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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9

       “이상한 일이죠.”

        

       “이상합니까?”

        

       수족관의 터널을 지나다가 문득 샤를로트가 그런 말을 해서,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게 이상한 일인가 했는데, 생각해보면 유리로 된 거대한 터널에 바닷물 재현한 염수를 채워 넣고 온갖 물고기를 채워 넣은 것이 이상하게 보일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물론 예쁘기는 하지만 말이다. 자연과는 거리가 좀 멀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샤를로트는 그런 눈에 보이는 것을 말한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과거에 절대왕권을 휘두르던 왕들이 모은 돈은 문자 그대로 천문학적이었죠. 하지만 그런 왕들이 돈을 아무리 쏟아붓는다고 이런 도시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아, 하긴.”

        

       옆에서 걷는 앨리스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유명한 독재자들은 자기가 통치하는 나라가 망해가는 와중에도 거대한 저택을 짓고 개인용 동물원을 만들기도 합니다만.”

        

       가만 생각해보면 독재자가 문제가 아니라, 중동의 왕족 같은 사람들도 그랬다. 한 나라를 전부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개인이 소유한 동물원에서 사자와 인증사진을 찍거나 평생 돈을 모아도 한 대 사기 힘든 차를 수십 수백 대씩 보유하고 있거나.

        

       게다가 막대한 자본으로 허허벌판인 사막 한가운데 도시를 지어버리기도 하고.

        

       “이 도시의 인구가 천만 명이라고 들었는데요. 그런 인구를 모을 수 있다는 말씀인가요?”

        

       샤를로트가 진심으로 놀란 표정으로 그렇게 말해서, 나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음, 하긴 두바이도 한때 재정 상태가 심각하게 나빠진 적이 있었다고 했던가. 단순히 ‘짓는 것’만으로는 여러모로 힘들 것 같기는 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신도시 계획을 잘못해서 그 구역이 통째로 공동화되어버리는 예도 있으니까.

        

       “만약 특정한 수준의 건물을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라 이런 거대한 도시 전체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불가능할 것 같기는 합니다.”

        

       결국 도시에 들어와서 자리를 채우고 경제가 굴러가게 하는 것은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이다. 애초에 도시가 살만하지 못하면 그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리고 도시에 있는 수많은 건축물도, 따지자면 개인이 진두지휘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이득을 바라고 높게, 더 높게 지은 건물들이었다. 그 건물 안의 일부를 돈 주고 임대하던가, 아니면 권리 자체를 사고팔던가, 결국 ‘상업’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산물이었다.

        

       “개인이 직접 통치하는 것보다 결국 수많은 사람이 경쟁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국가의 발전에는 더 옳을지도 모르겠어요.”

        

       샤를로트가 진지하게 중얼거리길래 나는 기겁했다.

        

       “마냥 풀어두는 것도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당장 제국만 하더라도 뒷골목으로 들어가는 순간 치안은 거의 방치된 수준이다. 여자 혼자, 아니, 남자라도 혼자서는 골목의 밤길을 걷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고.

        

       “국가의 정책은 단순히 어느 부분이 발전했다고 무작정 따라 해서 되는 것이 아니야. 그 나라의 역사나 문화도 많은 부분을 차지하거든. 이 나라만 하더라도 혈통적 계급주의가 상당 부분 사라진 이유는 전쟁으로 한 번 갈아엎어진 적이 있기 때문이고.

        

       샤를로트보다 먼저 와서 이런저런 책을 읽으며 공부했던 앨리스가 그렇게 말하자, 샤를로트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배울 것이 있다면 배워가는 것도 옳겠죠.”

        

       “……아제르나 대륙에서 이 나라의 정책을 그대로 따라 했다는 공산주의자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주의하십시오.”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물론 대한민국이 공산주의 국가라는 소리는 아니다. 애초에 특정한 보건정책 하나만 보고 공산주의자라고 할만한 나라는 이 나라에도 극소수였다.

        

       솔직히 여기 살면서 의료보험의 혜택을 보지 못한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값싼 대중교통을 이용해보지 못한 사람은 또 얼마나 되고.

        

       하지만 그런 개념의 보건정책마저 아제르나에서는 극좌 계열의 주장이 될 수 있다. ‘잠자는 곳’이랍시고 빨랫줄 같은 것을 걸어두고 거기 몸을 걸치고 자라는 곳이 아닌가. 심지어 그게 무료도 아니고 유료다.

        

       뭐, 거기 반발해서 극단적인 반대쪽의 이야기인 공산주의가 등장하고, 둘이 마구 부딪히며 싸우고 피를 본 뒤에야 현대적인 체계가 잡힌 것이지만, 그걸 굳이 ‘왕족’이 손을 대려고 했다가는 무슨 문제가 터질지 모른다. 적어도 시민혁명으로 귀족 목을 자르던 시대는 지났으니, 차라리 뒤로 조금 빠져서 불구경하듯 하는 쪽이 나을 거다.

        

       그렇게 말하면 너무 매몰차려나?

        

       “공산주의가 뭐죠?”

        

       “…….”

        

       아, 맞다.

        

       아제르나에선 아직 그런 개념도 나오지 않았지.

        

       어떻게 설명할까 잠시 고민하던 나는,

        

       “……미아, 어떻습니까? 와볼 만 했습니까?”

        

       고개를 돌려서 멍하니 수족관 유리 너머를 바라보고 있던 미아에게 말을 걸었다.

        

       “……정말 아름답네요. 호텔에만 있었으면 분명 후회했을 거예요.”

        

       나의 말에 미아가 눈을 반짝였다.

        

       사실 어렸을 때 왔을 때는 굳이 그만큼의 돈을 주고 이런 곳에 와야 하나 싶었는데, 어른이 되고 나니 이야기가 달라졌다. 오히려 어렸을 때는 자주 가지 않았던 수족관이나 동물원 같은 곳에 갑자기 가고 싶어질 때가 있었는데…… 정작 어른이 되고 나니 쉽게 갈 수가 없었지, 응.

        

       “너무 노골적으로 말을 돌리는 것 같지만, 좋아요. 이번에는 이해해 줄게요.”

        

       “……집에 관련 서적을 사뒀으니 빌려줄게.”

        

       “고마워요, 앨리스.”

        

       뒤쪽에서 그런 대화를 하는 둘의 목소리를 듣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실비아, 그거, 제가 한번 해봐도 될까요?”

        

       샤를로트가 의외로 눈을 반짝인 것은 내가 말했던 저녁 식사를 하러 가서였다.

        

       평소에 요리 같은 것을 직접 해볼 기회가 없어서 그랬던 것인지, 삼겹살을 굽는 나의 손을 보고 눈을 반짝인 것이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이렇게 보여도 직장 생활을 하며 회식 때 자주 고기를 구워보고, 친구들과 만났을 때도 종종 집게를 잡아본 나였다. 아제르나로 가게 되면서 고기를 직접 구울 일이 없게 되긴 했지만, 그 감각 자체는 잊은 것이 아니라서, 이쪽으로 와 자취방에서 고기를 몇 차례 구워보며 다시 감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샤를로트는…… 직접 구워본 적이 있나? 고기라고 해봐야 굉장한 실력의 주방장이 정성스레 구워준 스테이크류나, 물 대신 와인을 써서 정성스럽게 끓여낸 스튜나, 아무튼 그런 요리들일 텐데.

        

       “좋습니다.”

        

       하지만 나는 길게 고민하지는 않았다.

        

       여기까지 왔으니 여러모로 경험해보는 것도 좋겠지.

        

       사실 강남 쪽의 고깃집은 직원이 직접 와서 구워주는 곳도 많았지만, 나는 일부러 이렇게 손님이 직접 구워먹는 곳을 찾았다. 가격은 크게 다를 것이 없었지만 아무래도 이런……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었다.

        

       한국에 오지 않았는가. 여기서는 일본식 라멘이나 스시도, 중국식 마라탕이나 전가복도 먹을 수 있는 도시였지만, 그래도 내 고향의 방식 그대로인 체험을 시켜주고 싶었다.

        

       “고마워요. 그럼…… 적당한 색깔이 올라올 때까지 관찰하고 있으면 되는 거죠?”

        

       “그렇습니다. 너무 부담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이 자리에서 고기 좀 태웠다고 뭐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요.”

        

       나의 말에 클레어와 앨리스, 그리고 미아 모두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태, 태울 생각 없어요.”

        

       샤를로트는 얼굴을 붉히면서 툴툴거렸다.

        

       글쎄. 그건 두고 봐야겠지.

        

       내가 입가에 슬쩍 미소를 지어 보인 것이 조금 승부욕을 일으켰는지, 샤를로트는 조금 발끈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

        

       “……훌륭하네요.”

        

       “응. 진짜 맛있네.”

        

       나의 말에 앨리스가 기분 좋은 표정으로 젓가락을 움직이며 말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구운 것보다 샤를로트가 구운 것이 더 맛있는 것 같았다.

        

       앨리스나 샤를로트 모두 관찰력이나 신체 능력이 나보다 월등하다. 뭔가 배우기 시작한다면 당연히 나보다 훨씬 빨리, 잘 배운다.

        

       특히 나와 앨리스 모두 어렸을 때는 내가 시간을 몇 번이나 돌려가며 이해했던 내용을 앨리스는 한 번에 이해했을 정도니까. 물론 그 뒤에 얼마나 큰 노력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 나는 언니가 구웠던 게 더 맛있어.”

        

       내 표정을 알아봤는지 클레어가 그렇게 말해서 나는 쓰게 웃었다.

        

       “칭찬 고맙습니다.”

        

       “저, 저는 양쪽 다 맛있다고 생각해요.”

        

       미아도 어떻게든 나를 위로하려는 게 눈물겹다.

        

       “누가 구웠건 맛있게 먹으면 그만이지.”

        

       “그렇습니다. 고기가 맛있으면 된 거 아니겠습니까?”

        

       앨리스의 말에 동의하며, 나는 구워진 고기를 집었다.

        

       “……어, 잠깐만. 다시 생각해보니 이거 제가 조금 불리해진 것 같은데요.”

        

       내가 태연하게 고기를 집어 먹는 걸 보고, 샤를로트가 말했다.

        

       이제야 알았나.

        

       “원래 고기는 가장 잘 굽는 사람이 구워야 하는 겁니다.”

        

       “그런 건가요?”

        

       샤를로트가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노려봤지만, 나는 그 뒤로도 고기 다섯 점은 더 집어먹은 뒤에야 집게를 다시 받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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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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