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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7

       

       

       눈 앞의 노인은, 자신이 이곳에 60년동안 있어온 수감자라고 말했다. 세상에. 대동아공영회가 그렇게 오래된 집단인가를 떠나서…… 

       

       ‘잠깐. 뭔가 이상해.’

       

       잠깐의 대화였지만, 들어보니 수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 노인, 내가 수십 년 만에 새로 들어온 수감자랬지.’

       

       밖에서 듣기로는 16일 전인가 수감자가 최근에 새로 들어갔다던데 그 수감자는 어디 가고, 내가 수십 년만의 수감자란 말인가? 설마, 죽여놓고 모른 척 입을 싹 씻는 것일까?

       

       그리고 수상한 점은 한가지 더 있었다. 

       

       ‘이 노인, 바깥 소식을 전혀 안 물어보고 있어.’ 

       

       『그래. 어디서부터 이야기할까. 자네가 이곳 「요쿠센」을 얼마나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게 더없이 수상했다. 60년 넘게 이곳에 갇혀있었다면 바깥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할 만도 한데, 아까부터 자기가 할 얘기만 하려고 하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사람이라면 도무지 그럴 수 없다. 

       

       60년 전에 이곳에 들어왔다면 그 옛날부터 대동아공영회를 배신하고 반란을 꿈꾸던 사람이라는 건데, 지금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지도 않은 것일까? 

       

       나는 잠시 그의 말을 끊고 물었다.

        

       『저기, 선대 수감자 씨. 바깥 소식은 안 물어보십니까?』

       『큭큭! 뭐, 굳이 물어볼 필요는 없지. 고작해야 십수일 정도 지났을 걸.』

       『예?』

       

       내가 대화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되묻자, 노인은 이마를 탁 치며 탄식을 내뱉었다.

       

       『하아! 자네 설마,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들어온 건가? 물론 급하게 잡혀들어온 것이면 모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이런 젊은 생도를,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고 이곳에 들이밀다니 대동아공영회 놈들은 정말이지 인정도 없—』 

       『아니, 설명해 주십시오. 고작해야 십수일이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이곳 「요쿠센」에서는 말야. 바깥과는 다르게,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고.』

       『……!』 

       

       나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이곳은,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이계. 그리고, 그렇다면, 눈 앞의 노인은…… 

       

       『……밖에서 16일 전에 들어왔다던 수감자가, 당신이었군요.』

       『그래. 나로서는 까마득한 옛일이지만…… 맞아.』 

       

       아까부터 조금 신경쓰였던 것이지만 이 노인, 말투가 노인 말투가 아니었다. 저렇게 80대는 되어보이는 노인이라면, 억양이나 어휘에서 옛날 느낌이 묻어나기 마련. 하지만 지금 노인의 말투는, 목소리만 늙었을 뿐 20대 청년과 다름이 없었다.

       

       『크흠……』

       

       노인은 힘겹게 몸을 일으켜 방 한켠에 걸린 천막을 들추어냈다. 안쪽에는 일종의 복잡한 시간표처럼 보이는 것이 걸려있었다.  

       

       『이건 내가 이곳에 들어오기 전, 바깥에서 외워 둔 시간표야.』

       

       그러고보니, 밖에서 마문 근처에 이런 시간표가 붙어있는 것을 본 것도 같았다. 그 옆에서 관리소장이라는 사람이 연신 시계를 들여다보던 것도, 이곳의 시간을 계산하기 위해서였던가.  

       

       『이걸 보면, 바깥에서는 고작 16일하고 7시간 정도 지났겠네. 이곳에서 63년이 지나는 사이에…… 말이야. 그러니 뭐, 바깥 소식이 궁금하겠어? 별로 바뀐 것도 없을텐데. 하하, 하. 하……』 

       

       그렇게 말하는 노인은,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그 웃음소리는 허탈하고 공허했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들어와서, 어느덧 60여년의 흐름이 얼굴의 주름으로 새겨졌다. 하지만 그 세월의 흐름은 바깥 기준으로는 고작 며칠. 

       

       나는 그런 노인을 바라보며 안쓰러움을 느낌과 동시에, 마음 한켠으로는 놀라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에. 이런 이계가 있다니.’

       

       물론, 내가 시간의 흐름이 다른 이계를 본 적이 없거나 처음인 것은 아니었다. 

       

       이계마다 행성 전체가 구현된 곳도, 일부 국소적인 지형만 구현된 곳도 있지만, 하나같이 지구와는 자연환경이 천차만별이었다. 대기질이 다르거나, 중력이 다르다거나 하는 것은 흔한 일.

       

       하지만…… 그럼에도, 시간의 흐름이 다른 곳은 굉장히 드문 타입의 이계였다. 

       

       그것도 대부분 오래 있다보면 몇 분에서 몇 시간 차이나는 정도지, 이 정도로 시간의 흐름이 극단적으로 달라지는 곳은 더더욱 없었다.

       

       노인의 말에 따르면, 바깥에서는 고작 16일 지나는 동안 이곳에서는 63년이 지났다고 했다. 그렇다면 대체 흐름의 차이가 얼마나 나는 것일까. 

       

       ‘단순계산으로 16대 64로 계산해보면……’ 

       

       나는 숫자를 단순화시켜서 머릿속에서 계산해 보았다. 

       

       ‘밖에서 1일이 지나는동안 이곳은 4년, 1시간에 2개월, 60분에 60일……’

       

       즉, 바깥에서의 1분이 이곳에서는 1일. 물론 수치를 단순화한 단순계산이니만큼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대충 그즈음 된다는 것이다. 

       

       ‘세상에.’

       

       1분 대 1일.

       

       이 정도로 흐름이 차이나는 이계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만큼 굉장히 드문 타입의 이계고, 대동아공영회도 그걸 아니까 이렇게 비밀리에 애지중지하며 비밀 감옥으로 쓰고 있는 것이겠지.

       

       ‘그랬던 건가.’

       

       그쯤 되니, 시마즈 당주와 회장이라는 사람이 나를 이곳에 보낸 의도를 조금 알 것 같았다. 

       

       나는 죄가 걸려서 수감된 죄수는 아니지만, 일종의 시험을 위해 이곳에 수감된 상태.

       

       이 곳은 이미 배신한 자에게는 빠져나올 수도 없이 늙어죽는 감옥으로 다가올 것이고, 많은 정보를 가진 자에게는 배신하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시험임과 동시에, 일종의 경고구나. 배신은 꿈도 꾸지 말라는.’

       

       원시 부족민들에게 신적인 부족장으로 대접받으며 여생을 보낸다는 것이 얼핏 보기엔 좋아보일 수도 있지만, 

       

       바깥으로 나갈 수도 없고, 세상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하며, 

       

       바깥에서는 고작 몇 주가 흐르는 동안 아무도 모르게 늙어서 생을 마치게 되리라는 것은 굉장히 공포스러운 일이었다. 

       

       그쯤에서, 나는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의문이 있어 수감자에게 물었다. 

       

       『그럼 저 수많은 원주민들은, 혹시……』

       『그래. 선대 수감자들의 후손들이지. 나보다도 먼저 이곳에 들어왔던 수감자들 말이야.』 

       

       바깥 기준으로는 고작 몇 년, 불과 몇 달 전에 들어온 선대 수감자들은, 이곳에서는 수천 수백 년 전의 사람이나 마찬가지. 수감자의 말이 이어졌다. 

       

       『대동아공영회는 오래 전부터 이 이계를 가지고 있었어. 마문이 공중에 있기에 어지간한 자력으로는 탈출할 수 없는 이곳을 감옥 삼아, 배신자들을 넣었지.』

       

       『그 수감자들이 자식을 낳고, 그 자식들이 자식을 낳고…… 그 후손들은 또 새로 들어온 수감자와 또 후손을 낳고…… 그렇게 이 부족이 만들어졌지.』 

       

       『뭐, 나도…… 이곳에서 지내다보니 후손을 낳게 되었고 말야. 자네도 봤겠지만 지금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을 모리꼬가, 바로 내 손녀지.』

       

       역시, 이계에서 자생적으로 진화한 외계인류나, 어디 먼 곳의 원시 부족민들을 데려다놓은 것이 아니었다.

       

       이곳의 원주민들은, 수년 전부터 이곳에 갇힌 선대 수감자들의 후손이었던 거였구나. 

       

       이곳 시간 기준으로 수천 수만 년에 걸쳐서 후손에 후손을 거듭한 결과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이곳에 있던 수백, 수천 명의 부족민들.

       

       그렇기에 인종적으로도 현대 일본인이고 현대 일본어도 할 줄 알지만, 현대문명을 접할 기회가 없었기에 문명 수준은 석기시대와 청동기시대에 머물러있었던 것이다.

       

       수감자 노인은 긴 이야기를 정리하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알았어? 그렇게 된 거야. 그러다가 이곳 요쿠센 기준으로 수십 년에 한 번씩 수감자가 들어오면, 천인이라고 부르며 요쿠센의 부족장으로 삼게 되었지. 나처럼 말일세.』

       『저도 천인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나저나……』

       

       나는 아까부터 한 가지 궁금했지만, 아무래도 사소했던 것이라 미루고 있던 것을 물어보았다.

       

       『아까부터, 「요쿠센」이 뭡니까? 이 이계를 지칭하는 말이라는 건 알겠는데, 무슨 뜻인지 궁금하네요.』 

       

       아까 나를 안내해준 원주민들도, 방금 눈앞의 수감자도 「요쿠센」이라는 지명을 언급했다. 그것이 계속 언급되다보니 무슨 뜻인지 궁금해서 묻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음? 몰랐나? 이 이계로 통하는 마문이 「츄우세에후쿠도오」의 「요쿠센군」에 위치하고 있지 않나. 그래서 다들 그 마문을 요쿠센 마문이라고 불렀고, 그래서 이 곳도 편의상 요쿠센이라고 불렀던 것이 굳어진 것 뿐인데.』 

       

       어, 잠깐. 「츄우세에후쿠도오」는 ‘충청북도’의 일본어 발음이다. 그렇다면 「요쿠센」은 충청북도의 지명이라는 건데, 그렇다면……

       

       ‘옥천(沃川)?’

       

       아까 경성에서 경비행기를 탔을 때, 한 시간 거리라기에 대략 150~200km쯤 떨어진 어딘가가 아닐까 추측하긴 했는데, 충청북도 옥천이라면 대충 그 거리가 맞았다. 

       

       ‘옥천……’

       

       옥천의 이계. 대동아공영회가 배신자들을 가두기 위한 감옥.

       

       바깥에서 며칠만 지나도 이곳에서는 수십 년이 지난다.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는 한, 바깥에서는 고작 2, 3주 지나는 사이에 이곳에서 늙어죽고 마는 것이다!

       

       ‘한번 들어오면 못 나오는 곳……!’ 

       

       지금 나는, 그런 곳에 들어오고 말았다. 그렇다면 정답을 찾아내고 이곳을 빠져나가느냐, 아니면 늙어죽고 마느냐.

       

       시험은 이미 시작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기리기리하게 연참……! 오늘은 여기까지!!!!

    서둘러 쓰느라 글이 조금 어지럽네요. 오타가 많을지도 모르겠어용……! 너그럽게 양해 바랍니당……!

    그럼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맛난 저녁 드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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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yeongseong’s Hunter Academy

Gyeongseong’s Hunter Academy

경성의 헌터 아카데미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I woke up during the Japanese Colonial 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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