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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7

       <자유 스레드>

       

       [(절멸) 이게 사람 기록 맞음?]

       

       [(사진 첨부)]

       

       [지금 노말 2등이 14시간인데 9시간 반은 ㅁㅊ 뭐하는 샛기냐 ㄷㄷ]

       ㄴ응애모드로 하면 보통 저정도 나오지 않음?

       ㄴ몰?루

       

       [아니 ㅂㅅ들아 닉네임좀 보셈 버멜이잖아]

       ㄴ버멜이 누군데

       ㄴㄴ절멸 하드코어만 뒤지게 파는 또라이 있음

       

       [버멜이면 걔 아님? 가끔 여기 와서 공략 올리고 가는 애]

       ㄴㅇㅇ

       ㄴBubbleMellow 얘일걸

       ㄴ그래서 버멜이었누

       ㄴㄹㅇ임?

       ㄴㄴ버블멜로 줄여서 버멜 + 엘프족 커스텀하면 나오는 기본성씨 호르데 해서 버멜 호르데

       

       [그런데 얘도 노말은 13시간 50분 찍지 않았음? 시간 단축 도대체 어떻게 한 거임?]

       ㄴ대리아님?

       ㄴㄴ대리 ㅇㅈ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ㄴ랭킹 1등한테 대리같은소리하네 ㅋㅋㅋㅋㅋ

       ㄴ아 아무튼 대리라고 ㅋㅋㅋㅋㅋㅋㅋ

       

       [솔직히 10분 20분씩 깨작깨작 줄인것도 아니고 5시간 가까이 줄인거면 조작 의심해봐야 한다 ㅇㅇ]

       ㄴ무슨 조작? TAS?

       ㄴ닼아도 타스 쓸수있음?

       ㄴㄴ확률망겜이라 안될걸

       ㄴ그냥 운ㅃ라 개잘ㅌㅓ진거아닌ㅁ?

       

       [내생각엔 이거 방송이든 녹화든 해서 까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제작사한테 문의넣을거임]

       ㄴ뭘 문의까지넣음;

       ㄴ말간하늘 어서오고

       ㄴ님 랭킹 2등임? 님 랭킹 2등임? 님 랭킹 2등임? 님 랭킹 2등임? 님 랭킹 2등임? 님 랭킹 2등임?

       ㄴㄴ아니 너무 티나잖아 ㅡㅡ

       ㄴㄴ어떻게 주작을 쳐도 이렇게 치냐고

       

       [내생각엔 이거 기계돌린거 맞음]

       ㄴ얘는 엄청 집요하네

       

       타닥, 타닥, 타다닥.

       

       탁!

       

       “후우….”

       

       여인은 신경질적으로 앞머리를 쓸어넘겼다. 그러고는 키보드에 다시 손을 가져갔다.

       

       타닥, 타닥.

       

       [말간하늘 솔직히 불쌍하지 않음? 신기록 갱신할 수 있었는데 조작에 희생당한거잖아]

       

       자유 스레드는 일반적인 의견 게시판과 다르다. 실시간으로 쪽글을 입력하면 그 밑에 댓글이 달리는 식이다.

       

       머지않아 여인이 쓴 글 아래로 댓글 몇 개가 꼬리를 물었다.

       

       ㄴ불쌍하긴 뭐가 불쌍함 그냥 1등이 대단한 거지….

       ㄴ근데 ㄹㅇ 조작일 수도 있잖아

       ㄴㄴ그러면 억울한 거 맞고

       ㄴ내가 볼땐 이거 주작아님 그냥 1등이 미친 겜창인거

       ㄴ버멜 그는 신인가? 버멜 그는 신인가? 버멜 그는 신인가? 버멜 그는 신인가? 버멜 그는 신인가?

       ㄴ미친놈아 도배좀 작작해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고,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다음 쪽글이 올라올 때까지 기다렸다.

       

       [위에 애는 왜 이렇게 꼬였냐? 기록 단축했으면 뭔가 새로운 루트가 있겠거니 싶은데 계속 주작 주작 이러네]

       

       “뭐?”

       

       쾅!

       

       “그게 말이 안 되니까 그렇지!”

       

       여인은 자기 머리를 잡초 뽑듯이 쥐어뜯었다. 며칠 동안 제대로 감지 못한 머리는 떡처럼 뭉개져 있었다.

       

       “…….”

       

       문득 탁자에 놓인 손거울에 시선이 맞닿았다.

       

       썩은 동태처럼 퀭하니 풀린 두 눈동자.

       

       오랫동안 컴퓨터 앞에만 있어 퍼석퍼석해진 피부.

       

       아무렇게나 늘어난 흰색 나시티.

       

       마치 ‘나 겜창이에요’라고 선언하는 듯 목덜미에 걸쳐진 30만원짜리 일본산 헤드셋.

       

       여기에 책상 앞에 어지러이 놓인 캔커피까지.

       

       게임하다가 화병 걸려 죽은 귀신이 따로없었다.

       

       “내가, 내가 여기에 얼마나 시간을 쏟아부었는데…….”

       

       여인의 이름은 유하늘.

       

       고난도 게임 공략 전문 유튜버이자, 한때 다키스트 아카데미아의 자타공인 랭킹 1등이었던 프로게이머.

       

       하지만 영광은 길지 않았다.

       

       대략 1년 전. 버멜인가 카라멜인가 하는 유저가 나타나더니, 자기 기록을 하나씩 부숴대기 시작했다.

       

       다른 랭커들도 있었지만, 한국인은 그녀와 버멜뿐이었다. 때문에 유하늘은 더욱더 호승심을 불태웠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게임에 몰두했다. 버멜이 신기록을 세우면 자신이 다시 갈아엎었다.

       

       모든 분야의 엔딩을 섭렵했다. 자신만 아는 루트를 만들어 시간을 단축했다. 한번은 30분 가까이 단축한 적도 있었다. 그때 자신에게도 조작이라는 의혹이 유저 사이에서 돈 적이 있었다.

       

       ‘그래서 방송 켜서 보여줬잖아. 아무도 나를 뭐라 하지 못했어. 나는… 순수 실력으로 증명했다고.’

       

       다키스트 아카데미아는 팬층이 두터운 게임이다. 더불어 대중적인 인기도 상당히 있는 편.

       

       그 방송의 다시보기 영상은 쏠쏠한 부수입이 되기도 했었다.

       

       언젠가부터 하늘은 버멜을 명확한 경쟁자로 인식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주작을 쳐? 말도 안 되잖아!’

       

       배신감이 느껴졌다.

       

       ‘가능한 모든 루트를 짜더라도 9시간대는 불가능해. 무조건 기계야. 기계를 돌린 게 분명해.’

       

       아득빠득 이를 갈며 새 댓글을 달려고 할 무렵이었다.

       

       [얘들아 개미쳤다 ㄷㄷ]

       

       [조금 전에 진엔딩 10시간컷 나옴 ㄷㄷㄷㄷㄷ]

       ㄴㄹㅇ?

       ㄴ지랄하지마셈

       ㄴ이왜진

       ㄴㅇ왜진

       ㄴ아니 왜 진짜냐고 ㅋㅋㅋㅋㅋㅋㅋ

       ㄴ와;;

       

       “뭐? 진엔딩 10시간?”

       

       하늘은 재빨리 스피드런 블랙보드로 들어갔다.

       

       [Darkest Academia – True Happy Ending]

       

       [달성조건 : 지정한 아카데미 주요 인물 전원 생존 및 특정 마왕군 간부를 회유할 것, 엔딩 시점에서 제국과 엘프국 중 최소한 한 나라가 존속하고 있을 것, 프롤로그 시점으로부터 15년 이내 클리어]

       

       “랭킹, 랭킹이….”

       

       <랭킹>

       

       [1. BubbleMellow : 10시간 27분 15초]

       

       “이, 이게 무슨….”

       

       그 밑으로는 2등과 3등이 있다. 둘 다 외국인이었다. 기록은 각각 23시간과 25시간대.

       

       그 뒤를 이은 4등이 하늘의 기록이었다. 30시간대. 진엔딩은 무지막지한 천운이 따라야만 볼 수 있었기에 랭커들 사이에서도 이렇게 시간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진짜 이사람 뭐하는 사람이냐 ㄷㄷㄷㄷㄷㄷ]

       ㄴ 밥만먹고 게임하나보네;

       ㄴ기계 ㅇㅈ합니다

       

       [로즈마리 본인아님?]

       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ㅋㅋㅋ

       ㄴㄹㅇ일듯 ㅋㅋㅋㅋㅋ

       ㄴ블루베리가 닼아하는거 보고싶긴하네 ㅋㅋㅋㅋ

       ㄴ블루베리 성격에 진엔딩 절대로못봄 ㅋㅋㅋ

       ㄴ아 ㅋㅋㅋㅋㅋㅋㅋ

       

       “하.”

       

       어처구니가 없었다.

       

       노말만 하더라도 ‘혹시?’라는 생각을 하긴 했다. 정말로 만에 하나, 주작이 아니라 운이 터졌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데!

       

       노말 신기록을 세운 지 하루가 안 돼서 진엔딩 신기록이라고?

       

       이건 확실하다.

       

       “무조건 조작이야.”

       

       스레드를 더 볼 필요도 없었다.

       

       게시판을 닫고 다키스트 아카데미아 홈페이지에 문의사항을 넣었다. 스피드런 조작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얼마 후 운영자로부터 답장이 왔다.

       

       [‘말간하늘’ 님, 안녕하세요. <다키스트 아카데미아> 운영팀입니다.]

       

       [현재 (절멸) 노말 엔딩 및 진엔딩에서 나타난 랭킹 1등의 기록은 조작이 아님을 밝힙니다. 감사합니다.]

       

       한껏 기대하고 눌러보았으나 돌아온 건 김 빠진 사이다처럼 밍밍한 답변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유저 간 메신저.

       

       다키스트 아카데미아에는 한 번이라도 홈페이지에 글을 쓴 적 있는 유저에게 개인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다.

       

       소통의 부재로 유명한 운영진이 유저의 요청을 받아 만든 몇 안 되는 긍정적인 기능이었다.

       

       

       **

       

       

       로즈마리의 집중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옥탄가 98짜리 고급휘발유를 커피 대신 들이켜며 노마이크 빡겜을 시전한 결과, 10시간 만에 엔딩을 보았다.

       

       그냥 엔딩도 아니고 무려 진엔딩.

       

       엔딩 화면에는 인간, 엘프, 수인, 금안족 할 것 없이 모두가 행복한 표정으로 술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그냥 술파티도 아니다. 고급 사교회처럼 치즈와 하몬, 브랜디와 위스키를 올려놓고 벌이는 로열 파티.

       

       한쪽에는 무알콜 과일주를 홀짝이는 나도 있었다.

       

       다들 행복해 보였다.

       

       [기나긴 전쟁이 끝났습니다. 차별은 사라지고, 대가는 모두 치러졌습니다. 이제 세상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엔딩 내용은 우리 세계선이 맞이한 내용이랑 거의 똑같았다.

       

       유일하게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실제 역사에는 플레이어가 없다는 것 정도.

       

       파티 한가운데서 흥을 돋구어 주는 일러스트 속 주인공의 모습을, 아렌스 대륙에서는 볼 수 없었다.

       

       엘프국과의 분쟁도 차이점 중 하나였다.

       

       현실에는 전쟁 후 엘프와 다른 종족이 대립했다. 냉전이 있었고, 혁명이 있었다. 그러나 로즈마리가 플레이한 게임 속에는 그런 것도 없었다.

       

       그야말로 완전한 해피 엔딩.

       

       “후우, 힘들었어요. 아무튼 이걸로 컨텐츠는 다 즐긴 거죠?”

       

       로즈마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로 몸을 던졌다.

       

       플레이하면서 여신의 전언은 발견하지 못했다.

       

       대신 중간에 퀘스트 하나를 통해 김성현과의 관계를 유추하는 것이 가능했다.

       

       [==퀘스트 다시보기==]

       

       [(선택)정령의 샘]

       

       [세계의 신 르퀴네스와의 접견을 통해 소원 한 가지를 빌 수 있다. 소원을 이루는 데 필요한 만큼의 대가를 치러야 하며, 그 대가는 여신의 의사에 따라 징수한다.]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돌이키고 싶은 일이 있다면, 정령계의 심부로 향하도록.]

       

       로즈마리는 이 ‘정령의 샘’ 퀘스트를 하지 않고도 진엔딩을 보았다. 그녀의 선택에는 일말의 오점도 없었다.

       

       하지만 만약 모종의 이유로 실수를 했다면.

       

       그래서 이 퀘스트를 반드시 진행해야만 했다면….

       

       “설마 관계를 대가로 바쳤나?”

       

       ‘버멜’은 누군가를 되살리거나 지키는 조건으로 이 퀘스트를 사용했다. 그 대가로 자신의 존재를 아렌스 대륙에서 지워버렸다. 때문에 나는 그와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합리적인 추측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성현이 지금까지 내게 보인 반응이 말이 안 된다.

       

       추론은 여기까지였다. 정령의 샘 가설이 사실이라면, 내 기억을 되돌릴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새로운 관계를 쌓는 수밖에.

       

       “엇.”

       

       그렇게 보면 여신이 나를 빈털터리로 이곳에 보낸 것도 일리가 있지 않나?

       

       돈이 있고 주민등록증이 있었으면 성현을 만났을 이유가 없다. 적어도 치킨만 먹고 그 자리에서 헤어졌겠지.

       

       “……속을 알 수가 없단 말이야.”

       

       여신의 머릿속은 나라도 읽을 수가 없다. 허당인 건 여전하겠지만.

       

       아무튼 더는 게임을 할 이유가 없었다. 슬슬 과외를 할 시간이기도 하고. 그런 생각을 하며 컴퓨터를 끄려고 할 때였다.

       

       [유저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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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gic Academy’s Physicist

The Magic Academy’s Physicist

마도 아카데미의 물리학자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n an era when the power of Fire Magic was considered to have reached its limit, one girl began researching nuclear fu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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