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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8

       *** ***

         

       갑작스럽게 욕설을 내뱉는 호천안의 행동에 모용연화는 깜짝 놀라 행동을 멈추었다.

         

       “큰 일에는 바른 길과 원칙이 필요하다. 허나 그대에게 묻노니 사람이 우선인가 원칙이 우선인가?”

         

       그러나 모용연화는 그런 호천안의 변화를 살피기도 전 자신의 머릿속을 파고드는 구결에 눈을 파르르 떨었다.

         

       “원칙은 결코 사람 위에 설 수 없으니 마땅히 사람을 위해야 할 일. 사람을 위하여 따져야 할 것은 바른 길과 원칙뿐만이 아니니 특별한 때에는 상례를 따지지 않고 특별한 대책을 논의해야 하는 법이다.”

         

       대업정경대원(大業正經大原) 이능인본(而能人本) 당이별론(當以別論).

         

       모용연화의 머릿속에서 과거의 일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이야압! 받아랏! 쌍극패월검법!

         

       -으아악! 당해낼 수 없다!

         

       검법 시늉에 쓰러지는 아이들 그리고 그 중심에서 의기양양하게 콧김을 내뿜던 찬경. 쓰러지는 악당 시늉을 한 어린 모용연화와 아이들이 검을 하늘 높이 치켜올린 채 멋을 부리는 찬경을 보며 몰래 웃고 있을 때였다.

         

       모용세가가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소란을 감지하자 즉시 놀이에 흥미를 잃고 우르르 몰려갔다.

         

       -조삼!

         

       -얘들아!

         

       오늘은 친구인 조삼이 떠나는 날이었으니까.

         

       -어디, 어디로 간대?

         

       -산동! 산동으로 간다고 했어!

         

       -산동이 어디지?

         

       -나 알아! 가까운 곳이야!

         

       -와 그럼 놀러갈 수 있겠다!

         

       아이들이 저마다 알고 있는 단편적인 지식들을 토해냈다. 자신의 기억을 들여다보고 있던 모용연화는 쓴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중원 전역으로 흩어지는 방계들에 비교하면 산동이 가까운 편이는 했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사람을 만나러 갈 수 있는 거리는 아니었다.

         

       -태산! 태산도 있댔다!

         

       -우와아아아!

         

       -그럼 태산에 올라가보는거야?

         

       -그, 그건 모르지?

         

       -에이 뭐야!

         

       아이들은 이야기꽃을 피웠고 시간 가는줄 모르고 떠드는 사이에 어른들의 출발 준비가 끝났다.

         

       -안녕! 나중에 놀러와야해!

         

       -잘가!

         

       -어른 되면 놀러가야지!

         

       짐마차 뒤에 타고 떠나는 조삼의 얼굴은 신이 나 있었고 아이들의 얼굴은 부러움으로 물들어 있었다.

         

       -우리도 중원 가고 싶다….

         

       -길에서 움직일 수가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다는데.

         

       -밤에는 땅에 해가 뜬다며?

         

       아이들의 재잘거림을 들으며 모용연화는 짐마차를 바라보았다.

         

       척박한 요녕의 땅 대신 화려하고 발전된 중원의 땅에 자리잡기 위해 떠나는 방계들.

         

       그들이 중원을 향해 떠나는 건 조금 주기가 긴 일상에 불과했다.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젖살이 통통한 아이었던 모용연화는 조금씩 성장했고 점차 추억이 쌓여나갔다. 그 추억 속에서는 종종 중원을 향해 떠나는 방계들과의 이별 역시 한켠을 차지했다.

         

       -헤헤! 누님! 저 가요!

         

       -섬서에서 꼭 편지 쓰고.

         

       -찬경이도 안녕!

         

       -칫! 얼른 가버리라고!

         

       싱글벙글 웃으며 섬서로 간 모용모와 그런 모용모와 헤어지는 것이 싫어서 심통을 부리던 모용찬경 역시 모용연화가 가진 추억의 한 장면이었다.

         

       -떠나시는군요.

         

       -음! 그리 되었다!

         

       한창 머리 쓰다듬기에 예민한 십 대초반의 모용연화는 모용진객이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하자 샤삭 피했다. 그러나 모용진객은 그런 모용연화의 의사를 무시하고 접근에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하하하! 요 녀석! 아직 숙녀 흉내 내기에는 이르다!

         

       -아악! 진짜!

         

       -나중에 현숙한 여인이 되거든 섬서에 찾아오거라! 내 중원에서 멋진 신랑감을 찾아 놓고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헛소리 말고 얼른 가요!

         

       모용연화의 뾰족한 모습에 웃음을 터트린 모용진객은 섬서로 사라졌다.

         

       그 뒤로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놀이보다는 무공 수련에 집중하게 된 모용연화의 귓가에 섬서분타의 소식이 들려 왔다.

         

       -섬서분타에 엄청난 광산이 터졌다는군!

         

       -세상에, 정말인가?

         

       광산이라니.

         

       긴 모용세가의 역사에서도 손에 꼽을 성과였다.

         

       척박한 요녕을 떠난 방계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분타를 개척했고 참으로 다종다양한 방식으로 그들만의 분타를 꾸렸으나 모용세가의 방계들 중에서 광산을 개척해 낸 이들은 없었다.

         

       소녀가 된 모용연화는 그 소식을 접하고는 중얼거렸다.

         

       -이제는 질 좋은 철로 만든 검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을까나.

         

       어느 무림인과 같이 보검 욕심이 난 모용연화는 섬서분타에 대한 사정을 알아보았다. 나름대로 자신을 귀여워해주던 모용진객에게 부탁하면 멋들어진 검 한 자루 받을 수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었다.

         

       -철광을 캐내는 것만 해도 쉬운 일이 아닐거야.

         

       -검? 글쎄. 철을 캐낸다고 좋은 검을 만들 것 같지는 않은데.

         

       -그렇군요.

         

       당연한 말이었지만 광산을 일구는 것만으로도 벅찬 섬서분타는 철괴의 주조나 철의 가공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보검에 대한 기대가 산산조각난 모용연화는 실망의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수련에 몰입했다.

         

       소녀 나잇대의 자신을 바라보던 모용연화는 생각했다.

         

       어째서 나는 좀더 섬서분타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까.

         

       이때부터 섬서분타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다면 지금과 같은 일이 벌어졌을까.

         

       그런 가정을 머릿속에 떠올린 모용연화는 이내 쓴웃음을 지었다.

         

       섬서분타에 관심을 가지지 않은 이유.

         

       그 이유는 간단했다.

         

       -서초분타에서 이번에 무슨 일이 생겼다는군.

         

       -임경분타에서는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는데?

         

       -사정이 좋지 않은가 보구만.

         

       섬서분타에 광산이 터졌다는 것은 분명 특별한 소식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모용세가로 날아드는 분타들의 소식 중 하나에 불과하기도 했다.

         

       분타의 이런저런 일들을 듣는 것은 모용연화에게 이미 일상이었으니까.

         

       세월은 계속해서 흘렀다.

         

       섬서분타의 광산은 계속해서 커지고 성장했으며 그 영향력 역시 커지고 커졌다.

         

       섬서분타가 아닌 먼 요동땅의 본가까지 광산에 대한 내용을 논하고자 하는 서신들이 날아왔으니까.

         

       본가에서는 섬서분타의 일을 논하기 위해 회의가 열렸다.

         

       아직 어린 모용연화는 그 회의에 참가할 자격이 없었기에 부모님에게 결과를 물었다.

         

       -그래서 섬서분타의 일은 어찌 처리되었습니까?

         

       -원칙대로 처리하기로 했다.

         

       익히 예상한 결과였기에 소녀 모용연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림 전체에 여러 곳의 분타를 보유한 모용세가다. 당연히 분타에는 분타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을 것이고 본가의 도움과 인력이 필요한 곳도 있겠지.

         

       그러나 본가 입장에서는 그런 분타들을 선뜻 도와주기가 어려웠다.

         

       변방이라 분류해도 요녕에서 천하 각지에 흩어진 분타들을 왕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일의 대소사를 분별하지 않고 분타를 돕게 되면 모용세가의 직계들은 평생 중원무림을 떠돌아다녀야 할 처지가 될 터.

         

       그렇기에 직계가 나서 분타의 일을 처리하는데는 몇 가지 원칙이 있었다.

         

        처리할 일이 반드시 직계의 힘이 필요할 것.

         

       분타에서 도움을 요청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명백한 상황일 것.

         

       섬서분타의 상황은 이런 원칙들에서 해당하는 것이 없었다.

         

       직계의 무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섬서분타의 인원이 부족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섬서분타의 상황이 특이하긴 하나 그렇다고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두 팔 걷어붙이고 개입하기도 어렵지. 필요하면 도움을 청하지 않겠느냐.

         

       -그렇군요.

         

       모용연화는 안타까운 얼굴로 소녀인 자신과 부모님이 대화하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만약 이 때.

         

       모용세가의 본가가 섬서분타에게 전폭적인 도움을 주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런 모용연화의 머릿속에 호천안의 말이 떠올랐다.

         

       -내 머릿속의 섬서분타는 그저 운 좋은 졸부에 불과했다는 뜻이오.

         

       호천안이 입에 담은 섬서분타의 인식은 세상 사람들이 섬서분타를 보는 시선이었다.

         

       아니 모용연화에게 건네는 말임을 고려해 순화한 표현이었다.

         

       운이 좋아서. 오대세가 중 하나인 모용세가의 분타니까. 그런 모용세가의 2군인 방계 주제에.

         

       졸부 주제에 꺼드럭거리기는.

         

       광산이라는 거대한 행운을 잡은 섬서분타를 질시하여 그저 정황증거만으로 섬서분타를 깎아내리길 주저하지 않는 세인들의 인식.

         

       섬서분타가 그 인식들을 바꾸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을 이 때 본가가 그들의 곁에 서 주었으면 어땠을까.

         

       모용연화는 그런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런 모용연화의 생각과 달리 소녀 모용연화는 그저 무심하게 검을 휘두를 뿐이었다.

         

       연무장에서 패도일휘검과 반연무월검을 연마하는 모용연화를 두고 연무장의 풍경만이 바뀌었다.

         

       계절이 바뀌고 또 바뀌며 모용연화는 성장해 성숙한 여인이 되었고 그에 걸맞게 패도일휘검과 반연무월검을 펼치는 검에는 검강이 서렸다.

         

       모용연화의 검이 춤추는 동안 수많은 목소리가 모용연화의 기억을 스치고 지나갔다.

         

       -섬서분타에서 직계의 방문을 거절했다는군.

         

       -허어 이 무슨 일인가.

         

       -자네 들었나? 섬서분타가 본인들이 본가임을 선언했다고 하네!

         

       -그게 사실인가? 말도 안 되는 소리!

         

       -지금 전 무림에 소문이 파다하다네! 다른 분타에서도 이게 무슨 일이냐고 문의가 빗발치고 있어!

         

       -이런 무도한! 아무리 크게 발전했다고 한들 이 말이 되는 처사인가!

         

       나날이 악화되어가는 섬서분타와의 관계. 섬서 세력들과 단독으로 접촉하고, 스스로 본가임을 주장했다.

         

       모용세가 본가에서는 대책이 논의되었다.

         

       처음에는 본가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다 여긴 본가는 섬서분타를 달래보려 했지만 섬서분타는 요지부동이었다.

         

       대책을 논하고. 서신이 오고 가고. 섬서분타에게 마음을 식힐 시간을 주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섬서분타의 태도는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시간은 충분히 주었소. 대화할 의지도 충분히 보였거늘 여전히 섬서분타는 답이 없군.

         

       -최후통첩이오. 마지막으로 사람을 보내 섬서분타의 향방을 결정합시다.

         

       모용세가는 섬서분타가 정말로 독립을 꿈꾸고, 또한 진심으로 모용세가의 본가임을 주장하려 든다는 것을 인정하고 본가의 권한을 주어 모용서를 비롯한 세 사람을 파견했다.

         

       “아아….”

         

       그런 결론이 날 때까지.

         

       모용연화는 오직 연무장에서 무공만을 갈고 닦았다.

         

       섬서분타에서, 모용세가의 내부에서 무슨 논의가 오가건 모용연화의 발은 연무장에 멈추어 있었다.

         

       모용연화는 오직 무공 수련에만 몰두했을 뿐이고 그저 세가 내부에서 돌아다니는 소문들이나 잠시 귀에 담았을 뿐이었다.

         

       모용연화는 눈을 감았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자신에게서 눈을 돌리고 싶었다.

         

       부끄러웠다.

         

       본가에서 나설 일이 아니라는 미명하에 섬서분타에는 제대로 된 관심조차 주지 않은 채, 본인의 수련에만 몰두한 주제에 이곳 섬서분타에 와서는…무엇이 안타깝고 슬프다 말했단 말인가.

         

       대업정경대원.

         

       큰 일에는 법도와 원칙이 필요하다는 말을 방패삼았다.

         

       원칙상 개입하기 어려우니까.

         

       그러니 개입하지 않아도 괜찮겠지.

         

       이능인본.

         

       그 원칙보다도 분타를, 분타의 방계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들을 지켜야 했건만 그러지 않았다.

         

       모용연화는 연무장을 떠나고 싶지 않았으니까. 패도일휘검과 반연무월검을 완성하고 자신의 경지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고 싶었으니까.

         

       도움을 청할 때까지 기다리면 되겠지.

         

       이런 변명을 주워섬기며 무관심을 포장했다.

         

       모용연화의 내면에서 불쑥 반박이 치솟아 올랐다.

         

       -이건 억울해.

         

       -그저 어렸을 적에 잠시 얼굴만 본 사람들을, 오천리 넘게 떨어진 채 왕래가 없는 방계들을 위해서 어디까지 신경을 썼어야 해?

         

       -본가의 어르신들이 섬서분타에 대해서 내린 판단을 내가 어떻게 뒤집을 수 있겠어.

         

       그때의 모용연화는 어렸으며 본가의 비전절기를 열심히 익힌 것만으로도 모용세가의 직계가 해야 할 도리를 다 한 것이라고.

         

       내면의 소리가 모용연화에게 그렇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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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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