마뜩찮은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지만.

        

        

        

       “그걸 굳이 들고 가야만 할까요?”

        

       “어…그냥 어디 놔둘까요?”

        

       “그냥 제가 들 테니 카토 씨는 교전에 집중하세요. 무거운 짐을 들고 교전에 임하는 게 도움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이 시점에서는 그다지 의미가 없으니까요.”

        

       “알겠습니당….”

        

        

        

       -시무룩카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무게가 114kg인데 저걸 그냥 살살 들어버리네 ㅋㅋ

       -즈기요 왜 혼자서 과적 없는 게임 하세요???????????

       -아 비얌 기준 과적은 최소 500kg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신발언)그 정도도 들고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부스럭.

        

        쿵 소리를 내며 거의 마지막 한 줌의 공간까지 잡동사니와 아이템, 총기와 탄약으로 가득 찬 가방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 순간 카토는 날아갈 듯한 기분을 느꼈다. 방금까지 두 자리도 아닌 세 자릿대의 무게를 등에 짊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편 유진은 그녀 자신이 메고 있던 40kg 가량의 가방을 빵빵하다 못해 터지기 직전인 카토의 가방과 꽁꽁 묶었고, 이내 그것을 한 손으로 들어올린 후 마치 책가방 메듯 슬슬 들쳐메었다. 당연하게도 그 정도의 무게가 주는 관성은 일절 신경쓰지 않았다.

        

        마치 산책이라도 나온 듯한 편안한 표정과 함께 그녀가 입을 열었다.

        

        

        

       “행어 게이트를 열러 갑시다. 거기 말고는 전부 때려잡은 것 같은데, 오늘은 좀 심층 구역 접근 키가 나왔으면 좋겠네요.”

        

       “저도 제발 나왔으면 좋겠네요오…앗, 유진 씨랑 빨리 헤어지고 싶어서 그런 건 절대 아닌 거 알죠?”

        

       “변명 여부와 상관없이 숙제는 나가니 말까지는 편하게 해도 상관없어요.”

        

       “저 좀 집에 보내주세요….”

        

        

        

        물론 두툼한 택티컬 주머니에 가로막혀 씨알도 박히지 않은 건 당연지사였다.

        

        레이더고 유저고 전부 평등하게 시체가 되었기에, 이들은 주변을 경계하는 기색조차 없이 느슨하게 걸어 행어 플랫폼으로 향했다. 버튼은 유진이 눌렀고, 카토는 계단을 내려가 행어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사이렌이 시끄럽게 울려퍼지며 게이트가 열렸고, 세 명의 레이더가 나타났다.

        

        유진의 숙제가 시작되었다.

        

        

        

       “지금부터 20초 안에 세 명의 적군이 가진 화기를 확인하고 종류를 말하시면 됩니다.”

        

       “어, 어으…일단 HK416 1정 있어요!”

        

        

        

        투두두두!

        

        보이지 않는 음속의 탄환이 허공을 가로질러 서로를 향해 날아들고 있는 와중이었지만, 카토는 필사적으로 눈을 부릅뜨고는 적들의 움직임을, 그리고 들고 있는 무기를 확인했다.

        

        어떻게 보면 당연히 확인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상대방이 무엇을 들고 있는지를 안다는 것은 상대방이 투사할 수 있는 화력의 총량을 알 수 있다는 뜻이었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수립하기도 용이해짐을 의미했으니.

        

        당연하겠지만 하모니와 다이스는 몇 개월 전에 거쳐간 지 오래인 과정이었다.

        

        

        

       “HK416 확인. 나머지는요?”

        

       “어…MP5랑 P90 같은데…!”

        

       “부착물들도 확인하면 보너스 점수를 드리지요.”

        

        

        

        카토가 다시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세상의 그 누구도 모르는 사실이었지만, 이는 유진이 뉴욕에서 한창 오퍼레이터로서 제련되고 있을 무렵부터 흔히 이뤄지던 기본적인 커리큘럼이었다. 단순히 적이 어디에 몇 명이 있는지만을 확인하는 건 길을 가던 사람을 아무나 잡아서 시켜도 가능한 일이었으니.

        

        팀원을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카토에게 내준 해당 숙제는 그야말로 교전에 능숙해지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도 했다. 전투 중 신속하게 적에 대한 데이터를 파악하고, 그것을 정확하게 아군에게 전달하는 실력이 늘어난다는 것은 곧 전장을 보는 시각 자체가 일반인의 범주에서 벗어난다는 뜻이었으니.

        

        물론 시각만으로 세상을 전부 파악할 필요는 없었다.

        

        

        

       ───피피픽!

        

        

        

       “우왁, MP5 들고 있는 친구 총에 소음기도 꼈어요! 거기에 드럼탄창!”

        

       “훌륭하네요. 잠시 시간 벌어줄 테니 재정비하시길.”

        

        

        

        때로는 총소리 역시도 훌륭한 데이터 전달자였으니.

        

        좌우지간, 어쩌면 당연하게도 – 사람은 한 번에 받아들이고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량에 한계가 있는 생물이었고, 유진은 그 한계를 아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카토가 더 이상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아등바등하기 직전의 시점에 화력지원을 시작한 것이었다.

        

        이제는 유진과 한 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는 묠니르가 소음기조차 없이 거친 총성을 터뜨렸다. 행어 전체를 쩌렁쩌렁 울리는 굉음과 함께 쏘아진 FMJ 탄환이 적들을 정확하게 맞추-지 않았다. 헬멧을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가는 정도에서 멈출 뿐이었다.

        

        당연하게도 카토그래퍼 본인의 손으로 마무리를 짓게끔 유도한 것이었다.

        

        

        

       “적색 컨테이너에서 유조 탱크 차량 방면으로 한 명이 이동 중. 행어 입구 정면의 트레일러 없는 트럭 뒤에 하나 대기 중. 카토 정면으로 이동하는 적 한 명까지 해서 총 셋이에요. 사격하세요.”

        

       “후우…!”

        

        

        

        파드득!

        

        정면으로 다가온다는 말에 즉각 일어서서 조준 후 사격. 아직 조금 느리긴 했지만 충분히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이었다. 그 후 유진이 찍어준 지점을 향해 수류탄을 투척하자 다른 레이더 한 명이 호다닥 튀어나왔고, 카토는 두 번째 킬을 올렸다.

        

        적을 잡기 위해 다음엔 어디로 가야 할지에 대해 논하며 마치 실시간 체스를 두는 느낌으로 이리저리 교전을 유도하자, 머잖아 카토는 놀라울 정도로 쉽게 마지막 한 명의 레이더까지 손쉽게 잡아내었다.

        

        그제야 그녀는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아래로 내려가, 카토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고생 많았어요.”

        

       “우와, 진짜 힘들다아…!”

        

       “교전은 원래 더럽게 힘든 거예요.”

        

        

        

        그리 말하면서 소지품을 뒤적뒤적.

        

        유진은 그다지 기대조차 하지 않았고, 당연하게도 아무런 것도 뜨지 않았다.

        

        카토의 교전 능력 배양이라는 초기 목표는 달성했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가 이뤄지지는 않았기에,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엎어진 친구의 팔을 들어올렸다.

        

        

        

       “이번에도 영 꽝이네요.”

        

       “…어?”

        

       “왜 그러시는…엥?”

        

        

        

        유진의 손목에 채워진 다운그레이드 이카루스 워치. 그리고 레이더의 손에도 채워진 다운그레이드 이카루스 워치. 그 사이의 거리가 15cm 이상으로 좁혀진 순간 시계가 발광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눈 앞에 떠오르는 여러 가지의 메시지. 그 내용을 전부 열거하기에는 어려웠지만, 확실한 것은 유진이 요 하루 동안 계속해서 찾아다니던 바로 그것이 맞았다.

        

        그리고 그 순간,

        

        

        

       -[경고 : 이카루스 다운그레이드 기어 구조 신호 발신 중단.]

        

       -[경고 : 현 시점으로부터 모든 탈출구를 통한 탈출이 금지됩니다.]

        

       -[경고 : 홀로그램 지도에 표기된 장소로 향하십시오.]

        

        

        

       “…이게 뭐죠?”

        

        

        

        어쩐지 불길한 느낌이 든다는 표정의 카토를 쳐다보며, 유진은 작게 웃은 뒤 덧붙였다.

        

        

        

       “탈출이 꽤 힘들어지겠네요.”

        

        

        

        당연하겠지만, 카토는 행복할 수 없었다.

        

        심부로 가는 길이 열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과연 안에는 무엇이 있을지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