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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7

    <387 – 기능훈련>

     

    모든 기능의 훈련법은 기능이름과 직관적인 연관이 있다.

     

    달리기 기능을 올리려면?

    일단 달리면 된다.

     

    암흑전격생성마법 기능을 올리려면?

    일단 전기를 쏘면 된다.

     

    정령어 기능도 마찬가지다.

    일단 정령어를 말하게 만들면 된다.

     

    “자, 그럼 번역해드릴게요!”

     

    ━━━

    【벽화】

    [악마계약자의 깨달음]

    “네 것과 동일한 가치의 영혼을 바치지 않으면 네 영혼을 파멸시키겠다.”

    악마와 계약한 악마계약자는 두려움에 떨었다.

    동시에 절실히 갈구했다.

    죽고 싶지 않아.

    악마의 힘으로 성공을 거둔 지금은 더욱.

    금화 1매의 가치를 은화 100매가 대신하듯이 큰 영혼 하나를 작은 영혼 여럿이 대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같은 그릇에서 비롯된 영혼이라면 어떨까.

    가령… 나의 자식, 후손들이라면.

    태어날 후손들의 수명을 제물로 바친다면 내 것과 동일한 영혼을 바치게 되지 않을까?

    ━━━

     

    “무거워!! 이거 이런 내용이었어요!?”

     

    도비는 아주 기겁을 했다.

    나야 그저 황당할 따름이었다.

     

    “그럼 무슨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정령들한테 들려줬는데요?”

    “악마와 계약해서 후손들에게 물려줄 유산을 악마에게 맡긴다는 이야기…?”

    “그런 엉터리 번역을 했으니 화가 난 정령들이 때릴 만도 하죠!”

     

    정령들 눈에는 얼마나 한심하게 보였을까.

    기능훈련을 시켜주기를 다행이다.

    무시하고 방치했으면 이 인간, 얻어맞다가 골병들어서 몸져눕게 생겼다.

     

    “애초에 이딴 게 동화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무슨 동화가 이렇게 소름 끼치는 전개로 흘러갑니까?”

    “당연히 옛날이야기니까 그렇죠! 요즘처럼 평화로운 시대랑은 다르게 옛 시대의 지상은 신들의 협정도 국가의 기틀도 다져지지 않은 야만시대였다고요?”

     

    랜덤스타팅에서 평화의 시대가 아니라 전쟁의 시대에 당첨되면 그 맛을 찍먹해볼 수 있는데 게임의 템포가 확실히 빠르고 어두운 편이다.

    그런 전쟁의 시대보다 더한 야만의 시대를 살아왔던 요정들의 동화책이 염세적이고 시니컬한 이야기로 점철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지!

     

    “애초에 번역하는 방법도 잘못 되었어요. 그림을 보고 상황을 억지로 이해해서 사람 말로 풀어서 설명하려 드니까 오역이 빗발치죠!”

    “그럼 어떻게 번역해야 합니까?”

    “정령어는 눈으로 번역하는 게 아니에요. 머릿속으로 잠금해제를 하며 번역하는 거죠!”

     

    잠금해제?

    감을 잡지 못하고 얼타는 도비의 뉴비스러운 모습에서 모브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벽화에 새겨진 그림의 외향만을 바라보지 말고 내부의 마나퍼즐을 기억재생마법에 끼워 맞춰 작동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금방 정령어에 귀가 뜨일 거예요!”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하는 건데요?”

     

    다들 처음 배울 땐 저렇게 어버버 하더라!

    근데 하다보면 다 어떻게든 하게 되어있다.

    모브도 불타는 링에 부딪쳐서 몸에 불이 붙고 모래밭을 뒹굴뒹굴 구르는 경험을 몇 번 하다보니 이 악물고 중갑적응훈련을 끝마치지 않았던가.

    그 뉴비 모브조차도 화이트소울의 게임에 들어가거든 스테미나 무한치트를 킨 것 마냥 하루 종일 구르기를 해도 거뜬할 개조뉴비가 되었다.

     

    “머 처음이니까 제가 옆에서 도와줄게요!”

     

    대충 동조마법으로 정신을 연결해서 나와 같은 시야를 볼 수 있게 해주면 되겠지!

     

    [마법시계가 정신마법의 발동을 감지합니다.]

    [경고. 1학년이 다루기에 지나치게 위험한 마법입니다. 반드시 가까운 교관의 입회하에 신중히 마법을 발동하십시오.]

     

    마법시계 위로 근처 교관들의 위치가 줄지어 파바밧 떠올랐다.

    카멜라의 교관이자 동반자 루소도 명단에서 이름이 보였지만 오붓한 두 사람 사이에 끼어서 데이트를 방해하기는 그렇지!

    그래서 반대로 학생과 사이가 완전 나쁜 교관을 선택했다.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 정말 두려움이 없군.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너 같은 아이가 정신동조라니, 대체 무슨 생각이지?”

    “교관님처럼 위험한 분도 카시아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 다니잖아요!”

    “카시아는 즉결처형이 허가된 전속관리대상이다. 재단의 힘이 조금만 부족했다면 너 역시 그녀와 같은 처지가 되어야했겠지.”

     

    융합생명체 카시아의 전담교관 알렉소.

    대놓고 자기를 죽이네 살리네 옆에서 말하고 있음에도 교관과 함께 찾아온 카시아는 이렇다 할 감정표현도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의 적의나 살의를 마주하는 것이 생소하거나 특별한 일도 아니라 무뎌진 탓이다.

     

    “안녕.”

    “안녕! 오늘도 카시아는 우울해보이네!”

    “딱히 기분 좋을 이유가 없으니까.”

     

    알렉소는 꺼림칙한 사람이지만 실력 하나만큼은 믿을 수 있다. 까딱 동조가 잘못 걸려도 분명 무사히 수습할 수 있겠지.

     

    “즈, 즉결처형? 오크노디. 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저런 위험한 권한을 지닌 교관을 부른 겁니까…? 저분은 대체 누구신데 그런 권한이 있고요?”

    “4학년 알렉소 교관님이에요! 명색이 4학년 진급을 앞둔 휴학생인데 교관 루소보다야 월등히 뛰어난 분이고요.”

    “내 입으로 자기소개를 한 적이 있던가?”

     

    알렉소가 어이없어했다.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교관님?”

    “그렇군. 귀찮은 일이나 얼른 해치우지. 얼른 동조를 개시해라.”

     

    도비를 의자에 앉히고 뒤에서 머리에 손을 얹었다.

     

    “자, 이제부터 도비는 제가 보는 광경을 똑같이 보게 될 거예요. 그 광경을 하나도 놓치지 말고 전부 보고 기억하도록 노력해보아요!”

     

    [시야동조를 발동합니다.]

    [상대가 <무비판적인 수용>을 지니고 있습니다.]

    [동조의 성공확률이 증가합니다.]

     

    타인의 마나가 체내에 침투하자 빠르게 거부반응을 보이는 도비의 신체마나.

    츤데레처럼 새침한 반응이 아니라 진짜 이 악물고 싸우는 친남매처럼 격한 반응이다.

     

    <패턴분석><마나패턴동조><인공고리>

     

    나와 도비 사이에 가상의 마나통로를 개척하여 이 공간 속에서 두 사람의 마나가 순환하게 만드니, 도비의 마나가 냉큼 몸 밖으로 뛰쳐나와 내 마나를 쫓아내려 들었다.

     

    <신속한제압>

     

    으르릉!

    성난 호랑이처럼 한 번 마나를 크게 일으켜주자 도비의 허접마나가 화들짝 놀라 역으로 제 몸으로 달아나려 들었다.

    물론 나는 이를 드러낸 짐승을 곱게 용서하는 사람이 아니다.

    버릇없는 마나도 예절교육이 필요한 법!

     

    <강제순환><닫힌고리>

     

    퇴로를 끊어버리자 도비의 마나가 기겁하며 닫힌고리 속을 뺑뺑 돌며 내 마나의 추적을 피해 정신없이 달아나기에 급급했다.

    그것도 지쳐서 순환이 더뎌질 정도로 몰아붙이자 끝내 도주를 포기하고 따라잡힌 마나가 내 마나에 집어삼켜지며 길들여졌다.

    안정화가 이루어졌음을 확인한 뒤, 길을 열어 도비의 품에 마나가 돌아가도록 허락했다.

     

    호다닥!

     

    급히 제 몸으로 달아나는 도비의 마나.

    그 뒤를 음험하게 따라붙은 내 마나가 단숨에 도비의 몸속에서 본색을 드러냈다.

     

    <동조 활성화>

    <거부반응 경미>

    <패턴반응 동화율 23%>

     

    마음이 통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한쪽의 강력한 의지만으로도 전해지기엔 충분하니까.

     

    ━━━

    【벽화】

    [악마계약자의 깨달음]

    [수명의 일부가 저당 잡힌 후손들의 깨달음]

    [수명의 반이 저당 잡힌 후손들의 깨달음]

    [태어날 아이 중 반을 저당 잡힌 후손들의 깨달음]

    [저주받은 일족의 깨달음]

    [선조살해자의 깨달음]

    ━━━

     

    자신의 약함을 외면하고자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후손의 수명을 제물로 바친 자.

    자신의 수명을 보존하고자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후손의 더 많은 수명을 제물로 바친 자.

    자신의 건강을 되찾고자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후손의 생명을 제물로 바친 자.

     

    힘과 수명, 건강.

    선조들의 욕심으로 인해 늘어나는 의무에 짓눌러 삼켜져 저주받은 혈족이 되어버린 자들.

     

    후손들은 선조를 증오했고, 선조들은 영생을 누리기 위해 후손들을 더욱 가혹하게 착취했다.

    그 흐름 속에 끝내 영생을 손에 넣은 선조가 나타났고, 이를 죽인 후손이 탄생했으니.

     

    ━━━

    이것을 뱀파이어의 시초라 부르며, 시조 노스페라투의 죽음과 흡혈왕 드라큘라의 선조살해의 위업을 기려 이들의 우화를 요정의 동화로 삼는다.

    ━━━

     

    정령어 분석이 이로서 마무리되었다.

     

    [도비가 벽화의 진실한 정체가 <뱀파이어, 저주받은 일족의 우화>임을 깨달았습니다.]

    [도비의 고고학 경험치 상승]

    [도비의 언어:정령어 경험치 상승]

    [도비의 지식:신화 경험치 상승]

    [도비의 지식:악마 경험치 상승]

    [도비의 지식:뱀파이어 경험치 상승]

     

    물론 착한아이를 위한 작업이지만 고인물인 내가 마냥 호의를 베푼 건 아니다.

     

    [동조보너스로 인해 도비가 동조로 습득한 경험치의 일부를 당신도 제공받습니다.]

    [지식:뱀파이어 경험치+50]

    [고고학 경험치+10]

    [언어:정령어 경험치+10]

    [지식:신화 경험치+5]

    [지식:악마 경험치+5]

     

    주는 게 있으면 받는 것도 있어야지!

    다 아는 것의 복습이라도 기능경험치가 늘어서 손해 볼 건 없잖아?

    근데 이 동조, 아직 끝나지가 않았다.

     

    [도비가 당신의 기억으로부터 무의식적인 지식의 파편을 흡수합니다.]

    [동조보너스로 인해 도비가 동조로 습득한 경험치의 일부를 당신도 제공받습니다.]

    [종말예언 경험치+100]

    [파멸의메아리 경험치+100]

    […]

    [공포유발 경험치+30]

    [카리스마 경험치+30]

    […]

    [무서운아이 경험치+10]

     

    이건 내가 보여준 정보가 아닌데.

    도비야, 뭘 보고 있니?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금단의 미래지식을 보아버린 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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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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