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388

       

        

        

        

       “EU를 수천 시간이나 했는데, 랩 아래에 이런 맵이 있다는 건 또 처음 알았네….”

        

       “인기척이 단 하나도 안 느껴지네요. 일단 천천히 주변부터 돌아보죠.”

        

        

        

       -아니시1벌 이건 또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심층연구시설? 이런 곳도 있나???

       -왜 이렇게 어두워 ㅋㅋ

       -여긴 깔끔하게 생겼네

       -진짜 인기척 하나도 없게 생겼다 ㅋㅋㅋㅋㅋ

        

        

        

        불과 몇 분 전 있었던 심층연구시설 진입 권한 획득, 그 후 엘리베이터에 탑승하자마자 나와 카토를 태운 작은 사각형의 박스는 아래로 끝없이 내려갔다. 그렇게 대략 20초 가량의 하강 이후 열린 문 너머로 보이는 광경 – 어슴푸레한 불빛이 주차장으로 보이는 곳을 비추었다.

        

        공기에서는 약간의 콘크리트 냄새를 제외하면 그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았다. 차량은 한두 대 정도 있었지만 그다지 신경쓰지조차 않았던 것이, 시설 자체가 비정상적으로 깔끔하여 도리어 불안감을 자극했기 때문이었다.

        

        다용도 파우치 안에 든 대용량 군용 USB를 한 번 만지작거린 뒤 타고 왔던 엘리베이터를 확인했지만 녹색이었던 불빛은 이미 적색으로 변한 지 오래였다. 다시금 버튼을 눌러보지만 전력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홀로그램 경고문만이 나타날 뿐이었다.

        

        

        

       “반쯤 일방통행이네요. 위층의 랩처럼 전력 스위치를 켜야 되는 것 같은데….”

        

       “어…나중에 확인해볼까요?”

        

       “퇴로 확보가 최우선이죠. 지하주차장부터 샅샅이 뒤져봅시다.”

        

        

        

        퇴로조차 없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시설에 들어가려고 하다니, 돌아가면 오퍼레이터답게 생각하기 – 초급반을 수료시켜야겠구만.

        

        갑자기 오한이 든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카토를 무시하고는 주변을 휙휙 둘러보았다. 배전반 같은 게 있으려나 싶어 주변을 살펴보았다. 보통 관계자 이외 출입금지라고 적힌 전기실 같은 곳은 시설 으슥한 곳 혹은 이런 주차장 쪽에 있을 확률이 비교적 높았으니.

        

        그리고 그 말대로, 생각보다는 그리 크지 않은 주차장을 2분 가량 들쑤시고 다닌 결과 전기실로 보이는 문 하나를 찾아낼 수 있었다. 문에는 키패드 같은 게 걸려있긴 했지만 개머리판을 들어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니 쉽게 똑 떼어졌다.

        

        그리하여 문은 쉽게 열렸다.

        

        

        

       “엄마야.”

        

       “내구성이 그리 강하진 않아서 다행이네요.”

        

        

        

       -?? : 몸이 약하면 머리가 고생한다

       -이 사람은 머리도 좋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즘 문무겸비는 이런 뜻인가요??????

       -기본 구조는 랩이랑 크게 안 다르네 ㅋㅋ

       -헨슬로우 십1새1끼야 빨리 우리한테도 심층연구시설 개방해줘!!!!!

        

        

        

        아니나 다를까. 누가 봐도 아래로 내릴 수 있게 만든 듯한 손잡이가 달린 대형 기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물론 지금 당장 당기는 용도는 아닐 터였으니 일단 문만 적당히 열어놓는 것으로 했다.

        

        주변 시설 구조를 한 번 스캔하듯 훑어 머릿속 지도에 집어넣은 뒤 불안불안한 표정을 짓는 카토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마치 태풍이라도 몰아친 것마냥 아주 난장판이 따로 없는 위층의 고가치 연구시설과는 다르게 이곳은 적당히 어질러져 있을지언정 그렇게 더러운 느낌은 없었다.

        

        그 기묘한 깨끗함과 정돈감이 불길함을 불러오긴 했지만.

        

        그리고 시설 이곳저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수납 시설 역시도 그닥 좋은 느낌을 불러일으키지는 않았다.

        

        

        

       “…천장과 벽면에 환기구, 틈새 없는 바리케이드 장치라…쉽게 나가기는 그른 모양이네요.”

        

       “어으, 여기 혼자서 왔으면 무서웠을 것 같은데…유진 씨만 믿겠습니다.”

        

       “어련하시겠어요.”

        

        

        

        그래서 어디로 가면 되려나. 군용 USB를 싸고 있는 종이를 풀어 사전에 메모해둔 내용을 확인했다. 서버실을 찾아낸 뒤 단말기를 열어 종이에 적힌 날짜에 생성된 모든 데이터 파일을 카피한 뒤 호다닥 이 시설을 빠져나가면 되는 가장 간단한 임무였다.

        

        그리하여 주변을 또다시 뒤적뒤적.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던 것이, 벽에 해당 맵의 블루프린트를 대놓고 전시해놓은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심층연구시설의 규모는 위층보다는 작았고, 층 수는 동일하게 3층이었다.

        

        현재 우리가 있는 곳은 메인 로비가 있는 2층, 서버실은 1층에 있었다. 더하여 곳곳에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표식이 있었다 – 의외로 탈출구는 꽤나 많은 듯했다.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주변 경계 안 해도 돼요?”

        

       “경계는 제가 하고 있으니 크게 신경쓰지 마세요. 이렇게 조용한 곳은 처음인데….”

        

        

        

        그 말에 카토는 한시름 놓은 듯해보였다.

        

        A2라고 적힌 계단으로 향한 뒤 한 층을 내려갔다. 방금 확인한 지도에 의하면 계단을 나와 긴 복도의 좌측으로 향하면 동서남북으로 갈라진 통로가 나오고, 오른쪽은 발전소 및 전환실, 왼쪽은 서버실이었다. 불이 켜져있지 않아 어두컴컴한 걸 보니 당연히 전력을 활성화해야 하는 구조인 듯했다.

        

        누가 봐도 전력 공급 스위치를 올리는 순간 대참사라는 이름의 폭탄과 이어진 도화선에 불이 붙는 구조였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목표를 달성할 수조차 없는 상황은 거의 모든 상황에서 비일비재했으니까.

        

        이곳이 아르테미스의 연구소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력을 올렸을 때 어떤 꼬라지가 날지는 대충 예상이 가지만…이미 발전실까지 온 이상 돌아간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손잡이를 올렸다.

        

        

        

       ───철컹!

        

        

        

       “…어, 불 들어온다.”

        

       “아무 일도 없으면 좋겠는데….”

        

       “방금 그 말 때문에 골치아픈 일이 벌어질 듯하네요.”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해치웠나?

       -‘안은 생각보다 깨끗한데?’ 엔딩 예정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걸 곧이곧대로 입으로 말하면 어떡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진 촌철살인www

        

        

        

        픽, 픽, 픽.

        

        어둠밖에 없었던 지하에 하나둘씩 불이 들어온다. 하지만 불이 하나씩 켜질 때마다 불길함은 해소되긴커녕 그 크기를 더더욱 키워갔고, 천장의 스피커에서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점차 제대로 된 언어로 바뀌어갈수록 지속적으로 심화되었다.

        

        문이 열린 서버실, 그리고 그 안에 끼워진 수많은 전자제품들에 달린 LED가 총천연색으로 발광하는 동안, 카토에게 대용량 군용 USB와 이를 싸매고 있던 메모 종이를 건네주었다. 당연하게도 기겁이 이어졌지만 카토를 전면에 고기방패로 내세우기는 좀 그랬으므로.

        

        특별히 접속 단자 앞까지 직접 데려다준 다음, USB까지 꽂아주고 입을 열었다.

        

        

        

       “뭔가 안 풀리는 부분 있으면 절 부르세요. 같이 확인해보죠.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시키는 게 아니니 걱정하지 말고.”

        

       “어으, 옙. 그런데 선생님은 뭐하시려고….”

        

       “아, 저요?”

        

        

        

        그와 동시에 건너편에서 띵 하는 소리가 울려퍼지고, 이내 서버실 천장에 달린 스피커로부터 영어로 된 길디 긴 경고문이 방송되기 시작했다. 카토는 해독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나는 가능했고, 그 내용 전문은 다음과 같았다.

        

        

        

       -[경고 : 서버실에 침입자를 감지. 시설 보안 등급 격상을 시작. 심층연구시설 스캔 결과 동원 가능한 모든 인원-없음으로 판명. 시퀀스 2로 이행. 현 시점을 기준으로 침입자 요격을 위한 무인기를 동원합니다….]

        

       -[경고 : 가용 가능 전력 확인 중…UGV ‘Wilson’, 프로토타입 자율기동병기 ‘Eugene’…전력 부족으로 기동 불능. 다운그레이드형 자율기동병기 ‘UES’…전력 부족으로 단 한 기만 기동 가능. 침입자 구속용 자율기동 엑소 슈트…15기 운용 가능.]

        

       -[경고 : 배치 완료.]

        

        

        

        백수십 킬로그램에 달하는 가방을 열고는 바닥에 모든 짐을 흩어놓는다. 방탄복과 자잘한 아이템 사이로 대여섯 정의 총기와 탄창이 어지럽게 쏟아져나왔다.

        

        오른손에는 Mk.18 묠니르, 왼손에는 M1A…그리고 꼬리에는 45발들이 탄창이 꽂혀있는 MK47까지. 대부분의 탄창은 전부 다용도 파우치에 쑤셔넣은 뒤 카토에게 웃으며 말했다.

        

        

        

       “제가 꼬리로 총 쏘는 거 본 적 없죠?”

        

       “…네?”

        

       “이제 곧 보게 될 거예요.”

        

        

        

        이 순간 나는 죽음이요, 시설의 파괴자가 되었나니.

        

        들어오며 닫아놓았던 서버실 문이 거칠게 열리는 것과 동시에 세 정의 총기가 불을 뿜었다.

        

        교전이 시작되었다.

        

        

        

        

        

        

        

        

        

        

        

        

        

        

        

        

        

        

        

        

        

       “4월 26일자, 4월 26일자…이걸 다 복사해야 하, 우왁!”

        

        

        

        찰칵!

        

        유진이 채 부수지 못한 엑소 스켈레톤 골격 한 대가 카토의 등에 달라붙더니, 이내 구속 모드로 전환을 시작했다. 자동으로 몸이 바닥으로 엎어지는 것도 모자라 팔을 등 뒤로 올린 채 서로 결합하여 한 치도 몸을 꼼짝할 수 없도록 구속복을 채운 것이었-으나,

        

        

        

       “조금 아플 거예요.”

        

       “아니, 그게 무슨-으그그극!”

        

        

        

        으지직, 끼익!

        

        등을 발로 밟은 다음 그것을 손으로 잡아 들어올리는 순간 기상천외한 소음과 함께 스켈레톤 골격이 구부러지고, 이어 뜯겨나간다. 그마저도 모자란 것들은 총을 쏴서 절단했다. 그리하여 카토가 다시 몸을 움직일 수 있을 즈음 그는 자신의 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형편없이 우그러진 구속용 엑소 스켈레톤 골격이 보였다.

        

        이 사람 앞에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깝치면 안 되겠다고 다시금 결의한 그는 이전보다도 두 배 이상의 집중력으로 화면을 훑었고, 4월 26일에 있는 모든 데이터를 그대로 복사한 뒤 군용 데이터에 옮기기 시작했다.

        

        수 테라바이트에 달하는 용량이 전부 복사되기까지는 앞으로 5분이라는 기나긴 시간이 걸릴 예정이었고, 그제야 카토는 한숨을 내쉬며 총기를 들고 몸을 일으켜 유진을 도우려고 했다.

        

        꼬리에 휘감겨있는 MK47 한 정이 자신의 앞으로 내밀어지기 전까지는.

        

        

        

       “이거, 어, 무슨…?”

        

       “재장전!”

        

       “아, 알겠습니다!”

        

        

        

        꼬리 단독으로는 재장전을 못하는구나.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거였지만, 이미 정신이 반쯤 나간 카토는 바닥에 떨어져있는 굽어진 45발들이 탄창을 그대로 끼운 뒤 노리쇠멈치를 눌렀고, 그제야 유진은 다시 그것을 회수하고는…무슨 전쟁의 화신이라도 되는 것마냥 세 정의 총을 동시에 사격하기 시작했다.

        

        저게 사람인가. 카토의 머릿속에 잠깐 그런 생각이 스쳐지나갔지만 아쉽게도 그럴 여유 따위는 없었다. 유진은 맞을 시 사람을 파편 쪼가리로 만들 수 있는 50구경 체인건이 달린 UGV 휠슨과 교전하고 있었고, 카토는 한시바삐 그녀를 도와야 했다.

        

        복잡한 서버실을 이리저리 돌아들어간 그가 UGV의 동체 옆면에 한 탄창을 모조리 쏟아붓기 시작했다.

        

        

        

       ───투두두두두!

        

        

        

        노리는 곳은 동체가 아닌 캐터필러 부분. 산산히 부서진 무한궤도의 위에서 바퀴가 헛도는 것까지 확인한 카토가 재빠르게 몸을 뺐고, 그 순간 그가 있었던 방면으로 유탄 한 발이 날아들었다. 몸 전체가 진동하는 듯한 강렬한 충격과 함께 그의 몸이 노란 빛으로 물들었다.

        

        그 와중 인컴으로 들려오는 질문.

        

        

        

       “전송 완료까지 몇 분인지!”

        

       “즉각 확인해보겠습니다-!”

        

        

        

        카토는 다시 달렸다. 아직 멀쩡한 화면은 어느샌가 3분 45초가 남았다는 사실을 표기 중이었다.

        

        

        

       “4분 정도 남았어요!”

        

       “확인. 방금 UGV를 고철더미로 만들었으니 이제 조금 여력이 날 거예요.”

        

        

        

        그와 동시에 그녀는 총구가 시뻘겋게 달아오른 세 정의 총기의 탄창을 일제히 교환했다.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빈 플라스틱, 혹은 철제 탄창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 옆에는 무수히 많은 숫자의 탄피들이 지면을 제멋대로 구르는 중이었다.

        

        숨을 들이마신 유진이 황급히 전술 조끼와 방탄판을 벗었고, 몇십 분 전 파밍해왔던 – 아직 내구도가 멀쩡한 방탄복으로 갈아입는다. 그것도 모자라 M1A를 한쪽에 내려놓고는 두세 개 가량의 방탄복을 마치 소방패라도 되는 것마냥 집어들었다.

        

        과거 고대 장창보병이 장창 대신 총을 집어들면 저런 느낌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쉴 시간 따위는 없었다.

        

        

        

       “시간 남으면 여기에 있는 총이랑 탄창 좀 가지런하게 정리해주세요. 곧 써야 할 것 같으니.”

        

       “설마 이것보다도 더한 게 온다는 건지.”

        

       “왜 아니겠어요?”

        

        

        

       -큰 거 온 다

       -얘네는 왜 맨날 이상한 데서 싸움박질만 하고 다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토쉑 머리 터질라그러는거 개웃기네

       -현실을 부정하지마 좂밦캆톲씨!!!!!!!!!

       -어어 얘 정신 나갈라그런다 ㅋㅋㅋㅋㅋㅋ

        

        

        

        쿵.

        

        몸을 타고 흐르는 진동. 마치 육중한 무언가가 지면에 발을 내딛는 듯한 소리가 울려퍼졌고, 카토는 그것이 과거 유진과 함께 쇼핑몰에 진입했을 때 마주했던 메카-유진이라는 사실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 순간 그는 침울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열심히 도와보겠습니다.”

        

       “좋은 자세예요.”

        

        

        

        그리고 교전이 시작되었다.

        

        서버가 밀집된 벽 하나를 통째로 녹여버리는 플라즈마의 방출과 동시에 유진이 들고 있는 모든 총을 쏴대기 시작했다. 카토는 데이터 복사를 방해하려는 적들을 막아야만 하는 의무가 있었기에 그 역시도 아까와 같은 길을 돌아 메카 유진이 보이는 대로 사격을 해댔다.

        

        실드는 금방 깨졌고, 카토는 그 즈음에서 메카 유진이 자신을 잡으러 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았기에 – 차라리 자기가 있던 지점에 수류탄을 놔두고 도망치는 것이 더 유효한 전술이 되리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삶의 끝에서, 그리고 한계까지 몰아붙여진 시점에서 사람은 각성하는 법이었고, 카토는 그 루트를 정확하게 밟고 있었다.

        

        

        그로부터 몇 초 후, 카토가 있는 자리를 급습한 양산형 메카 유진이 본 것은 오직 폭발하기 직전의 수류탄 두 개였다.

        

        굉음이 터져나왔다.

        

        

        

       ───콰아앙!

        

        

        

       “적한테 수류탄 2개 맞혔어요!”

        

       “배우는 게 빠르네요. 내주려고 했던 숙제 하나를 줄여도 되겠어요.”

        

       “아싸!”

        

        

        

       -얘네 여기서도 콩트를 찍고 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분명 아슬아슬한 전투인데 왜 이렇게 유쾌한wwwww

       -카토가 점점 돌아오지 못하는 강을 건너고 있는데 ㅋㅋㅋ

       -하모니…다이스…그리고 카토까지…유진 캠프는 끊임없이 돈다….

       -카토마저 잘해지면 난 이제 누구보고 사냐 앆!!!!!!

        

        

        

        그러나 그것도 잠시.

        

        누군가는 탄창을 교환해야만 하는 때가 오고, 누군가는 자신이 죽더라도 자리를 방어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때가 온다. 그리하여 유진이 모든 탄환을 전부 소진하고 Mk.18 묠니르와 M1A를 바닥에 집어던졌을 즈음, 카토는 코앞까지 다가온 메카-유진에 의해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물론 그것이 반드시 그대로 이뤄진다는 뜻은 아니었다.

        

        

        

       ───카가각!

        

        

        

       “큭…!”

        

       “아니, 우왓, 유진 씨!”

        

       “빨리 총 한 자루 들고 화력지원해요!”

        

        

        

        왼손에 든 방탄판으로 거의 대부분의 충격을 막아낸 유진이었지만, 섬뜩한 소리를 내며 뒤로 밀려난다. 군홧발 밑창이 실시간으로 갈려나갔다.

        

        메카 유진과 유진 간의 난타전이 시작되었다.

        

        오른손에 택티컬 해머를 쥐어든 유진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그것을 내리칠 때마다 적중 부위가 순식간에 찌그러진다. 그러나 기계로 이루어진 전술 병기는 인간이 막기에는 버거운 강도의 주먹을 끊임없이 내질렀고, 전투는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있었다.

        

        물론 그 시점에서 카토는 호다닥 뒤로 돌아가 메카 유진의 등 뒤에 뜨끈한 FMJ를 들이부었고, 이어 잡히면 죽는 술래잡기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힘겹게 숨을 몰아쉬던 중, 유진은 아직 채 완전히 파괴되지 않은 구속형 엑소 스켈레톤 뼈대 하나를 주워들었다.

        

        접속, 그리고 버튼을 꾸욱. 그와 동시에 레이저 지시기를 꺼내든 유진은 한창 주변을 싸돌아다니고 있는 메카 유진을 겨누었다.

        

        인식이 완료되었다는 문구가 떠오름과 동시에 유진은 엑소 스켈레톤 뼈대를 그것에 집어던졌고, 이어 상체의 움직임을 일시적으로 봉쇄했다.

        

        

        

       ───철컥!

        

        

        

       “나올 때마다 애먹이게 하는군요, 망할.”

        

        

        

        몸이 묶인 순간, 유진은 한숨을 내쉬며 남아있던 총 중 하나를 집어들고는 조정간을 연사로 바꾸었고, 메카 유진의 무릎을 완전히 갈아버릴 것마냥 사격을 시작했다.

        

        5초도 지나지 않아 앉은 자리에서 무려 세 개의 탄창을 소비한 유진이 총구가 시뻘겋게 달궈진 HK416 1정을 바닥에 내던졌고, 그 시점에서 메카 유진은 다리 한 짝이 완전히 박살난 지 오래였다.

        

        허튼 짓을 벌이기 전 꼬리를 망치로 으깨어 부순 뒤, 그녀는 메카 유진을 바라보며 덧붙였다.

        

        

        

       “가만히 있으세요.”

        

        

        

        그리고 그녀는 3초도 지나지 않아 머리와 몸통을 빠르게 분리시켰다.

        

        그와 동시에 쓸데없이 발랄한 음색으로 전송이 다 되었다는 메시지가 울려퍼졌고, 팔과 다리가 그다지 성하지 않아보이는 카토가 실없이 웃음을 흘리며 유진에게로 다가왔다.

        

        

        

       “…이걸로 끝난 거죠?”

        

       “…네.”

        

        

        

        참 삶이란 더럽게 힘든 것이었다.

        

        유진은 그리 생각하며 힘겹게 몸을 일으켜 군용 USB를 뽑아들었다.

        

        이제는 나갈 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번에는 지지 않는다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