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88

       [‘말간하늘’ 님으로부터 메시지]

       

       [안녕하세요! 현재 스피드러너 겸 스트리머인 말간하늘이라고 합니다!]

       

       [BubbleMellow 님께서 이번에 노말로 9시간 만에 클리어하신 기록을 보고 연락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제 방송에서 스피드런 기록을 재현해 주실 수 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이게 뭐야.”

       

       뜬금없이 모르는 사람에게 메시지가 날아왔다.

       

       게임에 메시지 룸이 있나 본데.

       

       자세히 살펴보니 이 사람만 보낸 게 아니었다. 스피드런 기록을 보고 문자를 보낸 사람이 한 트럭이었다.

       

       이게 그렇게 유명한 게임인가 싶었다.

       

       “동생, 이리로 와 봐.”

       “왜요….”

       

       나는 늘어져 있던 로즈마리를 무릎에 앉혀놓고는 문자를 읽게 시켰다.

       

       “…실시간, 방송 참여?”

       “그렇게 해 달라는데?”

       “모르는 사람 아니에요?”

       “당연히 모르는 사람이지.”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기우뚱거렸다.

       

       방송 참여라.

       

       고민하고 있자 메시지가 하나 더 올라왔다.

       

       [직접 방송하시거나 녹화본을 인터넷에 올려주셔도 좋아요. 선생님의 빌드를 꼭 한 번 보고 싶습니다!]

       

       [스트리밍을 해 주신다면 도네 빵빵 쏴드릴게요! >ㅂ<]

       

       그렇단다.

       

       “도네? 도네가 뭔가요?”

       “도네이션 같은데?”

       “돈을 준다는 이야기일까요? 얼마나 준대요?”

       “그거야 나도 모르지.”

       “한 번 물어보자구요.”

       

       로즈마리가 곧장 키보드를 잡았다.

       

       타닥, 타닥.

       

       [보내기 : 얼마 줄 건데?]

       

       나는 로즈마리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야, 뭐 하는 거야.”

       “이렇게 직설적으로 물어봐야 바로 대답하죠. 지금 우리가 갑의 입장에 있는 거잖아요.”

       “사람 사이에 예의라는 게 있잖아!”

       

       마수인 상태가 이래서 문제다. 기계인 로즈마리는 사람 마음을 읽는 걸 어려워했다.

       

       하는 수 없이 내가 대신 키보드를 잡았다.

       

       [안녕하세요.]

       

       [영상이라면 저희가 녹화해서 보내드릴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드리면 이른 시일 내에 전달해 드릴게요.]

       

       “이렇게 쓰면 괜찮지.”

       “잠깐만요. 그러면 사례금은요?”

       “줘 봤자 얼마나 받겠어? 그냥 네가 코인 마이닝해서 벌어들이는 돈이 훨씬 많을 거야.”

       

       사실 돈은 받지 않아도 상관없다.

       

       로즈마리 덕분에 우리는 충분히 인간다운 삶을 만끽하고 있다. 이 정도면 바캉스 즐기는 값으로는 합격이지.

       

       게다가 원래 세계로 돌아가면 다 날아갈 금전이다. 수백억을 벌어도 딱히 기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돈은 많을수록 좋아요. 제국의 경제를 쥐락펴락 할 수 있었던 것도 다 돈 덕분이었다고요.”

       “그렇게 돈을 모아서 뭘 할 건데?”

       “뭘 하긴요? 당연히 이 나라를 집어삼킬 시도를 해 봐야죠.”

       

       로즈마리의 말에 등줄기가 서늘해진다.

       

       뭔가 장난삼아 하는 말 같은데, 전혀 장난으로 안 느껴진단 말이지.

       

       얘가 방송하면 적어도 수천만 원 단위의 돈을 쓸어담을 수 있긴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더 무섭다.

       

       “아, 그렇지. 그렇게 하면….”

       

       아니나 다를까. 로즈마리는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더니 내가 적은 메시지를 그대로 엔터 쳐서 보내버렸다.

       

       띠링!

       

       곧바로 답장이 왔다.

       

       [감사합니다! 잠시만요. 메일 주소 보내드릴게요!]

       

       

       **

       

       

       얼마나 기다렸을까?

       

       침대에 누워있던 하늘은 눈을 부릅떴다.

       

       몸을 일으켜 컴퓨터에 그대로 안착. 드라이브 계정에 접속하니 동영상 녹화 파일 하나가 도착해 있었다.

       

       보내달라고 요청했던 노말 스피드런 파일이었다.

       

       ‘조작인가… 아니면 진짜인가.’

       

       다른 게임과 마찬가지로 이 게임에도 핵이나 버그가 있다.

       

       만약 핵을 사용했거나, 기계를 돌렸거나, 버그를 활용한 스피드런이라면 명백한 부정행위였다.

       

       ‘물론 버그를 활용한 스피드런은 글리치 스피드런이라고 따로 있어. 하지만 그건 논외지. 다키스트 아카데미아는 애초에 글리치를 써서 기록을 단축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니니까.’

       

       그렇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녹화 파일을 틀었다.

       

       장장 9시간에 달하는 기록.

       

       하늘은 2배속으로 영상을 정주행했다.

       

       눈에 불을 켜고 찾았다. 어떤 루트를 탔는지, 혹시 모를 버그를 쓴 것인지, 외부 프로그램을 사용한 건 아닌지.

       

       러닝 타임이 지나갈수록 하늘은 초조해졌다.

       

       “없어, 없어, 없어….”

       

       제아무리 찾아봐도 버그나 조작의 흔적이 없었다.

       

       자신이 못 찾는 것인지, 정말로 이 사람이 대단한 것인지.

       

       후자라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그러기에는 운이 좋아도 너무 좋았다.

       

       숨은 변수를 모두 알고 있는 천재 게이머일까?

       

       온갖 잡생각이 다 들었지만 떨쳐냈다. 지금은 버그의 흔적을 발견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아.”

       

       하지만 엔딩 화면이 나올 때까지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하늘은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지금 보내주신 거, 공략 게시판에 올려줄 수 있으신가요??]

       

       여러 사람이 본다면 버그 여부를 발견하기도 더 쉬워진다. 

       

       얼마 후 답장이 왔다.

       

       [올렸습니다.]

       

       하늘은 공략 게시판으로 들어갔다.

       

       이쪽도 스레드의 기능을 지니고 있었기에 게시자가 쓴 모든 문장에 개별 코멘트를 달 수 있었다.

       

       [제목 : 절멸 난이도 노말 엔딩 스피드런]

       

       그런 제목을 클릭하자 영상 하나만 딱 올라와 있었다. 그 밑으로는 실시간 댓글이 달리는 중이었다.

       

       [와 영상 길이 실화냐]

       

       [노말 9시간? 이게 진짜라고?]

       

       [주작이라고 하던 새끼들 다 어디갔냐? 와서 이거 보고 말해보라니까 ㅋㅋㅋㅋㅋㅋㅋ]

       ㄴ아직 보고 있는데 성질 더럽게 급하네

       ㄴ저 9시간 분량 중에 주작이나 버그가 있을지 없을지 어떻게 알음?

       ㄴㄱㄷ 지금 배속으로 돌려보는 중임

       

       이어지는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야 미쳤네 어떻게 저기서 내분을 일으키냐 ㅋㅋㅋㅋ]

       ㄴㄹㅇ 마수들이 분탕치는건 봐도 인간이 마왕군 분탕치는건 첨봄 ㅋㅋㅋㅋ

       ㄴ그와중에 로즈마리는 살렸네

       ㄴㄴ진짜 본인이 플레이하는거 아님?

       

       [와 1학기 끝나기 전에 로즈마리 꼬시면 저렇게 되는구나]

       ㄴ이걸 거북왕 안잡고 넘어가네

       ㄴ아 ㅅㅂ 스포

       ㄴㄴ지금 보고있었는데 스포 머임 ㅡㅡ;

       ㄴ증기의 비 시련은 강제 아님? 뭐임 어떻게 넘어감???

       

       한국인은 스피드런을 좋아한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영상의 내부 조회수는 금세 1만을 넘겼다.

       

       이후 한두 시간이 지나자 각종 커뮤니티에 짧은 리뷰글이 올라왔다.

       

       [저 정도 반사신경이면 그냥 프로게이머 해도 됨 ㅇㅇ]

       

       하늘은 후우, 하고 한숨을 쉬었다.

       

       ‘자자.’

       

       일단 자고 나서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 지금은 피곤해서 정상적인 판단을 할 겨를이 없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조작을 의심하던 댓글들은 싹 사라졌다. 다들 1등의 신기록을 찬탄하고 경외하기 바빴다.

       

       하늘은 마음을 비우고 영상을 다시 살폈다. 중요한 장면 위주로 여러 번 돌려봤다. 여전히 문제점은 없었다.

       

       오히려 신기한 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걸… 여기서 이렇게 지나간다고?”

       

       사람으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동선 선택.

       

       마치 기계가 한 것 같은 마우스 조작과 키보드 타이핑.

       

       운이 심하게 작용하는 게임에서 모든 선택지를 고민하지 않고 빠르게 넘어가는 결단력까지.

       

       “이게 사람이야 괴물이야?”

       

       하늘의 심장이 들썽거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질투심도 안 난다. 그러기에는 실력 차이가 너무나도 압도적이었다.

       

       그녀는 다시 메일을 보냈다. 이번에는 더 정중하게, 정성을 담아서. 꼭 존안을 뵙고 싶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선생님을 고인물로 초빙하고 싶습니다. 식비 교통비 전부 이쪽에서 드릴게요. 사례금도 드리고요.]

       

       [번거로우시다면 스트리밍을 해 주셔도 괜찮아요!]

       

       저번과 같은 내용이긴 하지만 뭐….

       

       30분 정도를 기다리자 답장이 도착했다.

       

       [저희가 지금은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요. 스트리밍으로 해도 될까요?]

       

       “핫!”

       

       저도 모르게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넵! 당연하죠! 대신 손캠은 보여주셨으면 좋겠어요!]

       

       도대체, 어떻게 그런 현란한 조작을 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마우스와 키보드를 찍는 손캠을 본다면 알 수 있겠지.

       

       [알겠습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돌아온 것은 긍정적인 답변.

       

       하늘은 서둘러 방송 장비를 세팅했다. 스트리머로서 며칠 만에 마이크를 잡았다. 유튜브에 올린 영상도 재차 확인했다.

       

       ‘만약 실제로 만나게 된다면… 이것저것 생각해야 할 게 많아.’

       

       하늘은 심성 꼬인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았다.

       

       스피드런으로 조회수를 낼 수 없다면, 개그 방송이나 고인물 초빙석을 통해 돈을 벌어도 되는 것 아닌가?

       

       물론 초빙 수수료는 두둑하게 챙겨 드리고 말이다.

       

       그보다는 세계 랭킹 1등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내심 기대가 됐다.

       

       

       **

       

       

       “그래서, 이렇게 해서 뭘 어떻게 하게?”

       

       내 질문에 로즈마리는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보아하니 개인 방송이 가능한 시대 같더라고요. 개인 방송이 뭡니까? 1인 미디어, 즉 1인 뉴스라는 거죠!”

       

       잠깐만. 얘가 뭔가 오해를 하는 모양이다.

       

       “개인 방송을 통해 제 사회적 영향력을 올려 보는 거예요. 인지도가 생기고 유명해지면 돈과 명예가 같이 들어오겠죠! 그리고 언론을 통해 정치계나 법조계에 그대로 입문하면…!”

       

       아니, 그 방송이 그 방송이 아닐 텐데.

       

       로즈마리가 이상한 데서 단단히 착각하고 있구나 싶었다. 현대 문화를 속성으로 배웠으니 그럴 법도 하지만.

       

       그래도 딱히 제지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모처럼의 휴가다. 얘가 하고 싶어하는 걸 하게 해 줘야지.

       

       “열심히 해 봐. 방송 장비 같은 거 필요하면 집주인 카드로 긁고. 인터넷 쇼핑은 할 줄 알지?”

       “당연하죠. 안 그래도 지금 주문하려던 참이었어요.”

       “그래. 난 성현이 공부나 봐주고 있을 테니까.”

       “넹.”

       

       오늘 수업을 위해 나는 성현의 방으로 들어갔다.

       

       어디 보자.

       

       오늘 물리1 마지막 단원 나갈 차례던가…?

       

    다음화 보기


           


The Magic Academy’s Physicist

The Magic Academy’s Physicist

마도 아카데미의 물리학자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n an era when the power of Fire Magic was considered to have reached its limit, one girl began researching nuclear fusion.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